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93)
엘레나
* * *
3군단장 멜피스가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그가 뇌물을 받고 임명한 기사들은 도저히 기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처참하다는 것.
둘째. 2000에 달하는 황혼의 병력은 하나하나가 병사 셋은 상대할 수 있는 정예병이라는 것.
셋째. 바이만의 공주와 그 기사가 황제를 불태우기 전에, 우선 3군단을 무너트리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스스로에 대한 과신의 대가는 참혹했다.
“자! 용감한 기사들아! 돌격해라!”
“와아아아!”
기사들이 말을 몰며 돌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채 거리를 좁히기도 전에, 황혼의 추종자 쪽에서 마법이 날아왔다.
쏴아아아!
거대한 파도가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달려오던 기사의 일선을 뒤덮었다.
“어억!”
“크아악!”
파도에 얻어맞은 기사들은 그대로 낙마.
다음 기사들이 계속 돌격하려 했지만 땅은 순식간에 진창이 되어 발이 푹푹 빠지기 시작했다.
말 타는 솜씨가 썩 좋지 않았던 기사들이 곳곳에서 낙마했다.
낙마하지 않더라도 속도와 기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순간.
화살 세례가 기사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화살이 아니다.
화살촉에 주황빛 기운이 둘러싸여, 갑옷도 능히 뚫어낼 만한 화살이었다.
“아아악! 살려줘!”
“도, 도망가!”
비명과 신음. 그리고 도주.
용맹히 돌격하던 기사들은 자기 무기조차 내팽개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을 보인 상대만큼 먹음직스러운 먹이도 없는 법.
황혼의 전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당황해 멍하니 있던 멜피스가 발작하듯이 외쳤다.
“뭐 하는 거야!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 하다못해 방패라도 들라고 멍청이들아!”
하지만 그런 멜피스의 외침에도 기사들은 그저 도망칠 뿐이었다.
뒷돈을 받고 어중이떠중이들을 기사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기사를 모두 잃을 수는 없어.’
멜피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벼, 병사들! 앞으로 진격!”
“…….”
“진격하라고!”
하지만 병사들은 주춤거리며 꼼짝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다.
가뜩이나 사기도 낮은데, 앞에서 기사들이 싹 쓸려나가는 봤으니 누가 싸우고 싶겠나.
지휘관들도 다급한 상황에 어쩔줄 몰라했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멜피스에게 줄을 대서 권력을 차지한 부류.
심지어 이 중에서는 전쟁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지휘관도 있었다.
그 사이에도 적 전사들은 도망치는 기사를 따라잡아, 도륙내고 있었다.
기사들이 전멸하면 그 다음은 아군 병사의 차례다.
그제야 멜피스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야?’
전공을 세우려다가, 오히려 중요 병력을 전부 날려 먹게 생겼다.
이대로면 멜피스의 입지가 흔들리고 만다.
평소 불만있던 세력들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을 거다.
“이, 일단 후퇴한다. 여력이 있을 때 물러서서, 성벽을 끼고 싸운다!”
“예!”
우물쭈물하던 지휘관들이 후퇴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빛냈다.
병사들도 아직 명령도 안 내려졌건만, 재빨리 성문을 향해 몰려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멜피스에게 또 다른 재앙이 펼쳐졌다.
쿠우웅!
온 요새에 울려 퍼질 만큼 거대한 굉음.
굉음 다음에 하늘을 향해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황혼의 마법사가 마법을 날린 걸까?
아니다.
소리가 들려온 건 요새의 반대쪽이다.
“뭐, 뭐야 대체.”
당황하는 멜피스.
부관이 급히 달려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구, 군단장님. 큰일입니다!”
“대체 무슨 일인데!”
“마녀! 마녀가 나타나 성문에 마법을 날려대고 있답니다!”
“마녀? 무슨 마녀?”
“그 왜. 격노의 마녀라고. 떠돌아다니면서 성과 마을을 불태운다는 마녀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그래. 황혼에게 넘어간 배신자를 응징한다는 미치광이년…… 근데 그년이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건데?”
“……글쎄요?”
쿠웅!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렸다.
좋지 못한 신호다.
계속 마법을 날려댄다는 의미니.
“성문! 아직 성문은 괜찮은 거지?”
“어, 얼마 못 버팁니다. 마녀의 화력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무슨 혼자서 성문을 부숴…….”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엄연히 현실이다.
급격한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멜피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지휘관이 그런 멜피스의 눈치를 보다 조심히 물었다.
“저. 군단장님. 지금이라도 위에 연락하죠. 마녀까지 왔으니, 마탑이랑 기사단의 도움이 필요해요.”
멜피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안 돼.”
“예?”
“그러면 난 끝이라고!”
진즉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모를까, 얻어맞고 이제야 부랴부랴 도와달라고 외친다고?
그러면 멜피스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이런 상황까지 와서도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멜피스의 행동에 부관은 말을 잃었다.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으으. 무언가 좋은 비책이…… 아!”
섬광이 멜피스의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는 자신이 떠올린 천재적인 발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가 막힌 묘책을 생각해내다니!
“좋은 생각이 났다.”
“무엇입니까?”
“우리가 감옥에 가둬놓은 흑기사. 그 흑기사를 사용한다.”
“?”
“들어봐!”
멜피스가 신이 나 설명했다.
“그 언데드 놈이 착한 척을 한다는 건 알지? 속으로는 분명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이 굴고 있지. 그러니 황혼의 공격에 당하고 있다고 말하면, 일단 우리를 도와주긴 할 거다.”
“저. 근데, 저희가 그 흑기사를 잡아넣을 때, 황혼과 내통한 혐의로 넣지 않았나요? 그래 놓고는 이제와서 황혼의 추종자들을 상대로 싸워달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
움찔한 멤피스가 입을 뗐다.
“오, 오해가 있었다고 해. 아니다! 기회를 주겠다고 해. 황혼과 맞서서 결백을 증명하라는 거지!”
“으으음.”
“그리고 들어봐! 계획은 그게 끝이 아니야. 오늘의 실수를 그 흑기사에게 덮어 씌우는 거지. 흑기사가 폭주해서 아군을 공격했고, 덕분에 피해가 커졌다! 따라서 책임은 그 송장 놈에게 있다! 라고 보고를 올리면, 누구든 믿지 않겠어?”
“…….”
부관은 말을 잃었다.
멋대로 데일을 가둬놓고는, 급할 때 되니 도움을 청했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잘못을 덮어씌우겠단다.
‘악마인가?’
아무리 멜피스 아래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다 했던 부관이지만, 지금만큼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멜피스가 힘을 잃으면, 그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인데.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감옥에 있는 흑기사를 풀어놓겠습니다.”
“그래. 어서 서두르도록!”
그리고 그때.
쿠웅! 쿠구궁!
앞서서 들리던 굉음보다 더 큰 폭발음 다음, 무시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멜피스와 지휘관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성문이 무너졌다!’
마법사 혼자서 성문을 이리도 빨리 무너트릴 줄이야!
멜피스가 성안으로 후퇴했을 때는 이미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었다.
“꺄아아악!”
“성문이 뚫렸다! 도망쳐!”
“으악! 군단장 이 시발 새끼는 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불이다! 도시에 불이 붙었다!”
성문이 뚫렸다는 소식에 병사들과 주민들이 혼란에 빠져 뛰어다녔다.
곳곳에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혼란 속에서 누군가 횃불을 떨어트려서 목조 건물에 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그 와중에 뒤따라온 황혼의 병력이 성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법과 화살이 날아 들어오자 혼란은 더욱 커졌다.
“아.”
답이 없는 상황.
멜피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탄식을 흘리는 것뿐이다.
* * *
데일은 요새에서 펼쳐지는 혼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이런 난장판을 만들 수가 있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군단장 멜피스에게 감탄마저 나왔다.
일부러 상황을 망치려 해도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하의 보고를 듣던 에른스트도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대체 무슨. 그러니까. 군단장이 성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가, 기사를 전부 잃고 도망쳐 들어왔다고?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마녀의 공격을 받아 성문이 무너졌고?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아, 그, 예. 믿기 어렵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아니! 대체 왜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우리한테 도움을 안 요청한거야! 아니. 하다못해 보고라도 했어야지!”
아일라가 씩씩대며 소리쳤다.
하지만 데일이 주목한 부분은 다른쪽이었다.
“잠깐. 마녀가 공격했다고?”
“아, 예.”
“무슨 마녀인지는 아나?”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무시무시한 마법을 혼자서 펑펑 써대는 걸 보니 그 요즘 소문의 ‘격노의 마녀’ 같습니다…….”
‘엘레나!’
악마 파르훈을 헤치운 엘레나가 기어코 이곳까지 와서 성문을 무너트리다니.
그것도 하필 황혼의 병력이 도시를 공격하는 타이밍과 절묘히 겹쳐버렸다.
‘아마 우연이겠지.’
덕분에 요새가 혼란에 빠졌으니, 꽤나 곤란한 우연이라 할 수 있다.
데일이 말했다.
“일단 빨리 내려가자. 도움을 줘야지. 기사단이랑 마탑의 전쟁 마법사도 준비되어 있나?”
“준비는 되어 있지. 준비는.”
에른스트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문제는 내려가는 방법이야. 이레네가 워낙 높이 떠 있잖아? 그래서 한 번에 지상으로 내려가는 숫자에는 한계가 있어.”
“평소에는 어떻게 내려가나? 전부 양탄자에 올라타지는 않을 거 아닌가.”
“작은 배에 마법사들을 태워서 오르락내리락하지. 기사랑 병사, 그리고 물자를 싣고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법사들 마력 대부분을 써야 할 거야.”
‘야가브의 유령선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군.’
요새 바로 위에 있건만, 곧바로 도움을 가기 힘들다니.
심지어 적들이 이미 도시에 파고들고 있어, 마법 폭격도 힘들다.
“일단 물자나 병사는 후순위로 미루고 기사부터 되는대로 태워야겠군.”
“어쩔 수 없네.”
에른스트와 아일라가 분주히 움직였다.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한 배가 빠르게 준비되었다.
황실 기사들이 우선적으로 배에 올랐고, 마법사들이 함께 모여 비행 주문을 외웠다.
그래도 이곳까지 올라오는 것과 달리.
내려가는 건 상대적으로 적은 마력이 들었다.
그 사이에도 아래의 상황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성문을 무너트린 황혼의 병력이 아예 본인들이 성벽을 점령하려 하고 있었다.
도시의 반대편에서는 연거푸 엘레나의 마법이 터졌고.
그 사이에서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아일라와 에른스트는 더욱 서둘러야 했고, 마침내 준비가 끝났다.
“내려갑니다!”
도시의 한구석에 마련된 선착장에 정박되어 있던 배가 두둥실 떠올랐다.
배가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아일라가 초조한 기색으로 물었다.
“내려가면 누구부터 칠 거야. 황혼의 병력부터? 아니면, 마녀부터? 병력을 반으로 쪼개는 건 위험할 거 같은데?”
잠시 고민한 데일이 말했다.
“내가 엘레나를 막겠다.”
“혼자서? 아, 그러고 보니 아는 사이던가?”
“보호자 같은 거지.”
보호자인만큼 엘레나가 더 날뛰기 전에 데일이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
쿠우웅.
마침내 배가 지상에 착륙했다.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내려서, 병사를 지원하기 위해 달렸다.
데일은 반대로 달렸다.
“바로 해결하고 도와주러 가겠다!”
“알았어 경!”
에른스트와 아일라가 빠르게 사라지고. 데일도 속도를 높였다.
‘엘레나.’
데일의 기억 속 엘레나는 선한 소녀다.
당장 빈민가의 수색 때도, 주위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오지 않았던가.
분노로 성격이 변했다고 해도, 그 근본까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화를 나누면 금방 설득할 수 있겠지.’
그래. 대화 몇 마디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대화가 가능하다면.
“크아아악!”
“저, 저 폭풍은 뭐야!”
“도망쳐!”
무너진 성문에 도착하니, 거대한 토네이도가 주위를 휩쓸고 있었다.
데일조차도 선뜻 다가가기 꺼려지는 토네이도였다.
데일은 멈칫했다.
‘대화…… 어떻게 나누지?’
* * *
같은 시각, 프라우가 엘레나에게 외쳤다.
“상대는 다수고 우리는 하나! 언제 마법이나 화살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조금이라도 틈이나 여지를 주면 안 됩니다!”
“알았어. 다가오는 모든 걸 날려버리면 된다 이거지?”
엘레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