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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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디케는 굴하지 않았고, 법의 여신을 지지하는 주신 헬라네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신들 사이의 불문율이 생겼다. 이제는 신들도 그편이 신도들을 다스리는 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듯 신들로서도 오래 걸렸는데, 과연 사람들로서는…….
“왕자 전하! 너무도 가혹한 형벌입니다!”
“억울합니다! 학생들도 벌주소서! 차별입니다!”
소란이 거세지자, 왕자는 쓱 둘러보다가, 손을 들어 한 사람을 가리켰다.
“자네, 이름이 뭔가?”
왕자가 지목한 자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다 겨우 말했다.
“…대, 대장장이 존 스미스입니다.”
“친애하는 존 스미스, 자네가 학생들도 벌주라고 하였는가?”
“…네, 네…….”
“그렇다면 자네가 가서 잡아오라. 학생들은 전부 도망쳤는데, 무슨 수로 벌주겠는가?”
리우트프란 왕자는 지금까지의 오만했던 태도와 달리 웃으며 농담하듯 말했다. 그러자 존 스미스며 시민들도 따라 웃었다.
“그렇지 않은가? 명색이 대학 도시인데, 학생이 한 명도 남아나질 않았으니, 하하하하!”
“하하하하!”
리우트프란 왕자는 계속 웃으며 말했고, 기사들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럴 수 없었다. 학생들이 나르본의 주요 고객들이었다는 점에 드디어 생각이 미쳤던지라.
“나르본의 시민들이여, 그대들은 처벌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가?”
왕자는 짐짓 은근한 태도로 물어 왔다. 시민들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금도 힘든데 파문이라니요!”
“시장과 관리들을 잡아 처넣었으면 그만 아닙니까!”
그 말에 시장 부인은 다시 눈물을 흘렸으나, 이젠 아무도 시장 가족에게 관심 두지 않았다. 정작 그들의 가족들이 신들의 축복을 받지 못하게 생겼으니까.
리우트프란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라. 테클란의 국왕 폐하께서는 테클란의 국민들을 보호하시고자 나를 보내셨노라.”
“왕자 전하 만세! 국왕 폐하 만세!”
함성이 일었다. 기사들도 주먹을 쳐들었다. 리우트프란 왕자는 미소를 지었다.
신관들은 법의 여신을 섬기건 학문의 신을 섬기건 근심 어린 기색이었다. 왕자가 시민들의 비위를 맞추고자 일디케의 판결을 뒤엎을까 봐.
“내 친애하는 자작, 나오게.”
그때, 왕자가 말하자, 안쪽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중년 귀족 한 사람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소심해 보이는 그를 어렵지 않게 알아보았다. 나르본보다 작은 이웃 영지의 영주였다.
“그대는, 폭동이 벌어졌던 날, 나르본의 대신관에게서 도움 요청을 받았는가?”
리우트프란 왕자의 물음에, 영주는 굽실거리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그대는 어떻게 했는가?”
“리우트프란 왕자 전하, 제 영지에는 도시의 폭동을 막을 병사들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도울 길이 막막하여, 국왕 폐하께 전서구로 급히 알렸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부왕께서는 무어라 하셨는가?”
“왕자 전하를 보내실 테니, 그전까지 나르본 시민들에게 국왕 폐하의 이름으로 널리 알리라 하셨습니다. 폭동을 당장 중단하고, 학생들과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우리가 아트리타스와 싸우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인가 보군요.”
아타울프가 속삭였다. 그 말대로겠지만, 왜 앞서의 재판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폭동이 끝났는가?”
왕자가 묻자, 영주가 대답했다.
“제 기사를 보내 나르본에게 왕명을 알리게 했으나, 사람들은 다시 종을 쳤습니다. 전하께서 당도하시기 전에 대학을 완전히 점령하고자 말입니다.”
영주의 말이 끝나자, 리우트프란 왕자는 이제 사방이 너무나 고요해진 시청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대들 중 누가 왕명을 지켰는가? 나오라.”
왕자가 칼을 뽑아 들자, 기사들도 칼을 뽑아 들었다.
“내, 부왕께서 친히 내리신 이 칼로 테클란과 테클란 왕가에 반역을 저지르지 않은, 충성스러운 국민을 기꺼이 보호하리라.”
“충성스러운 국민은 보호하지만, 반역자는 칼로 베겠다는 소리군요.”
레오파라가 평했다. 나르본의 시민들도 레오파라처럼 해석했는지,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자 리우트프란 왕자는 칼을 다시 차더니, 대 신관을 불렀다.
“나르본의 대신관이여.”
“네, 왕자 전하.”
대신관이 부름에 응했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 전체에 내리는 파문은 너무 심하지 않나. 라프트레이 신께서도 나르본의 시민들에게 자비를 내리셨으면 하네. 감히 테클란 국왕의 명령을 거역한, 불충한 무리 속에도, 무고한 시민들 몇몇은 있을 터. 그 충신들이 아무리 적은들, 테클란 왕가는 나르본을 보호하리라.”
그렇게 말하며 리우트프란 왕자가 좌중을 훑어보자, 모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대신관이 왕자에게 대답했다.
“라프트레이 신께서는 이미 나르본을 떠나셨습니다. 신을 잃은 저희들이 달리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 나르본 시민들은 라프트레이 신께 잘못을 빌고, 대가를 치르리라.”
그렇게 협상이 시작되었다. 그 운명이 걸린 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 * *
…추모식은 14세기에 시작하여 19세기에 끝났다. 1955년, 폭동 600주년을 맞이하여, 총장과 시장은 서로에게 명예 박사 학위와 명예 시민권을 수여했다…….
-S. L. Eskara
뎅, 데엥―뎅, 뎅…….
다시 조종이 울렸다. 사람들이 학문의 신전으로 모여들었다.
이번 폭동으로 죽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식이 열리고 있었다. 나르본의 모든 시민이 모이다시피 했다.
특히 리버리 칼라를 단 시장과 시의 관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목걸이만 같을 뿐, 착용자는 왕자가 새로 임명한 이였다. 다른 관리들도 모두.
이 의식은 매년, 폭동이 처음 일어났던 날에 열릴 터였다. 시장과 관리들은 물론, 또한 대학의 희생자 수와 같은 60명의 시민들이 참석해야 했다. 또한 그 희생자 수마다 동전 한 닢씩 내는 벌금도 매년 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나르본 시가 이 폭동을 매년 기억하도록, 대신관의 철저한 안배에 의했다.
나는 학문의 신전 종탑에 드라콘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 드라콘은 다시 동면에 들어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잠이 많았다. 먹을 때만 눈을 뜨는 판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테오파노.”
등 뒤에서 라프트레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드라콘을 안은 채 돌아섰다.
큰형은 옛날, 생물학 수업의 개구리 해부 시간에, 내가 개구리에게 이름을 붙여 주며 거절했을 때와 같은 눈길을 드라콘에게 잠시 던졌으나, 곧 나를 바라보았다.
“네 사도들이 내 신전의 추모 의식에 열성을 보이다니, 내 마음이 기쁘다.”
학문의 신이 말한 대로, 내 사도들은 모두 의식에 참여 중이었다. 열성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뉘우치기까지 하면서.
그들이 왕자와 대신관이 했던 협상의 결과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대학 총장이 시에서 생산하는 빵과 술에 세금을 거두고, 도량형을 관장한다고요?
술의 신인 아민타스 형은 술을 판매할 때만 세금을 거뒀다. 하지만 왕이며 영주들은 사람들이 직접 마시고자 담그는 술에도 세금을 매겼는데, 이는 수질이 좋지 않아 물 대용으로 술을 마시는 곳에는 치명적이었다.
또한 도량형은 저울의 눈금을 속여 학생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던 상인들의 속임수를 대학이 직접 제재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나라에서 빵과 술, 저울을 획득했다면, 대학이 도시와 그 근교를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민과 대학 구성원의 분쟁은, 총장이 관리한다고요? 시장은 오로지 시민들 간 분쟁만 관리하고?
아타울프가 내내 놀라는 동안, 레오파라는 한마디도 없이 눈만 부릅떴다.
하지만 마지막 결론은 그가 내렸다.
-이는, 나르본이 사실상 학문의 신전이 다스리는 자치 도시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실이었다.
-칼 한 자루만 들어도 고꾸라질 늙은이가,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획득하여 신에게 바치다니…….
레오파라의 뜨거운 눈길이 흰 수염의 대신관을 향했다. 질투와 시기로 불타오르며.
-나르본 성지를 얕잡아 봤던 저를 용서하십시오. 저도 반드시 저 대신관만 한 충성을 만천하에 떨치겠습니다!
-아니, 그럴 것까진―
-별거 없다고 생각한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아타울프도 반성했다.
그렇게 두 사도는 본래 대학 사람이었던 파비안과 함께, 의식의 앞줄에 앉아 눈에 불을 켜고 대신관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루해! 난 딴 데 가고파!
-너도 사도다! 이 수법을 익혀! 국왕령을 자치령으로 바꾸는, 신도의 기적을 보라고!
-우리도 나중에 테오파노 신께 똑같이 해 드려야지, 노인네에게 질까 보냐!
가끔 계약 소통을 통해 렉스가 투덜대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으면서.
“…제 사도들은 큰형님의 대신관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지요…….”
나는 외교식 수사법을 쓰며 말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큰형님의 대신관은 실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해 냈군요.”
학문의 신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 대신관은 학문의 신을 섬긴 겁니까, 보이지 않는 손의 신을 섬긴 겁니까?”
그리고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학문의 신이 성지를 위기에서 구하기는커녕,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아니 바로 그랬기에, 학문의 신전은 나르본을 다스리게 되었다.
대체, 큰형과 대신관은 어디서부터 계산해 냈을까?
큰형의 미소가 커졌다. 마치 내가 정답을 맞힌 듯이. 가만, 지금 물어본 건 난데.
“네가 직접 그에게 물어 보아라. 보이지 않는 손의 신에 대해.”
저 확신에 찬 말투.
“…그는 자신의 신이 변했다는 사실을 모릅니까?”
“내가 어찌 변했느냐? 나는 그에게 학문의 신이며, 그가 죽을 때까지 학문의 신이다. 그가 학문의 신이 떠났다며 절망했을 때, 거짓처럼 보이더냐? 라스카라사의 배우들처럼?”
나는 그 장면을 직접 보았다. 시장이나 교수진에는 대놓고 연극조인 자들도 분명 있었다. 왕자도 포함해. 하지만 대신관만은 아니었다.
“…큰형님이 바라시는 결과를 이루고자, 대신관을 속이신 겁니까?”
“내가 왜 내 사도를 속이느냐? 그럴 필요가 있느냐? 학문의 신은 떠났고, 보이지 않는 손의 신이 남아 있었을 뿐인데?”
그만 험한 말이 나가고 만 나와 달리, 큰형은 어디까지나 우아하게 처신했다.
“지금 네 사도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학문의 신관이냐, 보이지 않는 손의 신관이냐?”
내 정곡을 찌르면서.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학문의 신관이라 여기지 않습니까?”
“바로 그렇다. 그리하여 내게 충성했고, 그렇기에 내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수도 있었던 터다.”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대신관은 정말로 학문의 신이 떠났다고 믿었기에 목숨을 걸었고, 그래서 이 위기를 극복해 냈다.
그의 신이 변하건 말건, 그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기에, 학문의 신관으로서 신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수도 있었고.
그리하여 라프트레이 형은 학문의 신이자 보이지 않는 손의 신일 수 있었다. 형이 처음부터 말했듯.
“내가 내 신관을 도구로 썼다고 생각하느냐?”
라프트레이 형의 물음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큰형님은 사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습니까?”
그것도 늙어서까지 저렇게 충성하는 사도를. 물론 큰형은 나보다 훨씬 많은 사도를 오랫동안 거느려 왔지만…….
“내 성지에서 일어난 갈등으로 나를 믿는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였다. 내가 그 많은 신도의 죽음보다 사도 한 명의 죽음을 더 슬퍼해야 하느냐?”
큰형의 말이 옳았다…….
“내 사도에게도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도시와의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책임이 있다. 나의 사도가 내게 바치는 충성에는, 신도들의 보호도 포함되니.”
“…다시 일이 틀어질 위험은 두렵지 않으셨습니까?”
…다시 성지가 발칵 뒤집히고, 왕자까지 분노하여 신관들을 처벌할 수도 있었는데…….
“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이냐?”
학문의 신은 조용히 되물었다.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괴물들입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큰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서 나온 말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나는 사람의 자유 의지가 가장 두렵다.”
어째서 큰형이 나와 다른 답을 가지고 있지?
이번만은 큰형이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