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3)
마녀
* * *
여인은 칼을 붕 휘둘러 검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기계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걸어왔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걸음걸이.
하지만 술집 주인은 숨이 턱 막혔다. 그는 다가오는 죽음을 느꼈다.
주인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주위를 훑었다.
눈동자가 데일과 마주쳤다.
잠깐의 갈등.
미안한 표정을 짓던 주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 있소! 수상쩍은 사람이 여기 있소!”
주인은 데일을 삿대질했다.
여인의 고개가 데일을 향해 돌아갔다.
“흐음? 과연. 위험한 기세가 풍겨오는군.”
데일은 말없이 맥주를 홀짝였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혀에 감도는 알싸한 쓴맛이나,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취기가 너무 그리웠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인은 필사적이었다.
“저 사람이 엄청 많은 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는 몰라요! 그러니 마을 사람들 목숨 많은 살려주세요!”
“아 그래. 너는 참 솔직하구나.”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처음 질문했을 때는 모른 척 잡아뗀 거지?”
“엇. 그건.”
주인이 당황하는 그 순간.
여인의 검이 섬전처럼 주인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웬만큼 실력 있는 전사들도 쉬이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찌르기였다.
캉!
하지만 막혔다.
어느새 다가온 데일이 여인의 칼을 건틀릿을 잡고 있었다.
여인은 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 칼을, 잡았다?’
여인의 찌르기는 벼락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빠르고 날카로웠다.
그 칼을 막는 것도 아니고 허공에서 잡아내다니?
힘과 동체 시력. 그리고 기술까지 좋아야 가능한 묘기였다.
카창!
데일은 건틀릿에 힘을 주어 칼날을 부러트려 버렸다.
쯧. 하고 혀를 찬 여인은 손잡이만 남은 칼을 바닥에 버리고. 새 칼을 뽑아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일이 핀잔을 주었다.
“바른대로 전부 말한 사람에게 보상은 못 할망정, 칼침을 선물하는 게 황혼의 방식인가?”
“간이나 보는 박쥐는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그보다 그 박쥐가 너를 팔아넘기려 했는데, 정작 너는 놈을 감싸는 건가?”
“나였어도 그랬을 거다. 외지인 하나 팔아서 이웃을 구할 수 있으면, 백번이라도 팔아야지.”
여인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표정하게 웃으니 기괴한 분위기가 풍겼다.
“하하하! 호탕하군. 난 너 같은 사내가 좋다. 불신자인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게 어떻겠나? 부와 명예를 모두 주겠다.”
“거절하마.”
“나름 생각해서 건넨 제안인데. 그렇게 바로 차버리니까 좀 충격인데.”
데일은 로브를 벗어던졌다.
시체같이 창백한 얼굴과 로브 아래 가려져 있던 칠흑의 갑주가 드러났다.
팔짱이나 끼며 느긋하게 구경하던 병사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창을 꼬나쥐었다.
“저, 저건!”
“……흑기사?”
데일을 알아보는 걸까?
여인은 눈썹을 꿈틀이며 중얼거렸다.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흑기사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이건 예상 못 했는데. 그 뿔 달린 투구는 어디 갔지?”
“너무 눈에 띄어서 놓고 왔다.”
여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두려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포프의 딸 앨리스. 지금은 황혼을 섬기는 검 중 하나다.”
“데일.”
“그게 끝? 으레 인사란 낳아준 부모. 하다못해 소속이라도 말하는 게 예의 아닌가?”
“세상을 뒤엎으려는 놈들이 예의 운운하다니. 다른 의미로 신선하군.”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인 뒤, 주점 주인을 노려보았다.
“꺼져. 당장!”
“아, 알겠습니다!”
주점 주인과 주민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병사들은 원을 크게 그리며 데일을 포위했고, 앨리스는 힘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눈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앨리스가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병사들의 몸에 오렌지색 빛 부스러기가 흘러내렸다.
마치 사제의 축복과도 같은 모습.
데일은 생각했다.
‘저 황혼의 힘. 용도가 다양하군. 거의 만능이잖아.’
데일은 마검을 들고 앨리스와 마주 섰다.
눈동자는 쉼 없이 움직이며 정보를 머릿속에 박아넣었다.
지형 지물.
적의 숫자.
상대의 노림수.
예민한 귀로는 병사들의 숨소리에 집중했다.
아무리 황혼을 섬기는 괴물 같은 놈들이라도, 호흡은 한다.
호흡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상대의 심리. 여력.
그리고…… 공격 타이밍!
‘지금!’
생각과 동시에 앨리스의 몸이 흐릿해지면 앞으로 솟구쳤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스텝을 밟은 것이다.
슉! 슈슉!
주황빛 검기가 깃든 검이 세 차례 찔러왔다.
모두 급소가 아닌, 배나 허벅지처럼 맞추기 쉬운 부위였다.
상대는 흑기사를 상대로 급소를 노리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데일은 뒤로 물러나 피하는 대신. 도리어 발을 한걸음 내질렀다.
찌르기의 달인을 상대로 뒷걸음질해봤자 의미가 없다.
게다가 저 주황빛 검기는 위험하다.
파브리스와 상대해보면서 겪지 않았나.
저 검기는 데일의 단단한 갑옷을 쉽게도 상처입혔다.
데일이 성큼 다가오자 앨리스는 고양이처럼 사뿐하게 스텝을 밟아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검은 쉬지 않고 앞을 향해 찔러댔다.
뒷걸음질하며 검을 내지르다니?
당연히 제대로 힘이 실릴 턱이 없다.
하지만 저 끔찍할 정도로 예리한 검기는, 힘이 충분히 실리지 않은 일격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귀찮게 구는군.’
고양이가 폴짝폴짝 도망다닌다면, 다소 할퀴어지는 걸 감소하더라도 그 꼬리를 붙잡는 수밖에.
데일은 검기에 역으로 몸을 들이밀며 그대로 앨리스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그때에 맞춰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이 창을 찔러 들어왔다.
일개 병사였지만, 그 창끝에는 흐릿할지언정 주황빛 기운이 맺혀 있었다.
데일은 마검을 휘둘러 병사들의 창을 쳐냈고. 그 틈을 타 앨리스가 빈틈을 찔러들어왔다.
저 앨리스라는 여인은 확실히 뛰어난 전사였다.
하지만 이 황혼 추종자들의 진짜 무서운 점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팀워크였다.
마치 마음이 통하기라도 하는 듯.
이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병사들이 막으면 앨리스가 공격한다. 창과 방패. 망치와 모루.
‘함께 싸울 줄 아는 놈들이군.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마력을 아낄 때가 아니다.
데일은 검은 안개를 전개했다.
순식간에 어둠이 주점 안을 덮었다.
이렇게 되면 숫자는 더는 의미가 없다.
어둠 속에서는 데일과 1대1로 싸울 뿐이니.
하지만 그때.
엘리스가 손을 들었다.
“지금!”
“?”
다음 순간.
눈이 타버릴 정도로 환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불기둥이 솟구쳐올랐고.
콰아앙!
한 박자 늦게 굉음이 터져 천지를 울렸다.
강대한 폭발 앞에서 데일이 전개한 안개는 무력하게 휩쓸렸다.
돌과 나무로 지어진 주점 건물은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날아가 버렸다.
데일 역시 성하지 못했다.
갑옷의 쇳물이 뚝뚝 녹아내렸고, 피부도 검게 타버렸다.
바이만 왕국의 망토가 아니었다면 더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을 것이다.
‘대체.’
곧 연기가 걷히고.
주위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데일은 무슨 상황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주점을 포위하고 서 있는 수십 명의 병사. 그리고 족히 10명은 넘어 보이는 마법사.
데일과 함께 폭발에 휘말린 병사들은 핏물이 되어 녹아내렸고.
앨리스 역시 온몸이 발갛게 달아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데일은 깨달았다.
‘이 여자 역시 모루였던 거다. 진짜 망치는 따로 있던 거지.’
앨리스와 병사들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서 마법 폭격을 퍼붓다니.
꽤나 고약한 방식이었다.
앨리스는 중얼거렸다.
“그것보다는 더 피해를 줄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단단하잖아. 두르핀의 폭발에서 살아남은 건 운이 아니었다는 건가?”
그녀 지극히 사무적으로 말했다.
부하들과 합이 잘 맞는 걸 보면, 필시 오랜 시간 함께 수련하고 싸워왔을 것이다.
그런 병사들을 미끼로 썼다.
병사들이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버렸다.
하지만 앨리스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하다.
아니. 애초에 자기를 미끼로 쓸 정도의 여자니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일까?
더욱 기분 나쁜 건. 주점을 포위하고 선 병사들의 표정에도 어떤 동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동료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 황혼 추종자라는 놈들은 어째 하나같이 머리가 훼까닥 돌았군.’
교단의 광신자들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자들은 너무 비인간적이었다.
앨리스는 주황빛으로 자기 몸을 감쌌다.
그러자 새빨갛게 익은 살갗이 빠르게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치유 능력이 웬만한 사제의 기적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여전히 무표정인 앨리스가 물었다.
“아무래도 너를 살려서 붙잡는 건 힘들 것 같군. 네가 죽거나, 우리 모두 죽기 전에는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거야. 그렇지?”
“지금까지 나를 살려서 붙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게 좀 충격인데. 어지간히도 우습게 보였나보군.”
“그래서 묻겠다. 하늘을 날던 배. 아마 너랑 관련이 있겠지? 대체 어디로, 무얼 하러 갈 생각이었던 거냐.”
데일은 대답 대신 어깨를 붕 돌린 뒤. 말했다.
“혓바닥이 길어지는 걸 보니, 안 그런 척해도 겁을 집어 먹었나보군.”
“…….”
앨리스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얼음장 같던 무표정이 처음으로 깨진 것이다.
앨리스가 손을 펼쳤다.
그 신호에 맞서 병사 수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주점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벗어난 순간 저들에게는 오히려 공간적 이점이 생겼다.
할버드와 창 따위의 장병기를 굳게 쥔 병사들이 데일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하지만 데일은 차분히 말했다.
“마법사가 열 명이 넘는 걸 보면, 이것보다 더 강력한 화력의 마법도 가능했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
“아마 너 스스로를 미끼로 사용했지만, 죽는 것만큼은 너도 껄끄러웠던 거겠지. 그래서 마법사들에게 화력을 조절하게 만든 거야. 딱 네가 살아 남을 만큼만.”
자기 부하는 거리낌 없이 버렸지만, 자기 스스로는 지키려 했다는 걸까?
데일은 유쾌한 기분이었다.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이라 생각했던 상대가, 실은 그냥 어디서나 흔한 비겁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말이다.
앨리스가 눈을 빛내며 스산하게 말했다.
“내가 너를 존중하는 지금, 적당히 입을 놀리는 걸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이미 겁을 집어먹은 순간 승패는 정해진 거다.”
으레 싸움이란 먼저 겁먹는 쪽이 지는 법.
데일은 마력을 사용해 그림자 검을 소환해냈다.
“죽지 마라. 살려서 쓸 곳이 있으니까.”
“……죽여.”
“우와아아!”
스산한 명령에 병사들이 대열을 이루고 다가왔다.
데일은 마검을 들고, 힘껏 뛰어올라 적들의 한복판에 내려섰다.
곧장 주황빛이 서린 창과 할버드가 날아왔다.
퍽! 퍼걱!
갑옷에 흉터가 생겨났다.
신경 쓰지 않았다.
데일은 가장 가까운 병사의 몸에 건틀릿을 박아넣었다.
생기를 흡수했다.
그것만으로도 갑옷은 금세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도 모자라, 그림자가 뭉쳐 새로운 투구를 만들어냈다.
데일은 투구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투구의 눈구멍에서 시퍼런 안광이 빛났다.
그리고. 학살이 시작되었다.
그날 앨리스는 깨달았다.
왜 흑기사가 전장의 공포라 불리우는지.
흑기사를 상대로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행위인지를.
‘이게 대체…….’
데일은 병사들 사이를 누비며 거침없이 마검을 휘둘렀다.
단단한 갑옷을 걸친 병사들은 갑옷째로 저 멀리 날아갔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외려 했지만, 아군 사이에 섞인 데일을 노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설령 독한 마음을 먹고 마법을 시전하려 해도, 귀신같이 데일이 도끼나 단검을 던져 머리통에 박아주니.
전의가 꺾인 마법사들은 더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데일은 병사를 빠르게 줄여갔다.
보다 못한 앨리스는 그런 데일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데일이 오히려 피해 다니며, 병사들만을 죽이고 있었다.
‘거슬리는 병사들부터 죽이려는 거야!’
앨리스가 사용하던 전략을 그대로 써먹는 느낌이랄까.
더 분통이 터지는 건, 저걸 대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앨리스는 상대가 당연히 무식하고 살육에 미쳐 날뛸 거라 생각했지만, 데일은 오히려 지극히 이성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싸워나갔다.
그 모습에 앨리스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흑기사가 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 거지. 어둠에 영혼을 팔은 작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전장에 서 있는 건 데일과 앨리스뿐이었다.
병사와 마법사들은 팔다리 하나쯤은 잘려,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더욱 앨리스를 경악케 한 건, 병사들의 숨이 모두 붙어있다는 거였다.
“왜 전부 살려둔 거지?”
“키우는 애완 밴쉬가 있다. 먹이로 줄 생각이다.”
“애완 밴쉬?”
데일 나름의 농담에도 앨리스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진실을 깨닫고 탄식을 내뱉었다.
‘아. 봐준 거였구나.’
죽이지 않고, 살아서 사로잡으려던 건 데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죽일 작정하고 싸웠으면 앨리스는 진즉에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압도적인 실력 격차에 그녀는 허탈함을 느꼈다.
이윽고 데일은 앨리스에게 달려들었다. 마검과 그림자 검의 공세에서 앨리스는 서른 합을 버텼다.
서른 합. 그녀가 약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적어도 파브리스보다는 낫군.”
앨리스가 무너져 내렸다.
* * *
소식을 듣고 온 밴쉬들은, 병사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의 영혼을 유린하고, 마력을 강탈했다.
“히히! 축제다!”
“달콤해!”
“역시 데일을 따라나서길 잘했어!”
데일의 강고한 행동에 불만을 보이던 밴쉬 자매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호들갑을 떨며 데일을 칭송했다.
반면.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바짝 엎드렸다.
밴쉬 무리가 산 자들을 희롱하는 끔찍한 모습 탓도 있지만, 이들은 데일을 황혼의 무리에게 팔아넘기려 하지 않았던가?
특히 주점 주인은 이를 딱딱 부딪칠 정도로 심하게 떨고 있다.
“사, 사, 사, 살려 주십시오. 아니. 저는 죽여도 좋으니 마을 사람들만이라도……!”
“일어나시오.”
데일은 직접 주인을 일으켜주었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오. 자기 사람을 지키는 용기. 나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소.”
“겨, 경. 하다못해 받은 돈이라도 돌려드리겠습니다.”
“넣어두시오. 나는 별로 쓸 일도 없소.”
어차피 세상이 망하면 화폐 같은 건 무가치하다.
그리고 데일은 이제 돈이 급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달랐다. 주점 주인이 눈을 뚝뚝 흘렸다.
“흐, 흐흑. 감사합니다. 이 못난 놈은 경을 팔아넘기려 했는데, 이리 자비를 베풀어주시다니…….”
“그만 우시오. 그것보다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하고 싶소. 마녀와 엘프 전사가 왔었다고?”
“예? 예. 그렇습니다.”
주점 주인과 마을 주민은 앞다투어 자기가 본 걸 설명했다.
마녀에 대한 묘사를 들은 데일은 확신했다.
‘엘레나랑 프라우가 맞군. 근데, 마음에 안 든다고 사람을 불태우다니. 엘레나 성격이 많이 나빠졌군. 사춘기인가?’
다소 오해가 있었지만, 엘레나의 성정이 불같아진 건 사실이었다.
어쨌건.
엘레나의 행방을 알게 된 건 참으로 운 좋은 일이었다.
언제 봉변을 당할까 걱정하던 참 아닌가.
“그래서. 그 둘이 어디로 향했소?”
“그건 저도 잘…….”
“애초에 저희랑은 말을 거의 안 섞었던지라.”
모두가 곤란해하고 있을 때.
한 순박해 보이는 사내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아! 제가 우연히 옆을 지나가다가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어디로 간다고 말을 했나?”
“아, 예. 멀찍이서 들려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근방의 악마를 잡으러 간다고 했었습니다!”
악마라는 이름에 데일은 미간을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