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21
121
-테오파노 님, 드디어 우리도 시작하는 겁니까?
-너무 기대돼요, 테오파노 님!
무대 뒤에 있는 사도들이 기뻐했다. 당장 그들의 착각을 일깨워 주려 했을 때였다.
순수한 믿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 신성을 감싸 안고 떠받치며.
믿음에도 질적 차이가 있다. 강하거나 순수할수록 더 크고 더 깊은 신성을 쌓는다. 내 사도들이 내게 믿음을 바칠 때의 감각은 비길 데가 없다.
그러나 거지들의 믿음은 강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았다. 내 이름을 대면 밥을 얻어먹으니 일단 불러 볼 뿐이었다. 내 이름만 알 뿐 어떤 신인지도 잘 모르는 이들도 무작정 날 믿는다고 거짓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꾸준하고 끈질겼다. 그들은 느리지만 강인한 믿음을 쌓아 갔다. 처음에는 밥을 얻어먹고자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중에는 그냥도 불렀다. 전자가 고마워하는 느낌이 드는 믿음이라면, 후자는 인적 없는 길을 갈 때도 견뎌낼 희망이 느껴지는 믿음이었다.
나는 신의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았다.
예술제에는 입장료 없이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연극 관람 자체가 여신을 숭배하는 의식이니까. 그리하여 평소에는 입장료를 낼 돈이 없는 거지들이 모조리 왔다.
그리고 그 안의 난쟁이들. 너무나 간절하게 무대를 바라보는.
-아레테에 버려진 난쟁이들이 너무도 많다.
라스카라사 누나는 분노했었다. 왕족들이나 귀족들은 난쟁이들이 나이 들어 재주를 부리지 못하게 되면 버렸다. 그럼 그들은 유랑 극단에게 팔려 갔다. 그렇다고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 갇혀 구경거리로 쓰일 뿐이었다.
아레테는 그런 유랑 극단이 꼭 한번 거치는 곳이라, 난쟁이들이 다소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저들은 드워프가 같은 난쟁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라스카라사 누나가 흥미로운 눈길로 말했다.
“그러도록 의도한 거니?”
정확히 드워프를 좀 큰 난쟁이 정도로 꾸며서 정체를 숨길 생각이었는데…….
나는 난쟁이들을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동경에 찬 눈길로 드워프들을 바라보는 이들을. 고생이 역력한 얼굴에도 희망을 띄우고, 기쁨 가운데도 서러움이 느껴지는 이들을. “난쟁이들이 드워프를 보고 기뻐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그 이유 앞에선 착각도 의도도 무의미하죠.”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내 배우들이 자랑스러웠다.
막간, 관객들도 쉬고 배우들은 다음 장면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에, 나는 무대 뒤를 직접 찾았다.
“모두 들어라. 지금 난쟁이 관객들이 감동받고 있다. 그들은 비웃음받거나 놀림당하지 않고 무대에서 어엿한 배우로 활약하는 드워프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다.”
내 말에 모두 놀라는 얼굴이었다.
“프라비타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라비타는 이 연극으로 자신과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드워프들은 당황해했다. 본래 드워프와 사람은 종족이 다르고, 드워프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사람들에게 사고 팔리는 장난감 취급을 받는 난쟁이로 혼동된다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드워프가 난쟁이보다 훨씬 큰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뭐, 우리가 일단 난쟁이로 가장하긴 했으니까요.”
“이해할 만하네요… 난쟁이들을 괴롭히는 놈들이 나쁜 거지, 난쟁이들이야… 우릴 보고, 흠, 확실히 힘을 얻을 수도 있겠네요.”
드워프들은 의외로 괜찮은 반응이었지만, 페룸은 얼굴을 찌푸리며 프라비타만 바라보고 있었다. 프라비타는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건 더는 테오파노 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잖아요.”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바다.
“참신성을 위해 신보다 신의 첫사랑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했으니,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내가 대답했다.
“무엇보다 신도의 이야기는 결국 신의 이야기다.”
그리하여 내 이야기가 신도의 이야기도 될 수 있도록.
내 교리서는, 지켜야 할 무수한 규칙의 나열이길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내 신도들이 어떻게 나를 믿게 됐는지, 내가 그들과 어떻게 만나서 어떤 일들을 함께 했는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건 달하늘 극단에 정말 중차대한, 한 번뿐인 기회고, 지금까지 생각 이상으로 잘해 왔어요. 제 이야기가 이 연극을 망치지나 않을까 두려워요.”
프라비타의 마음도 이해 갔다.
“프라비타, 너는 이 극단을 살려서 연극 경연에 참가했던 이유가, 네 친부모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네… 테오파노 님…….”
“그러니, 네가 연극 경연에서 상을 받지 못한다 해도, 네 친부모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 또한 부모를 기리는 일이다. 네 이야기는 네 친부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프라비타는 잠시 말이 없다가, 번득이는 눈으로 말했다.
“제 친부모님은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돌아가셨어요. 저도 부모님의 무덤 앞에서조차 알리고 싶지 않았고요.”
부모가 살아 있어도, 숨겼겠구나.
“저는… 아름답고 화려하고… 멀쩡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요.”
자신한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 그런 나머지, 과거의 슬픈 이야기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하지만 이 이야기의 공주는 질투를 받은 나머지 쫓겨났다. 그런데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나?”
내 물음에 프라비타는 당황해했다.
“그건 공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그보다는 왕비의 질투심을 강조하고 있지.”
신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은 오만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실제로 오만해진 자들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질투의 대상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오만하다는 비난을 억울하게 받는 이들도 많았다. 그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도, 오만의 본보기가 되어서.
“이 연극에서 주인공은 질투받아 쫓기고 있다. 그러면, 내가 나타나서 구해 주면 되겠는가?”
“네…….”
“아니면, 네 양부모가 너를 구출했기에, 이렇게 잘 자란 네가 무얼 해낼 수 있는지, 보여 줄 것인가? 너와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에게, 네 친부모에게.”
프라비타는 창백하게 질렸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연극을 선택한 거예요. 죄송하지만, 저는 아민타스 신처럼 할 수는 없어요. 저는 그분처럼 그들을 처벌하지도 못했어요. 그때 일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요.”
그때였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페룸이 나와 프라비타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 무례한 태도에 사도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다른 드워프들은 겁에 질렸으나, 그녀는 오로지 나만 보았다.
“제 못난 딸에게 신의 가르침이라는 이토록 큰 영광을 베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이 은혜를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페룸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제 못난 딸이 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부디 그 가르침을 거두어 주소서. 제 딸도 언젠가는 그 가르침을 받아들일 때가 오겠지요. 하나 그때까지는, 그러지 못하는 딸의 두려움을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나더러 제 딸에게 더는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사도들의 얼굴은 싸늘해졌고, 드워프들은 새파래진 얼굴로 역시 무릎을 꿇었다. 그런 이들을 번갈아 바라본 프라비타가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페룸에게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페룸에게 물었다. 딸을 위해 신의 노여움을 각오하고 나선 어머니에게.
“페룸, 그대는 프라비타의 친부모를 질투하는가?”
내가 묻자, 프라비타가 발끈했다.
“어찌 제 어머니에게 그리 말씀하십니까!”
다른 드워프들도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페룸은 순순히 말했다.
“네, 질투합니다.”
그리고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들도 절 질투할 테지요.”
“엄마!”
“여보!”
가족의 부름에 돌아보지도 않는 페룸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는 그들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잘해 냈는지, 제대로 알아 줄 이는 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니까요.”
침묵이 돌았다. 내가 소리 내 웃자, 종소리의 여운처럼 반영하는 침묵이.
나는 두 손을 내밀어 페룸을 일으켰다.
“페룸, 너는 프라비타만큼이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테오파노 님…….”
“나아가라, 페룸. 너의 길에 나의 가호가 함께 하리라.”
그런 후 나는 프라비타를 보았다.
“프라비타, 네가 선택을 내렸다면 받아들인다. 너의 신으로서, 너의 친부모를 대신하여서.”
프라비타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뜨였다.
“…제 친부모의 뜻을 어찌 아십니까?”
“네 친부모는 여기 있는 네 양부모와 생각을 함께하지 않을 성싶으냐?”
내가 되묻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너만이 아니라, 네 부모도 네 식구들도 선택할 수 있다. 서로의 선택을 존중할 때, 비로소 의미가 살아난다.”
이제 다시 막을 올릴 시간이었다. 나는 무대 모형을 집어 들어 품에 넣고, 배우들을 축복한 후, 다시 객석으로 돌아갔다.
다시 시작한 연극은 넓어진 무대에서 벌어졌다.
이번 배경은 드워프 마을이었다. 공주가 잠시 몸을 피한 곳으로, 잠깐밖에 안 나올 곳이지만, 드워프들의 향수병이 또 다른 역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무대는 이미 객석까지 확장해서 침투했는데, 드워프 마을은 본 무대에만 있으니 썰렁해 보였다.
사실 라스카라사 극단이나 아민타스 극단도 신들의 가호로 확장 무대가 벌어지리라 예상하고 그에 맞춰 연습한다. 그러지 못했던 달하늘 극단은 다른 극단처럼 활용하지 못하고.
내가 퀘스트도, 기아스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변했다. 나와 동떨어진 연극이었지만, 내 사람들이 그들과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사람들이 그들과 내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너는 정말 연극을 좋아하는구나. 너도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니?
-응! 누나! 응!
-배우가 되고 싶니, 연출이 되고 싶니?
-둘 다! 둘 다!
-그렇게 연극이 좋으면, 실패해도 다시 할 수 있어?
라스카라사 누나와의 대화에서 나는 결국 대답하지 못했었다.
어렸던 나는,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연극을 좋아하진 않았던 걸까.
아니면, 한 번의 실패조차 견디지 못할 정도로 연극을 좋아했던 걸까.
지금까지는 철저히 관객으로 남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 내 사람들과 함께 연극하고 싶은 마음을 위해, 다른 모든 연극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의 선택이 내 새로운 선택의 발판이 됐을 때, 최초의 선택을 했던 당시의 나를 떠올리는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무대 모형을 꺼내 무릎에 두고 스태프로 슬쩍 두드렸다. 이제 기아스건 퀘스트건 가리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 버리면, 내 사람들의 연극에 내 뜻만 강요하게 될 뿐.
그래서 나는 기아스의 편한 길로만 가는 대신 마법을 가미했다.
실제 공간의 축소인 무대 모형을, 공간 마법의 대상으로 삼아서.
실제 공간에 바로 마법을 쓰는 것보다, 마법을 고안하고 발현하기 쉬웠다.
공간의 과녁.
모형이 내가 겨냥하는 일점이라고 생각하고 스태프를 겨눈다.
명중해서 맞추는 순간, 모형은 거울이 되어 내 마법을 반사시킨다.
이것은 모형을, 공간의 공간으로 먼저 설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형 자체에 마법을 먼저 걸었기 때문에.
내면의 원이 조화로운 음율을 내며 돌아갔다. 이제는 새로운 마법의 구상과 발현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었다. 내면의 원이 내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릴 정도로…….
“테오파노?”
누군가 나를 불렀던 것도 같지만, 내 스태프는 이미 모형을 겨누고 있었다. 무대의 드워프 마을이 점점 늘어나고 확장하면서… 무대를 따라 무대 전체로!
다음 순간, 경탄이 바람처럼 일었다. 고개를 드니, 확장한 무대 위로 드워프 마을도 확장해 있었다. 극장 전체가 마을이 된 듯이.
드워프 특유의 지붕이 낮은 집들이 극장 여기저기에 옹기종기 들어섰다. 아늑한 느낌이었다.
“아, 좋은 마을이구나.”
무대에서, 프라비타가 말했다. 감탄하는데, 목멘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