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
15
“나는 신을 만나서 다른 사람이 됐어. 떠돌이 용병에서 신실한 전사로 거듭났지.”
“어, 그래, 멀쩡한 용병단 제 발로 나가서, 작은 시골 길드나 떠돌면서 작은 의뢰나 처리하는 등신 새끼나 할 법한 말이네.”
“나는 내 삶에 의문을 품었고, 내 일에 회의를 느꼈다. 하지만 넌 아니지. 지금도 잘만 살고 있잖아? 그런 자신에 불만도 없고 바꿀 마음도 없지.”
“그건 그런데…….”
“그러니까 나처럼 바뀌고 싶지 않으면 도망가란 거다. 신과의 만남은 널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테니까. 네가 아무리 거부해도 저분은 네 존재를 뒤흔들리라. 네 발목을 잡고 거꾸로 매달아서 네 머리로 대지를 내려치면, 네 모든 게 탈탈 털리리라. 불알에서 영혼까지.”
와, 레오파라가 말하는 나는 정말 세 보였다.
내 뒤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것도 신기했다. 형제자매들은 늘 내 앞에서 나에 대해 떠들어 댔으니까.
“그 정도라고?”
“네가 뭘 알겠어.”
그렇게 말한 레오파라가 피식 웃었다.
“돼지한테 명검을 줘 봤자, 제 멱인들 따겠냐? 그러니 포기하고 도망가란 거지.”
“이 자식, 말하는 것만 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됐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도망가려면 지금뿐이다. 네가 지금까지처럼 편하게 살아갈 마지막 기회니까.”
아타울프가 화를 내건 말건 레오파라가 요지부동으로 되풀이했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내 경고를 무시한다면, 이후 일어나는 일은 모두 너의 책임이다.”
“불길한 소리 하지 마! 신도가 된 거야, 예언자가 된 거야? 뭐 세상이 망하기라도 해?”
“내 세상은 안 망해. 네 세상이 망하지.”
그 순간 레오파라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그러나 걱정 마라. 새알 하나에도 네 좁은 세상보다 더 큰 우주가 담겨 있다. 그걸 깨닫기만 하면, 네 스스로 널 가둔 세상보다 더 큰 우주를 네 안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감동이었다.
역시 교리서는 레오파라가 써야 해. 내가 무슨 말을 하건 해석이 예술이니까.
“…미친놈아, 새대가리는 너다! 네 대가리나 새알 껍질처럼 금이 갔구나!”
아타울프는 씩씩거리면서 바로 자리를 떴다. 도망가나?
“흠흠, 흠흠.”
이제 눈 떠도 되나? 레오파라가 당황하지 않게 헛기침으로 신호를 주자, 레오파라가 말했다.
“일어나셨습니까?”
“어, 그래. 너도 잘 잤어, 레오파라?”
“아타울프에게 경고를 했습니다.”
모른 척해 주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술술 토설하는 레오파라였다. 내 신도는 이렇게 내게 모든 걸 말하는데, 나는 궁금하다고 그와 아타울프의 대화를 엿듣기나 하다니.
“왜, 왜 그랬는데?”
이럴 때는 너를 믿고 맡긴다고 말해야 하는데.
하지만 묻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사람은 흥미로운 존재니까, 신이 궁금해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테오파노 님은 제게 운명 그 자체로 다가오셨습니다.”
“그 말도 멋있다. 교리서에 꼭 써 넣어… 써 넣자.”
좋아라 말하다가 레오파라의 눈빛에, 바로 말을 바꾸게 되었다. 아까 아타울프도 그랬던 듯한데.
저렇게 눈빛만으로도 남의 수사법까지 자동으로 수정할 수 있는데, 왜 교리서를 안 쓰려고 하는 건지.
“하지만 그런 포교 방식이 항상 통용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처럼 신앙의 싹을 본래 품고 있던 자라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아타울프 같은 자에게는 제가 제 발로 우리 교에 왔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 둬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왔는데?”
심지어 그걸 아타울프에게 말한 것도 레오파라다.
“테오파노 님은 아타울프가 아닌 누구라도 권유했을 테고, 일단 받아들이면 제 발로 온 셈이죠.”
“그럼 대체 신앙의 싹이란…….”
“테오파노 님이 제게서 봐 주신 거죠.”
내가? 그게 뭔지 물어보려던 참인데? 모르면 그런 이들을 앞으로는 못 알아보잖아.
하지만 레오파라의 진지한 눈빛을 보니 입 다물게 되었다.
발트라하 누나가 이런 나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머리에 떠오르는 족족 말해 버리지 말고 입을 다물 줄도 알라고 그렇게 호통쳤었는데.
역시, 우리는 서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신과 사람이었다. 오늘도 우리 교는 승리한다!
“그럼, 일단 아침 식사부터 할까요, 테오파노 님?”
“그렇지, 우리 교는 굶지 않아!”
그렇게 기세 좋게 아침을 먹으러 갔지만, 도중에 붙잡히고 말았다.
“저자들입니다! 저 수상한 자와 더 수상한 자, 두 놈 다 적의 첩자가 분명합니다!”
아타울프가 우리를 첩자로 몰았다.
“무엇이? 적의 첩자라고?”
영주가 놀라서 다가왔다.
“첩자라니, 아타울프, 한심하다.”
레오파라가 혀를 끌끌 찼다.
“왕자와 기사라면 모를까, 이런 분께 첩자라니,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는다고?”
그가 호통을 쳐 대서 나는 아니라고 말할 기회도 없었다.
“보십시오, 아니라고 잡아떼며 가짜 신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왕자가 뭐하러 이런 영지전에 끼어들겠습니까? 그러면 큰일 나죠. 첩자인 편이 훨씬 낫습니다!”
말은 안 되는데, 듣는 이의 가슴을 덜컥하게 하는 아타울프였다. 음유시인의 재목이 용병이 됐구나.
영주가 홀린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 일단 포박해라!”
하지만 용병들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되레 멀찍이 서서, 서로의 옆구리를 찔러 댔다. 그다지 공감 가지 않는 친애의 표시였다.
“당장 포박해!”
아타울프도 소리쳤다.
레오파라는 팔짱만 끼고 가만히 서서, 내가 준 검 한 번 뽑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제일 먼저 다가온 용병을 쓱 쳐다보았다. 그대로 아래부터 위까지 전신을 한번 쭉 훑어보더니, 딱 한마디 했다.
“너, 오랜만에 보니까 근육 손실 다 티 난다.”
체격이 크고 우락부락한 용병의 얼굴에 우수가 드리웠다.
“아니야! 뱃살 아니야! 내 근육은 사라지지 않았어!”
다음 순간, 다른 용병들도 소리쳤다.
“살 아래 근육 있어! 적군을 방심시키고자 숨겼을 뿐이야!”
“지방도 거대해지면 근육 못지않게 위압적이야!”
“아니, 이것들이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영주님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냐!”
아타울프가 고함쳤다. 용병들이 찔끔했다. 그럼 이제 그 자신이 우릴 잡으러 오나? 그때 무슨 마법을 날릴까? 레오파라가 말한 대로, 우릴 포박하려는 밧줄로 그의 발목을 묶어 거꾸로 매달아서 탈탈 털어 줄까?
그럼 레오파라의 경고를 예언처럼 보이게 할 테지. 내 신도가 나를 띄우면, 나도 내 신도를 띄우고말고.
“조용, 조용히 해라!”
하지만 영주가 먼저 소리쳤다. 다들 그의 존재를 잊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러나 영주는 모두에게 무시당했던 줄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사악한 적의 첩자 놈들아, 내 아들은 대체 어쩌고 있느냐?”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어안이벙벙해서 말이 안 나오는데, 영주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이제 막 성주가 된 놈이 대체 무슨 돈이 있다고 대뜸 농성한다는 거냐? 설마 성을 저당 잡히고 돈을 빌린 건 아니겠지? 제 어미가 물려준 성인데? 그놈이 그렇게 충성을 다하는 후작은 지원이나 제대로 한다더냐? 설마하니 어디 다친 곳은 없겠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답을 안다고 해도 말할 새도 없이 물어 대는 영주였다. 이러려고 잡아 뒀나 싶기도 하고.
설마 부자간에 대화 못 해서 전쟁하는 거 아니겠지?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허락만 받고 와 버린 뒤여서.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영주처럼 노여워할 일이었다.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고 당장은 내버려 두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저 영주처럼 폭발하면 어쩌지?
하지만 아버지의 노여움이 두렵다가도, 아버지의 걱정에 더 마음 쓰였다. 첩자를 붙들고 군사 정보가 아니라 아들 일을 캐묻는 저 영주처럼.
“영주여, 자식 걱정은 그만하라.”
내가 말하자 영주는 고마워하긴커녕 펄쩍 뛰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놈 걱정을 누가 한다고!”
아… 우리 아버지도 저런다고 생각하니……. 가만, 주신인 아버지가 안쓰러워지려고 하다니, 내가 미쳤나.
사람의 마음이란 들여다보노라면 넋을 놓기 일쑤였다. 정신 차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테오파노 신이다. 내가 이 전쟁을 끝내겠다.”
그리고 너희 부자를 화해시켜 주지. 내 은총을 사양하지 말라!
그러자 영주는 물론 사람들은 입을 헤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멍하다 못해 몽롱하기까지 한 눈길을 한 몸에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헤르첼로이데가 말한, 눈길 하나로 등줄기가 짜릿한 느낌이 바로 이런 건가.
“대체 누구야? 렐이 귀족 수호 의뢰를 수락했다는 것부터가 수상하긴 했는데.”
“잘생긴 놈은 미쳐도 곱게 미치는구나. 입에 거품 물고 발가벗고 그러진 않네.”
“그러게. 국왕 폐하에게 사생아가 또 있었던 거야?”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레오파라가 다시 한번 쓱 훑어보자, 모두 잠잠해졌다. 마치 레오파라의 시선이 그들의 등줄기를 짜릿하게 한 것처럼.
“네 아들에게 같이 가자. 나의 축복을 받으며 두 부자가 대화하면 화해할 수 있다.”
나는 넋 놓고 바라보는 영주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우리 부자에게도 이렇게 만남을 주선해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주 부자는 날 만나서 좋겠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전쟁 중인 거 모릅니까?”
아타울프가 소리쳤다. 레오파라가 아타울프를 향해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아라, 테오파노 신께서 기적을 일으키실 테니까!”
아니, 아무리 내 신도라도 그렇지, 사람들 앞에서 저런 말을 대놓고 하다니! 숲에서 둘만 있을 때는 해도 괜찮지만.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쑥스러워할 수가 없었다. 그냥 솔직하게 좋아하는 편이 내 성향에 더 잘 맞았다. 하긴 내가 솔직해야, 내 신도들도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침울하던 용병이 지금 적나라할 정도로 방긋 웃는 모습을 보자 뿌듯했다.
나는 검은 로브를 훨훨 벗어던지고, 어머니의 선물인 보랏빛 옷자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대답도 못 하는 영주는 충격이 큰 듯해서 먼저 길을 터놓고자.
“얼굴이고 옷이고 성화에 나오는 사람 같아.”
“그런데 하는 짓이 미친놈이잖아.”
“돈이 없어서 미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데도 미쳤다니 진짜 신인갑다.”
사람들이 감탄하는 가운데, 나는 성문 앞에 섰다. 레오파라도 내 곁에 섰다.
“뭐 하는 거야! 저 미친놈 안 막고 뭐 해, 이 미친놈아!”
그때 아타울프가 헐레벌떡 달려와서 소리쳤다.
“저기 위에서 화살 겨누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러다 다친다고!”
아, 이제 봤네.
“그러고 보니 공성추랑 공성탑은 아직 안 왔어? 정말 화살을 잘 막는지 보고 싶은데.”
내가 묻자 아타울프를 따라온 영주도 그를 바라보았다.
“어제 산 건데 벌써 왔을 리가 있냐! 오고 있는 중이다.”
아타울프가 화를 냈다.
“그래, 하지만 필요 없다.”
“무슨 소리야, 대체? 그거 없이 공격을 무슨 수로 하는데?”
“내가 전쟁을 막을 테니까 필요 없다. 귀가 멀었으면 의사에게 가서 송곳으로 파내어라.”
아타울프에게 그렇게 충고한 나는, 이번에는 성벽에 줄줄이 늘어서서 내게 활을 겨눈 사람들에게 외쳤다.
“성주여, 오라!”
그러자, 성벽에서 턱수염이 난 남자 하나가 고개 내밀더니 소리쳤다.
“우리 성주님이 뉘 집 개 이름이냐? 네 맘대로 오라 가라 하게?”
친근하게 부른 건데, 그렇게 들릴 수도 있었겠다. 사람도 좋지만, 아직은 개가 더 귀여우니까.
“나는 테오파노 신이다.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잠시 휴전하고, 부자끼리 대화하라.”
조용해지면서 내 말만 침묵 속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 느낌이 좋았다.
나는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신인가 보다. 지상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내 성향을 평생 모르고 살 뻔했네.
다른 병사들이 턱수염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타울프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는데 영주가 손을 내저어 막았다.
그때 턱수염 난 남자가 고함질렀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싸운다! 당장 꺼져라!”
그때 내 활약상을 기쁜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레오파라가 나섰다.
“무엄한 놈!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 마라! 당장 성주에게 이쪽의 휴전 의사를 전하고, 대답을 받아 와라!”
“나는 성주님이 고용한 용병대장이다. 네놈들의 의견은 전할 가치도 없다!”
“이놈이! 네가 뭔데 방해하느냐! 내 아들에게, 휴전을 거절할 거면 직접 나서라 그래!”
그때 영주가 고래고래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