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8
158
“그는 전쟁 통에 늙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과 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요.”
바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전에도 잡을 뻔했던 실마리… 거대 마석을 얻었던, 모래가 차오르던 마을 근처에 살던 그 백발노인!
테오가 그 노인의 아들이었을까.
“그가… 식구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는 장소가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버지의 집이라든가.”
내 물음에, 사도들도 눈치챈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네… 헤어지면 만나게 되어 있는 곳이 있다고,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들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을 텐데.
사라진 테오가 고난 끝에 그곳에 간다고 해도, 아버지부터가 먼저 사라지고 없는데.
그런들 그는 그곳을 떠날 수도 없겠지. 아버지가 죽은 줄도 모르니까. 아버지가 자신처럼 오는 중이라고 여기면서, 그 아버지처럼 기다리겠지. 알려 준들, 여전히 생사를 모르는 아들을 기다릴 테고.
하지만 꼭 알려 주어야 할까. 어쩌면 그 기약 없는 기다림이야말로 그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럼, 우리도 테오가 그의 식구들을 기다리듯, 테오를 기다려 보자. 그를 다시 만날 날까지.”
테오가 살아가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를 그리워하는 방식의 하나니까.
사람들이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이 입을 열었다.
“사도의 역할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테오파노 님의 사도가 되고 싶습니다.”
나도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아직은 그들을 테오처럼 되지 않게 지킬 자신이 없었다. 그들도 내게 막 구원받은 상황에서 테오처럼 기다릴 식구도 없으니, 나만 보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내 사랑하는 사도들이여, 그대들 모두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가지리라. 그동안 잃어버린 이들을 애도하고, 고통과 슬픔에 시달린 심신을 추스르라. 그런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매, 사도의 삶과 신도의 삶 중 무엇을 바라는지, 그때 가서 생각하라.”
새로운 사도들은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안아 주고 싶었다. 나도 팔이 백 개였으면.
그때 자연스러운 마법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한 사람 한 사람 따로따로 보내야 했던 생명력이 파장으로 일어났고, 날개처럼 펼쳐져, 햇살처럼 따사롭게 그들을 감싸 안았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내면의 원들이 따라 흐르듯.
내가 팔 벌리자, 나를 에워싼 새 사도들이 탄성을 올리며, 서로 끌어안았다. 사도들이 합류했다. 기사 신도들도 왔다. 렉스가 흐르는 눈물마다 작은 물방울을 터뜨렸다.
“크앙앙!”
“히힝힝!”
그리고 몸만 커다래진 아가 둘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발을 굴렀다. 사람들이 움찔했다가, 선 채로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발을 구르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골렘 정수리의 꽃도 한들거리며 아래위로 춤추었다. 모두 날 닮아서 분위기를 잘 파악했다.
“이제 떠나야 합니다.”
지켜보던 마리우스가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렇다. 그대에겐 돌아가야 할 때고.”
내 말에 마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우스는 새 사도들이 함께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앞으로도 보살펴 주겠다고 했다. 기사들도 그들이 사도가 되건, 되지 않건 돕겠다고 나섰다.
“내 성역에서 용감하게 싸운 그대들 모두에게 내 가호를 내리노라!”
우리를 숲 가장자리까지 이동시켜 준 엘라디안 누나가 말했다. 숲과 사냥의 여신이 내리는 가호를 받으면, 숲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
대단한 축복이었다. 어느 나라선 한 왕자가 어릴 때 숲에서 실종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커서도 다시는 숲에 들어가지 않았다. 왕이 사냥도, 숲을 지나가는 여행도 하지 않았다면 국정에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숲과 사냥의 여신 엘라디안이시여, 영광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 꿇고 절하며 감사를 표했고, 나는 누나를 끌어안았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할 수 없는 조카 몫까지.
“누나, 고마웠어.”
“내가 할 말이다.”
누나도 나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구박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야 동생이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제라도 솔직해졌으면 됐지.
숲을 떠나 다시 수도 세렌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잔잔하고 평탄했다.
골렘은 흙으로 돌려보내야 했지만, 언제라도 다시 불러낼 수 있도록, 골렘의 알을 보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마리우스가 겨우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내가 모닥불도 순식간에 피우고, 아민타스 형이 챙겨 준 술도 꺼낸 뒤에야, 넌지시 운도 띄운 후에야.
“우리 누나와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왜 물어보십니까?”
표정은 무뚝뚝한데, 속은 예민하긴.
“안 묻게 생겼니? 너도 조카가 생기면 내 기분을 알 거다.”
“그럼 큰아버님은, 그 조카가 남동생의 자식이 아니라 누나의 자식이었다는 진실이 놀랍지도 않으십니까?”
남동생과 누나의 자식이었다는 소리보다는 나으니까. 그리고 우리 가문의 옛 족보에는 더 엄청난 일들이 있었고.
“어느 쪽으로건 너는 내게 조카지.”
나는 가능한 한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너로선 충격이 크겠구나. 나도 그렇단다. 혼란스러웠지. 하지만 결국 넌, 내 조카 마리우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무뚝뚝한 건 변함없는 조카이고, 음, 그러니까 너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변한 것도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네 표정만큼이나.”
…가만, 이거 욕인가? 아니, 진짜 약간 발트라하 누나의 수사법 같기도 하잖아?
“하… 하하… 하하하!”
하지만 조카는 웃었다. 처음에는 헛웃음으로 시작해서 참으려다가, 정말로 웃고 만 듯.
“웃으니 보기 좋구나. 나는 늘 웃음의 신이 되고 싶었지. 너같이 무뚝뚝한… 아니, 이성적인 애도 웃다니, 역시 너는 내 조카고, 나는 네 큰아버지로구나.”
“…큰아버님은 제가 반신인 걸 아시고도 절 변함없이 대해 주시지요. 하지만 제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어땠을까요?”
“라비크는 물론 기뻐했겠지! 반신이라는 사실은 그의 자부심이었으니까.”
나는 확고하게 말했으나, 말하고 보니…….
“제가 반신이 되면, 아버지는 반신이 아니게 되는데도 말인가요?”
“…마리우스, 너는 라비크가 자식인 너를 질투하리라 생각하느냐?”
어린놈이 죽은 아버지에게 할 말인가? 나는 노여움에 차서 마리우스를 노려보았다.
죽은 동생이 보살펴 달라 부탁하고 간 조카고, 예지의 꿈에서는 내가 동경했던 영웅 마리우스. 하지만 시건방진 소리를 하면 혼나야 하고말고.
어차피 난 브론테제 숙부처럼 다정하게는 못 한다. 하지만 나도 마리우스보다 훨씬 다정한 조카다.
“큰아버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숲과 사냥의 여신을 가까이서 뵙자마자, 단번에 그분의 신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 없었죠. 여신의 연인이었던 아버지가 그분의 정체를 몰랐을까요?”
시건방진 놈이 되물었다. 그야 신이 사람으로 변장하지 않고 신성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사람은 눈치채지 못한다. 반신은 물론 알아챌 수도 있지만─ 아.
주신 헬라네스를 비롯해, 사람 연인에게 정체를 감춘 신들은 여럿이었다. 하지만 엘라디안 누나는 그런 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누나에게 캐묻지 않은 건, 사생활을 존중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누나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나가 주신의 도발에 응해, 사람 연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을 보았다고 한들, 주신의 방식으로 했을 리 없었다. 그래서 그 사랑이 누나에게 아픔을 남기기도 했고.
그래서, 라비크가 누나의 정체를 알았다면, 누나가 나처럼 그의 혈육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하여 자신도 나의 혈육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자신은 반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아로 자란 그의 긍지. 그 눈과 얼음의 땅으로 걸어 들어가게 했던 용기의 근원.
말이 나오지 않는데, 마리우스는 태연히 이어 말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큰아버님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어요. 저처럼 작았던 큰아버님을 목마 태웠던 거며, 둘이 같이 누가 더 과자를 많이 먹나 대회를 열었던 이야기며, 모든 걸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다 했구나, 라비크. 형의 위엄과 큰아버지의 권위는 어쩌고? 무덤에서 돌아누워 봤자 소용없다! 네 형은 죽음의 신의 지상 대리인이시다!
“저는 즐겁게 들었어요. 신들과 그렇게 어울리며 친형제처럼 놀았던 아버지라니, 정말 반신 같았죠. 그런 아버지가 부러웠죠.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게 자랑스러웠고요.”
눈을 부릅뜬 내게, 마리우스가 대놓고 웃더니 저 혼자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가 어머니로 알았던 분이 떠난 후, 아버지는 더는 큰아버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제가 아무리 졸라도.”
…라비크로선 내 생각을 하면, 누나의 생각도 났겠지……
“그래서 저도 큰아버님의 이야기를 잊고 살았어요. 가끔 떠올라도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들려준 동화 같기만 했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그 이야기를 제 이복동생에게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혼란스러웠어요. 아버지가 제게만 진실을 말한 건지, 혹은 그 반대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나는 말없이 술잔에 술만 따랐다. 마리우스에게도 필요하겠지만, 내게 더 필요한, 아민타스 형의 가호였다.
“지금 생각하니, 저는 크면서 반신의 징후를 확실히 드러냈어요. 사람들은 제가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어떤 이들은 제가 아버지보다 더 반신 같다고도 했죠. 론다 공작은 그들과 아버지의 사이를 이간질해서, 그들을 파멸시켰습니다. 그 후로는 다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기사들 이전에, 어렸던 마리우스의 힘이 되었던 이들이겠지…….
“…라비크가 그랬다고?”
목소리가 그만 떨려 나왔다. 마리우스는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아버지는 그 일을 후회했어요. 두 번째 왕비를 위해 론다 공작을 내치진 않았지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요. 론다 공작이 무슨 말을 해도 꿈쩍도 않았죠.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전 아버지의 후회를 역력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나는 다소 날카롭게 물었다. 마리우스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에서요.”
“…그 역시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었겠구나.”
“네, 부모가 볼 때마다 후회를 느끼는 대상이라는 건, 자식으로서 잊을 수 없는 느낌이죠.”
그렇게 말하며 잔을 비우는 마리우스의 얼굴은 태연했다. 이미 그 모든 느낌을 갈무리해, 묻어 버린 듯이. 저렇게 담담하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하지만 아버지가 제게 느낀 게, 과연 후회만이었을까요?”
…확실히 라비크가 자기 아들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고, 이제는 나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오래 손가락질받으며 큰지라…….”
“질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리우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자신이 우리 둘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고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술잔을 비웠고.
“전 아버지의 부러움은 받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소스라쳐 마리우스를 바라보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 고요한 옆얼굴에, 그만 시선을 돌렸다.
“…라비크는 널 사랑했다.”
“압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선 더 힘들었어요. 차라리 아버지가 저를 싫어하는 편이 나았을까요. 원인조차 모른 채, 아버지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자식이 되느니.”
“사람의… 자연스러운 단계다. 어느 순간 늙고, 지금까지 키워 온 자식에게 의지하게 된다. 자신이 약해지는 만큼 자식이 강해지지. 라비크 아닌 누구라도 느꼈을 감정이다.”
신들을 제외하면.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은, 신들 중 누구보다도 강하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그가 자식들에게 질투심이나 열등감을 느낀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엘라디안 누나의 말대로 아버지가 후계자를 바라거나 바라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자신처럼 강해지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걸 한심하다고 느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을 자신처럼 해 보라고 도발하고 독려하는지도.
내가 아버지에게 아버지처럼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물으면, 아버지는 뭐라고 대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