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48
148
이럴 때는 신답게 나서서― 하지만 뭘 어떻게? 쉽게 해결이 되는 일이면 엘라디안 누나가 벌써 했겠지.
그때, 마리우스 왕자가 입을 열었다.
“엘라디안 여신이시여, 테오파노 신이시여. 오늘 저와 제 백성들을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작은 답례로나마 국유지인 이 숲의 수렵 허가권을 가난한 평민들에게 매년 일정 기간 내주겠습니다.”
-오, 수렵 허가권은 왕실의 수입 중 하나인데, 왕자가 통 크게 잘 쏘네요!
아타울프가 말하자, 프라비타도 맞장구쳤다.
-잘생겼는데, 착하기도 하네.
-착한 짓은 지금 처음 했거든?
아타울프와 레오파라와는 달리, 이 둘은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마리우스 왕자를 뚫어지게 바라본 엘라디안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든다. 하나, 그러려면 그대가 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누나가 말 잘했다, 진짜. 대관식도 올리기 전에 괴물과 싸우다니.
물론 그대로 뒀으면, 오크 요새는 나라의 큰 위협이 됐겠지만, 그래도 무모한 짓이었다. 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 가지만.
“왕이 될 마음이 없이, 어찌 두 분 신께 그런 말씀을 올리겠습니까.”
마리우스 왕자는 침착하게 말했고, 엘라디안 누나는 그에게 손수 술을 따라 주었다. 나한테 따라 주기도 전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제가 노래 한 곡 불러 보겠습니다.”
“어찌 신도가 되어 사도님의 노래를 듣고만 앉았겠습니까. 이번엔 제가 노래 불러 보겠습니다!”
프라비타가 흥에 겨워 일어서니, 그녀의 노래를 들은 적 있던 기사들이 얼른 일어나 말렸다. 그러다 같이 노래하게 되었지만.
역시 우리 프라비타의 매력에는 아무도 저항할 수 없지.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정말 기뻤다.
잔치가 무르익는 동안, 나는 엘라디안 누나와 마리우스 왕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의 예리한 직감이 발동했기 때문에.
잔치 자리의 흥에 맞추는 둘이었지만, 내 눈은 저마다 틈틈이 상념에 잠긴 모습을 포착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눈을 들어 서로 바라보는 둘을.
이 분위기는 아무래도…….
밤이 깊었다. 사람들은 푹신한 이끼 위에 드러누워, 밤꾀꼬리가 나지막하게 지저귀는 가운데 평화롭게 잠들었다.
그들에게 죽음 같은 잠을 내린 후, 나는 엘라디안 누나에게 물었다.
“내 조카를 누나의 사도로 삼을 거야?
내 친누나지만, 우리의 조카라고는 하지 않았다. 라비크를 동생으로 여긴 건 나뿐이니까. 그래도 내가 조카라고 강조하면, 누나도 날 생각해서 더 신경 써 주겠지.
하지만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엘라디안 누나는 이미 마리우스가 꽤 마음에 든 듯했다. 매를 통해 보낸 가호도 상당한 마음을 실었던 데다, 잔치 때 보낸 눈길도 그렇고.
“…그의 아버지가 너를 국가의 수호신으로 삼길 바랐는데, 이제 와서 나와 계약할 성싶으니?”
“난 상관 안 해. 라비크는 다정한 애였어. 죽어 갈 때, 내가 오니 반가워서 그랬겠지. 하지만 그 앤 내게 조카를 맡겼어. 그럼 조카가 자신이나 나라에 더 유리한 선택을 내리게끔 살피는 게 내 일이지.”
그러자, 숲과 사냥의 여신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설마…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누나, 혹시 내 조카가 마음에 들어?”
눈 딱 감고 물어 보았다. 그 순간, 누나의 눈초리란.
“넌, 네가 이해 못 하는 것의 원인을 헤르첼로이데의 가르침에서 찾는 일 좀 그만둬라.”
“아니면 됐어, 누나 사랑해.
진심이었다. 밀려드는 안도감과 함께 사랑도 왔으니까.
“촉새 같은 놈.”
“네, 촉새 누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동생을 촉새로 만든 여자의 말로일 뿐.
엘라디안 누나는 눈을 부라렸지만, 내가 잽싸게 술을 따라 바쳤다. 잠시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부모님 안부를 슬쩍 물어보려고 했을 때였다.
“라비크는 편안하게 죽었니?”
그런데 누나가 먼저 물었다.
“응, 삶을 마무리하며 생각이 많았었지. 하지만 평화롭게 갔어.”
“당연하지. 브론테제 숙부의 대리인이 임종을 수호했으니.”
“칭찬 고마워. 하지만 라비크 스스로 삶의 미련과 회한을 풀어냈어. 난 그 계기가 됐을 뿐이지.”
신이 이끈들, 따르겠다는 건 사람의 뜻이다.
“그런데 누나가 라비크에게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네. 마리우스를 보고 나니, 그 아버지에게도 생각이 미치는 모양이지?”
웃으며 말했는데, 엘라디안 누나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가 왜 사람의 왕에게 관심을 가지겠니? 나는 사람의 도시가 아니라 숲을 관장하고, 왕이 추구하는 문명의 발달과 가장 멀리 떨어진 신이거늘.”
“그러니까, 마리우스 왕자가 마음에 들어서, 한번 본 적 있는 라비크에게도―”
누나는 다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완벽한 추론을 펼치는 나르본의 수호자를 바보 취급하면서.
“내가 마리우스를 왜 마음에 들어 하겠니?”
“숲에서 괴물을 사냥한 영웅이니까―”
“영웅이 그 애 하나니?”
“그러니까 누나가 그 애 아버지인 라비크를 본 적이 있어서―”
“내가 본 반신이 라비크 하나니?”
“뭔데, 그럼 대체?”
내가 발끈하자, 엘라디안 누나는 탄식했다.
“속 시원히 말하지 않으면서, 답답하다는 듯 구는 거 진짜 싫어. 여기서 답답한 건 나거든!”
“…내가 이런 말 하게 될 줄 몰랐지만, 헤르첼로이데식으로 생각해 봐라. 물론 헤르첼로이데에게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면 죽는다.”
“헤르첼로이데가 여기서 왜 나와? 그녀가 마리우스를 마음에 들어 했어? 마리우스가 잘생겼긴 하지만, 스카텔란 형은 질투심이 강하잖아, 걱정스럽네.”
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엘라디안 누나는 이제 이를 갈았다. 동생에 대한 경멸로 몸을 떠는 친누나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멍청아, 마리우스는 내 아들이다!”
“아, 네, 마리우스가 누나 아들― 멍청이는 누나지! 마리우스의 어머니는 라프레아의 사스키아 왕비―”
나는 말을 멈췄다.
“…사스키아 왕비는 이혼했지… 설마… 설마… 라비크가 누나와의 사이에 마리우스를 가져서?”
그 순간, 친누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란. 내가 공부에 저항하려고 백지 답안을 냈을 때의, 라프트레이 형마저 능가했다.
“내가 라비크와 관계를 맺었던 건 그들이 결혼하기 전이야. 사람들도 너보단 눈치가 빠르겠다.”
“아니, 잠깐, 차근차근 얘기해 봐, 지금… 아니, 가만있어 봐, 라비크는 내 동생이야. 반신이지만 누나의 이복동생이기도 하잖아!”
그 순간, 엘라디안 누나는 폭발해서, 화환에서 파란 깃털 화살촉 하나를 꺼내 내 얼굴에 던졌다. 내가 급히 작은 방어막을 치자, 거기 맞은 깃털 화살촉이 튕겨 나왔다. 그리고는 내 발치에 푸른 박새로 변해 나뒹굴었다.
그 작은 파랑새는 삑삑 울어 댔고, 나는 얼른 주워서 쓰다듬어 주었다. 누나가 나를 해칠 의도는 없었지만, 지금 너무 정신이 사나웠다… 뭐가 어째?
“아마 너 혼자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누나는 다시 화살촉을 던지고 싶은 듯, 깃털 화환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라비크는 반신이 아니야. 아버지의 자식도 아니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내 소리는 내 귀에도 구슬프게 들렸다.
“그는 양극단의 신전까지 왔었어!”
“반신으로서 온 건 아니야. 아버지가 그의 가능성을 높이 사서 데려왔을 뿐이야. 그 신전에 도착하지 못하고 죽어 가던 사람들 중에도 능히 영웅의 자질이 있다 싶으면, 데려와서 아버지의 자식으로 공표하지. 그럼 그는 반신이 되는 거야.”
나는 도로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그 모든 반신들… 내 동생들은…….”
“물론 그중에는 진짜 반신도, 진짜 네 동생도 있었어. 네가 굳이 그들을 동생으로 부르겠다면, 누가 말리겠니?”
“아버지는 대체 왜 그러시는 거야?”
이제 내 목소리는 내 귀에도 애절했다. 프라비타보다 내가 더 표현력이 풍부했구나…….
“나도 너와 똑같은 걸 궁금해 했었지. 심지어 아버지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었어.”
아버지 헬라네스 신은 바로 대답했다.
-번식은 곧 힘이다.
그리고 엘라디안 누나를 질타했다.
-아직도 내 사생아들이 무엇인지 모르는가, 나의 적녀여?
그 말을 하며 아버지는 웃었다고, 누나는 회상했다.
-신들은 괴물보다 강하다. 그러나 괴물을 멸절하지 못했다. 괴물은 사람보다 강하다. 그러나 사람을 멸절하지 못했다. 내 딸이 그 이유를 모르면, 사람의 도시가 숲을 잠식할 때, 수호신으로서 숲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도 모르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아버지의 사생아들을 조사했지. 그들 중 태반이 아버지의 사생아가 아니고 반신도 아니었어.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주신의 자식이라고 믿고서 나라를 세웠다. 그 나라는 자신들이 주신의 후손이라 믿으며 발전했고.”
엘라디안 누나는 모닥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게, 다른 신들이 국교가 되기 시작한 지 역사적으로 얼마 안 됐던 이유야. 그전에는 사람들이 아버지가 그들의 수호신이길 바랐으니까. 오래된 나라들이 멸망하고 새로운 나라들이 세워지면서, 과거와의 차별성을 두고자, 새로운 신들이 수호신으로 나서기 전에는.”
“…나라를 세울 영웅들을 격려하면서, 한 나라의 수호신이 되다니, 아버지가 할 만한 일이네.”
“우리 형제자매들이 주신에게 반항한다고 생각해 봐.”
“생각도 하기 싫은데? 누나 혼자 해.”
“닥쳐. 그랬다고 가정하는 거야. 그건 헤르첼로이데나 다른 신들이 반항하는 것과 달라. 우리는 주신만이 아니라 우리를 낳은 아버지에게도 반항하는 게 되니까.”
“…그리고 자신들이 아버지의 자손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똑같은 이치에 사로잡히겠군.”
“아버지의 통치는 촘촘하고도 거대한 그물이다. 아무도 헤어 나오지 못해. 오히려 사생아들과 그들의 후손처럼 기꺼이 그 안에 속하려 들지.”
나는 불빛이 아른거리는 누나의 옆얼굴을 응시하다, 물었다.
“그래서, 누나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어?”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품지 않은 신은 없었다. 나만 해도 어렸을 때는, 이담에 크면 아버지처럼 될 줄 알았지.
“처음에는 고려했었지. 그래서 반신 연인을 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자를 연인으로 둘 이유는 없으니까.”
대체로 신들은 반신보다 사람 연인을 더 많이 뒀다. 헤르첼로이데는 자신의 승리로 간주했다.
-오만한 신들이 한낱 사람의 매력에 홀려, 자신을 잃어버리누나. 오로지 사랑만이 신들에게 겸허를 가르칠 수 있음이라!
“그리고 깨달았어. 아버지는 내가 그러길 바란다는 걸. 자신의 뒤를 따라 자신처럼 하기를.”
“…아버지로서는, 누나를 후계자로 고려하는 일일지도 모르지.”
신들은 후계자를 두지 않지만, 주신은 다를 수 있었다. 그렇게도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바라는 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니까.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질투심이 솟았다. 나는… 아버지의 가장 잘난 자식이 아닐뿐더러, 예전에는 가장 못난 자식이기까지 했다. 최근 활약을 펼쳐 봤자, 문명의 탄생부터 일해 온 다른 신들의 노고와는 비할 수 없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본 자식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게 대답했을걸. 그리고 자신처럼 할 수 있는 이를 후계자로 삼겠지. 정말 후계자를 바란다면.”
엘라디안 누나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그렇게 물어본 건 누나잖아.”
“다른 신들이 그들 각자의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고, 누가 아는데?”
엘라디안 누나가 그렇게 반문하자,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누나를 위로했다.
“누나의 마리우스는 아버지의 반신 자식들을 능가할 대단한 영웅이 될 거야. 내가 장담해.”
“고맙구나.”
엘라디안 누나가 피식 웃더니, 내 뺨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내가 어린애인 줄 착각하는 누나가 딱해서, 내버려 두었다.
그러더니, 누나는 생각에 잠긴 눈길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