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3)
Chapter 142 – 142. 로베른의 금서
“흐아암.”
마차를 몰며 쩌억 하품을 내뱉은 핀덴아이는 주변을 슬쩍 둘러본다. 어느새 도착한 로베른 아카데미.
딱히 기분 나쁜 장소도 아니고, 오히려 재밌는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괜스레 짜증이 머리를 툭툭 찌르고 있었다.
아카데미 내부로 마차를 끌고 들어오자 열을 맞추고 이미 기다리고 있던 교수진.
특히나 학장은 벌써부터 전쟁에서 돌아온 영웅을 위한 환영회를 개최하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으나.
아쉽게도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는 마차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핀덴아이의 기분이 썩 탐탁잖은 이유였다.
“뭐야, 데이우스는?”
학장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에리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핀덴아이는 퉁명스럽게 답해온다.
“몰라.”
그러곤 본인 짐과 일루아니아의 짐을 챙겨서는 아카데미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몸에 붕대가 감겨 있는 모습을 보아 부상이 심해 보였으나 그녀의 행동에 거리낌은 없었다.
“끙끙.”
뒤늦게 짐과 멜로디카를 챙겨서 마차에서 내린 오웬에게로 자연스럽게 교수진의 시선이 쏠린다.
소년 역시 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어색한 미소를 내걸며 교수진의 질문에 답해줬다.
“마리아스 대삼림에 있는 영혼들에게 사죄와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하셔서 좀 더 있다가 온다고 하셨어요.”
“책임?”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으나 오웬도 그 이상 설명하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마차에서 내린 일루아니아. 짐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으나 품에는 아주 귀한 새로운 가족을 안고 있었다.
데이우스와 함께 다니는 임신한 하녀라는 걸 교수진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출산을 축하했으나 일루아니아는 간단히 감사인사만 한 후, 바로 이전에 머물던 호텔로 향했다.
산후 몸조리도 중요했기에 호텔 측에서도 관련해서 서비스를 예전부터 준비 중이었다.
호텔 건물이 무사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핀덴아이가 따라붙으며 함께 가주었다.
결국 남은 건 오웬과 마차뿐.
허탈한 표정으로 교수진은 아쉬워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웬은 바로 데이우스의 방으로 향했다. 그가 가져다 놓으라 했던 물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등에 메고 있던 멜로디카를 꺼내 들었다.
바람을 불며 건반을 두드리자 새어 나오는 음색.
이번에 워낙 연주를 많이 해서 비교적 건반이 가벼운 멜로디카를 연주하는데도 손가락이 아팠지만, 그래도 소년은 능숙하니 연주를 이어갔고.
점차 자신의 눈동자에 검은 로브를 입고, 눈 밑은 반투명한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는 여인이 나타났다.
이미 몇 번이나 연주를 하면서 만났던 흑령사.
멜로디카에서 입을 떼고 연주가 멈췄음에도 오웬도 어느 정도는 그녀와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영안을 성장시켰다.
“흐, 흑령사님. 결국 같이 오셨군요.”
[그래요, 데이우스가 가라고 했잖아요.]핀덴아이와 마찬가지로 흑령사 역시 심통이 난 상태였다.
데이우스가 혼자 해결해야 한다며 흑령사도 같이 보냈기 때문.
거기에 혹시라도 몰래 남아있을 걸 대비해서 오웬에게 아카데미에 도착한 후, 확인하라고 지시까지 해뒀다.
[내가 스승인데 왜 명령을 내리냐고.]투덜거리면서도 일단 말은 잘 듣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 오웬이였으나 일단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굳이 그런 말을 해서 히스테릭한 여인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겠지.
“매, 매일 한 번씩 확인하라고 하셔서요. 괜찮으실까요?”
[……하아, 그래요.]한숨을 내쉬는 흑령사.
마리아스 대삼림에서 혼자서 영혼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던 데이우스의 바람.
그것을 들은 흑령사는 참으로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선을 넘으려 했던 데이우스가 다시 자신의 신념을 되찾았다는 의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혼자서 그걸 짊어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함께하면 되는 거 아닐까? 나름 영혼의 동반자인데? 흑령사인 본인은 진짜 영혼인데!
[짜증 나.]흑령사는 휙 하고 몸을 틀어 그대로 사라진다.
“하아.”
그 모습을 본 오웬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위령사님도 정말 힘드시겠구나.’
이번 전쟁이 위령사님의 진심을 보기 위한 흑마법사 집단의 계략이었다고 오웬도 주워들었다.
그 이상 자세하게는 잘 알지 못하는 오웬이었기에 일단은 기지개를 켜며 데이우스의 방 밖으로 나섰다.
1학년 남자기숙사의 남는 방에 얹혀사는 오웬. 일단 본인 방으로 가서 좀 쉴 생각이었다.
데이우스가 없다면 자신도 굳이 할 일이 없었으니까.
의도치 않은 꿀 같은 휴식 시간.
이번에 고생을 꽤나 했으니까 이럴 자격은 있겠지.
아직 학생들은 강의가 한창인 시간이었기에 조용하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오웬은 샤워 후, 푹신한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편한 잠에 빠졌다.
“아니, 이거 진짜 저 아니라니까요!”
밖에서 들려오는 먹먹한 감정이 담긴 억울한 목소리에 오웬의 눈동자가 뜨인다.
잠을 방해받았지만 피곤하진 않았다.
창밖을 보니 벌써 달이 뜬 시간.
꽤나 푹 자버린 오웬은 기지개를 켜며 밖으로 나왔다.
복도에 서 있는 두 학생.
1학년 남학생 하나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2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에게 변명하고 있었다.
“내 전 차례가 너였다며! 그럼 당연히 네가 한 거잖아!”
“아니, 근데 정말 저 아니에요! 진짜 억울해요! 제가 썼으면 썼지 낙서를 왜 해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오웬은 힐끗 뒤꿈치를 들어 상황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2학년이 쥐고 있는 책자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싶었다.
“음?”
무슨 책인가 싶어서 오웬이 빼꼼 고개를 뻗었고.
“흐어아!”
어린 소년은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가며 얼굴이 화악 붉어진다.
여인의 사진집.
그것도 전라를 한 여인의 사진집이었다.
오웬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2학년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그는 자신의 손에 쥔 책자와 오웬을 번갈아보더니 부끄러운 듯 몸을 돌려 도망친다.
“어쨌든 너!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라! 모두 공용으로 쓰는 거잖아!”
꽤나 정의감을 담은 일갈을 남겨둔 채로.
1학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슬쩍 오웬을 보더니 다가와 손을 뻗는다.
“고, 고마워. 네 덕분에 안 맞고 끝났어. 사실 내가 한 거 맞거든. 나는 몸에 낙서 그려진 게 더 꼴려서.”
“예, 예에?!”
“어? 아, 너는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라 잘 모르나? 우리는 금서라고 은어로 불러.”
선배의 위협에서 벗어난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일까. 남학생은 묻지 않은 것까지 쏟아내기 시작한다.
“너도 필요하면 말해.”
“아, 아, 아니! 아니요! 필요 없어요! 그것보다! 학생이 그런 걸 어떻게 사요!”
평생을 피아노와 살아왔던 소년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빼엑하고 외치자 남학생은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인다.
“당연히 못 사지. 금서는 전부 수작업이야. 우리 아카데미에는 장인이 있거든.”
어지럽다.
“하여튼 필요하면 나한테 와. 좋은 건 공유해야지. 같은 남자잖아.”
찡긋 웃으며 윙크한 남학생은 철없이도 그대로 복도를 내달리며 가버렸다.
현기증과 더불어 잠시 충격에 빠져 있던 소년은 주먹을 굳게 쥔다.
“하, 학생은…… 학생다워야!”
데이우스 베르디가 종종 입에 담던 말. 오웬은 주먹을 꽉 쥐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멜로디카를 연주해 아카데미에 아직 남아 있는 영혼들을 불러들인다.
오웬만이 할 수 있는 정보수집이었다.
[아하, 야한 그림? 남자애들뿐만 아니라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엄청 돌아다녀.] [그거 그린 사람이 한 명인 건 알고 있어. 표시를 넣는다는데.] [학생이면 공부를 해야지 무슨.] [요구하는 창구도 있는 거 아세요? 도서관에 있는 어떤 책에 쪽지를 써서 넣으면 원하는 걸로 그려준 대요!] [그림? 아, 최근 이상한 거 그리는 애를 하나 보긴 했어.]“그 사람이에요!”
오웬은 바로 마지막 유령의 증언을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1학년 여자 기숙사. 밤은 늦었지만 때마침 앞에 있는 벤치에서 뭔가를 스케치 중인 하얀 베레모를 쓴 금발 머리 소녀를 찾을 수 있었는데.
“고, 고, 공주님?”
[응, 맞아. 쟤가 매일 이상한 그림 그리더라.]엘레노아 루덴 그리핀을 가리킨 유령은 휙 하고 사라져 버린다. 마치 책임을 떠넘기듯이.
그냥 도망칠까.
잠시 고민하던 오웬이었으나 심호흡하며 데이우스 베르디를 떠올린다.
만약 그분이었다면?
그분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아끼는 제자가 금서라 불리는 음란물 유포자였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아마 꽤나 진노하시면서 꾸짖으셨겠지.
“그걸 막아야 해.”
특히나 자신처럼 연주를 통해서만 유령을 보는 게 아니고, 상시 유령을 보실 수 있는 그분이라면 언제라도 이런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 충심을 다해 오웬은 엘레노아에게 다가갔다.
“음? 무슨 일이니?”
다가온 오웬을 힐끗 바라본 엘레노아는 다시금 그림에 집중한다.
시선조차 주지 않고 펜을 움직이는 집중력은 같은 예술가의 길을 걷는 입장으로서 대단하다 생각은 했으나.
“그, 그림을 보여주실 수 있으실까요!”
일단 확인은 해야 했다.
오웬이 나름의 용기를 낸 발언.
“흠?”
엘레노아는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스케치 너머의 오웬을 바라봤으나, 그가 데이우스 교수가 키우는 일종의 제자라는 걸 알았기에.
“그래.”
어렵지 않게 스케치를 돌려서 보여준다.
예쁜 달이 자리 잡은 밤하늘이었다. 예술가의 땅 클라렌에 살아왔던 오웬이었기에 그녀의 그림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담겨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와.”
오웬조차 놀랄 정도의 실력.
감탄하는 오웬을 보며 엘레노아는 슬쩍 묻는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아뇨! 죄송합니다! 제가 불경하게도 오해했어요!”
“오해? 무슨 오해?”
천천히 스케치를 벤치 옆에 두고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꼬는 엘레노아.
겉으로 봤을 때도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누나이긴 했으나.
그녀의 눈동자가 달라지며, 분위기가 진중하게 가라앉기 시작하자 형용할 수 없는 공주로서의 위압이 오웬을 짓눌러온다.
이게 일국의 공주.
순식간에 변화한 분위기는 암살자가 숨기고 있던 암기를 꺼낸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공주인 그녀에게 말한다면 이 사건을 손쉽게 해결해주지 않을까.
오웬은 그리 생각하며 조금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최, 최, 최근 아카데미에서 불순한 그림을 그려서 그걸 유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위령사님이 복귀하시기 전에 그 사람을 찾으려 했습니다!”
“어?”
순간, 엘레노아의 움직임이 굳는다. 방금까지의 공주로서의 위엄은 바람에 날아갔는지 사라지고, 다시 학생 엘레노아로 돌아왔다.
“아, 그으렇구나? 저어엉말 이상한 사람도 있다! 근데 나는 아니야!”
“공, 주님?”
순박한 오웬조차 수상하게 여길 정도의 말투. 그때 여자 기숙사 입구에서 나온 아리아.
“엘레노아! 이거 봐! 눈동자에 색을 진하게 하고 초점을 지우면 마치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아리아가 손에 쥐고 있는 데이우스 베르디의 그림을 본 엘레노아가 팍 인상을 찌푸린다.
“내 그림에 함부로 낙서하지 말라고……!”
타닥!
자신의 그림에 종종 본인 취향을 멋대로 추가시킨 아리아를 향해 확 짜증내던 엘레노아였으나.
이미 도망치기 시작한 오웬.
설마 위령사님을 가지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줄이야!
무조건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웬은 달렸으나.
“아차.”
엘레노아의 탄식 섞인 목소리와 함께 오웬의 다리가 하늘로 붕 떠오른다.
“우아아앗!”
지면을 박차고 내달리던 몸이 둥실 떠올라 당황한 오웬은 자연스럽게 다시 엘레노아의 앞으로 다가왔고.
“그, 저기 있잖아.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엘레노아가 어색하니 웃으며 말하자 오웬은 울먹이며 외쳤다.
“죄송해요! 절대로 위령사님한테 말 안 할게요! 살려주세요!”
“…….”
“뭐야, 교수님 따라다니던 꼬맹이네.”
다가온 아리아는 어벙한 표정을 짓다가 황급히 그림을 숨긴다.
“아주 빨리도 숨긴다! 왜? 데이우스 그린다고 광고라도 하지?”
“아니, 너무 참신한 발견이라서 그렇지.”
엘레노아의 쓴소리에 이번만큼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는 아리아.
일단 해결책을 제시해본다.
“일단 때려서 기억을 잃게 만들어 볼까?”
“애가 왜 그렇게 천박하니.”
“……교수님으로 그런 거나 그리고 있는 공주만 할까.”
“그, 그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애가 듣잖아! 그리고 너도 좋아했잖아!”
“조기교육을 성교육으로 배우신 덕분에 미천한 신민이 새로운 세상을 보긴 했죠.”
두 사람이 정신이 팔린 듯 투닥거리고 있음에도 자신은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오웬이었기에.
축 늘어진 채로 있는 순간.
다시 한번 몸이 붕 떠오른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옷깃을 잡고 들어 올린 것처럼.
“어?”
“뭐야?”
이번에는 엘레노아가 한 게 아니었기에 놀라는 두 사람.
오웬 역시 당황했으나 익숙한 느낌에 깜짝 놀라며 외쳤다.
“흐, 흑령사님이세요?!”
흑령사와 그리 친하진 않지만,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오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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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4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