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6)
언데드
* * *
언데드의 가장 큰 특성은 산자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이다.
그들은 산자를 보면 어떻게든 먹어 치워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려 든다.
언데드는 또한 집요하다.
한 번 발견한 사냥감은 끝까지 쫓아가려 하는 습성이 있다.
고기 냄새에 이끌려 온 언데드 무리는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을 보았다.
멀쩡히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 이 망자들은, 저 주민들이 자기와 같은 처지가 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급 언데드가 100에 달하고. 중급 언데드는 기껏해야 5기 정도인가?’
스켈레톤이나 좀비 따위의 언데드는 하급에 분류된다.
구울 정도의 중급 언데드는 기껏해야 5기 정도.
언데드 하나하나는 그리 강하지 않기에, 여기에 있는 전력이라면 능히 막아낼 수 있다.
‘문제는 오우거인가.’
저 거대한 괴물은 살아 있었을 적에도 산의 폭군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던 존재다.
언데드로 되살아난 된 지금은 조금이나마 약해졌을까?
‘글쎄.’
데일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언데드 오우거라고 일반 오우거보다 상대하기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해 보였다.
“저, 저런 걸 어떻게 상대해.”
“우리는 마법사도 없잖아. 싸워봤자 개죽음이야.”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언데드는 걸음이 느리니까…….”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닌데, 사병들이 하나둘 뒤로 물러났다.
도망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마을 촌장이 다급히 말했다.
“아, 안 됩니다! 언데드들이 마을을 지나치면, 마을이 쑥대밭이 될 겁니다!”
가장 먼저 뒤로 내빼던 이고르가 코웃음을 쳤다.
“흥. 쑥대밭이 되더라도, 일단 목숨이라도 건지고 보는 게 낫잖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마을을 버리고 어디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겨울을 대비해 모아놓은 식량을 다 잃으면, 저희는 다 굶어 죽을 겁니다!”
북부의 겨울은 춥고 험난하다.
설령 당장은 목숨을 건져도, 터전을 잃은 마을 사람들의 운명은 쉬이 예상이 갔다.
하지만 이고르는 심드렁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그 뻔뻔한 모습에 촌장이 이를 악물었다.
“따, 따지고 보면 귀족님께서 고기 냄새를 풍기고 온 것 때문에 언데드가 몰려온 거 아닙니까!”
“하찮은 게…… 감히 지금 내 탓을 하는 거냐?”
이고르는 도리어 성을 내며, 옆에 있던 시종의 검을 뽑아 들었다.
사색이 된 촌장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상황이 급하지 않았으면, 내가 직접 네 목을 베었을 테니까.”
쯧. 하고 혀를 찬 이고르는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 안으로 걸음을 향했다.
언데드가 오기 전에 마차를 빼고 도망칠 심산이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에스델이 중얼거렸다.
“저렇게 후안무치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니. 언젠가 신께서 천벌을 내리실 겁니다.”
데일은 고개를 돌려 에른스트를 보았다.
데일은 딱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싸움을 피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일단 명목상이긴 해도, 의뢰주는 에른스트다.
에른스트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다.
“…….”
에른스트 역시 저 멀리서 다가오는 언데드 오우거를 보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하지만 데일은 에른스트가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에른스트가 이제 정신을 차릴까? 자기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아차리고, 현실을 깨닫게 될까?
다음 순간.
에른스트는 마을 안으로 들어간 이고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뻔뻔한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다음으로는 에스델을 쳐다봤고, 마지막으로 데일을 보았다.
에른스트는 의지를 다지고 입을 열었다.
“데일 경. 나는 저들을 막고 싶어.”
“도련님!”
옆에서 시종이 다급히 외쳤지만, 에른스트는 꿋꿋이 이어 말했다.
“폐하께서 내려주신 이번 시험은 혼란을 잠재우고 백성들을 도우라는 거였어. 여기서 물러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알겠다.”
데일이 조금의 주저도 없이 승낙하자, 에른스트가 눈을 크게 떴다.
“……!”
“왜 그러지?”
“아니. 난 당연히 말릴 줄 알고…….”
“말려주길 원했나?”
에른스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 그냥…… 이길 수 있나 싶어서.”
데일은 언데드 떼를 슬쩍 쳐다보았다.
분명 언데드 오우거는 위협적이긴 하다. 하지만 데일은 이것보다 더 어렵고 위험한 싸움도 숱하게 겪어보았다.
겨우 이 정도에 뒤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해보겠다.”
승리할 거라 확언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데일의 이 말만으로도 에른스트는 용기를 얻었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다들. 내 고집 때문에…….”
에른스트의 사병들은 슬쩍 눈치만 봤다. 여전히 별로 내켜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종이 그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자, 사병들이 하나둘 말했다.
“괘, 괜찮습니다 도련님.”
“오히려 이런 명예로운 싸움에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에스델도 에른스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귀족의 귀감이라 할 수 있는 훌륭한 행동입니다. 신께서도 에른스트 님의 선택에 크게 기뻐하실 거예요.”
“……고맙습니다.”
에른스트는 부끄러운지 뺨을 붉혔다.
하지만 무언가 희망찬 분위기와 달리, 상황이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다.
데일은 지시를 내렸다.
“다들 무장 단단히 해라. 그리고 주민들 중에서도 싸울 수 있는 자는 모두 싸워야 한다.”
촌장과 주민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도 북부 사람입니다. 코흘리개들도 싸울 줄은 압니다.”
“무리하지 말고, 목책을 사수하는 식으로 싸워야 한다. 언데드들의 시선을 최대한 끌어야 해. 그리고.”
데일은 고개를 돌려 이고르 일행을 쳐다보았다.
이고르 일행은 마차를 이끌고 마을을 나서기 위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데일은 걸어가 입구를 막아섰다.
“멈춰라.”
당황한 마부가 안쪽의 이고르를 향해 물었다.
“주, 주인님. 흑기사가 마차를 막아서고 있습니다.”
안쪽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안 비키면 그냥 치어버려.”
“예?”
“치어버리라고.”
“아, 알겠습니다.”
마부는 명령대로 말 엉덩이에 채찍을 휘둘렀다. 마차로 데일을 들이받고 갈 작정이었다.
예상한 반응이다.
데일은 마검을 들고 마차를 향해 도리어 걸음을 옮겼다.
그다음. 마검을 절묘하게 휘둘렀다.
“으, 으악!”
마부는 자기를 베려는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베인 건 말과 마차를 연결하는 줄이었다.
갑작스러운 해방감에 놀란 말 두 마리는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어, 어어.”
관성 탓에 그대로 미끄러져 오는 마차를 향해 데일은 그대로 양손을 뻗었다. 하체를 고정하고. 힘을 주었다.
끼이이익.
마차를 부여잡은 데일이 일직선으로 쭉 밀려났다.
하지만 데일은 마차를 놓치지 않았고, 열 걸음 정도 밀려나서 끝끝내 마차를 세우고 말았다.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마부와 데일의 눈이 마주쳤다.
“내가 멈추라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마부는 자기도 모르게 사과하고 말았다.
힘만으로 달려오는 마차를 멈춰버리다니.
머릿속이 하얘져 무어라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도 않았다.
갑작스레 마차가 멈추자 이고르가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데일이 답했다.
“너 때문에 모여든 언데드다. 너도 책임을 져라.”
“뭐? 나 때문에 모여들었다는 증거 있어? 감히 언데드 주제에 어디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히익!”
팍!
이고르의 바로 옆에 손도끼가 틀어박혔다. 조금만 틀어졌어도, 이고르의 미간에 박혔을 궤적이다.
데일은 이고르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은 뒤, 낮게 말했다.
“저 도끼가 머리에 틀어박히는 게 싫으면 싸워라.”
“으. 으으.”
“그리고 한 번 더 나를 언데드라 부르면 각오해야 할 거다.”
“…….”
“왜 대답이 없지?”
“아, 알았다.”
이고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의 부하들은 검을 뽑고 달려들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여기서 사람들끼리 싸워봤자 자멸하는 미래밖에 없는 데다가, 도저히 데일을 상대로 검을 휘두를 용기도 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언데드 무리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마을의 반대편 입구는 그리 크지 않아 마차가 드나들 수 없다.
즉. 마차를 타고 도망치는 건 이미 글렀다.
마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수도 있지만, 썩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이래저래 언데드를 상대로 함께 싸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 데일의 의도대로였다.
“으윽! 모두 싸울 준비해라!”
이고르는 발작하듯이 외친 뒤, 사병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데일의 거침없는 일 처리에 감탄하던 에른스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겠어? 나중에 저 돼지가 귀찮게 굴 수도 있어.”
“지금 당장 급한데, 훗날을 생각할 여유가 어딨나.”
“으음. 그건 그렇지. 만약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내 가문의 이름을 걸고 경을 도와줄게.”
데일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준 뒤.
앞에서 다가오는 언데드 무리에 시선을 주었다.
훗날을 기약하는 것도 우선 저 시체들을 처리하고 생각할 문제다.
‘마법사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화염 마법으로 일단 한차례 훑고 나면, 허접한 언데드는 맥을 못 추었을 터.
이럴 때마다 마법사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싸워야 한다.
데일이 말했다.
“모두 옆 사람과 합을 맞춰라. 언데드 하나하나는 별거 아니다. 여럿한테 둘러싸이지 않으면 된다.”
데일의 지시에 사병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깨를 맞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으르렁댔지만, 또 필요에 따라 다시 뭉칠 수 있는 게 사람의 특성인 법이니.
이윽고.
비척비척 걸어오던 언데드 무리가 이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망자가 뱉어내는 기괴한 비명 밤하늘에 울렸다.
인간과 언데드가 맞부딪혔다.
“막아!”
“물리면 안 돼!”
“카악!”
백에 달하는 언데드의 기세는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잘 무장한 사병들은 어찌어찌 버텨냈지만, 갑옷 하나 입지 않은 주민들에게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쪽에는 언데드의 천적이라 부를 수 있는 사제가 있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에게 벌을 내려주소서.”
화아악!
하얀 섬광이 바닥에서 솟아오르며, 언데드의 몸을 강타했다. 빛에 닿은 언데드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신벌 기적인가. 공격용 기적을 배우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적어도 언데드를 상대로, 사제는 마법사 못지않은 위력을 선보였다.
데일은 혹여나 에스델의 기적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언데드들을 차근차근 베어나갔다.
마력은 언데드 오우거를 상대할 때 사용하기 위해, 아껴둘 심산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언데드 오우거는 여전히 숲에서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주섬주섬
작업하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거지?’
의아하다.
하지만 당장에는 이쪽에도 나쁠 게 없다.
오우거나 다른 언데드 무리와 싸우는 것보다는, 따로 각개격파하는 게 더 유리하니 말이다.
데일은 더더욱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며, 언데드를 베어나갔다.
꽤나 긴 싸움이 될 것 같았다.
* * *
싸움의 열기가 오르고.
사람들과 언데드 무리는 서로 뒤엉켜 치열하게 싸워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뒤편에서 슬쩍 구경하던 이고르는 그의 시종에게 말했다.
“지금이다. 이 틈에 도망치자!”
시종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예? 무,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단장자리 따내려 온 거지, 이딴 곳에서 오우거나 상대하러 온 줄 알아? 그리고 저거랑 싸우다가는 전부 죽어.”
“그, 그래도, 아직 저쪽에 저희 병사들이 섞여 있기도 하고…….”
“잔말 말고 빨리 마차 몰아!”
이고르의 호통에 시종은 허겁지겁 그나마 멀쩡한 마차로 돌아가, 마차를 몰아 왔다.
얼른 마차에 탄 이고르가 말했다.
“이대로 출발해! 어서!”
“……알겠습니다.”
시종은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둘렀다. 놀란 말들이 한차례 앞발을 들어올린 뒤, 빠르게 앞을 향해 달음박질쳤다.
“어어?”
마차가 향하는 경로에 있던 사람들이 다급히 물러섰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고르의 부하들은 그 충격이 더했다.
“도망친다고?”
“우리를 버리고?”
설마 이렇게까지 막 나갈 줄이야.
데일은 저 괘씸한 놈을 추격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태껏 숲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작업하던 언데드 오우거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놈의 손에는 적당한 크기의 나무줄기가 들려 있었다.
두꺼운 나무줄기였지만, 거대한 덩치의 오우거가 들자, 마치 얇은 창처럼 보였다.
오우거는 줄기의 가운데를 잡고 덜렁거리는 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위를 훑었다.
마치 목표물을 찾는 듯이.
언데드와 사람들이 뒤섞인 전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혼자서 움직이는 마차였다.
“쉬익.”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 뿜은 언데드 오우거는 나무줄기를 양손을 붙잡았다. 마차를 향해 겨냥했고. 일말의 주저도 없이 힘껏 집어 던졌다.
나무줄기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사람들의 고개도 나무 줄기를 따라 우에서 좌로 이동했다.
그리도 다음 순간.
쾅!
나무 줄기가 마차에 정확히 직격했다. 너무나 깔끔한 투척이다.
사람들은 예상외의 전개에 벙찐 얼굴로 그쪽을 보았다.
“…….”
“저거 맞고 살긴 힘들겠죠?”
“그렇겠지.”
곱슬머리를 긁적인 하켄이 툭 내뱉었다.
“어. 사제 양반 말대로 신께서 저 귀족 나으리에게 천벌을 내리긴 했네. 음. 오우거의 모습을 빌려서 말이야.”
에스델이 정색하며 말했다.
“하켄. 신성모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