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88
88
“사람의 자유 의지가 두려우신 분이, 사도에게 명을 내리지 않고 뜻대로 하게 두셨습니까?”
내 사도들이 돌아오면, 당장 절대로 자결하지 말라는 명을 내려야지. 어기면 죽는다.
라프트레이 신은 싱긋 웃었다.
“괴물이 두렵다면서 괴물과 싸우는 너만 하겠느냐?”
어이가 없었다.
“괴물보다 세상의 멸망이 더 두렵기 때문이죠!”
“그래, 네 말이 맞구나. 괴물이 아니라 세상의 멸망이 두려운 거지.”
…수사학의 신 앞에서 말실수를 하다니, 미쳤지…….
후회하는데, 큰형이 말을 이었다.
“무얼 두려워하는지가 그 존재를 형성하지. 괴물은 무얼 두려워할 것 같으냐?”
“세상을 멸망시키지 못하는 거요?”
아무렇게나 말했지만 큰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그들이 괴물인 거지.”
그러더니 내 눈을 들여다보는 학문의 신이었다.
“누구나 두려움을 품는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존재와 싸우려면 그 두려움과 먼저 싸워야 한다. 네가 괴물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고 괴물들과 싸우듯이.”
…그래서…….
“두려움은 타고난다. 각자 성향에 따라 두려워하는 것도 다르듯.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나 신들은 힘의 상실을 두려워하듯.”
“…….”
“그러니 네 안에 이미 있는 두려움이 아니라, 두려움과의 싸움이 너를 이끌게 해야 하는 법.”
“…그래서 큰형님은 사람의 자유 의지와 싸우시는 겁니까?”
“아니다. 나는 사람의 자유 의지를 없애고, 내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게 만들고 싶은 나 자신과 싸운다.”
그렇게 말한 라프트레이 형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그렇다. 나는 신마저 유혹하는 사람의 자유 의지와 싸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자유 의지더라도?”
“그들이 그들의 자유 의지를 끝까지 밀고 나간 이번 사태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무슨 학문이 쓸모가 있겠느냐?”
“…….”
“왜 대답이 없니?”
“…다시는, 수사학의 신과 논쟁하지 않겠습니다.”
“하하, 수사학에 대한 두려움과도 싸우렴.”
“수사학이 두려운 게 아닙니다. 그걸 굳이 학문으로 만든 신이 두려운 겁니다.”
“하하하하!”
학문의 신은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로 희한한 경고를 다 했다.
“테오파노, 언젠가 마법학이 만들어질 때, 지금 네가 한 말을 기억하여라.”
“아니 무슨, 마법은 저와 제 사도들만 쓸 수 있는데 어떻게 학문으로 만든다는 겁니까? 만들어 봤자 연구가 불가능한데요.”
“그럼 왜 마법을 너와 네 사도들만 쓸 수 있는지 연구하면 된다.”
라프트레이 형은 단순하게도 말했다.
“중요한 것은 마법이 학문의 범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체 왜―”
“마법이 연금술처럼 학문에 속하지 못하는 대신, 학자들의 연구로 체계를 이루어, 인류 문명의 일부로 후대까지 전해지기를 바라지 않느냐?”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마법을 그만큼 중시하여 그들 문화의 일부가 되고, 마법의 기여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면…….
학문의 신이 다시 말했다.
“나는 스카텔란이나 발트라하와 겨룰 마음이 없다. 그들이 어떻게 착각하건.”
나도 착각했었는데…….
“난 이미 정치학과 군사학을 만들어 냈으니까.”
이미 승리한 자의 미소. 상대가 패하지 않았다고 ‘착각’하건 말건.
스카텔란 형과 발트라하 누나가 매우 드물게 동맹을 맺을 때마다, 왜 그 상대가 라프트레이 형인지, 이해가 갔다…….
“…그래서 제 마법도 학문으로 만드시려고…….”
“그런다고 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나? 단지 마법학의 신이 될 뿐이지.”
아, 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손의 학문은 없나요?”
그런 걸로 학문을 만들어야, 진짜 학문의 신 아니야?
“이미 학문이 아니냐? 그 개념은 내가 만들어 냈지만, 너도 썼으니까. 학문은 배우는 자 모두의 것이니.”
…역시, 큰형은 알고 있었구나…….
“…딱히 제대로 알고서 쓴 건 아닙니다…….”
“그야 내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넌 올바른 해답을 냈지. 네가 나의 관념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으니 기쁘다. 앞으로 그 관념이 어떻게 변해갈지, 너도 그 발전에 이바지한 자로서 지켜보아라.”
갑자기 자기 혼자 논리를 급격히 발진시키는 학문의 신이었다.
이거 논리학으로도 무슨무슨 오류 아니야? 삼단 논법에서 한 오 단쯤 빼먹은?
그러거나 말거나 라프트레이 형은 혼자 흡족해 마지않았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넌 학문에 재능이 있구나.”
“…틀렸습니다.”
“학문의 신더러 그렇게 말하는 패기는 너밖에 없을 거다. 학계의 신예로다.”
“오답입니다…….”
“하하하하!”
저 혼자 환하게 웃던 큰형은, 웃음을 그치고 다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큰형님이 말해서요?”
큰형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내 신전 바닥에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두려움과 싸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과.”
“눈물 아니고, 땀입니다!”
당황스러웠다.
“…그만 미처 안 치우고 나왔네요, 급한 나머지─”
“내가 너를 가둔 것은, 네가 마음을 다칠까 걱정해서기도 하지만, 네가 내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없어요! 절대로.”
내 강력한 부인에 라프트레이 형은 씁쓸하게 웃었다.
“나야말로, 잘못된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구나. 어떤 두려움인들, 동생의 핏자국을 봤을 때의 두려움에는 비할 수도 없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데, 학문의 신이 내 손을 잡았다.
“결국 내가 내 뜻을 이루어 보이지 않는 손의 신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내 동생과 내 사도가 보이지 않은 손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결코 잊지 않겠다.”
* * *
“라프트레이 신과는 잘 이야기 나누셨습니까?”
나르본을 떠나는 길에 아타울프가 물었다.
“그랬다.”
“그, 불탄 아카데미는요?”
“큰형님께서는 그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그 자리에 거지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짓기로 하셨다.”
“잘됐군요!”
아타울프처럼 묻지는 않았지만 무표정하게 날 주시하던 레오파라의 얼굴에도 미소가 서렸다.
“제가 거지였던 시절 생각이 나서 기쁩니다.”
파비안도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에게 장학금을 줄 테니 정식으로 대학에서 공부하라고 권했었다.
파비안도 기뻐하며 고마워했지만, 아무래도 지금 초토화된 나르본에선 학업을 쌓기란 무리였다.
하지만 폭동이 없었다고 해도, 본디 나르본은 그에게 아픈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특히 종치기였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대학생이 된들 차별받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서 파비안은 다른 학문의 도시에 가서 공부하기로 했다. 일단은 우리와 함께 떠나고. 중간에 우리가 다시 괴물과 싸우게 되면, 길이 갈라지겠지만.
“하하, 거지들이 우리 테오파노 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닐 때 막 뿌듯하지 않냐?”
“그럼요. 그때 저도 거지였을 때, 부를 신의 이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타울프와 파비안이 도란도란 대화할 때, 갑자기 레오파라가 멈춰 섰다.
“따라오는 자가 있습니다.”
“뭐?”
품에 안긴 드라콘의 콧잔등을 긁어 주다 고개를 쳐드는데, 레오파라가 말했다.
“저 앞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비안은 두려운 기색으로 내게 가까이 붙고, 렉스가 물었다.
-내가 가서 보고 올까?
우리는 나르본의 나루터로 가던 중이었다. 렉스에게 약속한 대로 뱃놀이도 하고, 이번에는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여행할 생각으로.
-아니. 렉스, 테오파노 님 곁에 붙어 있어. 누군지 알 만하다.
레오파라가 대답한 순간, 앞쪽의 길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리우트프란 왕자의 기사군요. 뒤에도 마찬가지일 테고.”
아타울프가 바로 알아보았다. 레오파라는 몸을 돌려 뒤에 나타난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 기사도 레오파라를 주시했다.
-저 기사가, 네가 왕자에게 갔을 때, 네 뒤를 밟았으나 따돌렸다는 기사냐?
-그렇다.
계약 소통을 통해 그렇게 물은 아타울프는 바로 앞의 기사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을 붙였다.
“날씨가 좋군요.”
“그대는 용병인가?”
인사에 응하는 대신 기사가 물었다. 그의 눈길이 아타울프를 지나쳐 나와 파비안에게 닿자, 파비안이 몸을 떨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제 신분도 이름도 밝힐 수 없습니다. 제가 모시는 분 역시 그렇듯.”
“내가 모시는 분이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냐?”
“그야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분도 제가 모시는 분을 모르십니다. 저와 기사님, 그밖의 모두가 서로 모르는 채, 잠깐 인사만 나누고 헤어질 테니까요. 삶에서 스쳐 지나간 나그네들처럼 말이죠.”
내가 처음 레오파라를 왕자에게 보낼 때, 아타울프는 이 기회에 왕자를 직접 만나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성지에서 마주친 정도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왕족과 알아 두면 두고두고 우리 교에 좋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시, 개입을 결심했던 나로서는 응할 수 없었다. 라프트레이 형이 너그럽게 넘어간 지금도, 왕자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때 권했던 아타울프는, 왕자가 사람을 보낸 지금, 내 정체를 감추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기사는 아타울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인 레오파라와 다른 기사와는 달리, 아타울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모시는 분께 전하실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내가 모시는 분께서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기사를 기절시키고 가면 됩니다. 절대 죽이지 않겠습니다.
레오파라가 계약 소통으로 엄숙하게 맹세했다.
-아니, 한번 만나는 보자. 물론 신으로서 만날 생각은 없지만.
나도 왕자에게 궁금한 점도 있고.
“그렇다면, 그분들을 섬기는 우리가 그분들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타울프가 쾌활하게 기사에게 말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사를 따라 왕자에게 갔다. 파비안이 계속 몸을 떨기에, 드라콘을 품안에 넣어 주었더니, 좀 진정하는 기색이었다.
왕자는 근방의 숲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숲의 빈터에 호화로운 천막이 쳐져 있고, 가까운 시내에서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포도주 잔을 든 기사들이 천막 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
겉으로는 나르본의 일처리가 아직 남은 왕자가, 잠시 사냥하며 휴식을 취하는 듯 보였다.
-왕자는 보이지 않는군요. 천막 안에 있겠지요?
아타울프가 짐작한 대로, 우리를 안내한 기사도 천막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를 따르지 않고, 빈터의 한편에 서 있는 느릅나무 아래로 갔다.
그러자 사도들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따라왔다. 기사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다, 몸 돌려 혼자 천막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왕자가 천막에서 나왔다.
사냥이라기보다 연회에 더 어울릴, 매우 화려한 차림새였다.
리우트프란 왕자가 내게 다가오자, 기사들도 따라왔다. 하지만 왕자는 그들이 느릅나무 아래까지는 오지 못하게 했고, 혼자 그 그늘 아래로 들어왔다. 나도 사도들과 파비안을 같은 거리 밖으로 보냈다.
“느릅나무 아래는 전통적으로 왕들이 만나는 장소지.”
리우트프란 왕자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옛날 옛적, 사람 아홉이 팔 벌려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팔백 년 묵은 느릅나무 한 그루가 두 왕국 사이 국경에 있었다. 왕들은 그 아래서 만났다.
“나는 왕이 아니며, 그대도 아니다.”
내가 대답했다.
팔백 년을 산 느릅나무는, 그 아래에서 맺은 약속을 한 왕이 어겼을 때, 분노한 상대편 왕이 베어 버렸다.
그 후로 나무를 벤 왕과 약속을 어긴 왕의 후계자가 다른 곳의 다른 느릅나무 아래서 만났으나, 그 협정도 깨졌다.
사람들은 숲의 여신 엘라디안이 분노하여 저주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 후로 나무 아래 왕들의 협정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천막으로도 오지 않았잖은가.”
“그대가 내 천막을 마련할 시간을 주었다면 응했고말고.”
세월이 흘러, 그 왕의 후손들이 다시 만날 때, 들판에 천막을 세웠다. 예나 지금이나 왕들은 상대의 성에 들어가기를 싫어하니까.
그리하여 두 왕이 들판에 경쟁하며 세운 천막만 수천에 달했는데, 모두 금실로 짠 왕비의 드레스처럼 호화스러웠다. 협정은 두 왕의 천막을 번갈아 가며 열렸다.
물론 이곳에 왕은 없다. 하지만 팔백 년 산 나무보다 훨씬 작은 나무라도 굳이 그늘을 비워 놓았다면, 내 신분을 떠보려는 뜻이 명확했다.
“내가 그대를 사촌이라고 불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