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4
14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는데, 헤르첼로이데는 쏘아붙였다.
-다른 신들은 신전으로 도피하면 죄인이라도 살려 주는데, 나만 안 살려 주면 내 권위는 뭐가 되나?
-그럼 다 같이 안 살려 주기로 하면 되잖아.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
헤르첼로이데는 화를 냈다. 본인이 살려 주기 싫어서 나한테 화풀이하는 게 틀림없었다.
나중에 발트라하 누나가 설명해 주었다.
-사람의 법보다 신의 종교가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 주려면, 성역만 한 것이 없다. 사람에겐 범죄자라도 신은 살려 줄 수 있으니까. 그것이 사람의 법보다 위대한 신의 자비지.
-하지만 그 범죄자는 신전에서 죽느니만 못한 처벌을 받는다고 했잖아. 그게 왜 자비야?
나는 설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발트라하 누나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하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단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누나가 화를 내지 않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자신의 신전, 자신만의 성역을 갖지 못한 존재는 영영 알 수 없으니까.
“대략 그런 이야기야. 너도 이해 못 해도 괜찮아.”
신들의 이야기를 사람에게 너무 자세하게 하면 안 되는데, 첫 사도다 보니 마음이 편해서 실수하고 말았다. 다음에는 조심해야지.
하지만 레오파라는 전혀 마음이 편해 보이지 않았다.
“테오파노 님… 제가 반드시, 신전을 세워 드리겠습니다.”
“어어, 그래, 고마워.”
“기필코, 거대하고도 장엄한 신전을 세워 드리겠습니다.”
“아, 좋은데 난 너무 장엄한 것보다 밝고 환하고, 춤추고 노래하기 좋은 분위기였으면 좋겠어.”
“네, 테오파노 님이 원하는 신전, 반드시 세워 드리겠습니다.”
“무리하진 말고.”
“전혀 무리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 악물고 말하지 말고.”
그제야 레오파라는 웃어 보이며 물었다.
“그래서 그 성역과 이 문제가 어떻게 연관됩니까?”
“성역이 커진 게 성지야.”
“아…….”
레오파라는 단번에 이해했다.
대도시에는 모든 신전이 다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도시도 많다. 신전이 있건 없건, 모든 지역이 주신과 모신, 사계의 신들은 기본으로 섬긴다. 그렇지만 그 지역만의 수호신을 두면 그곳은 그 신의 성지가 된다.
즉, 테오스 마을은 나의 성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성역도 없는데 대뜸 성지부터 만들었네. 테오스 마을은 신전을 세울 여력이 없는 곳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대담한데? 나도 사람들처럼 간이 제법 큰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성을 둘러싼 싸움처럼, 옛날에 스카텔란 신과 발트라하 여신도 한 도시를 두고 싸웠었지요.”
레오파라가 말했다.
“그래. 신으로서도 출신지나 연고지가 아닌 곳을 성지로 삼기란 쉽지 않아. 그 지역에 세력 기반을 탄탄히 쌓아야 하거든. 그러지 않으면 다른 신에게 빼앗길 수도 있으니까.”
스카텔란 형은 자신이 그 도시를 차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발트라하는 실로 지혜의 여신다운 교묘한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그때 둘이 큰 싸움을 벌일 뻔했어. 두 신이 그 도시에서 싸웠으면 도시가 파괴됐을 테고, 그럼 아버지가 노했겠지.”
“…그게 큰 싸움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레오파라가 물었다.
“도시가 멸망해서 사라진 문명이 되지는 않았잖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 이후로 발트라하 여신과 스카텔란 신이 서로 사이가 나빠졌군요.”
“그건 아니야. 둘은 어차피 그전에도 사이가 나빴고, 그 일이 없었더라도 사이가 나빴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성을 둘러싼 싸움에 단지 부자간 갈등만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군요.”
“그렇지. 신들도 갖고 싶은 도시가 있다고 해서 예전처럼 대놓고 싸울 순 없어. 아버지도 가만있진 않지만, 도시가 파괴되면 성지로 삼을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대리 싸움을 벌이는 거야.”
그때, 스카텔란 형은 전쟁 영웅을, 발트라하 누나는 정치가를 내세웠다. 두 사람은 두 신을 대표하여 싸웠고, 놀랍게도 발트라하 누나의 정치가가 이겼다.
“큰돈을 잃었어. 신들끼리 누가 이기나 내기를 했거든. 나도… 누님이 만만치 않은 상대인 줄 알고는 있었어. 다만 승률에 혹하는 바람에…….”
“괜찮습니다. 다시는 내기를 안 하시면 됩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우울해졌지만 레오파라가 위로해 주었다.
“즉, 정리하자면 신들은 성지를 차지하고자 인간들을 내세워 대리 싸움을 펼치는데, 지금 이 성에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두 대영주가 두 부자를 내세워 세력 싸움을 펴는?”
레오파라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확실하진 않아. 내 직감에 불과해. 나는 늘 보고 듣는 게 그런 거였어. 지상에 처음 왔는데도 신들의 관념으로만 생각해 버리는지도 몰라.”
레오파라가 내 말이면 덮어 놓고 믿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러다 틀리면? 이게 헤르첼로이데가 말했던 권위 문제인가.
“네가 내 말만 무턱대고 믿다가 피해 볼 수도 있어.”
나는 얼른 말했다.
권위를 중시하게 된 것도 결국 레오파라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파라가 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면, 신뢰의 문제가 된다.
“그런 면도 있겠지요. 하지만 신들은 인간사에 깊이 관여하니, 테오파노 님의 앎은 인간 세상에서도 큰 쓸모가 있습니다.”
레오파라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제가 테오파노 님의 말을 신뢰하는 건 신으로서의 앎 때문만은 아닙니다. 테오파노 님이 사람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또한 테오스 마을 사람들에게 그랬듯.”
레오파라가 싱긋 웃었다.
“테오파노 님이 인간 세상에 처음 내려오셨듯, 저도 어느 신의 신도가 되어 보기는 처음입니다. 앞으로 신전을 세우고 국교를 일으키기까지 시행착오가 많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틀릴 리 없다고 믿는 게 아니라, 서로 좋은 신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니까요.”
그러더니 진중한 얼굴로 덧붙였다.
“저도 테오파노 님의 믿음에 부응해서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네가 말했듯, 인간사에 신이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결국 신을 향한 인간의 믿음이 신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야.”
레오파라가 다시 웃는 가운데 우리는 내일을 위한 계획을 짰다.
밤이 되어 레오파라는 어느 막사에 잠자리를 구했다. 그 막사의 용병이 어째 낯설지 않았다. 얼른 자리를 비켜서 말을 걸어 볼 새는 없었지만.
“아까, 밥 먹을 때 너와 얘기한 사람 아니야?”
“그랬나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듯도 하군요. 정보를 얻기 위해 워낙 여러 사람과 만나서요.”
레오파라는 잠자리를 정돈하느라 바쁜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정보는 어떻게 얻었어? 나와 내내 같이 있었잖아.”
생각하면 밥 먹을 때 내가 밥도 먹고 구경도 하고 상인과 이야기도 나눌 동안, 레오파라는 대체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도 용병들이 먼저 다가왔다. 구경하거나 상인과 이야기하다 고개를 돌려 보면 어느새 레오파라 옆에 용병이 앉아 있었는데, 말이라도 걸라 치면 바로 사라졌다.
“…그렇게 잘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제가 낯을 가려서요. 그냥 오랜만에 오면 인사나 주고받는 거죠.”
레오파라가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중요한 정보는 다 얻었잖아? 대단해.”
“다 테오파노 님의 가호 덕분입니다. 막강한 신을 섬기니, 그 후광을 저도 받는 효과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뭐든 내 덕분이라고 해 주니까 뿌듯하다!”
“그럼요. 제가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일일이 한 놈 한 놈 을러대… 어르고 달래야 했었는데, 지금은 가만 앉아 있기만 해도 알아서들 술술 부는군요. 이게 다 테오파노 님이 제 옆에 계시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오늘도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우리도 우리의 전투를 개시할 테니까.
* * *
“…너, 대체 언제 떠날 거야?”
“…조용히 해. 테오파노 님이 깨신다.”
벌써 아침인가……. 잠결에 등 뒤에서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
“어이가 없네. 나보고는 귀족들에게 알랑거리지 말라던 놈이. 손은 병신이 돼서 돌아와선.”
“테오파노 님은 귀족이 아니다. 신이시지. 나는 그분에게 알랑거리는 게 아니라 그분을 믿는다.”
“뭐가 어째?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또한 나는 너한테 정확히 고용주들에게 알랑거리는 척, 등쳐 먹지 말라고 했었다. 정 내 말을 귀담아듣겠다면 제대로 기억부터 해라.”
“…꺼져, 닥치고 꺼지라고!”
처음에는 조용조용 대화하는 듯하더니 이제는 싸우는 듯했다. 말려야 하나.
하지만 맨날 형제자매들의 싸움만 보는 것도 질렸다. 게다가 사람들의 싸움은 처음 보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심해지면 그때 말리면 돼. 조금만 더 듣다가…….
눈앞에서 형제자매들이 서로 멱살 잡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뭔가 목소리만 듣는 것도 좋았다. 무슨 표정일지 상상하게 되고 하는 말에 더 집중하게 되니까.
그럼 내 종교를 알리는 레오파라의 목소리를 널리 퍼뜨릴 수는 없을까? 그런 마법을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일단 내 목소리부터 크게 해서,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게 되면 노래 불러 주고 싶다. 지켜 줄 테니까 행복하라고 하면 그게 행복의 신이지.
“너는 내가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아나? 나야말로 당장 떠나고 싶다.”
“그래, 내 용병단을 노리고 있으니까 못하겠지. 그래서 용병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거고.”
“놈들이 인사하러 오는 걸 무슨 수로 막아? 그리고 내가 아니라 테오파노 님이, 네 용병단이 아니라 너를 노리신다.”
“뭐? 뭐라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타울프는 기겁했다.
“왜 네가 날 노리지 않고? 날 죽이고 내 용병단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었어?”
“나도 아쉬우니 자극하지 마라.”
“왜 저이가 날 노리는데?”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 하지만 신의 뜻이란 실현되기 전에는 사람의 눈으로는 미처 깨닫지 못할 때도 있는 법.”
“소름 끼치는 소리 마. 너 이런 놈 아니었잖아.”
“그런 내가 변했으니 저분이 신이 맞지. 안 그러면 귀족이고 왕이고 날 변화시킬 수 있었을 거 같아?”
“미친놈이 미친 소리 하는데 개연성은 왜 챙기고 지랄이야?”
아타울프는 화냈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대체 내 얘길 뭐라고 한 거야? 네놈 수작인 줄 모를 거 같아?”
이번엔 레오파라가 화냈다.
“미친 소리 마라. 너 같은 자의 이야기를 뭐 하러 입에 담겠나? 내 입도 더러워지고, 그분의 귀도 더러워진다.”
“이 자식 말본새 봐라.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거봐. 너도 내가 널 싫어한다고 인정해.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 세상에 너 같은 놈이 존재한다는 걸 끝까지 부인했을 터였다. 그분이 네놈을 미리 알고 있지만 않았다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그걸 네가 알지 내가 알아? 찔리는 게 너무 많아 짚이지도 않나 보군.”
“너는 날 그렇게 싫어하면서 너의 신이 날 보러 오도록 말리지도 않았냐?”
아타울프가 급박하게 물었지만, 레오파라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는 말렸다.”
“좀 더 열심히 말렸어야지!”
“난 신실한 신도라 신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네게 달렸다.”
그러더니 레오파라는 지금까지 아타울프에게 한 말 중 가장 진심을 담아 말했다.
“도망쳐.”
순간, 내 사도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신이니까 같이 믿자고 포교하는 대신 말리다니.
물론 전쟁에서 레오파라가 괴물의 편에 서지 않는 걸 확인할 때까지, 나도 그를 다는 믿을 수 없지만.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지금 전쟁 중인 거 몰라?”
“지금 전쟁이 문제야? 신이 네 영혼을 노리고 있는데?”
“말이 안 되잖아. 네가 믿는 신의 뜻을 거역하고 신이 노린다는 나더러 도망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