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153
◈ 153. [Side Story] 색출
스테이지4 시작 전.
갓핸드를 위시한 아이기스 특무대 제8팀을 내 휘하로 영입한 직후.
나는 에이더에게 명령했었다.
– 만일을 대비해서 감시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해.
– 예?! 제가요오?!
– 그럼 남는 인력인 네가 해야지, 매번 방어전하랴 자유탐사 나서랴 고생하는 우리가 하리?
아이기스 특무대 제8팀은 전원이 엘프로 이뤄진 데다, 수도에서 보내온 사형수 출신이었다.
기존 파티원들이 영 못 믿고 불안해하기에 혹시 몰라 내린 조치였다.
하지만 이들은 충직했고, 목숨을 걸고 싸워 모두의 신임을 얻었으며, 이윽고 이곳 괴수전선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이들은 더 이상 ‘아이기스 특무대 제8팀’이 아니라, 내 휘하의 ‘그림자 부대’가 되었다.
나 또한 그림자 부대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에이더에게 감시를 맡겨 놓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을 정도로.
***
하지만 스테이지5 시작 전날 밤.
에이더가 얼떨떨한 얼굴로 내게 찾아왔다.
“영주님. 이 자료를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아.”
그리고 에이더가 내게 보여 준 것은 CCTV처럼 촬영된 영상 자료였다.
“그날 감시를 명하신 뒤로, 남는 시스템 리소스를 이용해서 그림자 부대를 감시 중이었는데…… 바로 오늘, 이런 것이 찍혔습니다아.”
화면 속에는 그림자 부대가 머무는 영주 저택 별채가 찍혀 있었다.
별채 뒤쪽의 궁술 훈련장이었다. 이곳에 갓핸드는 혼자 나와 있었다.
– 찾아오시면 곤란합니다.
갓핸드는 난감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 누가 보기라도 했다간 우리 사이의 커넥션이 들켜 버려요.
– 어차피 성내의 모두는 내일 방어전 준비하느라 바빠요.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쓸 걸요. 그보다 이거, 이거 어쩔 거예요?!
갓핸드를 찾아와서 저렇게 말하는 이는……
바로 마르헤리타였다.
– 내가 중앙에서 받은 임무는 이 요새도시의 동태 파악뿐이에요! 그런데 직접 전선에 서게 생겼잖아요! 전선 내부 정탐은 당신네 아이기스 특무대의 임무 아닌가요?!
이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파악되었다.
갓핸드, 그리고 마르헤리타.
둘 다 황실의 첩자다.
히스테릭하게 외치는 마르헤리타에게 갓핸드가 주위를 살핀 뒤 물었다.
– 애쉬 황자 전하께서 성녀님께도 참전을 요구하셨습니까?
– 그래요! 예비대로 참가해 달라시더군요. 이건, 이건…… 망할! 내가 맡은 임무가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병자들을 치료하러 왔지, 괴물과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 진정하십시오. 누가 듣겠습니다.
– 진정하게 생겼어요?! 중앙에서 나를 여기에 처음 파견할 때에는 괴수 침공도 줄어들고 안전할 거라더니, 나날이 침공이 거세지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직접 성벽 위에 서게 생겼는데!
한바탕 쏟아내고 나자 조금 진정되었는지 마르헤리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갓핸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걱정 마십시오. 지켜드릴 테니.
– ……정말인가요?
– 예.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 아뇨, 그것만으로는 안 돼요. 바로 중앙에 직접 연락을 취해야겠어요. 더 이상은-
그때였다.
– 갓핸드?
별채 쪽에서 바디백이 인기척을 내며 다가왔다.
화들짝 놀란 갓핸드가 당황하며 돌아보았고, 마르헤리타는 허둥지둥 뒤편의 숲 쪽으로 자세를 낮추고 달려갔다.
– 바디백? 안에서 안 쉬고 여기서 뭐하나!
– 그냥 바람이나 쐴 겸…… 갓핸드야말로 뭐하세요? 누구랑 대화를…….
마르헤리타는 다급히 궁술 훈련장 뒤쪽의 숲 속으로 도망쳤고, 갓핸드는 그쪽으로 향하는 길을 몸으로 막고 헛기침을 했다.
– 대화라니. 크흠! 나 혼자였다. 혼잣말을 했을 뿐이다.
삑.
“여기까지입니다아.”
영상을 멈춘 에이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감시를 명하신 영주님의 안목이 정확했습니다아. 그림자 부대는 원체 충직한 친구들이라 저도 깜빡 믿어 버릴 정도였는데…….”
“그림자 부대는 됐고, 마르헤리타는?”
“네?”
“이 뒤로 마르헤리타는 감시 안 했어?”
에이더가 얼떨떨해 했다.
“둘의 대화가 끝난 시점부터 감시 대상을 마르헤리타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신전에서 기도만 올릴 뿐 다른 일은 아무 것도-”
“보여 줘.”
“네?”
“그 기도. 보여 달라고.”
에이더가 화면을 돌렸다.
신전의 중앙홀. 여신상 앞에 무릎을 꿇은 마르헤리타가 기도 중이었다.
– 저는 그저 제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싶을 뿐입니다…….
마르헤리타는 애타는 시선으로 여신상을 올려다보았다.
– 이제 저는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마치, 정말로 여신상이 대답을 내려줄 것처럼.
– 제발…… 알려주십시오…….
마르헤리타는 몸을 웅크리고 기도를 이어 갔다.
그런 모습을 멀찍이서 데미안이 의아해하며 보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여기서 에이더는 영상을 멈췄다.
“이 뒤로는 계속 여신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을 뿐입니다아.”
“…….”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노려보았다.
“갓핸드와 대화할 때, 마르헤리타가 분명히 말했지?”
“네?”
“‘바로 중앙에 직접 연락을 취해야겠다’고.”
“아, 네.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습니다아.”
“그렇다면 마르헤리타에게 ‘중앙’과 연락할 수단이 있다는 뜻인데. 연락은 안 하고 기도만 주구장창 올리고 있다는 말이지……?”
사람을 써서 파발을 보내지도 않고. 전서구도 쓰지 않고. 여신상 앞에서 기도만 하고 있다라.
나는 화면 속 여신상을 노려보았다.
설마……?
“에이더. 앞으로 마르헤리타도 계속 감시할 수 있나?”
“시스템 리소스 한계가 있어서 한 번에 한 쪽만 감시할 수 있을 듯합니다아.”
“그럼 이제부터 마르헤리타만 감시해. 그림자 부대는 내버려 둬도 돼.”
뚜둑. 뚜둑. 주먹을 푼 나는 낮게 으르렁댔다.
“조만간 마르헤리타를 낚아 봐야겠어.”
“낚으신다 함은……?”
“거짓 정보를 흘리는 거야. 놀란 마르헤리타가 즉시 중앙에 보고하고, 중앙에서도 기겁해서 반응할 만한 거짓 정보.”
나는 한쪽 입가를 틀어올리며 히죽 웃었다.
“그러면 드러나겠지. 마르헤리타가 중앙에 연락할 수단이라는 것도, 그 ‘중앙’이라는 것의 정체도.”
나는 직감했다.
그 두 가지 모두, 내게 무척 유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
현재.
영주 저택. 응접실.
갓핸드와 마르헤리타는 포박당한 채 내 앞에 무릎 꿇려져 있다.
“돌이켜보면 너희 둘은 처음부터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어.”
둘의 앞에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은 나는 손 안의 지팡이를 핑그르르 돌렸다.
“갓핸드, 너는 가고일 군단 방어전에서 두 팔을 잃었을 때. 마르헤리타에게 수술을 받았다.”
“…….”
“하지만 그때 진짜로 두 팔을 잘라낸 게 아니었지? 그 부위는 이 전선에 오기 전부터 잃은 상태였잖아. 네가 갓핸드라는 이름을 얻었을 때.”
그날, 갓핸드의 수술실 앞에서 바디백은 이렇게 말했다.
– 갓핸드는 이미 2년 전 작전에서 양손을 잃었었거든요.
– 잃은 양손 모두 금속 의수로 바꾼 상태였어요. 금속술사라서, 의수를 실제 손처럼 다루는 데에 문제가 없었고요.
– 양손을 의수로 바꾼 뒤, 코드네임도 갓핸드로 바꾸었고요.
“그날 네가 잃은 팔도, 절단한 팔도, 진짜 팔이 아니라 금속 의수였던 거야.”
“…….”
“마르헤리타는 네가 우리의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큰 희생을 한 척 연기해 준 거고. 그렇지 않나?”
내 말을 듣고 있던 릴리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갓핸드를 보았다.
“그게 정말이에요, 갓핸드……?”
“…….”
“하지만 그날, 당신은 나를 구하느라 팔을 잃은 게…….”
침묵하던 갓핸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가고일에게 부상을 입고 팔뚝을 추가로 절제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어쩐지 내게가 아니라, 릴리에게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황자님의 말씀 대부분이 맞습니다. 저는 그리 크지 않은 부상을 대단한 것인 양 속였습니다. 이곳 전선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
“하지만 릴리님, 제가 그날 밤 당신에게 말했던 것은 모두 진실-”
릴리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응접실을 빠져나가 버렸다.
릴리가 사라진 자리를 보던 갓핸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혀를 차며 그 광경을 보다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여러분 중 누군가가 황실의 첩자여도 상관없어. 애초에 첩자가 없는 게 이상하거든.”
에버블랙 제국은 대륙의 절반 이상을 먹은 나라다.
전 세계에 첩자를 뿌려 두는 게 당연하다. 그것이 자국의 영토 안이라고 해도.
게다가 이런 변경에 황자가 나와 뒹굴고 있다면, 감시하는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내게 충성하고, 목숨 걸고 전선에서 싸워 준다면, 뭐 까짓 이곳 현황 정도 위에 일러바친다 해도 아무 상관없어.”
나는 둘에게 으르렁댔다.
“하지만 안 들켰어야지.”
“…….”
“…….”
“한 번 이렇게 된 이상, 이곳 전선의 누가 여러분을 신뢰할 수 있겠나? 함께 괴수를 물리치는 동료가 아니라, 다른 꿍꿍이를 품은 첩자일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황실과 3황자인 내 사이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다. 예를 들어, 후일 황위계승문제가 생겼을 때.
황실의 실권을 틀어쥔 다른 황자가 나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면.
이 첩자들이 이곳 전선을 사보타주하고 나를 암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황실이 내 목에 채운 폭탄목걸이나 다름없다.
“……전하.”
이를 악문 갓핸드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곳에 보내질 때 제가 밀명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하, 제 휘하 부대원들은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나는 응접실 구석에 묶여 있는 바디백과 번아웃 쪽을 흘긋 보았다.
둘은 이 상황에 놀라서 덜덜 떨고 있다.
갓핸드는 계속했다.
“무엇보다 저는 이미 이곳에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충의는 진실합니다. 부디 믿어 주십시오, 전하! 그리고…….”
“그만! 갓핸드, 네 이야기는 나중에 듣지.”
말을 끊은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우리 성녀님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
마르헤리타는 포박당한 뒤로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내가 반역선언을 하고 시간을 주자마자 성녀님, 당신은 즉시 신전으로 달려가더군. 내 부하가 당신을 감시중인 것도 모르고.”
“…….”
“궁금했어.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윗선에 연락을 하는지. 그리고 그 ‘연락수단’의 정체는 아주 놀랍더군.”
***
조금 전, 내가 한 시간의 유예를 주었을 때.
마르헤리타는 즉시 신전으로 달려갔다.
나는 시스템 창의 감시 화면으로 계속해서 마르헤리타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르헤리타는 중앙홀의 여신상 앞에 앉더니, 기도고 뭐고 때려치우고 그냥 말했다.
– 보고드립니다. 애쉬 황자 전하께서 반역을 선포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애쉬 황자 전하께서 반역을 선포하셨습니다.
긴 침묵 뒤.
여신상에서 지직거리는 낮은 품질의 음성이 튀어나왔다.
– 「반역이라고?」
마치 전파 상태가 무척 안 좋은 전화 통화 같았지만, 선명하게 들렸다.
– 「정확하게 다시 한 번 말하라.」
– 애쉬 황자 전하께서, 반역을 선포하셨습니다.
– 「정말인가? 이 사안은 지극히 위중하다. 한 점의 오보(誤報)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정말입니다. 제가 방금 이 두 귀로 똑똑히 듣고 온 참입니다.
마르헤리타는 나의 반역 선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보고했다.
– 「…….」
여신상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윽고 말을 뱉었다.
– 「애쉬 황자 전하께서 한 시간 뒤에 다시 모이라 했다고?」
– 그렇습니다.
– 「그럼 애쉬 황자 전하께 합류한 후 계속해서 감시하라. 정말로 반역을 계획 중인지, 계획 중이라면 어떤 방법인지, 소상히 감시하고 다시 보고하라.」
– 하지만, 이건 이미 제 임무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치유사제로서……!
– 「모든 것은 여신님과 황제 폐하를 위해서다. 투정 부리지 마라.」
– …….
– 「다음 보고를 기다리겠다. 오늘 자정 전까지 연락하도록. 이상.」
대화가 끊겼다.
마르헤리타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여신상을 올려다본 뒤, 다시 신전을 나섰다.
그리고 내 저택으로 돌아온 것이다.
***
나는 히죽 웃었다.
“설마하니 장거리 교신이 가능한 마법통신장치가 있었다니. 게다가 그것이, ‘여신상’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니.”
“…….”
“이러니 알 수가 없지. 여신상 앞에서 열심히 기도를 하는지, 이곳의 사정을 위에 알려 바치는지.”
통신마법은 순간이동마법과 함께 소실되었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고대의 마법이다.
그런데 소실된 게 아니라 황실이 독점하고 자기네 첩자들한테만 쓰게 해 준 모양이다.
이쪽은 멀리 연락할 때마다 힘들게 파발 보내고 편지 쓰고 비둘기 날리고 난리도 아닌데, 이 첩자 놈들은 태연하게 초고속 통화라인을 구축해 놓고 지들만 쓰고 있었다. 이 치사한 새끼들.
마르헤리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성녀님. 아니, 마르헤리타.”
탁. 탁. 탁.
손에 들린 짧은 지팡이로 반대손바닥을 치며, 나는 음산하게 읊조렸다.
“나는 당신의 신심을 의심하진 않아. 환자를 대하는 당신의 성실함도, 이런 오지에서 의료활동을 펼치는 당신의 고결함도.”
“…….”
“하지만 당신은 황실의 개였고, 첩자였다. 그리고 내게 그 사실을 숨겼다. 황제의 아들이자 남부전선 사령관이며, 이곳 도시의 영주인 나를 속이고 기만했어.”
탁.
손바닥에 올린 지팡이를 으스러뜨릴 듯이 힘주어 잡고,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대가는 치러야겠지?”
“…….”
마르헤리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를…… 죽이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