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
Chapter 85 – 85. 아카데미 교수들(1)
에리카가 떠나갔으나 나는 굳이 그녀를 따라가 붙잡지 않았다.
어차피 오해인 건 나중에 알게 될 거고, 사실 알지 못한다고 하여도 굳이 해명할 필요성까지 느끼지도 못했다.
에리카가 나서서 아리아와 내가 이상한 관계라며 헛소문을 퍼트리진 않을 테니까.
[그냥 둬도 괜찮은 거죠?]흑령사의 걱정에 괜찮다고 답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그것보다도 나는 에리카에 대해서 아리아가 말했던 게 더 신경 쓰였다.
– 견제예요. 이번에는 뺏기지 않을 거라서.
‘이번에는?’
그렇다면 저번 회차에서는 내가 에리카와 맺어졌다는 말인 걸까?
우리가 약혼을 맺은 사이긴 해도 막상 그 끝은 파혼이라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리아의 말을 들어보면 아마 결혼까지 도달한 듯했다.
‘그러면 나는 에리카 브라이트를 사랑했던 걸까?’
모르겠다.
아무리 상상해 봐도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여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에리카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후.”
굳이 답이 나오지 않는 걸 계속 고민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연구실로 향했다.
지금은 페르 페트라 교수가 사용하고 있는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코를 찌르는 탈취제 냄새.
과한 향기에 살짝 불쾌감이 일었으나 곧이어 연구실 내부를 보는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와.]시체술사의 마법연구라도 보는듯한 광경. 길게 늘여진 의료용 침대 위에 놓인 가지각색의 신체부위들.
눈살이 찌푸려지는 고어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마나를 일으킬 뻔했으나, 그 앞에 서 있던 분홍머리의 폭력적인 몸매를 가진 페르 페트라 교수가 이쪽을 바라보며 웃는다.
“아, 데이우스 교수님! 복귀하셨군요!”
어떻게 사지분해 된 신체들을 앞에 두고 저렇게 태연하게 웃을 수 있는 건지.
순간 그녀가 시체술사가 아닌 걸까 싶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내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휙 돌아보곤 깜짝 놀라며 의료용 침대에 놓인 팔을 하나 들어올린다.
[참…….]덜렁거리는 팔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흑령사조차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으나.
페르 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제, 제가 만든 모형이에요! 진짜 아니에요!”
“흠?”
피를 잘 닦아낸 줄 알았으나, 그 이상으로 깔끔하긴 하다.
나는 흥미가 동해서 다가가 신체 부위들을 확인했는데 그녀 말마따나 진짜 육신이 아닌 모조품이었다.
“시험용이긴 하지만 이게 완성되면 많은 분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거예요!”
자신의 물건을 당당하니 소개하는 페르 교수. 슬쩍 마나를 넣어보니 정말로 손이 실제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단하군요.”
솔직하니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 소모량이나 금액에 따라 사용자의 제한이 있을 수는 있어도, 전 대륙의 장애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
게임에서는 굳이 이런 부분을 다루지도 않고, 페르 교수는 등장하지도 않기에 뜻밖의 놀라움이었다.
페르 교수는 부스스한 분홍 머리를 정리하면서 어색하니 웃는다.
“저쪽에 교수님 자리 준비해뒀어요.”
연구실의 가장 안쪽.
커다란 책상과 더불어 주변에 놓은 화분과 텅 비어있는 책장.
생각 이상으로 고급품들로 구비가 되어있다.
“실은 그렇게 좋은 물건들은 아니었는데. 위령사 선언이 있은 후에 학장님이 전부 교체하셨어요.”
“하.”
아부 관련해서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학장의 센스였다.
“그런데 데이우스 교수님은 강의를 언제부터 들어가시나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자리에 적응하고 있자니 페르 교수가 슬며시 다가와서는 물어온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렇게까지 타인에게 친밀한 교수가 아니었는데 잠깐 사이에 뭔가 변한 걸까.
힐긋 그녀와 눈을 맞추자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초롱초롱하니 마주본다.
그걸 보는 순간 딱 알 수 있었다.
지적호기심이 태생적인 소심함을 압도적으로 웃돌아버린 거라고.
유일한 왕국 공인 흑마법사이니 당연히 관련 강의를 할 수밖에 없다.
아직 개혁 도중인 그리핀 왕국. 지금 당장 왕국에서 합법적으로 흑마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건 내 강의가 유일했다.
마법사보다는 학자 쪽 기질이 강한 페르 교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겠지.
특히나 흑마법에는 시체술 같은 그녀의 해부학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학문도 있었으니까.
“다음 학기부터 들어갑니다.”
“아아! 그렇군요! 혹시 교수인 저도 같이 참관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예, 같은 시간대 다른 강의가 있으신 게 아니면 문제없겠죠.”
“그렇군요! 정말 다행이네요!”
소심한 티를 벗으면 왈가닥 기질이 있는 걸까. 뒤이어 시작된 그녀의 학문에 관한 고찰은 흥미롭긴 했으나 귀가 살짝 아파왔다.
쾅!
“주인놈아 우리 왔… 어머나 시발! 이게 뭐야!”
연구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던 핀덴아이는 바닥에 널브러진 페르 교수의 신체 파츠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몸을 바로 튼다.
뒤이어 따라 들어온 일루아니아의 눈을 가려주는 핀덴아이.
두 달 정도 지났지만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일루아니아의 배는 크게 나오지 않았다.
“무, 무슨 일이야?”
“임산부가 이상한 거 보면 쓰나!”
나름대로 배려해서 손으로 일루아니아의 눈을 덮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아…….”
그리고 제 3자가 등장하자 바로 소심해지는 페르 교수. 그녀는 다급하니 나에게서 멀어지더니 신체파츠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치, 치울게요!”
호들갑을 떨며 정리한 페르 교수가 다급하니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으며 힐끔힐끔 이쪽 눈치를 본다.
핀덴아이는 이제야 됐다며 눈에서 손을 떼며 일루아니아와 함께 내게 다가온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오랜만임에도 능숙하니 인사해오는 일루아니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는다.
얼굴에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하고, 피부도 곱다. 따로 피로가 쌓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다. 살짝 살이 찔 정도로 편히 쉴 수 있었던듯하다.
“한동안의 업무는 보조로만 돌아간다. 핀덴아이가 하지 못하는 건 웬만하면 해줘야겠으나 몸을 쓰는 일은 시키지 않을 것이다.”
“……배려 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일루아니아가 고개를 숙이며 내 의견에 반대해왔다.
“저도 사용인으로서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텔에서 투숙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정당하게 일을 하고 급여를 받겠다는 일루아니아.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내 사용인이다. 내 말에 따라라.”
“하지만…….”
“단순히 너를 위함이 아니다.”
내가 일루아니아를 챙기는 이유는 그녀를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사창가를 전전하며 마약을 하고 아무 남성과 몸을 섞어온 그녀의 과거는 애처롭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동정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어떤 남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다. 너를 위함이 아니니 조용히 받아들여라.”
“……알겠습니다.”
혹여라도 일을 하다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데이우스와의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래, 알았으면 됐다.”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끝내려 하자.
“역시 나도 한 번 해줘야하나…….”
옆에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핀덴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늦은 저녁.
핀덴아이와 일루아니아는 사용인 숙소로 따로 쉬러 가고. 나는 교수진 숙소에 있는 내 방에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시는 거예요.]따로 책을 읽으며 흑마법을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내 앞에는 사령술에 관해서라면 수준급 실력을 가졌던 흑령사와 함께 있으니까.
일타강사의 일대일 강의를 받는 거라고 보면 됐다.
“이런 식으로 말인가.”
[예, 맞아요! 잘하시네요!]손뼉을 치며 칭찬하는 흑령사. 예전에 보여줬던 모습에서 조금 풀어진 느낌이었지만 그렇다고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계속 그녀와 함께 마나를 두르며 배움을 이어가던 한때를 끊는 노크소리.
똑똑.
조심스럽게 두드린 노크에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벌써부터 밖에 누가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흐음.]흑령사는 방해 받았다 생각했는지 언짢아하며 팔짱을 꼈으나, 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고.
그곳에는 파자마 차림을 하고 있는 에리카 브라이트가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자,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
“……밤이 깊었다.”
넌지시 거절의 뜻을 밝혔으나 에리카는 물러나지 않았다.
“정말 잠깐이면 되니까.”
그 눈망울에 담긴 묘한 애원에 밀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문을 터주었다.
안으로 들어온 에리카는 굳이 방안을 둘러보거나 하지 않았다.
애초에 짐도 별로 없으니 기본적인 가구들뿐이었다.
“차라도 마시겠나.”
“응, 좋아.”
슬쩍 권유하자 그녀는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든다.
물을 끓이고, 차를 따른 잔을 내어준다. 그녀는 후후 하고 불며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신 후, 자연스런 미소를 짓는다.
“따듯하다.”
그 목소리에 담긴 묘한 색기에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에리카의 볼이 발그랗게 떠오르며 천천히 입을 뗀다.
“저기…….”
똑똑.
“…….”
우리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문으로 향했다. 또 찾아올 사람이 있나?
의아했으나 에리카는 괜스레 시무룩해져서는 고개를 숙인다.
“나 말고 또…….”
뭔가 혼자서 고뇌하는 듯했으나 어쨌든.
나는 또 하나의 불청객의 얼굴을 확인하려 문을 열었고.
“위, 위령사님.”
거기에는 아까 교문에서 나를 마중 나왔던 기드온 제로니아가 퀭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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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