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3)
Chapter 42 – 42. 시끄러운 비명
“…….”
뚝 뚝.
손톱을 얼마나 깨물었는지 어느새 닳아버린 엄지손톱에 아리아는 손톱을 대신해 입술을 꾹 깨물며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조금이라도 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는데 감정이 솟아오르는 걸 참지 못했다.
‘어차피 파혼했으면서.’
후 하고 숨을 내쉬는 아리아. 데이우스와 에리카가 파혼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어차피 끝난 관계.
아리아는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자고 생각했으나.
데이우스의 손길이 에리카의 머리 위에 툭 얹어지는 걸 보며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름을 느꼈고.
그의 입꼬리가 부드러이 올라가는 걸 보며 눈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후우우우우!”
숨을 길게 내쉬며 애써 감정을 추스른다. 눈을 꼬옥 감고 데이우스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에리카를 향해 분노와 질투를 쏟아낸다.
‘상관없어. 그래, 괜찮아.’
어차피 교수님은 자신의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자신이 절대로 패배할 리 없었다.
‘교수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이끌어 드릴 거예요.’
그리고 같이 세상을 구한 다음, 함께 살면 되는 거다.
상상만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끼던 와중 데이우스가 에리카를 두고 혼자서 아카데미로 향하는 걸 보고는 급하게 몸을 틀었다.
이전 회차에서 이미 황룡보라는 보법을 마스터한 아리아였기에 데이우스보다 먼저 아카데미로 도착했다.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여유롭게 높은 담장도 뛰어넘어준다.
“후!”
착지와 동시에 다급하게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혹시나 싶어서 손거울을 꺼내 머리가 부스스하진 않은지, 얼굴에 뭔가 묻지는 않았는지 체크한다.
‘좋아.’
어디를 가도 미인이라는 얘기를 듣는 아리아. 예전이었다면 겸손하게 빼겠지만 지금은 자신의 외모가 절대 남에게 꿀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눈을 감고 마나를 느낀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아카데미 입구 쪽으로 향했고.
딱 마침 데이우스가 수위와 인사를 한 후,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싱긋 웃으면서 다가간 아리아. 데이우스는 잠시 그녀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번에 봤던 학생이군. 아리아 리아스.”
기억해주셨다!
고작 한 번 인사했는데 기억해주시다니! 역시 교수님이야!
“네! 맞습니다!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살갑게 웃으며 달라붙자 데이우스는 무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본다.
‘너, 너무 친한 척 해버렸나?’
이번 생에선 대화하는 건 이제 두 번째였으나 저도 모르게 거리감을 무시하고 다가갔다.
자신이 아는 데이우스는 불쾌하게 여길 텐데.
“그래, 괜찮다.”
하지만 데이우스는 딱히 밀어내진 않았다. 다가온 걸 거절하지 않는 반응에 아리아는 마음이 조금 두근거렸다.
‘처, 첫인상이 좋았나보다.’
아니면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걸 아시는 걸까?
확실히.
성적이 좋은 학생을 좋아하셨던 것 같긴 하다.
“이제 다시는 이상현상이 벌어지진 않는 거겠죠? 실은 제 친구들이 많이 무서워했거든요.”
현 상황이 걱정되어 자연스럽게 교수에게 달라붙은 학생을 연출한다.
교수라면 함부로 뿌리치지 못할 것이고, 아리아의 예상은 적중했다.
데이우스는 그녀와 함께 걸으며 무덤덤하니 답해준다.
“그래, 이제 그런 이상현상은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의아하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데이우스는 슬며시 아카데미 본 건물로 시선을 두며 자신의 생각을 툭툭 털어놓는다.
“아카데미가 원래 묘지 위에 지어졌다고는 해도 악령들의 숫자와 힘이 너무 강했다. 애초에 묘지에 잠들어 있던 영혼들은 악령도 아니었고.”
“그런가요?”
“그래서 나는, 아마도 누군가 일부러 아카데미에 악령들을 불러 모으고 상황을 크게 만든 게 아닐까 싶었다.”
“그, 그렇군요!”
아리아는 전신의 감각이 짜릿하게 솟아오름을 느꼈다.
‘역시 교수님!’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에는 언제나 깜짝 놀랐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그렇게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천사를 깨우려고 꽤나 고생했는데 그걸 교수님은 단번에 파악하신다!
‘사령의 돌을 찾는 건 꽤나 어려웠어요. 그래도 이미 한 번 해본 적이 있으니까.’
회귀를 하고 첫 세 달간은 집에서 나와 대륙을 돌았다.
아카데미에 악령들을 풀어놓는 건 꽤나 복잡한 일이었으나, 그래도 옛 기억이 있으니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그래도 고생하길 잘했네요. 교수님이 순식간에 성장하셔서 원래 인격까지 바로 죽이셨잖아요!’
아리아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밤공기를 느낀다. 자신의 노력이 전혀 헛되지 않았음에 기분이 좋아졌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그때 쑥 찌르고 들어온 데이우스의 질문에 아리아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예? 어떤 거 말씀이시죠?”
“이번 사태 말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텐데.”
“아, 그렇죠. 아카데미를 향한 불신은 생길 수밖에 없죠. 자퇴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으니 취소할 수 있다고 공지가 왔지만, 이미 신뢰가 깨져서 취소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
“하지만 저는 계속 다닐 거예요! 여기서 배우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차라리 잘 됐다고 아리아는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교수님의 귀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으니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데이우스는 고민이 있어 보였기에 아리아는 웃으며 말해준다.
“너무 걱정하실 거 없으세요! 그래도 남을 학생들은 남을 테니까요! 오히려 진짜 중의 진짜만 남을 거예요!”
‘교수님은 전혀 걱정하실 거 없어요.’
제가 교수님 모르게 타일을 전부 깔아둘게요.
교수님은 아실까요?
실은, 사령술을 배우신 것도 제가 도와드린 거예요.
그 어려운 사령술에 대한 기초적인 교본은 아무리 뒷거래상인이라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거니까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사령술을 다루시는 것도 충분히 익숙해지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계속 강해지시는 거예요. 이번에는 절대로 죽으시면 안 돼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아리아는 어느새 자신이 데이우스를 따라서 교직원 기숙사까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어이쿠, 교수님이랑 얘기하는 게 재밌어서 계속 따라왔네요. 죄송해요.”
“상관없다.”
‘아아! 분명 첫인상을 잘 잡은 거야! 이렇게 친절한 교수님이라니!’
아마 방으로 돌아가서는 몸부림치며 오늘 일을 몇 번이고 곱씹을 것이다.
“한 가지만 물어도 괜찮겠나.”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몸을 돌리려던 아리아를 데이우스의 목소리가 붙잡는다.
“예? 무엇이든지요.”
싱긋 웃으며 아리아는 기대감에 차올라 데이우스를 바라본다.
질문?
무슨 질문을 하실까?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기다리던 아리아의 미소가.
“아카데미를 테러했음에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나?”
깨져간다.
* * *
“아카데미를 테러했음에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나?”
내 한 마디에 그림처럼 환하던 아리아의 미소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표정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어색하게 웃는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잘…….”
“흠, 자세히 말해줘야 하나?”
이미 알아들었음에도 모른 척을 하겠다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파고들어준다.
“어째서 잠들어 있는 죄 없는 망자들을 깨워서, 죄인으로 만들었냐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다.”
“…….”
입을 꾹 다문 아리아는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나 역시 여전히 무표정하게 그녀를 향해 질타를 이어간다.
“손주에게 사탕을 주고 싶었을 뿐인 할머니는,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눈알을 먹이는 괴이한 악령이 되어버렸다.”
“…….”
“아이들을 사랑했던 고아원 원장은 학생들을 지키려고 뒤틀린 방법을 사용해서 2층 여자기숙사 학생들을 전부 혼수상태로 만들었다.”
“…….”
“뛰어노는 걸 즐기던 아이는 밤만 되면 다른 사람의 침대에 올라타 함께 놀아달라며 공포를 선사했지.”
한 마디 한 마디 이어갈 때마다 아리아의 고개가 점차 내려간다.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할지는 몰랐다 할지라도, 결국 잠들어 있던 망자들을 깨운 건 너다.”
“증거라도 있어요?”
낮게 울리는 아리아의 목소리.
적의보다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더 짙게 담겨 있었다.
“제가 했다는 증거라도 있냐고요.”
가슴을 탕탕 치며 당당하니 외치는 아리아.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는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갑자기 저한테 그러시는데 뭔가 이유라도 있으시니까 그러신 거잖아요. 아니면 그냥 아무나 찔러보시는 거예요?”
내가 봤던 게임 속에서의 아리아는 이래보여도 꽤나 똑똑한 아이였다.
원래였다면 흔적을 남겨뒀을 리 없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적으로 변해서인지 꽤나 큰 부분을 놓쳤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증거도 없으면서 갑자기 학생을 의심하시면 안 되죠 교수님. 당황했잖아요.”
헤헤 하고 웃으면서 다시 침착함을 찾아가는 아리아.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안심하고 있는 듯 했으나.
“시끄럽군.”
나는 뒷짐을 진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울릴 지경이었다.
“예? 제, 제 목소리가 좀 컸나요?”
주눅이 들어서는 눈치를 보는 아리아에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 목소리가 아니다.”
고작 여자아이 하나가 빽빽 소리 지르는 것과 비교도 안 되는 목소리가 난잡하니 퍼져온다.
[이 년이다아아!] [몇 달 전에 찾아와서! 우리를 들쑤시고 간 미친년!] [죽이겠어! 죽이겠어! 죽이겠어!] [야들야들한 네년의 살을 꼭 찢어 삼키리라아아!]아리아의 뒤를 따라다니는 아직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힘없는 악령들.
그들의 목소리를 뚫고 나는 덤덤하니 말했다.
“네가 범인이라고 외치는 영혼들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럽구나.”
아리아의 표정이 다시금 굳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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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4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