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1)
늑대왕 하켄
* * *
대륙의 서부.
유서 깊은 무역 도시 알드군트.
한때 ‘도시 연맹’ 소속 자유도시였으나, 악마의 침공 이후 제국에 복속되었던 이 유서 깊은 도시는 최근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레네의 붕괴로 대륙의 질서가 무너졌다.
제대로 된 무역은 극히 어려워졌으며, 상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자연히 무역 도시였던 알드군트는 재정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레네를 무너트린 황혼의 추종자들이 가장 먼저 노린 건 바로 이곳 서부였다.
상대적으로 전쟁의 화마에서 자유로워, 융성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적들이 몰려오지만 군사를 보내줄 이레네는 이제 없다.
서부에 거점을 두고 있던 여러 도시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지금 이 도시의 방위를 맡은 인물은…….
“하켄 사령관님. 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찰대가 파악한 바로는 막대한 보급 물자가 적 진영으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놈들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하켄은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모가 조심히 물었다.
“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하켄은 참모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간단한 것도 내가 일일이 지시해야 하나?”
하켄은 옆에 누워 잠자고 있던 하티를 스윽 쓰다듬었다.
그러자 하티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죄, 죄송합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제 의견은…….”
“그것도 좋지만 여기서는 이런 문제가…….”
방에 모여 있던 참모들은 서로 토론하며, 필사적으로 지혜를 짜내기 시작했다.
하켄은 그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켄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맺혀 있는 걸.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하켄은 스스로가 이런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여전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냐를 설명하려면 우선 거인산에서의 전투로 되돌아가야 했다.
‘그때 분위기가 개판이었지.’
데일이 몸을 던져 두르핀과 함께 협곡 아래로 뛰어들었다.
그 이후에 있던 폭발에 온 천지가 뒤흔들렸다.
악마의 최후다운 끔찍한 폭발이었다.
그 강렬한 위력에 멍하니 있던 동료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강력한 폭발. 우리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데일 경은?
에스델은 충격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켄 역시 입을 열지 못했다.
엘레나는 데일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협곡 아래로 손을 뻗었다. 그 몸을 프라우가 잡아주었다.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건 하켄이었다.
분명 엄청난 폭발이었고, 거기에 휘말리면 누구라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왜인지, 하켄은 데일이 살아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사람이 아니야.’
아무런 근거 없는 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용병은 감에 따라 살고 죽는 족속이다.
하켄은 데일이 살아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인지 모르겠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당장 다른 악마가 우리를 쫓을 수도 있어요.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요.”
그 말을 듣고 번뜩 고개를 든 건 엘레나였다. 물기 젖은 눈에는 증오와 원망이 담겨있었다.
“우리 탓이에요.”
“……어?”
“우리가 좀 더 강했다면. 더 노력했다면 데일 경을 살릴 수 있었어요. 데일 경이 우리를 위해 희생할 필요도 없었고요. 데일 경이 죽은 건 전부 우리 탓이에요.”
엘레나는 로브를 여민 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프라우가 급하게 따라붙고, 아이렉이 그런 엘레나의 뒤를 잡으려 했다.
엘레나가 냉정하게 말했다.
“따라오지 마세요. 이제부터 저는 바이만의 공주가 아니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무슨 일을 하시려는지…….”
엘레나는 조금도 고민 없이 답했다.
“복수.”
당황한 하켄은 엘레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도무지 붙잡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금방이라도 마법이 날아올 것 같았다.
하켄은 바닥에 주저앉은 에스델의 어깨를 흔들었다.
“사제 양반. 사제 양반. 어서 저 공주님 좀 말려봐. 뭔가 눈깔이 이상한 게, 여기서 그냥 보내면 안 될 거 같아.”
“그녀 말이 맞아요. 전부 저희가 부족해서 데일 경이…….”
“아니 사제 양반까지 왜 그래!”
머지않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에리얼은 착잡한 기색으로 동쪽으로.
에스델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쪽으로.
그간 함께 힘을 합쳐오던 이들은 헤어짐에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하켄은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애초에 이 사람들이 함께한 건…….’
종교도 다르고 성격도. 출신도 모두 다른 이들이 이렇게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데일 덕이었다.
강력하고.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부드러우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데일이었기에 이들을 한데로 묶어둘 수 있었다.
데일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순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건 필연이었다.
“뭐냐고 진짜…….”
자신은 저들을 붙잡을 수 없다.
하켄은 데일 옆에서 콩고물이나 주워 먹으려던 용병이고, 저들을 설득할 언변도 없다.
‘나는 데일 경이 될 수 없어.’
하켄은 데일이 사라진 이후 처음으로 울적함을 느꼈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구나.”
옆에는 아직 하티가 남아 있었다.
만약 하티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켄은 하티의 갈기를 마구 쓸어주었다.
“고맙다 이 녀석아.”
하티가 이를 드러내며 낮게 울었다.
함부로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얼른 손을 뗀 하켄이 괜스레 곱슬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여기서 궁상떨고 있어봤자 뭐 해결되는 게 있나. 데일 경이 돌아올 때까지 난 내 일을 해야지. 거인 형씨들도 잘 있으쇼!”
“……너희. 다시 오지 마라!”
“악마. 싫다.”
악마와의 싸움에 기진맥진해진 거인들을 뒤로하고. 하켄은 협곡을 넘어, 산에서 내려왔다.
왼쪽에는 광활하게 펼쳐진 늪이 보였고, 다른 한쪽에는 고향 마을이 보였다.
“데일 경이 물살에 떠밀려 왔다면, 어쩌면 늪에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데일 경 냄새 안 나냐?”
허공에 코를 벌름거리던 하티가 고개를 저었다.
하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갈 리 없지.”
하켄은 터벅터벅 걸어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 사람들은 하켄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밥을 배불리 먹고. 하룻밤 푹 잔 하켄은 주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레네가 무너졌다는 것.
악마의 잔당들이 곳곳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마을도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
온 주민들이 모여 긴 상의를 나누었고, 결국 하켄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 하켄이 그래도 믿음직…… 스럽지는 않지만.”
“하켄이 그래도 허튼소리 할…… 사람이기는 하지만.”
“하켄이 똑똑……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하켄을 믿을 수밖에 없겠네.”
하켄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왠지 기분이 나쁜데. 나 돌려서 욕하는 거 아니지?”
늪지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준비했다.
짐마차를 수리하고, 보따리에 꼭 필요한 것들을 담았다.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우울함 속에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몇몇 아낙은 눈물을 보였다.
하켄도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언젠가 용병질로 큰돈 벌어서. 이 마을에서 떵떵거리며 살 거라고 약속했는데.’
그런 약속을 누구랑 했던가?
‘……퀼.’
영혼의 단짝이던 친구의 이름이 불현듯 떠올랐다.
전선에서도 질기게 살아남아 놓고서는, 이레네로 돌아오는 길에서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은 친우.
하켄은 여전히 친우의 죽음을 그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데일의 조언이 기억났다.
어쩌면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으니, 더는 미루지 말라는 말.
하켄은 그 말을 피부로 느꼈다.
마을 주민들을 이끌고 피난 가는 건 위험한 일이다.
악마가 아니라 도적 떼를 만나도 몰살을 당하거나, 사로잡혀 노예가 될 것이다,
어쩌면 속마음을 말할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 퀼의 아내이자 하켄의 소꿉친구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우리 그이는 이번에도 일이 생겼나 봐?”
“어. 응. 그게.”
고민하던 하켄이 표정을 굳혔다.
마침내 결심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려 했다.
“그게 있잖아.”
“알아.”
“어?”
“안다고.”
그렇게 말한 퀼의 아내는 묵직한 자루를 하나 내밀었다.
자루에는 그간 하켄이 퀼의 이름으로 보내왔던 은화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중에 사실대로 말하면 돌려주려고 모아두고 있었어. 상황이 궁핍할 때는 조금 꺼내 쓰긴 했지만…….”
하켄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우리가 더 미안하지. 고마워.”
“…….”
“울지마.”
“누가 운다고…… 흡! 컥! 칵! 칵! 나 사례 들렸…… 컥!”
“하여튼…….”
그녀는 하켄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 * *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에 데일을 향한 쪽지를 남긴 하켄은 주민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그리고 머지 않아 한 무리의 용병들과 마주쳤다.
하켄은 긴장했다.
이런 곳에서 만나는 용병은 도적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일부러 얼굴에 힘을 주고, 강하게 나갔다.
“누구냐.”
하켄의 옆에서 하티가 낮게 으르렁거리자, 용병들은 주춤했다.
그들은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는 이 근방에서 용병 일을 해먹고 사는 놈들입니다. 이번에 이레네가 큰일 났다 해서 도망치는 중이었죠. 당신은…….”
“하켄이다. 나도 용병이었지.”
“하켄?”
“하켄…… 들어본 적 있는데.”
“아. 그 흑기사와 함께하는!”
데일은 용병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용병 업계에 들어서서 수많은 업적을 세운 그는 제2의 용병왕이라고 불리며, 많은 존경과 경외를 받았다.
그리고 그 옆에 항상 붙어 다니던 하켄 역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물론. 용병들이 으레 그렇듯, 소문의 신빙성은 썩 높지 못했다.
“흑기사 데일의 가장 강력한 동료라 들었어.”
“듣기로는 흑기사와 사흘 밤낮을 겨루고, 서로의 강함을 인정해 함께하게 되었다지?”
“웬만한 용병은 한 손만으로도 꺾을 수 있다는데.”
“음. 그 정도라고? 별로 그렇게 강해보이지는 않는데.”
“생각을 해봐. 흑기사 데일이 데리고 다니는 동료는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고. 교단의 성녀 후보도 그렇고. 무시무시한 엘프 기사와 바이만의 공주도 있다는군. 당연히 저 사람도 범상치 않을 거야.”
“드, 듣고 보니.”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하켄은 분명 괜찮은 실력을 지닌 용병은 맞았다.
경험도 많고. 데일과 함께 하며 힘도 많이 길렀으니까. 용병 중에서는 상위권의 실력일 것이다.
하지만 저 용병들이 저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인가 하면…… 절대 아니었다.
“당신이 진짜 그 하켄이 맞소?”
하켄은 멍청히 머리를 긁적였다.
‘어? 그냥 그렇다고 하는 게 이득 아닌가?’
그러고는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그 하켄이 맞다.”
“오오!”
“역시!”
그것이 오해의 시작이었다.
* * *
그 이후로 여러 일이 있었다.
마침 그 용병들은 악마들을 피해 도망치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위험할 판.
용병들은 기꺼이 하켄의 지시를 따르겠노라 했고, 하켄은 엉겁결에 지휘를 맡게 되었다.
‘아, 악마 잔당이 쫓아오고 있다고?’
하지만 잔머리와 제 살 길 하나 만큼은 뛰어난 하켄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
하켄은 하티의 후각을 이용해 적들을 요리조리 피했고, 여러 잔재주를 이용해 기어코 추격을 따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른 악마의 잔당은 그 밖에도 많았고, 그들에게 쫓기는 사람 또한 많았다.
서쪽으로 향하다 보니, 다른 집단과 조우하게 되고, 그 집단이 또 하켄의 명성에 합류하고, 무사히 살아남으니 그렇게 하켄의 명성이 오르고, 그 명성에 끌려 또 집단이 합류하고.
하켄이 이곳 알드군트까지 도달했을 때.
하켄은 이미 수천 명의 용병과 난민을 무사히 이끈 구세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 별명도 찬란한 늑대왕.
언제 도시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던 알드군트의 시장은 그런 하켄을 눈물을 흘리며 맞았고, 즉각 그에게 도시 사령관이라는 감투를 내려주었다.
이제 하켄은 도시의 수호자로서 모든 도시민을 지킬 의무가 생겨버렸다.
긴 회상에 잠겨 있던 하켄이 고개를 헛웃음을 흘렸다.
‘왜지? 왜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데. 사실 아무것도 없는 용병이라는 게 들키면, 난 분명 목이 잘리겠지? 허허. 데일 경. 빨리 돌아와줘요. 나 죽을 것 같아.’
그런 하켄의 헛웃음에, 참모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느, 늑대왕이 웃으신다.’
‘우리 의견이 저분께는 너무 하찮았던 거겠지.’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해!’
공포에 질린 참모들은 더욱 열을 올렸다.
저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충성했던 건 아니다.
하켄의 실력에 의심을 가지는 이들도 꽤 있었다.
개중에는 ‘내가 하켄 저놈 잘 아는데. 그냥 별 볼 일 없는 용병 나부랭인데? 그냥 흑기사 옆에서 졸개처럼 붙어 다닌 거지 뭐. 저 새끼만 죽이면 내가 그 자리를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라는 망발을 내뱉으며 하켄을 밤중에 습격하려던 무도한 무리가 있었으나, 거대한 늑대가 놈들의 목을 물어뜯으면서 일단락되었다.
특히 이 늑대는 사람 맛을 아는지라, 하티에게 당하면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하켄이 늑대를 시켜 반란 분자를 살해하게 시켰다고 믿었고, 사람 시체를 뜯어먹는 늑대의 모습에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부터 늑대왕의 말에 감히 토를 다는 이들은 사라졌다.
“의, 의견을 취합했습니다. 부디 사령관님의 고견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필사적으로 계획을 짜낸 참모가 하켄에게 보고서를 내밀었다.
하켄은 보고서를 스윽 훑어보았다.
‘응. 전혀 모르겠어. 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쓰는 거야. 무식한 용병이라고 은근히 꼽주는 건가?’
하켄의 미간이 꿈틀대자, 참모들도 덩달아 긴장했다.
종이를 빠르게 넘긴 하켄이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나쁘지 않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을 거다.
‘뭐. 머리 좋은 애들이 열심히 생각한 계획이니까, 어련히 잘 되겠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전략과 장기적 안목이 전무한 하켄은 참모들이 의견을 내면 대충 무게 잡는척하다가 수용하곤 했다.
자기 의견을 굳이 섞지도 않았다.
말을 얹어 봤자 밑천만 드러날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리고 이건 예상외의 결과를 낳았다.
유능하고 열정적인 참모진과 그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사령관.
도시의 군대는 적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했으며, 악마의 하수인들조차 늑대왕의 이름을 들으면 치를 떨었다…….
“회의 끝났으면 나가보도록.”
“예.”
참모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그들은 회의실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언제봐도 칼날 같은 사람이야.”
“침묵으로 사람을 압박할 줄 알아. 웬만큼 노회한 귀족도 저만한 위엄을 갖추기 힘들거늘…….”
모두 착각이었다.
하켄은 그냥 밑천 드러나는 게 무서워, 닥치고 있던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나온 참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회의가 끝나도 무언가 고심하고 계시던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도시 방위를 위한 상상도 못 할 전략을 생각하고 계시겠지.”
“아니면 도시를 넘어, 황혼에게 직접 쳐들어가는 위대한 계획을 생각 중일지도.”
가장 나이 많은 참모가 말했다.
“어느 쪽이 됐든. 감히 우리는 생각지도 못할 심후한 생각을 품고 계실 거다.”
참모들은 모두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하켄은…… 창밖을 보며 우수에 찬 눈으로 생각했다.
‘아까 그 하녀 이쁘던데. 남자친구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