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64
◈ 264. [STAGE 10] 쿠레하
조금 전.
크로스로드. 시내.
병영 옆 공터.
“허억, 허억, 허억!”
거친 호흡을 뱉으며 나는 휘청거리며 서 있었다.
바로 앞에는 쓰러져 죽은 화이트 웨어울프.
쿠레하의 점멸단검-날아차기 콤보에 놈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내 마력 칼날로 가까스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쿠레하.
나는 뒤를 홱 돌아보았다. 피웅덩이 속에 쓰러진 쿠레하가 보였다.
“어이, 쿠레하! 정신 차려!”
“쿨럭, 쿨럭!”
배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쿠레하는 피를 토해 내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품에서 고급 포션을 꺼내 그의 부상에 들이부었다.
하지만,
‘회복이 느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이미 힘을 끌어 쓰고 미라화가 끝난 쿠레하의 몸은 포션의 효과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허윽, 쿨럭! 전하…… 아까 그 노인 두 분은…… 무사하시겠지요…….”
“당연히 무사하지! 네 걱정이나 해!”
이런 몸으로 타인을 구하려 감싸다니…….
어떻게든 쿠레하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전하!”
사방에 뿌려 두었던 척후병들이 다급하게 내게 달려왔다.
나는 척후병들을 곁눈질하면서 계속 쿠레하의 몸에 포션을 뿌리고 손으로 상처를 눌러 지혈했다.
“보고해!”
“예!”
척후병들은 번갈아 가며 현재 전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차례로 상황을 듣는 나도, 피를 너무 흘려 안색이 창백해진 쿠레하도, 얼굴이 굳었다.
남쪽 성벽은 혼자 돌출된 루카스가 포위당해 공격 받는 중.
북쪽 성벽은 에반젤린이 쓰러졌고, 나머지 영웅들도 모두 당한 상태.
도시 안으로 숨어든 웨어울프들은 대부분 정리가 끝났지만, 살아남은 몇몇이…….
“인질을 잡았다고?”
“예……! 중앙광장으로 몰아넣은 웨어울프들이 시민을 인질로 붙잡고 농성 중입니다! 그 외에도 골목에 몇 마리가 마찬가지로 인질을……!”
머리가 어지러웠다.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하려 애썼다.
그때였다.
“일으켜…… 주십시오.”
쿠레하가 피를 토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기함한 내가 소리쳤다.
“헛소리 하지 마! 넌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동생을…… 쿠일란을, 구하러, 가야 합니다. 어서…….”
“지랄하지 말고 누워 있지 못해?! 그 몸으로는 북문은커녕 여기 공터도 못 나가고 죽어!”
“제 동생도 지금 죽고 있단 말입니다!”
쿠레하가 마주 악을 질렀다. 나는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배에서 질질 새어나오는 피와 내장을 손으로 틀어막고 쿠레하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미 노인 두 명을 구하느라 힘을 사용한 그의 온몸은 미라처럼 바짝 말라붙어, 몸을 일으키는 동작조차 힘겨워 보였다.
상관없는 타인을 구하려다가 제 동생은 구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니.
그 처참한 광경을 보다가 나는 두 눈을 꾹 감았다.
‘생각해라.’
지금 상황을 헤쳐 나갈 활로를 찾아라.
‘게임은 클리어되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묘수는 있고, 살 길이 있다. 지난 742번의 경험이 그것을 증명한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라.
‘아니!’
나는 감았던 눈을 부릅떴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주어진 상황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는 더 넓게, 더 멀리 봐야 한다.
‘게임의 룰 위에서 봐라.’
룰에 지배당하지 마라. 룰을 지배해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우회하고, 꺾고, 뒤틀어서- 룰의 약점을 찾아라.
“……!”
그 순간.
퍼뜩 떠올랐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할 원론적인 방법이.
“쿠레하.”
나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침착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네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나?”
쿠레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쿠레하.”
나는 내가 떠올린 작전을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쿠레하의 얼굴에 일순 놀라움이 스쳤다.
“확실히,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만…….”
“정말로 가능해?”
“예. 하지만 아마, 제가 직접 상대와 접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쿠레하의 몸 상태는 심각하다.
척후병들이 신전에 사제를 호출하러 달려갔지만, 사제가 도착하기 전에 죽을 게 뻔했다.
쿠레하의 얼굴에는 시시각각 생명의 빛이 꺼지고 있었다. 이런 몸으로 그 작전을 실행하는 건…….
“…….”
그때 무언가가 떠올랐다.
“……쿠레하. 전에 네가 해 줬던 과거 이야기에서.”
주먹을 꾹 움켜쥐고, 나는 물었다.
“네 아버지는 저주의 그릇이 되었던 네 동생을 늑대 괴물로 변모시켰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저주의 그릇인 너 또한, 그 늑대 괴물로 변할 수 있겠군?”
쿠레하는 침묵했다. 나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잠시 뒤,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얼굴로 쿠레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하. 하지만 이곳에는 주술을 보조해 줄 ‘나무’가 없기 때문에, 주술은 완전하지 못합니다.”
“…….”
“저는 온전한 늑대 괴물이 되지 못할 테고, 아마도 이성을 상실하고…… 전하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괜찮아. 내게 방법이 있다. 네가 반드시 내 명령을 듣게 할 방법이.”
“…….”
쿠레하의 피투성이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에 어머니께 배워 둔 주술이…… 이렇게 쓰일 날이 오는군요.”
“……쿠레하.”
“어차피 이대로는 죽을 목숨입니다. 저를 늑대 괴물로 만들어 주십시오. 전하께서 지시하신 작전을 실행할 수 있도록.”
쿠레하가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동생을 구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를 악문 나는 짧게 답했다.
“당장 시작하지. 시간이 없다.”
나는 쿠레하가 지시하는 대로 바닥에 주술진을 그리고, 그 위에 쿠레하를 눕혔다.
쿠레하는 꺼져 가는 목소리로 주술을 발동시키는 주문을 외웠다. 나는 점멸단검으로 쿠레하의 이마에 X자 모양 상처를 냈다.
환한 하늘에서 만월의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꾸드득, 콰득……!
끔찍하게 육신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미라처럼 말라붙었던 쿠레하의 팔다리에 살점과 근육과 붉은 털이 돋아났다.
달빛에 노출된 쿠레하의 온몸이 변이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이마에 X자 모양 상처를 모두 새겼을 때, 쿠레하는 흉측한 늑대 괴물로 변모해 있었다.
기괴하게 자라난 발톱과, 치열이 맞물리지 않는 흉악한 어금니. 어그러진 관절과 좌우가 다른 근육. 그리고 온몸에 돋아난 붉은 털…….
일족의 모든 저주를 뒤집어쓴, 한 마리 늑대 괴물.
《…….》
거대한 늑대 괴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는 혹시나 그가 나를 공격할까 긴장하며 대비했지만, 괴물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우선 [지휘의 마안]을 사용했다.
“무릎을 꿇어, 내게 충성을 표해라.”
손쉽게 [지휘의 마안]이 적용되었다. 쿠레하는 천천히 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쿠레하.”
나를 지그시 응시하는 괴물의 선한 눈동자를 마주보며, 나는 내 2스킬의 시동어를 뱉었다.
“내 것이 되어라.”
촤르르륵!
그러자 쇠사슬이 주렁주렁 달린 개목걸이 같은 형체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쿠레하의 목을 콱 조였다.
띠링!
[언노운 웨어울프 쿠레하(SSR)를 아군으로 편입했습니다!]– 현재 충성도 : 90/100
– 절대 명령권 : 1회
성공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때였다.
후두두둑!
도시의 중앙에서 마치 빗줄기처럼 마탄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데미안의 궁극기, 대결!’
스킬 설명을 미리 읽어 효과를 알고 있었다.
포착한 모든 아군에게는 치유의 마탄을, 적군에게는 공격의 마탄을 쏘아 내는, 데미안의 광역 기술이다.
그런데, 나에게 떨어진 마탄은 치유의 마탄이었지만,
츠칵-!
쿠레하에게 떨어진 것은 공격의 마탄이었다.
쿠레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뻗어 마탄을 막아 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아찔했다.
데미안의 천리안은, 냉혹하게 판단한 것이다.
쿠레하는 괴수라고.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그때 쿠레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 오.》
“…….”
《전, 하.》
괴물이 되었으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은 것이다.
“쿠레하. 가라. 작전대로 시행해라.”
간결하게 명령한 나는 덧붙였다.
“네 동생을 구해.”
《…….》
“그리고…… 이곳 전선을, 구해다오.”
쿠레하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혼신을, 다해서. 반드시.》
투학-!
땅을 박찬 쿠레하의 거대한 몸이 삽시간에 북쪽으로 쏘아졌다.
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쓰린 심정으로 지켜보며,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
현재.
북쪽 성벽 앞.
푸확!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
쿠일란은 눈을 감은 채 루나레드가 내려찍은 발톱이 떨어지길 기다렸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쿠일란은 떨떠름하게 눈을 떴다.
뚝. 뚝.
핏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
갑자기 나타나서, 루나레드와 쿠일란의 사이에 끼어들어, 등으로 그 공격을 대신 받아 낸…… 거대한 웨어울프가 보였다.
피는 이 웨어울프의 등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 이것을 웨어울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늑대가 되다 만 것처럼 생긴, 기괴하게 꺾인 팔다리의…… 흉측한 늑대 괴물.
하지만 어째서일까. 쿠일란은 멍하니 괴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는 저 괴물의 시선이 따뜻하다 느끼는 것은, 자신의 착각일까?
《뭐야, 이건.》
루나레드가 당혹한 목소리를 냈다.
《너는 뭐야? 내 일족인 것 같은데, 어째서 방해를…….》
《…….》
온화한 눈으로 쿠일란을 바라보던 괴물은 벼락처럼 몸을 회전하며, 좌우 길이가 다른 팔로 주먹을 움켜쥐더니,
투학-!
루나레드의 가슴팍을 두 주먹으로 후려쳤다.
《큭-?!》
루나레드는 피를 토하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쿠당탕!
루나레드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 쿠일란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얼떨떨해 하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
쿠일란을 보호하듯이 선 늑대 괴물은 한 번 더 온화한 시선으로 쿠일란을 보더니,
-척.
자세를 취했다.
역으로 꺾인 관절과, 길이가 다른 팔다리 때문에 기괴한 자세였지만.
쿠일란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저것은 단풍랑 부족의 권법 자세다.
형이 가르쳐 준…… 그것이다.
《내 피를 이은 후예 주제에, 감히이이이!》
루나레드가 살의어린 두 눈을 희번덕이며 재차 돌진해 왔다. 정체불명의 늑대 괴물은 마주 쏘아져 달려 나갔다.
퍼억! 퍽! 퍼어억……!
두 괴물이 박투(搏鬪)를 시작했다.
인간의 그것을 아득히 초월한 근육이 꿈틀거리며, 서로를 죽이기 휘한 주먹을 대포처럼 쏘아냈다.
이 초현실적인 광경을 멍하니 보는 쿠일란의 옆으로,
“지금 죽여야 해요.”
에반젤린이 와서 섰다. 쿠일란은 흠칫 놀라서 에반젤린을 보았다.
복부의 상처를 부여잡은 에반젤린은 안색이 파리했지만, 왼손의 방패는 굳게 잡고 있었다.
그런 에반젤린의 뒤로 다른 파티원들이 힘겹게 걸어와 섰다.
데미안이 쏘아낸 치유의 마탄 덕에 모두 마지막 힘을 그러모아 일어설 수 있었다.
“왜 저 두 괴물이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이건 기회에요.”
“…….”
“우리 모두 한계까지 소모된 상태잖아. 두 번은 없어요. 놈들을 동시에 죽여야 해요.”
에반젤린이 눈짓했다.
갓핸드를 위시한 그림자부대원들, 그리고 형벌부대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고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투성이인 영웅들은 최후의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그때,
무언가를 눈치 챈 쿠일란이 다급하게 파티원들을 막아섰다. 에반젤린이 미간을 좁혔다.
“쿠일란? 지금 뭐하는…….”
“고, 공격하지 마.”
“네?”
“내 형이야.”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저 괴물, 내 형이라고!”
이 세상에서.
자신을 저토록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는 존재는,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쿠일란은 울부짖듯 소리쳤다.
“내 형이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