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4)
Chapter 33 – 33. 노스웨든의 사령술사
키득거리는 소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악령들의 비명이 버무려지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어이, 전 약혼녀. 이거 마법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아들인 후, 바닥에 연초를 버려 지그시 밟은 핀덴아이가 물었다.
방금까지 감정이 과잉되어 냉정함을 잃었던 에리카는 냉수라도 맞은 듯 머리가 시원하게 게워지듯 차분함을 되찾았다.
“마법적 결계는 맞지만, 사대원소도, 상위 계열도 아닙니다.”
쓰디쓴 감정을 삼키며 에리카는 말을 덧붙인다.
“아무래도 흑마법의 일종인 것 같네요.”
“흑마법?”
당혹스런 상황에 목소리가 삑 나버린 기드온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녀를 노려본다.
여전히 입구에 서 있는 그녀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며 리듬을 타듯 즐기고 있었다.
“악령들이 이제는 마법까지 부린다고?”
기드온의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소녀가 에리카 쪽으로 슬며시 다가간다.
[근데 그게 끝이야?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좀 더 장황하게 내 노력을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흑마법에는 전혀, 지식이 없기에.”
[그래? 그렇구나.]아쉽다며 툴툴 거리는 소녀는 정말로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는 게 서운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다른 마법사들에게 물어도 같은 반응들이 되돌아올 뿐이다.
그리핀 왕국에서는 흑마법에 대한 규제가 워낙 강하니까. 종종 뒷거래 상인들이 관련 서적을 팔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었고.
애초에 보통 마법사들은 흑마법이라는 것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하지도 않아했다.
[이건 굉장히 독특한 마법이야. 망자와 산 자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신통한 결계지.]“경계를 허물어?”
[응, 앞으로 꽤나 즐거운 일이 벌어질 거야.]에리카가 다급하게 소녀를 부르며 붙잡아보려 했으나, 이미 사라져버린 소녀의 신형.
분한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그녀가 있던 허공만 손으로 한 번 휘저어볼 뿐이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어깨를 으쓱인 핀덴아이가 난간 밖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거대한 벌레들이 마치 쏟아져 올라와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이 씨, 무기를 잃은 게 너무 큰데.”
1층 중앙현관 무사와의 전투에서 도끼를 잃은 핀덴아이였기에 맨손으로 전투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쓰레기 같은 잡것들이. 감히 누가 누구를 죽인다고?”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불꽃의 검을 뽑아든 기드온.
“생과 사의 경계를 연결한다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악령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가능해졌다는 걸 알아차린 에리카 역시 황금빛의 마법을 발현시키며 대응하기 시작했다.
* * *
아무리 아카데미가 난리가 났어도 강의는 계속해서 진행된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아직은 아카데미가 제 구실을 하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까지도 악령들에 의해 침범당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조명 빛이 전부 꺼지자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교수 역시 다급하게 학생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최근 교직원 기숙사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같은 것들 때문에 잠식되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진정해.”
그때 책상 위에 올라서 하얀 빛을 뿜어내는 흑발의 여학생.
마나의 농도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 고작 한 순간임에도 통찰력 있는 이들은 그녀의 마법적 재능이 상당하다는 걸 알아챘다.
1학년 아리아 리아스.
평민 출신임에도 출중한 재능을 인정받아 로베른 아카데미에 수석 입학한 수재 중에서도 수재였다.
“조금만 침착하자. 여기서 혼란에 빠져 봤자 우리만 다칠 뿐이야.”
그녀의 발언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그렇기에 냉정함을 찾은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는 말이네.”
그중에서도 이번에 입학한 그리핀 왕의 막내 딸, 엘레노아 공주는 차분히도 말을 이어받았다.
“여기서 당황해봤자 적들이 원하는 꼴밖에 되지 않아.”
명확하게 ‘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경각심을 일깨운 공주.
학생들이 일순 침착하며 엘레노아 공주의 말을 따르기 시작한다.
“일단 상황을 파악해봐야 할 것 같아. 바깥을 정찰할 필요가 있겠어.”
교실에 있는 창문은 검은색 물감이라도 칠한 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일단 교실 문 밖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수님?”
은근슬쩍 강의를 진행하던 교수에게 책임을 떠넘긴 엘레노아 공주.
교수는 퍼뜩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다.
“그, 그래. 그래야겠구나. 일단 내가 밖에 나가서 확인하고 올 테니 조금 기다리렴.”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학생들과 공주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교수가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뭔가 상황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추스른다.
자연스럽게 아리아에게 다가간 엘레노아 공주. 그녀는 옆자리에 앉으며 슬며시 아리아에게 물었다.
“꽤나 침착하네. 요번 기수 수석 입학한 아리아 양 맞지?”
“예, 맞습니다. 공주님.”
“같은 학급의 친구잖아. 예의 같은 건 굳이 갖출 필요 없어.”
“그럼…….”
“엘레노아라고, 편하게 불러.”
“알았어, 엘레노아.”
어머?
무식한 건지 아니면 담대한 건지 바로 말을 놓아버린 아리아. 하지만 오히려 엘레노아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혹시 지금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시험하듯 톡톡 책상을 두드리며 물어오는 엘레노아. 아리아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다.
“아마 아카데미에 흉흉하게 떠돌던 악령들의 소행이겠지. 그거 말고는 따로 생각나는 게 없어.”
“흐음, 그렇구나. 그런데 악령이 이런 식으로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슬며시 창가로 다가간 아리아가 손으로 어둠에 막힌 창문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린다.
“아마 흑마법의 일종인 것 같아. 꽤나 마나가 많이 들었을 텐데. 행방불명된 사람들에게게서 마나를 추출해낸 게 아닐까 싶어.”
“확신하듯 말하고 있구나?”
엘레노아는 턱을 괴며 아리아에게 묻자, 그녀는 어색하니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하아, 아카데미 측에서 악령 소동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해서 지켜봤는데. 이러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네.”
엘레노아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왕실에 주도면밀하게 보고할 생각이었다.
로베른 아카데미의 무능함과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여 이 아카데미를 아예 뿌리부터 뽑아낼 생각이었다.
‘딱히 내가 공주라고 연관된 사건은 아닌 것 같네. 쩝, 호위들은 어디 있나 몰라.’
아마 이 결계에 같이 휘말렸을 텐데, 굉장히 유능한 호위들이기에 금방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고 엘레노아는 확신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니?”
아쉬움에 자신의 찰랑이는 금발만 손가락으로 돌돌 말고 있는 엘레노아에게 물어오는 아리아.
엘레노아는 짧은 시간이었으나 아리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로베른 아카데미의 미래에 대해서 예언자처럼 툭 던져준다.
“아무리 못해도 폐교되지 않을까? 명망 높은 로베른이라고 해도 이건 보통 사건이 아니니까.”
어차피 엘레노아야 다른 아카데미로 가버리거나 혹은 왕실에서 직접 강사들을 초빙해서 배우면 되니까.
‘애초에 배울 필요가 있나 싶다.’
단순히 왕실의 핏줄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엘레노아는 왕실 소속 마법사들도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천재 과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엘레노아를 입학 성적에서 이긴 게 바로 아리아.
‘퍽 흥미로운 아이야.’
로베른이 망해도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슬며시 웃는 순간.
“하지 마.”
거센 압박감이 엘레노아의 전신을 옥죄인다.
이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인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기사단장, 대마법사 같은 절대적 강자들에게서도 쉽사리 느낄 수 없는 맹렬한 기운.
“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엘레노아는 멍한 눈으로 아리아를 바라봤고.
아리아의 검은 눈동자는 어느새 탁해진 채로 엘레노아를 향해 짙은 살기를 흩뿌리고 있었다.
“하지 말라고. 이 아카데미는 결국 원래 모습을 되찾을 거니까.”
“무슨…….”
콰앙!
“꺄아아아악!”
“들어왔다! 들어왔어!”
“교수님은? 교수님은 어떻게 되신 거야?!”
“일단 도망쳐!”
“개소리야! 맞서 싸워! 어디로 도망치겠다고!”
엘레노아가 간신히 입을 열기도 전, 강의실 문이 박살나며 실체를 얻은 악령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란과 혼돈에 사로잡혀 도망치거나, 싸우는 학생들 사이에서.
엘레노아와 아리아는 이 자리에 두 사람밖에 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께에서부터 차분히 마나를 끌어올리며 몸에 힘을 준 엘레노아가 겨우 한 마디 내뱉는다.
“이 상황이, 수습이 될 거라고?”
그 말에 아리아가 슬며시 시선을 돌려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응, 가능해.”
그곳은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으나.
껍질이 깨지듯 미세한 균열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왜냐면.”
탁하고 끈적한 공기가 균열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 나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상황이 급변한다.
스며들어오는 빛에 달려들던 악령들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눈을 둔다.
그러자 어떤 악령들은 천적을 만난 듯 괴로워하고, 발악하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또 어떤 악령들은 평생의 원수를 만난 듯 으르렁거리며 당장이라도 죽이겠다 저주를 퍼붓는다.
아직 악령들의 결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군세는 여전하며, 아직 로베른은 그들의 거친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허나, 작은 균열.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 새어 들어온 빛을 밟으며 들어오는 한 사람.
오던 도중 사고가 있었는지 그의 코트 끝자락은 살짝 타들어가 있었으며, 곳곳에 그을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단정한 옷매무새를 유지했고,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걸이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의 차분한 눈동자가 로베른을 담는다.
그것만으로도 악령들의 괴이한 비명소리가 멎으며, 공포를 망각했던 존재들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바람이 급변한다.
균열을 통해 들어오는 봄바람이 안도하라며 차분히 감싸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로베른을 비추는 유일한 등불.
노스웨든의 사령술사.
데이우스 베르디.
“왔다.”
아리아는 애틋한 미소와 함께 창문 너머의 그를 향해 부드러이 손을 뻗었다.
“나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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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3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