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04
204
이제 그녀가 낳은 것들은 그녀가 낳지 않은 존재들에게 지배당했다.
-너를 풀어 줄 테니 봄을 오게 하라!
나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내인 모신 마그나테라가 모든 힘을 잃기 전에, 구해야 했다. 일단 그녀가 다시 힘을 얻으면, 그때야말로 모신과 힘을 합해, 이 두 패륜아들을 처벌하리라.
-그러겠습니다.
-거짓을 고해선 안 된다. 너를 풀어 주는 즉시 세상을 정복하려 들지 마라. 너는 남아 있지 않으리라, 너는 물러가리라. 겨울은 가고 봄이 오리라! 네가 창조한 존재들에 걸고 맹세하라. 맹세를 어긴다면 그것들은 파멸하리라!
-내가 창조한 존재들에 걸고 맹세하노니, 내가 풀려난다면, 겨울은 가고 봄이 오리라!
헬라네스가 맹세했다. 나는 그를 풀어 주었다. 그러자 곧 봄이 왔다.
-나, 봄의 여신, 피오르델리케가 봄을 가져왔노라!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훈훈한 바람이 불었다. 새싹이 돋아나고, 새 잎이 돋아났다. 꽃들이 피어나고,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났다.
마그나테라가 다시 힘을 얻었다. 이제 반격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나는 파스투란, 여름의 여신이노라! 봄에 이어 여름이 왔다!
바다의 여신인 또 다른 딸이 나섰다.
나와 아내는 긴장했으나, 여름은 겨울과 달랐다. 오히려 여름에 생명이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풀은 무성해지고 나무는 커져갔다. 봄에 태어났던 새로운 동물들은 이제 완전히 성장했다.
-나는 브론테스, 가을의 신이노라. 봄이 가고 여름이 가듯, 가을이 왔노라.
가을은 여름처럼 덥지 않았다. 가을에 열매는 무르익고 동물들은 새끼를 낳았다. 나무들의 이파리는 아름답게 물들었다. 봄과 여름을 거치며 겨울을 이겨 낸 자연이 그 결실을 수확했다. 그토록 가을의 변화는, 봄과 여름 못지않게 눈길을 빼앗았고─
그리하여, 비로소 깨달았다. 가을이 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었다는 사실을.
-나는 주신 헬라네스, 겨울의 신이나니! 내가 왔도다!
헬라네스가 외쳤다.
-이로써 테트라크로노스τετράχρονος, 사계절이 완성되었노라!
시간, 지금까지 아무도 파악할 수 없었던 시간. 세상의 가장 큰 수수께끼.
그러나 사계절은 그 시간을 나누었다. 모신인 자연을 사계절로 나누는 절차는, 결국 그 배우자인 주신을 사계절로 결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태양의 신을 위해 일력을, 달의 여신을 위해 월력을 창조하라.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다 죽는 사람은, 시간의 눈금이 되리라!
헬라네스가 선언했다. 그를 주신이라 믿는 사람들은 그의 말 또한 믿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기록하여 달력을 창조했다. 사계절의 모든 변화를 기록하여 절기를 명명했다. 사람의 일생, 그 모든 변화를 기록하여, 각 기간마다 구분을 두었다.
그렇게 그들은 나를 옭아매고 내게 그 모든 눈금을 새겼다. 나를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누고, 절단하고 토막 내며 셈하여 매겼다.
-시간은 곧 변화이니, 시간은 흐르리라. 시간은 흐르고 흘러가니, 멈추지 못하리라!
이제 새로운 주신으로 등극한 헬라네스가 나를 저주했다.
나는 흐르고 흘러가야 했다.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온들 멈추지 못하고 흘러가야 했다.
이제 가장 미천한 존재도 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를 나누고 셈하며, 나를 소유하며, 심지어 낭비할 수도 있었다.
-시간은 황금과도 같다.
-여인에게 구애할 때는 1시간이 1초 같지만 난로 위에 앉아 있을 때는 1초가 1시간 같다.
그렇게 조롱받으며, 나는 사람들의 소유물로 전락했다. 가장 강대했던 존재, 세상의 창조주는 그렇게 힘을 잃었다. 그들에게 시간은 흐름 그 자체일 뿐, 그 어떤 고유성도 개성도 없었다. 나는 존재감을 잃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추방되어, 시계라는 가장 작은 감옥에 갇혔다.
-시간이 부족하다.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필멸자들의 유한성이 시간의 무한성을 침해했다.
그리하여 나는 복수를 맹세했다.
헬라네스가 주신의 옥좌에 앉아, 그의 힘으로 다스리는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기로.
부모에게 거역하고 주신의 자리를 빼앗은 패륜아 찬탈자 역시 변화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불완전한 세상의 노예로 만들리라.
-너 역시 이 변화의 노예가 되리라! 변화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네 옥좌와 네 지배와 너의 권능 역시 변화하리라!
나는 그에게 저주를 되돌렸다.
-하하하하! 그렇다면 그 변화를 가져오고자, 시간은 더욱 쉴 틈이 없으리라! 시간은 계속 흐르고 흘러야 하리라! 그 변화를 가져올 때까지 시간은 쉬지 못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하리라! 그 자신부터 변해야 하리라, 하하하하!
헬라네스가 웃으며 나를 조롱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나는 이미 변했다. 계속 흘러가야 한다면, 더욱 변하리라.
그러다간 끝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겠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의 존재, 숭배하기에는 너무나 흔하고, 숫자 몇 개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존재로 전락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를 분리했다. 나의 일부를.
나의 피.
패륜아들과의 연결 고리. 내 적들을 낳은 저주받은 혈통.
그렇게 나는 그 패륜 찬탈자들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리하여 내가 겪는 모든 변화가 그 나쁜 피에 일어나도록. 나는 그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나로서 남아 있도록. 내 본질과 내 기억과 내 자아를 유지하도록.
-아, 절연이라니! 그렇다면 이 절연의 상징, 당신이 단절한 이 혈연은 내 것입니다!
헬라네스가 주장했다.
-너는 감히 내게 반기를 들고 내 자리를 찬탈했으면서, 나와의 혈연을 유지하려 들었더냐!
-물론입니다. 당신이 더는 나를 자식이라 부르지 않는다 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나는 시간이라는, 가장 최초의 창조인 혈통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저버린 것을 내가 움켜쥐겠습니다. 당신이 끊어 낸들, 내가 놓지 않을 테니까요.
헬라네스는 그 말대로 했다.
그는 내가 끊어 낸 우리의 혈연을 움켜쥐고, 그의 힘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한때 내 일부였던 것은, 그와 그의 아내 사이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자식들을 여럿 보았던 그들 부부의 막내 자식으로.
-당신이 나를 자식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면, 당신이 나를 아버지라 부르고, 내가 당신을 자식으로 부르는 길밖에 남지 않습니다.
-네 감히!
나는 치를 떨었다.
-그러니 잊지 마십시오, 시간이여! 이 역의 오류를! 시간은 결코 거꾸로 흘러선 안 된다는 진리를! 그 뼈저린 교훈의 증거가 여기 있나니!
그렇게 헬라네스는 그 존재를 내 봉인의 열쇠로 삼았다.
사계절, 그리고 일력과 월력으로 나를 옭아맨 것도 모자라, 내 피가 흐르는 존재로 잠그었다.
그리하여 그 신은 느리게 성장했다. 다른 신들보다 훨씬. 천상에 머무를 뿐, 지상에 내려오지 않으며.
헬라네스가 내 저주를 늦추고자 벌인 일이었다.
그 신이 지상에 내려갈 필요가 없도록 아무 영역도 할당하지 않으면서.
그렇다면, 어떻게 내 봉인의 열쇠를 풀 것인가.
성장한 이후에도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는 신을, 시간 속으로 어떻게 밀어 넣을 것인가.
그리하여 나는 그의 성장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들여, 덫을 놓았다.
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오로지 자신만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지상에 내려오도록.
내가 있는 곳으로.
* * *
“아아아아악!”
누가 저렇게 비명을 지르지… 레오파라인가… 마리우스? 아타울프? 프라비타… 파비안… 내 신도들… 그들이 저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걸까…….
“흐흐흐흑…….”
누가 저렇게 울고 있지? 피눈물이 넘쳐 난다. 내 사도들은 아니기를… 내 신도들… 아니, 그 누구라도 아니기를…….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닌 느낌이었다. 시간 속의 존재는, 시간을 겪으면서도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렇다면, 나는 시간일까, 그 속의 존재일까. 결국 시간 속의 존재도 시간의 일부가 아닐까. 삶의 매 순간마다 자각해야 한다면, 한 순간도 자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존재도 살아갈 수 없으니까.
“이제야 깨달았는가?”
마침 그때, 다른 존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 둘 다 시간 속의 존재라면, 그리하여 시간의 일부라면, 우리 둘 다 서로이자 하나가 아닐까…….
“아아아아악! 안 돼!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수는 없어!”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픔으로 심신이 뒤흔들렸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운 나머지 부정했던 듯도 하다. 차라리 그때는 가짜 평온이나마 있었고, 경악하는 내 안에는 남의 일 보듯 하는 초연한 객관성이 남아 있기도 했다.
하지만 더는 그런 환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온은 산산이 깨졌다. 내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직시하는 순간.
“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 그래선 안 돼!”
모든 게 무너졌다. 날 둘러싼, 내가 태어난, 내가 자라났던 세상이.
그 세상이 산산조각 났는데, 어떻게 온 세상이 무사할 수 있을까.
마치 온 세상이, 내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세상이,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피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너는 네가 흘리는 피눈물을 뭐라고 생각했지? 네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대가? 신들의 권능에 관련한 금기?”
이제 모습을 드러낸, 나와 똑같이 생긴 존재가 웃으며 말했다.
시간, 헤르스탈이.
“그 피는 네 참다운 핏줄이, 그 근본인 시간을 만나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존재의 눈물 역시 흘러야 하고.”
헤르스탈이 웃었다.
“네 본질을 깨닫는 일을 금기로 생각했다니, 그게 금기라면 결국 네 존재 자체가 금기가 될 뿐이다!”
피눈물이 앞을 가려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헤르스탈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간신히 정신을 놓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역시 덫이었군… 예지의 꿈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너를 깨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어…….”
“예지의 꿈이 흥미롭긴 했다. 심지어 재미있고.”
내가 그의 기억을 보는 동안 내 꿈을 본 그는 칭찬이라도 하듯 말했다.
“하지만 너같이 곱게 자란 어린애가 꿈꿨을 법한 멸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뭐라는 거야…….
“사람의 배신이 뭐가 그리 충격인데? 자기들끼리도 배신하는 놈들인데, 더 강한 괴물에게 복종한들, 그렇게까지 경악할 일인가? 세계가 멸망하여 신들이 패했는데, 고작 추방이라고? 내가 미치기라도 했나? 왜 너처럼 그들의 신성을 빼앗지 않고서?”
“…날 예지의 제물로 바친 건 너다. 그 꿈이 전부 내 상상이라도 된다는 건가?”
“물론 아니지. 하지만 네 얄팍한 인식력과 부족한 통찰력 때문에 예지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네가 보아 낸 것들은 사실이겠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보지 못한 게 확실하니까. 배신자들은 그 넷 말고도 더 있었을 테고, 신들의 형벌은 단순한 추방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테지. 너는 결국 예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모든 끔찍한 진상을 보기엔 너무 약해서, 피 눈물이 네 눈을 가린 나머지.”
그가 한 손으로 내 피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 손을 내게 들어 보였다. 내 손과 같은 손. 내 피에 물든 손.
“내 실패한 산 제물이여. 너는 어떻게 멸망의 배후가 너와 똑같은 얼굴이라는 사실을 보지 못했는가?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배신보다 더 놀라우며, 또한 참다운 충격이었을 텐데? 왜, 감당할 자신이 없어 눈감아 버렸던가?”
피눈물보다 더한 아픔이 가슴을 찔렀다.
“심지어 내가 네 눈앞에 본 모습을 드러냈을 때조차 눈치채지 못하고서 고마워하기까지 하다니, 하하하하!”
그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쳐들며 웃었다.
나는 몸을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죽어 가는 개가 내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고통스럽지? 나는 이해한다. 내 얼굴이 내가 추방당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쾌활하게 쏘다니던 모습을 봤을 때, 나도 고통스러웠으니까. 내 원수를 아비라고 부르면서, 그 아들인 것을 자랑으로 삼고 다니는 네 천진난만하고도 순진무구한 얼굴을 볼 때마다, 증오로 몸을 떨었지. 제가 흘린 눈물로 온통 피투성이가 된 네 아픔인들, 내 증오와 분노에 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