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00
100
그렇게 말한 내가 손을 내밀어, 가장 가까이 있는 아타울프와 파비안의 손을 잡았다. 허공에 떠 있는 드라콘의 손을 파비안과 레오파라가 잡고, 내 품에 있는 일각수도 앞발을 내 손 위에 얹었다. 렉스가 아타울프와 레오파라의 손을 잡으며 원이 이루어졌다.
“그러니 언젠가 그 노인의 식구도 구할 수 있으리라. 혹은 그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으리라.”
그렇게 손을 잡고 선 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밤새 싸우고 지친 얼굴들이지만, 다시 기운을 얻어서.
실은 가혹한 말이었다. 나는 결국 내 사도들을 끝없는 싸움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싸우고 또 싸우고, 구하고 또 구하고, 실패하면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하라고 말하면서.
그 꿈에서 나로 변신했던 존재처럼.
그 존재는 악이었을까, 선이었을까.
혹은 나를 반영할 뿐, 그 어느 쪽도 아니었을까.
전쟁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해답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예지의 꿈이 실현될 것인지, 아닐 것인지 알기 전에는 알 수 없을.
순간, 무어라 형용할 길 없는 느낌이 들어 입술을 깨무는데, 레오파라가 말했다.
-테오파노 님, 저희 이제 괜찮습니다!
-테오파노 님 덕분에 기운이 나요!
-테오파노 님도 힘내십시오!
고개 드니, 모두 나를 향해 씩씩하게 웃고 있었다. 내 순진한 사도들. 신에게 힘을 얻으면 자신들도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이미 그 존재만으로도 주고 있는데도.
그들 앞에서 울적해하는 신을 보고도, 그 인간적인 모습에 실망하기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
나 역시 따라 웃었을 때, 마을 사람들도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들은 우리 바깥에서 무릎을 꿇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공중에 금빛 후광을 발현했다. 모두의 머리 위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사람들은 미소 지으며 우리를 둘러싸고 그들도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내가 그린 황금빛 원이 서서히 돌아가자, 그들도 웃으며 돌아갔다. 어느덧 두 원이 하나가 되고 돌아가는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테오파노 신 만세!”
“테오파노 신, 사랑해요!”
사도들이 소리치면 사람들이 따라 외쳤다. 렉스가 작은 물방울들을 띄워서, 내가 띄운 금빛 후광 아래 무지갯빛으로 떠다녔다.
아이들이 웃으며 손을 뻗으면, 그 무지갯빛 물방울들이 그들의 머리카락이며 손바닥 위에서 팡팡 터졌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면,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 모든 싸움과 상실 끝에, 참으로 충만한 보상이었다. 나는 행복했고, 내 사람들도 행복했다. 행복의 신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일 자체가 행복했다.
* * *
…테오파노 신이 여신 그 모든 잔치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는 그분 자신이셨다. 사람들의 행복에 그토록 행복해하시는 신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아로새겨졌다… 중략…….
-테오파노 신의 서
* * *
마을 사람들은 내가 준 편지를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더라도, 농노 신세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칠 수도 없었다. 장원을 벗어나 있는 작은 마을이라도, 부역과 세금에 시달렸다.
“장원에 사는 이들처럼 보호도 받지 못하면 세금이라도 덜 내야 하는데 말이죠. 이번만 해도 영주는 마을에 무슨 일이 나건 아랑곳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장원에 살면 외부인들에게선 보호받지만, 영주나 그 부하들에게선 보호받지 못하죠.”
아타울프의 말에 파비안이 반박하자, 레오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첫날은 이동보다 주로 휴식을 취하면서, 이번에 얻은 마석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평소보다 야영 준비도 일찍 끝내고 모두 모닥불 가에 둘러앉았다.
내가 마석을 하나씩 스태프에 끼운 채 실험해 보았다.
“말들을 좀 먼 곳에 매어 두었습니다. 눈도 가리고 귀도 밀랍으로 막았고요.”
-불이 나도 내가 금방 꺼줄게.
아타울프와 렉스가 말했다.
“든든하기 짝이 없네. 그리고 나도 준비한 게 있지.”
사도들에게 고개 끄덕인 나는 스태프를 쳐들었다. 그리고 방어막을 발동하면서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방어막이 내 주변으로 둥글게 쳐졌다. 상당한 크기의 돔이 형성되었다.
“오오오오!”
“멋집니다, 테오파노 님!”
사도들은 흥분했지만, 내가 들어온 상태에서 쳐 버려서 그들이 들어가지 못하자, 낙심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편이 안전하게 여겨졌다.
작은 마석들은 드라콘과 일각수의 먹이로 두고, 큰 마석들만 골라서 실험에 들어갔다.
펑!
폭발이 증폭됐을 때, 꽥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앞에선 방어막에 코를 들이대다시피 한 사도들이 일제히 삿대질을 하며 내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드라콘! 정신 차려! 일어나!
렉스가 안타깝게 부르짖는 가운데, 돌아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드라콘이 또 공중에서 뒤집힌 채 동동 떠 있었다. 이 마석 먹보가 마석을 사용한 방어막에 출입한 게 놀랍긴 했지만, 폭발 때문에 공중 뒤집기를 하고서 기절하는 꼬락서니가 웃겼다.
나는 킥킥거리며 방어막을 거뒀고, 레오파라가 들어와서 드라콘의 꼬리를 잡고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다른 사도들도 우르르 다가왔다. 방어막 바깥에서 구경하는 편이 안전한데도 몹시 들어오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셋 중 하나가 드라콘의 꼬리를 잡고 이리로 밀어 보낸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불쌍한 애가 통과했을 때 기뻐했다가, 첫 폭발에 뱅글 돌아 버리니까, 기겁했겠지.
“자, 이제 모두 집중해라.”
나는 내 뒤에 선 사도들에게 주의시킨 후, 마석을 하나하나 실험해 보았다.
펑! 쾅! 쿠당탕! 콰당탕! 쿠르르콰쾅!
어떤 건 어떤 성능인지 알아내기까지 좀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마석들을 일일이 사도들이 직접 써 보는 과정도 필요했다.
레오파라의 검은 레오파라가 처음부터 잘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내 마석과 그의 마석을 가끔씩 빌렸던 아타울프는 잘 안 맞는다고 했다.
“모두 하나씩 써 보고 가장 잘 맞는 걸 골라라. 증폭 기능이 있는 마석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마석도 사람 따라 잘 맞고 안 맞는 게 있어서 그럴까요? 결국 괴물마다 마석도 다르니까요.”
내 말에 아타울프가 되물었다.
“그보다는 마법이 그런 게 아닐까?”
그러자 레오파라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테오파노 님이야 어떤 마법이건 잘 쓰시지만, 내 생각에 내게는 바람 계열 마법이 잘 맞는 것 같아. 그걸로 처음 시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확실히 난 지금까지 네 걸 빌리건 테오파노 님의 걸 빌리건 내 것 같지 않았어. 테오파노 님의 마법 중에 특히 더 끌리는 게 있는데도. 그런데 어쩌면 내 것의 마석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너의 바람 마법에 맞는 검술처럼, 테오파노 님의 마법과 조화를 이룰 내 방식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몰라.”
“사실 바람 마법은 레오파라의 검술을 보고 생각해 냈다. 네가 특별히 끌리는 마법이 있다면, 그 마법과 비슷한 검술을 이 기회에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지.”
“네, 그러려고 합니다. 레오파라의 검술도 예전에는 이렇게 빠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느릴 때는 느리고 빠를 때는 빨라서, 빠름 자체를 넘어선 경지에 이른 것 같고요.”
아타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석을 모두 하나씩 실험해 본 결과, 레오파라는 바람 속성의 마석이 제일 효과적이었다. 거기 절삭력과 독을 더 추가하니 효과가 극대화됐다.
“저는 불이 좋아요. 어떻게든 시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타울프는 열렬하게 말했다. 타 버린 검 손잡이를 든 채. 그 아래로는 그가 아끼던 검이 잿더미로 화해 있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레오파라가 말했다.
“선대에 있었던 일이 후대에 일어나고, 또 그렇게 역사가 되풀이되는 거죠.”
“테오파노 신이시여, 우리 첫 번째 사도를 자신이 제 할아버지라는 착각에서 구해 주십시오!”
아타울프는 소리쳤고, 나는 늘 그랬듯 둘의 말다툼을 무시하며 해결책을 생각했다.
“마석 중에는 강화나 방어에 좋은 것도 있는데, 그걸 써 보는 게 좋겠구나.”
-그래, 그걸 검에 거는 거야! 내가 더 빨리 불을 꺼 줬어야 했는데.
렉스의 말에 아타울프는 씩 웃었다.
“넌 충분히 빨리 꺼 줬어, 렉스. 네가 아니었다면, 난 손에 화상을 입었겠지.”
“강화건 뭐건 넌 지금 마석을 박을 검이 아예 없는 빈손이지. 선배로서 그 기분 잘 알아. 다행히 지금은 뛰어난 검사를 비롯해, 다른 유능한 사도들이 곁에 있지만. 나 때보다 엄청나게 좋아졌구나. 부럽다.”
레오파라가 지적하자, 아타울프는 발끈했다.
“너도 드라콘처럼 마석을 삼켰냐? 주둥아리에 강화 거셨나 봐!”
“나 때와 견주면 운도 좋다고 부러워하는 건데 왜 화내지?”
어쨌건 도시로 가면 검을 구해서 불의 마법에 재가 되어 버리지 않게 마석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파비안은 파비안대로 마석을 연금술에 응용해 보고 싶어 했다.
“우리 집 돼지 오리가 마석을 납죽납죽 잘 받아먹는다고 영감받은 거야?”
“우리 집 망아지 하나밖에 없는 뿔도 갈아 넣을 건 아니지?”
“절대 아니죠. 난 그저 새로운 재료를 시험해 봐야 한다고 했을 뿐이에요!”
“난 돌가루를 먹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그럼 먹지 마요, 아무것도 먹지 마!”
파비안은 이제 많이 적응했다.
나는 사도들의 두 번째 싸움을 무시하고, 사도들이 망토로 돌돌 말아 나무 위에 올려 둔 일각수 새끼를 데리러 갔다. 이놈도 드라콘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직 날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점잖게 잠만 자던 드라콘과 달리 사방팔방 뛰어다녔기 때문에, 실험할 때는 이렇게 나무 위에 올려 둔 터였다.
“히이잉!”
놈은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처럼 분개해서 울었다. 하긴 이놈은 제 발로 올라간 것도 아니니까.
“하하, 얌전히 있어야지, 자꾸 싸돌아다니고 모두가 사방으로 널 찾으러 가게 하고 그럼 되겠어?”
이놈이 그럴 때마다 잡아 오는 건 드라콘이었다. 물론 드라콘은 이놈을 실제로 데려오진 못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빨리 놈이 어디 있는지 발견해서,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날개로 후려 팼다. 그럼 우리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가는 터였다.
-우리 첫 번째 사도가 두 번째 사도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훨씬 다정하지 않습니까?
아타울프는 드라콘을 칭찬하곤 했다.
-나도 널 저렇게 팰 수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다정할 수 있고말고.
-너희가 서로 늘 열렬히 말을 주고받는 걸로 충분하다. 그 이상 다정할 필요 없다.
우리 교의 훈훈한 대화를 떠올리며, 나는 나무 위 일각수 망아지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히이잉!”
놈도 웃었다. 이빨을 드러내며.
다음 순간, 뛰어내렸다. 마치 내가 그러라고 시킨 것처럼.
“이놈아!”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마법을 썼다.
“히이잉!”
나무 위에서 떨어지던 놈은 도로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는 그제야 내가 이 겁 없는 망아지에게 공격을 되돌리는 주문을 썼다는 걸 알았다. 하긴, 놈이 공성기로 쏘아 올린 돌덩이처럼 내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 적절한 주문이었다.
“히잉히잉!”
놈은 나무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도로 올라가자, 성을 내며 다리를 마구 휘둘러 댔다.
“테오파노 님, 저놈은 왜 저러고 있습니까?”
그때, 어느새 다가온 레오파라가 물었다.
“방귀를 뀌어서 냄새를 휘저어 없애고 있다.”
나는 놈의 바보짓을 감싸 주었다. 방귀는 생리 작용이니까.
“크하하하!”
“하하하!”
-귀여워! 애기니까 방귀 좀 뀌어도 돼! 괜찮아!
“진짜, 괜찮아, 잘했어!”
“크와와! 크아아!”
다른 사도들도 와서 웃었다. 모두 귀여워하느라 웃는 건데, 망아지는 성을 내며 머리를 흔들고 난리였다.
“히이이이잉!”
저러다 떨어질 것 같았다. 레오파라가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
“네놈도 좀 크면 드라콘처럼 날겠지. 하지만 아직은 무리라고.”
아타울프가 망아지를 놀려 댔다. 하지만 나는 태평스럽기까지 한 그의 믿음을 나눌 수 없었다.
과연 이 날개 달린 일각수가 언젠가는 날 수 있을까?
괴물들을 부화해 낸 마석 광맥은 아트리타스의 생체 실험처럼 끔찍했다. 무수한 실패 가운데 하나가 생존했다고 해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드라콘과는 다른 사례. 저 예쁜 날개는 장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트리타스가 예지의 꿈에서 만들어 낸 끔찍한 불사의 괴물들이 정말 신혈을 이용한 생체 실험에서 태어났는지 아닌지도 끝내 알 수 없었다.
만일 그렇다면, 그는 그 신혈을 어떻게 구했을까?
우리 중에 배신하는 신이 있었을까. 아니면…….
어느 쪽이 더 나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