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
Chapter 14 – 14. 비밀
방 안으로 들어온 네 사람은 다 타버려 흩날리는 노트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히히히.]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음에도 울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제일 둔해보이던 페르 교수였다.
“꺄아아악! 또! 또 나왔어! 또 왔어!”
바로 귀를 틀어막은 채로 몸을 웅크리고는 소리 지르기 시작한 것. 에리카가 다급하게 그녀를 감싸 안아주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시죠.”
혹시라도 문이 잠겨 있는 건 아닐까?
에리카는 그런 걱정이 순간적으로 들었으나, 다행히 문고리는 제대로 돌아갔고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연구실에 있는 소녀. 그 아이가 뭔가 술수를 부린 것 같네요.”
기드온과 케런은 꽤나 침착해보였다.
특히나 케런 같은 경우는 방금 전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잃었는데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게 빨랐다.
또각또각.
네 사람이 방 밖의 복도로 나서자, 딱딱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울려왔기에 이것이 발소리임을 눈치 챈다.
[얘들아.]어느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서 있는 허리가 굽어진 노파.
그걸 보는 순간 케런은 직감했다.
“에리카 교수님. 환각 해제 마법 사용해보세요.”
“육과 혼을 온전케 하며, 부패한 더러움을 일그러뜨려 게워내라, 정화.”
깔끔한 영창 소리가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자연스럽게 마법을 이루어 네 사람을 감싸 안았다.
허나, 이러한 마법에도 노파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쪽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망망대해 같은 어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사탕 먹을 테냐?]학생들이 말했던 것과 똑같은 레퍼토리. 이제 곧 있으면 몸이 굳고 억지로 눈알을 먹인다고 들었다.
“이런 거 하나하나 휘둘릴 생각 없어.”
자신이 고작 이런 별 볼일 없는 상황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에서 치욕스러움을 느끼고 있던 기드온은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펼친 손바닥을 허리 옆에 둔다. 반대 손으로 마치 검을 뽑아내듯 자세를 취하자.
화르륵!
순식간에 불꽃의 검이 나타나 봉화처럼 4층을 환하게 밝혀왔다. 전신을 짓누르는 열기가 화끈하게 몸을 데운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검을 뽑아든 기드온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학생들과는 다르게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바로 해결하겠다는 속셈이었으나.
우뚝.
몸이 멈춘다.
그리곤 노파는 끌끌 웃으면서 자신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기드온에게 다가갔다.
[그려, 네가 먹고 싶은 겨?]붸에.
긴 혀는 너무나 쉽게 차가운 바닥에 툭 닿는다. 그리고 그 위에 얹어져 있는 노파의 눈알.
당장이라도 요물 같은 혀를 쳐내려던 기드온이었으나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건 물론이고.
“……!”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침조차 삼킬 수도 없고, 목젖의 떨림이 멎은. 말 그대로 의식만 남은 채로 정지된 세계.
그 속에서 입을 뗀 건 보건교사였다.
“제가 먹겠습니다.”
노파의 시선이 케런에게로 향한다. 정확히는 혀 위에 놓인 눈동자를 굴려서 이쪽을 본 거지만 어쨌든.
“제가 할머니의 사탕을 먹고 싶어요.”
그 말이 끝난 순간, 노파는 이미 기드온을 지나쳐 케런의 앞에 서 있었다.
만족스럽다는 듯 환히 웃으며 천천히 케런의 손을 잡아 자신의 눈알을 올려주는 노파.
케런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입안에 넣은 후 삼켰다.
꿀꺽.
“……맛있네요.”
옆에 있는 에리카는 역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팍 찌푸렸고, 페르는 이미 볼을 빵빵하게 불린 상태였는데 아마 치솟는 구토를 참는 듯 했다.
케런의 대답에 노파는 멍하니 서 있더니 만족스레 웃으며 꼬옥 안아주었다.
[그려, 맛있으면 됐어.]그대로 사라진 노파.
“우웨에엑!”
페르는 복도 구석으로 가서는 제대로 토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에리카는 식은땀을 흘리며 케런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별 문제는 없습니다. 옛날에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예?”
방금 자신이 제대로 말을 이해한 건지 의문이 생긴 에리카였으나, 케런은 오히려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는 입을 꾹 다문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했으나 곧이어 붸하고 입을 연다.
“아오, 비린내. 일단 입을 헹궈야겠네.”
근처 화장실로 들어간 케런. 용병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괴물이라 듣기는 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담이 큰 여인이었다고 에리카는 놀랐다.
“……젠장.”
노파에게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던 기드온은 분한 듯 주먹을 쥐며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 기드온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에리카는 페르가 쏟아내고 있는 토를 마법으로 치워주며 생각했다.
앞으로,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굉장히 고될 것이라고.
*
“…….”
베르디 가문의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내 생각 이상으로 꽁꽁 숨겨져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하의 지하라고 해야 할까?
지하 1층 같은 경우는 사용인들을 위해 마련된 장소로 숙소, 조리실, 클리닝 룸 같은 걸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 있는 우리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밑 준비를 하는 장소.
그곳을 지나 창고 방에 덩그러니 놓인 더욱 아래로 향하는 문.
봉인이라도 된 것처럼 나무판자로 몇 겹씩 덧대어 막혀 있는 문을 보며 나는 팔짱을 낀다.
“여기는 뭐지?”
슬쩍 고개를 돌리니 옆에 서 있는 핀덴아이 쪽으로 눈이 돌아간다. 그녀는 당연히 모를 테니 한 칸 더 시선을 옆으로 옮긴다.
지하로 내려온 나를 모신다며 함께 붙은 집사가 당황스런 눈으로 내게 설명한다.
“저, 저희에게도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습니다만 베르디 가문의 옛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옛 역사?”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접근 자체가 금지된 장소입니다.”
베르디 가문의 차남인 당신이 그걸 모르면 안 된다는 눈으로 힐끔 나를 바라본 집사.
되었으니 이만 가보라고 말한 후, 슬며시 손을 대어본다.
쿵! 쿵쿵!
그러자 곧바로 문과 판자 틈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 일렁임.
“흐응? 생각보다 재밌는 저택이었네?”
핀덴아이는 꽤나 흥미로운 듯 콧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둘러본다. 영적인 존재가 보이진 않겠으나, 짐승과 같은 감각 때문에 불길함 정도는 느끼는 듯 했다.
문 앞에서 턱을 괸 나는 무덤덤하니 삐져나오는 검은 일렁임을 바라본다.
자아가 있다는 듯 휘적거리고 있는 것이 손에 닿는다면 당장이라도 나를 끌고 들어갈 것처럼 분노에 차 있었다.
“흠.”
짧은 숨을 토해낸 후.
나는 슬며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숨어있던 스크알이 바로 내 지팡이를 가져와 손에 쥐어주었다.
저번 노스웨든 산맥을 올라갈 때 쓰던 것이다.
“지팡이 소환…… 우리 주인놈 기량은 가늠이 잘 안 되네.”
옆에서 숙덕거리는 핀덴아이를 무시한 채로, 나는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말했다.
“핀덴아이.”
“네?”
“부숴라.”
보통 이런 명령을 받았다면 한 번 더 되묻는 게 평범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 스크알 같은 경우는 유령임에도 깜짝 놀라서는 나를 쳐다봤으니까.
하지만 핀덴아이는 다르다.
“오케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발에 잔뜩 힘을 주어 그대로 밀어내듯 문을 박살낸다.
콰드드득!
오래된 문이라서 그런지 속절없이 박살나버린 문은 나무 쪼가리가 되어 바닥을 구른다.
확 퍼지는 먼지와 더불어 쏟아져 나오는 벌레들.
갑작스런 소란에 깜짝 놀란 사용인들이 창고 안으로 들어오지만 별 상관없다.
나는 저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로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눈살을 찌푸린다.
‘기운이 거세군.’
먼지와 벌레보다도, 내 전신을 옥죄이듯 들어오는 악령의 기운에 괜히 숨을 쉬는 게 불편해졌다.
‘영물은 아니지만 그에 필적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지박령으로 보기에도 모호하다.’
보통 지박령들이 자기들의 구역에서는 폭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이긴 하다만. 이 경우에는 좀 다른 듯 했다.
이럴 때 할머니가 계셨다면 금방 정답을 알려주셨을 텐데.
조금 아쉬워하면서도 나는 발걸음을 뗀다.
“음? 안으로 들어갈 생각?”
“가지 않으면 어떤 답도 나오지 않는다.”
“하긴, 그건 그래. 주인놈이 생각보다 호탕하네.”
마음에 든다면서 내 뒤를 따라붙기 시작한 핀덴아이. 나는 손가락 끝에 작은 불을 피워 올린 후 계단을 내려간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밀어내는 기운이 더 강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런 직관적인 힘 싸움에서 사자는 산자를 이기기 힘든 법이다.
우리는 질량이 있으니까.
뚜벅 뚜벅.
지하의 계단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중간에 위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마 다리우스나 데이아가 와서는 내 욕을 한 거겠지.
“그런데 주인놈은 본인 가문에 대한 이야기도 잘 모르나 봐?”
“가주가 아니니까.”
실은, 가주가 아니라기보다는 그냥 데이우스 자체가 아니라서 그런 거다. 이제 6개월 됐는데 뭘 알겠는가.
가문에 대해서 모르는 것 투성이. 심지어 베르디 가문은 이상하게 숨기는 게 많기도 했다.
“끄응, 소문으로 듣던 거랑은 많이 다르시네.”
“소문?”
어차피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가면서 할 일도 없다. 소문이란 게 뭔가 싶어 되묻자 핀덴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해준다.
“아니, 듣기로는 엄청 여자를 밝히는 호색한이라고 일하는 시녀들이 알려줬거든.”
“…….”
“하녀 옷도 이런 저질스러운 거나 입히고. 근데 딱히 손대거나 하지는 않네?”
변했다고 내 스스로 말하는 것도 우습고, 말해봤자 별 달라지는 것도 없다.
어차피 핀덴아이라는 여인은 소문보다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걸 직관적으로 믿는 타입이었으니까.
오히려 내가 해줄 건 충고였다.
“하녀들의 입소문을 주인에게 전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내가 여기 평생 발붙이고 있을 것도 아니고.”
“그래도 주의하는 게 좋을 거다. 하녀들은 노스웨든의 정보통이다. 그녀들과 친해진다고 해서 나쁜 일은 없을 거다.”
“…….”
특히나 고철상으로 활동하던 너라면, 정보수집이 더욱 절실하다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는다.
핀덴아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알아챘겠지.
“아참, 그런 말하니까 하나 생각났네. 오늘 밖으로 심부름 다녀왔거든?”
“……?”
“엄청 화려하게 꾸민 여자 하나가 당신 돌아왔냐고 묻던데? 애인이라고.”
“……후우.”
“그렇게 안 보이는데 창관을 자주 다니셨나봐. 저녁에 기다리고 있는다고 했어. 서비스 듬뿍해준데. 똥꼬도 핥아주겠다는데?”
화가 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냥 무덤덤하게 숨을 내뱉으며 지끈거리는 두통을 애써 억누를 뿐.
이 빌어먹을 몸뚱아리는 도대체 어디까지 일을 벌려둔 건지. 이거 하나 수습하고 있자면 또 다른 게 튀어나온다.
‘이런 소문을 알게 되었으니 나를 쫓아낸 걸 수도 있겠군.’
약혼녀인 에리카 브라이트가 나를 아카데미에서 쫓아낸 이유도, 이런 나쁜 소문들을 들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브라이트 가문에서는 파혼 요청은 안 왔다고 들었는데 그나마 내 체면을 살려주려 시간을 들이는 걸까?
‘망설일 필요 없건만.’
쓸데없는 배려라 생각하며 나는 계단의 끝에 도달했고.
입을 다물고 있던 나를 이상하게 여긴 핀덴아이가 깜짝 놀라며 물어온다.
“뭐야, 저녁에 진짜 갈 거야?”
“하아,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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