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0
210
“테오파노 신이시여!”
“테오파노 님 덕분입니다!”
“모두 고생이 많았다. 다시 함께 싸울 날까지 몸조심하라.”
엑스키디움 전투는 끝났지만, 각 지역 소탕전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헤르스탈이 다시 군세를 규합해 반격해 올 가능성에도 대처해야 했다.
본래 괴물이 사람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빨리 새끼 치는 데다, 대체로 성장도 빨라서 훨씬 수가 많았다. 마석 광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려면 군대 간 이동이며, 전선 재편이 필수였다. 본래 같았으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테지만, 나의 이동 마법진이 그들을 빠르게 이동시켰다.
연합군의 주둔지마다 흔히 있는 분란도 전혀 없이, 본국에서 훈련받다가, 전세에 따라 빠르게 집결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각국마다 테오파노 신전을 급히 세웠고, 내가 그 신전들의 상설 마법진으로 보내기만 하면, 굳이 도착까지 살피지 않아도 되었다.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님… 흐흐흑…….”
특히 전사자들의 전우들이 울면서 고마워했다. 옛날 같으면 윗사람들의 시신 수습도 힘겨운 일이라, 일반 병사들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허허벌판에 묻히곤 했다.
죽은 전우들과 함께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시신들을 품에 꼭 안고 있는 이들이 마법진 안에서 연신 고개 숙였다.
그들도 몸이 성하지 않았다. 여기서 나와 치유의 신이 아무리 노력한들 너무 인원이 많으니 응급 치료밖에 못 받았다. 빨리 돌아가서 고향에서 대기하는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나 역시 고개 끄덕여 인사를 받아 주며, 용감한 자들을 차례차례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국왕이자 사람 군대의 총지휘관인데도,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인 마리우스에게는 말없이 펜나를 딸려 보냈다. 이미 드라콘을 잃은 아이니까.
이동 마법진을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신으로서, 나와 내 사도들이 제일 늦게 떠났다.
* * *
그렇게 도착한 테오렌타 성은, 잿더미였다.
신전의 마법진이 손상되어 근방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처음 도착하자마자, 끔찍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물처럼 흐른 피가 불에 타서 말라붙은 냄새. 아직도 연기가 오르는 와중에 사방으로 퍼지는 재의 냄새.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 나갔다.
시신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죽은 여자들, 노인들, 병사들, 갈가리 찢기고 반쯤 잡아먹힌 시신들…….
“아아아아아악!”
프라비타가 소리 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녀가 달려간 내 신전 앞에는, 창이 하나 꽂혀 있었다.
성주 루카 페렌타의 창이었다. 신전이 처음 완공됐을 때, 프라비타가 선물로 주었던.
-저도 언젠가 사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웃으며 기뻐하던 루카.
그 창에 꽂혀 있는 그 젊은 얼굴. 눈을 뜬 채 굳어 버린 목.
가끔 편지를 주고받는다던 아타울프가 떨리는 손으로 그 목을 떼어 품에 안았다. 창을 뽑아 흐느끼는 프라비타에게 주었다.
프라비타가 창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파비안이 울면서 둘에게 마지막 남은 진정 물약을 먹였다.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레오파라가 황급히 나를 막아섰지만, 나는 고개 저으며 제일 먼저 신전으로 들어갔다.
사도들이 황급히 뒤따라오는 가운데.
그렇게 들어간 신전 안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특히 제단이.
내 신상이 놓인 둥근 제단, 그 제단을 감싼 시신들이 수도 없었다.
오로지 내 신상만 희고 깨끗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마법을 발현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내가 알아야 했다.
“테오파노 님, 과거를 보시려 하십니까?”
레오파라가 조용히 물었다.
“그렇다.”
지금 말리면 그를 처벌할 터였다.
“그렇다면 저도 같이 보게 해 주십시오.”
레오파라가 청했다.
“저도 보고 싶습니다.”
프라비타가 말하자, 아타울프가 그녀를 돌아보았으나, 곧 이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테오파노 님…….”
-반드시 볼 거야, 테오파노 신.
모든 사도가 바랐다.
나는 그들과 함께 제단을 둘러쌌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과거를 보기 시작했다.
전투 중에서, 어느 샌가 더는 들려오지 않던 목소리들을 쫓아서.
흘러내리는 피눈물의 아픔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소통을 통해, 내가 보는 심상들이 사도들에게도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통이 그동안의 관계로 견고해지고 발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테오파노 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 아기만은! 저는 기꺼이 죽겠습니다!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간절한 부르짖음.
-신전의 결계조차 위태롭습니다. 테오파노 님께서 와주시기만 한다면!
무릎 꿇고 애원하는 루카.
그 와중에도 무너질 듯 공격받는 신전.
비명 지르는 사람들.
-테오파노 신이 우리를 저버렸다!
분노라기보다 슬픔에 싸인 소리.
-아니에요!
반박한 것은 어린 목소리였다.
-테오파노 님은 우리 아빠를 지키고 있어요! 우리 아빠랑 같이 싸우면서!
-내 남편도 지키고 있어요!
-내 자식도!
그러면서 모두 눈물을 흘렀다. 신에게 버림받은 운명에 절망하면서도, 나밖에 믿을 존재가 없어서, 그 믿음에 끝까지 매달리면서.
테오렌타 성은 괴물의 습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요지도 아니고, 성지는 괴물들의 희생도 커서 공격을 꺼렸으니까.
그래도 나는 자원자를 극소수만 받고, 성주인 루카는 아예 거절했었다. 열 명도 안 되는 그들이 남아 있었던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식구들이… 그렇게 생각하다니…….
심지어 테오렌타 출신 병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테오파노 신께서는 오지 못하신다!
그때, 젊은 성주가 일어나 말했다.
-신께서는 지금 우리 모두를 구하는 싸움에 임하셨다. 설령 여기 있는 우리를 구하지 못하시더라도, 인류를 구하시리라. 우리는 여기서 죽더라도, 살아남아 괴물의 노예가 되지는 않으리라! 우리는 죽어도, 온 세상은, 인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희생이 세상을 구하리라!
루카의 말에 사람들이 흐느끼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루카가 일어나 내게 기도했다. 사람들 모두 손잡고 내게 기도했다. 아이들을 감싸 안고 노약자들이 마법진 한가운데 웅크렸다.
살아남은 사람도 얼마 없었지만, 한줌도 안 되는 부상병들이 루카와 함께 마법진을 에워싸며 그 밖으로 창칼을 겨누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전의 문이 부서졌다. 괴물들이 몰려왔다.
그 선봉에 선 것은 아트리타스였다.
-테오파노 님의 신상은 건드리지 마라!
쳐 죽일 자가.
-테오파노 신, 테오파노 신!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르짖으며 싸웠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
사람들이 내 이름을 중얼거리며 죽어 갔다.
아트리타스는 피가 튄 내 신상을 혀를 차며 바라보더니, 그 피를 튀게 한 괴물을 죽였다. 그리고 그 신상의 피를 지워 본래대로 깨끗하게 만들었다.
-위선자.
숨이 붙어 있던 루카가 각혈하며 말했다. 아트리타스가 살려 두었기 때문이었다.
아트리타스가 다가가, 루카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을 꿇렸다. 루카는 다시 피를 토하면서도, 굴하지 않았다.
-테오파노 신께서 너를 용서치 않으시리라. 너를 죽여 내 복수를 하시리라.
아트리타스가 루카를 내려다 보았다. 증오와 질시 가득한 눈으로.
-그래, 너를 죽여, 나는 그분의 둘도 없는 증오를 한 몸에 받으리라.
아트리타스가 루카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직접 창에 꽂아, 제단을 돌았다. 괴물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 뒤를 따랐다.
마침내 신전을 나간 아트리타스가 루카의 목이 꽂힌 창을 바닥에 내려 찍었다.
-테오파노 님,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정중히 절한 후, 그는 괴물들과 함께 사라졌다.
눈앞이 검게 변했다.
“테오파노 님!”
“괜찮으십니까!”
-테오파노 신!
정신을 잃을 뻔했다. 분노로 숨이 막혀서.
사도들이 아니었다면 쓰러졌으리라.
간신히 이를 악물고 정신 차렸다. 렉스가 내 피 눈물을 닦았다.
“물약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파비안이 흐느꼈다.
“네가 있으면 된다.”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다른 사도들도 나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품 안만 한 보호 결계는 없었다…….
* * *
간신히 마음을 다잡으며, 우리는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루카의 아버지 페렌타 영주에겐 일단 테오렌타와 그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정리한 후 내가 직접 알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연기가 그곳에서까지 보이지 않았을까? 연기가 그곳까지 도달했을 쯤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삼키며 그곳 사람들을 지키지 않았을까. 그들이 합세한들, 같이 죽었을 뿐이니.
그때 누군가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누구냐?”
아타울프가 긴장하며 제일 먼저 다가갔다.
모두 엄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나는 바로 정체를 파악했다.
신관이지만 갑옷을 입은 이들.
전쟁의 신을 섬기는 스카텔란 신관들.
그들은 내게 다가와 절했다.
“스카텔란 신의 이름으로 도와드리고자 왔습니다.”
이제 와서?
분노로 몸이 떨렸다.
형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 분노를… 조금이라도 형에게 터뜨리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바쁘실 텐데 많은 분이 와 주셨군요.”
레오파라가 정중히 말했다.
모두 열두 명의 신관으로 사도도 아니었다. 전시긴 했지만 많은 인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더 많이 오려 했지만, 스카텔란 신전도 공격을 받아서 이 정도가 최선이었습니다.”
가장 나이 많은 신관이 대답했다.
“뭐라고? 스카텔란 신전이 공격을 받아?”
내가 놀라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어, 언제부터? 언제부터 공격받았느냐?”
“전쟁이 시작한 이래 늘 그랬습니다. 엑스키디움 전투가 시작하자, 모든 스카텔란 신전이 공격받았지요.”
담담하게 말한 신관이 조용히 웃었다.
“각오한 바였습니다.”
“…형님께서는 내게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
“스카텔란 신께서는 괴물들에게 맞선 신들과 사람들의 군대, 그 총사령관이십니다.”
신관은 그렇게만 말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뒤에 줄지어 선 신관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이렇게 와 주시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돌아가셔서 스카텔란 신도님들을 돌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프라비타가 정중하게 말했다. 아타울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자가 있다면 염치 불구하고 감사히 도움받았겠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다른 신전이었다면 이보다 적은 숫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의 신관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스카텔란 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테오파노 신이 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패배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고.”
오랜 세월, 복수를 갈고닦아 온 헤르스탈의 군세는 실로 강대했다.
그리고 오늘 승리의 관건이었던 사계의 힘은 계속 쓸 수 없었다.
그러면 헤르스탈에 가한 사계의 봉인이 약화할 뿐이고, 온 세상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터였다. 헬라네스 신이 미리 경고한 대로.
봉인의 열쇠인 내가 창조했지만, 봉인과 무관한, 새로운 힘인 마법과 달리.
최후의 결전에만 사계의 힘을 쓰는 방안도 고려해 보았다.
그러나 피오르델리케 여신이 고개를 저었다. 그전에 전쟁의 우세로 헤르스탈의 힘이 강화한다면, 사계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전에 봉인이 역시 위태로워지리라고.
-어차피 약화하긴 마찬가지라면, 못 쓰게 되느니, 아끼지 말고 지금 쓴다!
그리하여 스카텔란 형이 결단을 내렸던 터였다.
최후의 결전에는 사계의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러면 봉인이 풀린 헤르스탈이 이미 멸망해 가는 세상을 더 뒤흔들 테니까.
“우리의 스카텔란 신께, 승리의 희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형의 신관들이 내게 허리 굽혀 절했다.
그저 머리가 멍하기만 했다. 형에게 가고 싶었다. 이 모든 피비린내 나는 참상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내 신도들을 저버리고서─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
그때였다. 또 다른 사람들이 몰려왔다.
미친 듯이 달려온 페렌타 영주였다.
우리는 루카의 목을 비롯해 시신들을 내 신전에 수습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영주는 프라비타가 품에서 떼어 놓고 있지 않던 루카의 피 묻은 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