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1
211
아내에 이어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그는 기절했다.
나는 그를 깨우지 않고, 죽음의 잠에 들게 했다.
테오페렌 성 사람들도 와서 일을 거들었다.
렉스가 피를 씻어 내고, 레미가 시신들의 매장을 도왔다.
그렇게 수습이 끝나갈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테오파노 님,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테오스 마을 사람들이었다. 내 첫 번째 성지.
테오스가 작고 가난한 마을이라, 신전이 먼저 건립된 건, 내가 전쟁을 막았던 테오렌타 성이었다.
전쟁으로 힘들었던 상황을 극복하자마자, 루카가 열심히 신전 건설에 나서서, 영지민들에게 일자리도 주고 그랬었으니까.
“다들 만나서 반갑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누구냐?”
나는 놀라서 물었다. 그들은 수레에 어린 아이들을 실어서 데려왔다. 전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니.
“테오렌타 성 사람들이 맡긴 아이들입니다. 자주 공격받는데, 큰 전투도 앞두고서, 젖을 뗀 아이들만이라도 시골로 피신시키고 싶다고 해서요.”
“다행히 테오파노 님이 활약하신 엑스키디움 전투 이래, 괴물들의 공격도 줄어들어 많이 안전해졌기에 도로 데려왔습니다. 본래 그러기로 했었거든요.”
“아이들이 부모들을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촌장이며 다른 사람들이 날 보고 반가워 웃으며 말했다.
“…테오렌타 성이 자주 공격받았느냐?”
“네, 아무래도 여기가 첫 번째 성지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지금까진 테오파노 님의 보호 결계며 프라비타 사도님의 창을 휘두르는 루카 님의 무용으로 잘 물리쳤는데, 그래도 이번 전투 규모가 크니까 걱정이 됐겠죠.”
…몰랐었다… 각국마다 내 신전이 있는 지금,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각 신전의 상태를 일일이 다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마법으로 싸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공격을 자주 받았어도, 루카 성주는 테오파노 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었군요.”
레오파라가 조용히 말했다.
“네, 테오파노 님이 신경 쓰실 일이 많으니, 우리 일은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고 하셨죠. 사실 테오스 마을이 첫 번째 성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성주님은 우리가 표적이 되면 마을은 한 번도 견뎌내지 못하고 파괴되리라 염려하셨어요. 테오파노 님의 첫 번째 성지가 무너지면 안 된다면서, 대신 표적이 되어 저희를 보호하신 겁니다. 정말 테오스의 은인이십니다.”
촌장은 그렇게 말하며 수레에서 칭얼대는 제일 어린애를 안아 올렸다.
“테오파노 님, 정말 만나 뵈어 반갑고 영광이지만, 이 아이들을 부모에게 먼저 데려가야 합니다. 오는 내내 약속해서요.”
나는 말없이 그 아이를 안아 들었다.
이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이미 죽었다고, 어떻게 말할까.
“이 아이들의 부모는 나다.”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가 그 아이를 끌어안자, 사도들도 모두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이 비극 속에서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안도감과 기쁨이 찾아들었다.
모두 죽은 게 아니라는. 죽어 간 이들의 아이들, 결국 이곳의 주민들이 살아 있었다는.
이제 사실을 알게 될 아이들이 아무리 슬퍼한들, 나는 그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죄책감이 함께 치솟더라도.
그리하여 눈물이 흘러 내렸다. 피눈물은 아니지만, 역시 그처럼 아픈, 그러면서도 이슬비처럼 부드럽기 그지없는.
웃으며 안겨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이의 얼굴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그 작고 여린 어깨에 얼굴을 묻고 나는 울었다.
신에게 버림받은 이곳에, 찾아와 준 사람들이, 살아남아 준 사람들이 고마워서.
* * *
합동 장례식이 열렸다.
“괴물에 맞서 사람들을 지키다 죽은 루카 페렌타를 나, 테오파노 신의 첫 번째 성인으로 추대하노라. 테오스와 테오렌타를 죽음으로 수호한 성 루카는 괴물에 맞서 싸운 인류의 영웅이노라!”
내가 엄숙하게 선언하였다.
머리가 희게 새어 버린 페렌타 영주는 눈시울이 붉어졌으나, 창백해진 낯빛으로도 등을 꼿꼿이 세우고, 성인의 아버지로서 위엄을 지켰다.
“성 루카를 경배하라!”
레오파라를 위시한 사도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성 루카! 성 루카!”
테오스 마을과 테오페렌 성의 사람들이 외쳤다.
“성 루카, 우리의 성인께서 테오파노 신의 품으로 돌아가셨나니 영광 있으라!”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성인과 그와 함께 죽은 사람들의 넋을 기렸다.
레오파라가 내 첫 번째 성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러나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겼었는데.
아, 사람의 삶이란… 이 변화를 어찌 감당할까… 차라리 헤르스탈의 세상이었다면, 아무 변화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신을 슬프게 하는 존재도 없이.
“우리 모두 기억하리라, 성 루카와 그와 함께 싸우다 죽은 사람들의 전설을!”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나는 간간이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부축을 거절하고 홀로 서 있는 페렌타 영주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들의 넋을 만나게 해 주겠다는 내 제의를 거절했었다.
-그러면, 저는 견뎌 낼 수 없을 겁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 아들이 지켜 낸 사람들조차 지켜 내지 못할 겁니다.
이해 가는 사람의 심경.
하지만 나는 어떠했던가. 만일 구해 달라는 사람들의 호소에 애써 귀 막지 않고, 전투에만 집중하지 않고, 반드시 구하러 가겠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짓말로 헛된 희망을 주면 안 된다고 여겼었다.
과연 내 선택이 옳았을까.
결국 루카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 오지 않는 응답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그들의 신이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그들의 신이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 단 한 마디라도 좋으니까,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았을까.
물론 신으로서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결국 내 감정일 뿐이다. 사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 감정이 중할까.
거짓말도 못 하겠고, 그렇다고 못 간다고 실망시키기도 두려워, 끝내 응답하지 않았던 나 때문에 내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불러내서 그 아픈 속내를 모두 들어 주고, 그 상처를 달래 주고 싶었다.
하지만… 외면했던 내 마음을 사람들에게 대변해 주었던 루카며, 내 이름을 되뇌며 죽어 갔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들은 나를 원망하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슬퍼하는 나를 달랠지도 몰랐다.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깊은 원망보다도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지금, 갓 사자의 휴식을 취하는 그들을 불러내서는 안 되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그래서 그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전에는.
입술을 깨물며, 나는 테오렌타의 아이들을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내 작은 루카들을.
* * *
“테오렌타!”
커다란 화염이 폭발했다. 화염은 검은 연기를 내며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괴물들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내가 스태프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사방의 괴물들이 둘로 절단되었다.
“테오렌타! 성 루카!”
사도들도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오크들은 말할 것도 없고, 테오렌타와 루카의 이름이 들리기만 하면,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괴물들도 도망칠 정도였다.
특히 예전에는 파이어볼이니 워터볼이니, 주문을 영창했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테오렌타와 루카의 이름만 외치니까,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 내 신전에 대한 공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내가 보호 결계를 더 강화하기도 했지만, 각 신전 사람들도 테오렌타와 루카의 이야기에 감동받아 더 치열하게 싸웠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엑스키디움 전투 이래 확고히 잡은 승세였다. 여전히 괴물들과의 싸움은 이어졌지만, 이제는 승리의 희망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사람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그럼에도 나는 헤르스탈이 말했던 멸망의 시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사계의 봉인을 떨칠 수 없다면, 헤르스탈이라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헬라네스 신은 단호하게 말했었다.
무엇보다 결국 내가 직접 목격하고 치를 떨었던 회귀도, 지금까지 실제로 일어난 건, 아트리타스와 헤셀이 전부였다.
그 둘에게 그랬듯, 헤르스탈의 부하들인 괴물들을 왜 되살아나게 하지 못하는가? 그랬다면, 엑스키디움 전투가 있기도 전에 이미 그의 승리였을 텐데.
결국 봉인이 아직 그를 억누르고 있고, 회귀를 다루는 힘에도 많은 제약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테오 삼부자를 구하고 싶었다. 전쟁 내내 최선을 다해 그들의 행방을 찾았으나, 끝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들 전쟁은 계속되었고, 나와 사도들은 발라흐의 국교 신전에 모였다.
전쟁에 대해 마리우스와 자주 의논해야 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제일 많이 모이는 터였다.
“테오파노 신이시다!”
“얼굴만 봐도 피로가 풀린다!”
“마음이 정화돼!”
“엑스키디움 전투의 영웅! 발라흐의 수호신!”
“레오파라 님! 아타울프 님! 프라비타 님! 파비안 님!”
전시라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이 마중 나와서 행복해했다.
꼭 이렇게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날 봐야 힘이 솟는다면서, 말려도 소용없이 나오는 내 신도들.
잠시나마 이들이 없는 세상을 생각했던 게, 미안할 뿐이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마리우스는 같이 마중 나온 신하들도 물러가고 우리끼리만 남았을 때 조용히 말했다.
“성 루카 고아원에 기부하고 싶습니다, 큰아버님.”
“고맙구나, 마리우스. 하지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디 피오르델리케 모신께서 하시는 일인데.”
나라 세금을 빼돌릴 조카도 아니고, 사치도 안 하는 놈이 제 주머니를 털 게 뻔한데, 정작 내가 잘할 자신이 없었다.
“테오파노 님께서는 잘하고 계십니다. 고아였던 제가 보증합니다.”
레오파라가 웃으며 격려해 주니, 고맙긴 고맙지만…….
“애들이 말 안 듣고 내가 싫다고 울면 어쩐단 말이냐.”
내가 본래 그런 위치였는데. 내가 그때 싫다고 하면 다들 무시했지만, 나는 진심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나는 형제자매들처럼 울건 말건 공부시키고 훈련시킬 만큼 냉정하지도 못했다.
“하하하하하!”
“테오파노 님도 참 재미있는 걱정을 다 하시는군요!”
“큰아버님, 오늘은 더욱 유쾌하십니다!”
-테오파노 신이 제일 재미있어! 하하하!
하지만 사도들은 일제히 웃어 대기만 했다. 아니, 왜 내 걱정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잠시 화가 났지만, 최근 웃을 일이 없던 사도들이 웃는 모습이 하도 보기 좋아서, 꾹 참았다. 내가 참아서 신도들이 행복하다면야.
그렇게 모처럼 같이 식사하며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회의도 끝마친 후, 다시 국교 신전으로 향했다.
내가 올 때마다 의식을 치르니까.
옛날에는, 내가 마침내 신전을 세우고 나만의 의식을 갖게 되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장 웅장하고도 장엄한 의식을 치르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라스카라사 누나와 발트라하 누나의 조언을 받아, 의식도 그렇게 꾸며 보았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영 느낌이 달랐다.
좀이 쑤셨다. 이 시간이면, 괴물을 몇 마리나 잡았을까 계산만 하게 되는 게.
아무리 아름다운 수사법이라도 기도가 너무 길어지면, 나를 향한 기도라도 졸리고 지루하고… 그러면 안 되니까 죄책감이 들고…….
그래서 의식을 간소화해서, 주로 노래하고 춤추고, 기도도 짧게 하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우리 수호신, 밤하늘 같은 머리카락, 혜성 같은 눈동자!”
내 신도들은 노래 가사도 얼마나 현실적인지.
한창 그렇게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쿠쿠… 쿠쿠쿵! 쿠쿠쿵!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지진인가?
모두 노래를 그치고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다, 모두 진정해라.”
하지만 정말 지진이 일어나면 나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보호 결계도 한계가 있고, 방어막을 친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말에 바로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날 얼마나 믿고 있으면…….
마리우스의 기사들이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이동 마법진에 올라서라. 노약자부터.”
내가 일단 신도들을 대피시키려 했을 때였다.
쿠쿠쿠쿵! 콰콰콰쾅!
다음 순간, 엄청난 진동과 소리가 신전을 뒤흔들었다.
“큰일 났습니다! 산이, 산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기사들이 돌아와 숨 가쁘게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