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1)
Chapter 110 – 110. 배웅
소름끼치는 감각이 등골을 스치며 흐르고 있었으나, 디나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한다.
‘결국 침착하게 생각하면 내가 유리하다.’
흑령사가 뿜어내고 있는 마나는 그야말로 불길함 그 자체였으나, 디나 역시 공포에는 내성이 강한 편이었다.
‘현생에서는 조금 날리던 마법사 수준인 것 같지만 어차피 죽은 악령이야.’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죽음 이후까지 현생에서의 기량을 뽐낼 수는 없을 거다.
[머리 굴리는 소리 여기까지 들려요.]하지만 그런 생각을 깨부수듯 흑령사의 마나가 점차 기괴한 악령의 형상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듯 입을 쩍 벌리고 손을 뻗으며 달려드는 그녀의 마나.
“……사령술사?”
이것만큼은 디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혼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으나.
마나 자체에서 한이 묻어나오는 건 사령술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그것도 원한이 형상화되는 찐득한 모습은 보통 사령술사가 아닌 듯했고.
워낙 좁은 업계인지라 디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령술사를 떠올리며 그녀의 정체를 깨닫는다.
“흑령사?”
데이우스 베르디와 마찬가지로 단테에서 그녀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가 있으나, 그녀는 세상의 위기 따위는 전혀 관심 없었기에 거부했다.
또한 단테의 궁극적인 목표와 흑령사의 대목적은 완전한 상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기에 단테에서도 그녀의 포섭을 포기했었다.
“네가 죽었다고?”
이것만큼은 디나 역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륙의 사령술사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귀인.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오롯이 사령술이라는 골인 지점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식을 먹어치우는 마녀.
“어째서? 아니, 그것보다 데이우스의 곁에 붙어있는 이유가 뭐지?”
[하아.]쏟아지는 디나의 질문에 역으로 흑령사는 짜증난다는 듯 숨을 내쉰다.
악령의 형상을 하고 있는 흑령사의 마나가 답을 대신하여 달려든다.
[입 좀 다무시죠.]“그래, 당신이면 죽음 이후에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게다가 사령술사니까.”
죽음과 가장 밀접한 존재이기에, 죽음 이후에도 그 기량이 급감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콰드드득!
디나의 양손은 영혼만을 잡아먹는 게 아니었다. 흑령사의 마나조차 우걱우걱 씹어대며 그것들을 소화시킨다.
질 좋으면서도 톡 쏘는 마나에 디나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사령술사가 영혼을 다루지 못하면 뒤져야지. 아, 이미 뒤져서 소멸시킨다고 해야 되나?”
[까불긴.]어디에 숨겨뒀었는지 고요하던 마나들이 다시금 요동치며 쏟아진다.
하지만 디나에게는 오히려 만찬이 자신의 입으로 알아서 굴러들어오는 꼴이었다.
그때.
짙은 연초향이 가슴께에서 확 퍼지며 코를 치고 들어온다.
흑령사의 마법이 위에서 쏟아지는 사이, 어느새 연초를 입에 문 핀덴아이가 그녀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고급 연초는 잘 젖지도 않네.”
웬 이상한 감상을 남기며 그대로 도끼를 휘두른 핀덴아이. 제대로 적중했다고 생각하며 피에 젖은 연초를 입에 문 채로 연기를 깊게 내쉬지만..
우걱!
디나의 가슴팍에서 튀어나온 이빨이 핀덴아이의 도끼를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이건 마수야 인간이야?”
어이없다는 감상평을 내뱉었지만 핀덴아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도끼를 버리며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다.
설마 여기서 당황하지 않고 바로 공격을 이어갈 줄 몰랐던 디나는 정타를 맞았으나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다.
“왁!”
오히려 핀덴아이의 손에 이빨이 박혀 들어온다. 분명 코와 눈 사이를 때리고 들어갔는데 어떻게 이빨이 박히는지 이해는 못하겠으나.
앞에 있는 여인이 평범한 인간의 신체는 아니라는 건 확신했다.
일단 근접전은 효과가 없다 판단한 핀덴아이가 몸을 뒤로 빼려 몸을 튼다.
“아, 씹!”
하지만 요괴들을 지키려다 생긴 상처가 발목을 잡았다. 순간적인 격통에 몸이 휘청거리며 피가 울컥 흘러내렸다.
그걸 놓치지 않은 디나의 손이 입을 쩍 벌리며 다가왔으나.
흑령사의 마나들이 양쪽에서 디나의 손에 달린 입을 붙잡고 버틴 덕분에 핀덴아이는 몸을 추스르며 탈출할 수 있었다.
“거슬리게!”
대신해서 흑령사의 마나를 먹어치운 디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금 두 사람을 노려본다.
피를 철철 흘리며 부상이 심한 핀덴아이와 한정된 마나를 가지고 싸우고 있는 흑령사.
확실히 순간적인 위기상황이 있긴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우위는 변하지 않았다.
정면대결을 굳이 할 필요 없이 요괴들을 잡아먹어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쓰읍, 둘이 참 탐스럽네.”
핀덴아이와 흑령사가 너무나 탐스럽게 보였기에 배의 허기가 강렬하게 두 사람을 원해왔다.
저 둘을 먹기 전까지는 다른 잡것들로 입맛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차오른다.
[당신, 단순한 괴수술사가 아니군요?]차분히 근처 요괴의 머리에 내려앉은 흑령사의 말에 디나는 눈썹만 살짝 꿈틀거릴 뿐 굳이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흑령사의 보랏빛 눈동자는 이미 정답을 꿰뚫고 있었다.
[마수 자체를 본인의 몸에 이식하셨군요? 그것도 꽤나 고위의 마수를.]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흑령사였으나 디나는 뭐가 문제냐며 웃어 보인다.
“킥, 어떻게 보면 네가 데이우스를 돕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야? 내가 마수를 심어서 인간을 뛰어넘은 신체를 가진 것과 네가 그를 도와서 급진적으로 성장시켜준 것. 별 다를 거 없어.”
“나는 어떻게 그놈이 여기까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어. 우리 단테의 일원들도 궁금했는데, 네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디나는 입에 열이라도 오르기 시작한 것처럼 계속 말을 쏟아낸다.
“그거 알아? 우리 단원들은 임무에 들어가면 시야를 공유해. 지금 단테의 모두가 너를 보고 있어. 아주 우습게도 비웃고 있겠지.”
[읏.]흑령사는 아까부터 느껴지던 섬뜩함의 정체가 그것임을 깨닫고 손으로 몸을 감싼다.
“뒤진 이후, 다른 사령술사에게 휘둘리는 꼬라지 좀 봐. 그렇게도 미련이 많이 남았나? 아니면 악령들을 다뤄온 업보가 그것인가?”
비웃음이 점차 굵어진다.
디나의 다홍색 눈동자에 동공이 두 개 떠오른다. 그녀가 점차 마수와 융화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네가 나를 비웃을 자격이 있어 보여? 우리 다 똑같이 더러운 년들이야. 흑마법이라는 마약에 찌든 약쟁이라고!”
척 하고 손을 뻗은 디나. 그녀의 손에 달린 입이 당장이라도 흑령사를 잡아먹고 싶다며 길게 울어댄다.
“뒤진 이후에도 그 약을 끊지 못하고 미련이 남아있는 주제에.”
솔직히 흑령사는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있었다. 자신만큼 사령술에 미친 여자는 없었으니까.
이 힘이 주는 쾌락과 권리에 매료되었기에 그 끝을 보고 싶었던 것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간으로 살았으며, 인간으로 죽었어요.]“…….”
[대의를 위한다는 말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 인간성을 버리고, 본인의 육체는 강해지기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하며 마수가 되었어요.]캉캉! 캉캉!
당장이라도 흑령사를 물어뜯겠다며 디나의 양손이 거칠게 이빨을 부딪친다.
그녀의 얼굴 표정 역시 사정없이 구겨지며 마수의 형상을 한다.
[당신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어디 나한테 영혼까지 뜯어 먹힌 다음에도 그따위로 입을 놀릴 수 있나 한번 보자고.”
으르렁 거리며 위에 올라타고 있던 요괴를 박차고 나선 디나. 하지만 그녀는 날아들던 중간에 머리를 후려치는 둔탁한 충격에 몸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떨어진다.
뭔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디나가 밟고 서 있던 눈알 모양의 요괴가 손을 뻗어 그녀를 위에서 후려친 것.
“이 개새끼들이!”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선 이를 으득 갈며 숨을 크게 내쉬는 디나.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요괴들이 디나를 향해 명백한 적의를 보이고 있음에도 디나는 역으로 분개한다.
“저년 하나 너희 편에 있다고 뭐 되는 줄 알아? 너희는 다 그냥 내 식사야 이 개새끼들아!”
악에 받쳐서는 외쳐대는 디나를 보며, 행렬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드디어 이상함을 느끼고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이거 진짜 싸우는 거 맞지?”
“에, 에이. 그럴 리가. 저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근데 공연치고는 너무 리얼한데. 저기 메이드 분 피 흘리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을 향해 바로 닥치라고 외치려던 디나였으나, 그녀의 입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불길한 마나.
입에 음식을 한 가득 물고 있는 것처럼 볼이 터지듯 당겨져 억지로 그것을 삼키려 애쓴다.
자신의 마나를 디나에게 먹인 흑령사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입가에 댄다.
“……!”
[당신은요, 감사해야 돼요.]입안으로 치고 들어온 마나를 전부 삼킨 디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제가 제자한테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선을 넘지 않는 걸요.]“뭐라고?”
풋 하고 흑령사는 웃으며 뭔가를 추억하듯 속삭인다.
[본인이 만든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죠.]“무슨 개소리야.”
디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건, 이미 저 멀리 가고 있는 행렬의 앞단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길한 듯하면서도 자비로운 무언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으나, 또 호기심이 일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매력을 지닌 힘이 요괴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저는 죽었으니까, 하이라이트는 양보할게요.]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감각. 흑령사도 그렇고, 이미 몸을 감춘 메이드도 그렇고.
또한 행렬의 끝에서 자신들을 반기고 있는 기운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요괴들도 그렇고.
디나는 모두가 자신을 버려두고 떠나간다는 고독감을 느낀다.
저들은 이 밤의 마지막.
그러니까 새벽빛이 떠오르는 그 순간을 벌써 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마치, 이미 오늘이란 시간의 결과가 정해진 것처럼 느껴졌기에.
디나는 흐트러지듯 사라지는 흑령사의 뒤를 무언가에 홀린 듯 쫓았고.
결국 행렬의 가장 앞.
의미 모를 기운이 쏟아지던 그곳에 닿았다.
요괴들이 웃으며 사라지고 있었다.
괴기하던 외형과는 반대로, 그들에게 죽음이라 부를 수 있는 현상 속에서는 하얀 빛 무리가 되어 아름답게 도시를 수놓는다.
그런 그들을 뒷짐을 진 채로 배웅해주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
언제 오나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던 중이었다.
디나는 스스로가 깔아둔 계획을 걷고 있다 생각했으나, 어느새 자신이 밟고 있는 길이 타인의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챈다.
밑장 빼듯 누군가 자신을 다른 곳으로 옮겨둔 기분.
이를 으득 갈고 있는 디나 쪽으로 힐끔 시선을 준 데이우스는 천천히 입을 뗀다.
“이들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지?”
“뭐?”
뜬금없는 질문.
또, 또.
흑령사에게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은 한참을 뒤늦게 저들을 따라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 머리를 굴려도 당연히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한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만든 요괴다. 그렇다면 그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사실 이들이 원하는 건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
디나는 입을 다물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교수가 불량 학생을 억지로 앉혀두고 강의를 시작한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뽐내고 싶었을 뿐이다.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처럼, 이들 역시 그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소멸을 택했다.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미 피해를 주는 행위였으니까.
그렇기에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 생각했겠지만.
“이들의 만족한 미소가 보이나.”
데이우스는 행렬 속에서 자신을 마음껏 뽐낸 요괴들을 배웅해주며 살포시 웃어주었다.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굉장히 따스한 미소였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조차 공연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마술사가 손이 잘린 마술을 했다고 진짜 잘렸다고 믿는 관객이 없는 것처럼.
사람들도 행렬 속 요괴들을 진짜라고 믿지도 않고, 그들의 퇴장이 죽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기에.
마나로 이루어진 환상.
화려한 퇴장이라며 감탄한다.
웃으며 박수치고, 감동하여 멋대로 눈물 흘린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요괴들이 원하는 유일한 것이었기에.
자신의 최후까지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그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것.
그렇기에 요괴들은 웃으며 떠나갔다. 기뻐하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는 죽음이 아닌.
소망의 완성.
꿈의 종착역.
데이우스 베르디는 그들에게 늘 꿈꿔왔으나 손에 닿지 못한 걸 선물하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디나는 얼마나 이빨을 강하게 물었는지 잇몸에서 피가 흐른다.
“나랑 싸우는 도중에 뭐하는 거냐고. 요괴 새끼들의 힘이라도 빌려야 할 판에 지금 그놈들을 배웅해주고 있는 거냐?”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데이우스 베르디에게 요괴들과 함께 완전한 소멸을 선사하려 했으나.
“…….”
데이우스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디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금 요괴들을 배웅한다.
그리고 그제야.
디나는 알아차렸다.
자신이 왜 저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는지.
왜냐면 무대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저들과 목숨을 건 전투를 하고 있다 생각했으나.
저들은 그저, 요괴들을 배웅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도중 자신은 그저 상정 내의 변수 덩어리 정도였기에.
“그래, 그래서 전력으로 뒤쫓지 않았구나.”
정리 정도는 하기 위해 사무소를 찾아왔으나, 막상 데이우스 본인은 자신의 뒤를 굳이 쫓지 않았다는 걸 디나는 알아차린다.
데이우스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디나만 혼자 데이우스와 싸우고 있던 상황.
이가 갈리다 못해 으득.
결국 부러졌다.
“이런 모욕은 또 처음이네.”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불타오른다. 그녀의 전신이 점차 뒤틀리기 시작하며 무언가 괴이한 것이 되어가자.
“조금.”
그녀를 막지 않는 한, 요괴들의 배웅은 힘들 것이라 판단.
“거슬리는군.”
다홍빛 괴수를 바라보며, 위령사의 마나가 용솟음치며 축제를 환히 밝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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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