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65
◈ 265. [STAGE 10] 폭군
퍽! 퍼억! 뻐어억-!
엉겨 붙은 두 괴물이 서로를 죽일 기세로 주먹을 휘둘렀다.
허공을 가르는 둘의 권각(拳脚)은 기묘하게도 형태가 꼭 닮아 있었다.
비록 뒤틀린 괴물의 형태일지언정, 둘은 똑같은 권법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앙!
서로의 공격을 반격기로 흘려내고,
투학!
붉은 기운이 깃든 주먹을 서로 교차시키고,
쩌억-!
온몸에 붉은 기운을 퍼뜨린 뒤, 깃들게 한다.
“…….”
두 괴물이 펼치는 자신보다 몇 수는 높은 권법의 향연을, 쿠일란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지켜보았다.
《뭐냐, 네놈. 팔다리가 그 꼴인데도 꽤 하잖아?》
루나레드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신이 창안한 권법을 이 정도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는 후예는 처음이었다. 루나레드는 진심으로 기뻤다.
그러자, 늑대 괴물- 쿠레하가, 어눌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장문, 이니까.》
《뭐?》
《내가 바로, 단풍권의, 사십삼대(四十參代) 장문인(掌門人)이니까.》
척.
쿠레하는 두 주먹을 겹친 뒤 짧게 묵례했다.
《일대종사(一代宗師)를, 뵈어, 영광이오.》
직후 덧붙였다.
《이런…… 쓰레기 같은, 괴물인 줄은, 몰랐소만.》
《…….》
멍하니 있던 루나레드가 이윽고 푸하핫! 광소하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거울이나 보고 말하지 그래, 사십삼대-!》
두 늑대괴물은 정신없이 주먹과 발을 교환하다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 동시에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같은 자세를 취한다.
두 다리로 단단하게 땅을 딛고, 한껏 몸을 낮추고, 왼손은 당수 자세로 앞으로,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가슴팍 앞에.
당장이라도 쏘아질 것 같은 기세를 담고서 두 괴물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저것이 필살(必殺)의 자세임을 지켜보던 쿠일란은 어렵잖게 눈치챘다.
그때였다. 늑대 괴물- 쿠레하가, 힐끗 쿠일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잘 보고 배우라는 것처럼…….
투학-!
다음 순간.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거세게 진각(震脚)을 밟은 두 늑대괴물이 일순 사라졌다.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세상에서 사라진 듯 보인 것이다.
공간을 뛰어넘어 돌진한 두 늑대괴물이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루나레드의 주먹은 쿠레하의 가슴 정중앙을 노렸고,
쿠레하의 주먹은, 루나레드의 왼쪽 가슴을 노렸다.
오의(奧義).
단심풍랑(斷心風狼).
퍼어억……!
둘 다 피하지 않고, 필살의 주먹을 서로의 가슴팍에 꽂아 넣었다.
두 늑대괴물의 입에서 동시에 핏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한껏 표정을 찡그리며 괴로워하는 쿠레하와는 달리, 루나레드는 의기양양하게 웃어젖혔다.
《멍청한 놈! 오의를 잘못 배웠구나! 단심풍랑은 상대의 육체가 아닌 영핵을 타격하는 기술이거늘! 영핵이 아닌 심장을 노리다니!》
《…….》
《게다가 나는 이미 그쪽 심장을 잃었다! 다른 심장은 반대편에 있어! 네 주먹은 조준부터 잘못되었다!》
괴로운 얼굴로 휘청거리던 쿠레하의 몸이 루나레드에게 겹쳐지듯 무너졌다.
루나레드는 승리를 확신하고 웃었고,
《……아니. 나는, 똑바로 노렸다.》
콰득!
쿠레하는 크게 입을 벌려, 루나레드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시커먼 핏물이 치솟았다. 쿠레하는 필사적으로 들러붙으며 루나레드의 핏물을 목 안으로 삼켰다.
《이 자식이 뭐하는 거야?!》
루나레드는 짜증스럽게 그런 쿠레하를 떼어 내 집어던졌다. 쿠레하는 볼썽사납게 자빠졌다.
《간만에 수준 높은 권법 대결을 하나 했더니, 이런 저열한 짓거리를…….》
루나레드는 자신의 목덜미에서부터 쿠레하의 입까지 이어진 검은 핏줄기를 보며 언짢게 혀를 찼다.
최후의 발악이 이딴 것이라니…….
《……?》
직후 루나레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루나레드의 목덜미 상처에서 계속해서 검은 핏덩이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당황한 루나레드는 빠져나가는 핏방울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핏물은 계속해서 솟아올라,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서-
쿠레하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게 무슨……?!》
《웨어울프가 되어 보니, 알겠더군.》
영핵이 반쯤 파괴당해 죽어가면서도, 쿠레하는 입가를 틀어 올려 웃었다.
《내장이 뒤틀리고 재배열되면서, 인간의 심장을 반대편으로 밀어내고, 새로 늑대의 심장이, 생겨났다.》
《……?!》
《왼쪽이 늑대의 것. 오른쪽이 인간의 것.》
쿠레하는 루나레드의 왼쪽 가슴팍을 가리켰다.
《나는 너의, 늑대 심장을, 부수려 했다. 이미 부서져 있었다 해도, 상관없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나는 똑같이 주먹을, 날렸을 테니까.》
《내 늑대 심장을……? 왜……?》
《그래야…… 네가 늑대의 피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할 테니까…….》
루나레드의 목에서 진득한 검은 핏물이 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처음 겪는 현상에 루나레드는 당황해서 벌벌 떨었다.
《도…… 도대체 뭘 한 거냐, 네놈?!》
《대신, 짊어져 주는, 거다.》
쿠레하가 쓰게 웃었다.
《당신의, 저주를.》
《뭐?》
《나는…… 일족 모두의 저주를 담는, 그릇이다.》
쿠레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당신은 나의 조상이니, 당신도 나의 일족이고, 당연히, 당신이 소유한 늑대의 저주도, 내가 받아 낼 수 있지.》
《……?!》
이것이 애쉬가 제안한 작전이었다.
루나레드에게서 늑대의 저주를 빼앗아 오는 것.
일족 모두의 저주를 담는 그릇인 쿠레하라면, 이론적으로는 선조의 저주 또한 담을 수 있을 터.
쿠레하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지만, 작전은 성공했다.
늑대의 심장을 부수어 늑대의 피에 대한 제어권을 상실케 하고.
직접 입으로 촉매가 될 루나레드의 피를 삼켜서, 주술을 발동시킨다.
사아아아……!
루나레드뿐만 아니라, 아직 살아서 크로스로드를 공격하던 모든 웨어울프들에게서도.
늑대의 저주가 뽑아져 강제로 쿠레하의 몸으로 옮겨졌다.
크로스로드 곳곳에서 오염된 검은 피가 허공을 가로질러 쿠레하에게로 날아왔다.
쿠레하는 들끓는 검은 피를 기꺼이 삼켰다.
일족의 저주를 모두 몸에 품었듯이.
되살아난 선조들의 저주 또한, 쿠레하는 자신의 몸에 품었다.
《그, 그만둬라! 그만두라고!》
루나레드의 온몸에서 힘이 사라져 갔다.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저주를 지켜 내려 했지만, 늑대의 피와 저주를 응집시키던 늑대의 심장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
마왕에게 형벌로써 심장을 잃은 순간.
그때부터 이미, 루나레드의 저주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끝난다고? 내가?》
직접 이신(異神)의 피를 빨아내 최초로 늑대의 저주를 뒤집어쓴 루나레드였지만, 쿠레하의 주술에는 대항할 수단이 전무했다.
이것은 수백 년간 고통 받던 그의 후손들이 찾아낸 마지막 도피 수단.
늑대의 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후예들이 창안한 비술.
비록 다수를 위해 1인이 희생한다는 뒤틀린 방향일지언정, 후예들의 수백 년 세월이 농축된 최첨단의 지혜였다.
까마득한 고대(古代)의 존재인 그가, 파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만둬어어어-!》
루나레드는 다급하게 쿠레하를 완전히 죽여서 주술을 끊어 내고자 했지만,
퍼억-!
사이에 끼어든 쿠일란이 주먹을 휘둘러 루나레드의 턱을 날려 버렸다.
온몸이 쪼그라든 채 루나레드는 볼품없이 바닥에 무릎 꿇었다.
《안 돼, 아아…… 안 돼……!》
루나레드를 손꼽히는 강자로, 악몽 군단장으로 만들어 주었던 늑대의 피가, 저주가- 그의 온몸에서 빠져나간다.
이윽고 몸에서 모든 저주가 빠져나가고, 늑대의 힘이 사라지고 나자.
“아아…… 으아아아……!”
그 자리에는 수염과 머리칼이 허옇게 센, 비쩍 마른 노인 하나가 남아 있었다.
***
북문을 향해 걸으며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게임의 룰 위에서 봐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우회하고, 꺾고, 뒤틀어서- 룰의 약점을 찾아라.
웨어울프는 인간이 저주를 발현해 괴수가 된 존재.
그렇다면, 역으로.
……저주를 제거해, 놈들을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게임의 난이도는, 급락한다.
척후병들이 사방에서 보고를 쏟아냈다.
“남쪽 성벽 밖에 남아 있던 웨어울프들이 인간으로 변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 안에서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있던 웨어울프들도! 갑자기 인간으로……!”
“중앙광장에서 웨어울프였던 인간들을 제압!”
“시장 뒷골목에서 둘을 더 생포했습니다!”
“전하! 보고드립니다!”
북쪽 성벽 쪽에서 달려온 척후병이 헐떡이며 보고했다.
“적의 군단장 또한, 인간으로 변이했다고 합니다!”
“…….”
“일대에 남은 괴수는 북쪽 성벽 밖에 갑자기 출몰한 기괴한 늑대 괴물 한 마리뿐입니다! 놈만 처분하면, 이번 방어전은 끝납니다……!”
“전하, 이제 어떡할까요?!”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전하!”
나는 대답하지 않고 북문으로 향했다. 척후병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내 뒤를 따라왔다.
북쪽 성벽 밖.
“……앗, 선배님.”
열린 성문에 지친 얼굴로 기대어 서 있던 에반젤린이 나를 돌아보았다. 부상 탓인지 안색이 파리하다.
“늑대왕……이었던 할아버지는 저쪽에 포박해 뒀어요. 그리고…….”
저쪽에 묶인 노인을 가리킨 에반젤린의 손이 옆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하나 남은 괴물이 저기에 있는데, 쿠일란이 자기 형이라면서 감싸고 있고요…….”
그곳에는 쓰러진 괴물을 몸으로 감싸고, 자신을 포위한 병사들에게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쿠일란의 모습이 보였다.
“…….”
“선배님. 혹시, 정말로…….”
나는 말없이 에반젤린의 정수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뒤, 앞으로 걸었다.
쇠사슬로 노인을 꽁꽁 묶던 갓핸드가 나를 보고 깍듯하게 예를 갖춰 보였다. 나는 눈인사를 했다.
“갓핸드.”
“전하.”
갓핸드는 조용히 옆으로 물러섰다.
“재회의 인사는 다음에 드릴 테니, 더 중요한 이야기를 먼저 하시지요.”
“고맙다.”
나는 갓핸드를 지나쳐, 노인의 앞에 섰다.
백발이 성성한 비쩍 마른 노인이었다.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으나, 귀기어린 새빨간 두 눈동자는 여전히 괴물의 그것처럼 사나웠다.
“네가 루나레드인가?”
나는 조소했다.
“볼품없어졌구나. 늑대왕.”
“…….”
입을 꾹 다물고 나를 올려다보던 루나레드는,
“살려다오.”
대뜸 그렇게 지껄였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
“살려 달라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놈을 노려보았다.
루나레드는 그 마른 몸에서 나온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목소리로 쩌렁쩌렁 고함 쳤다.
“늑대의 저주가 사라진 지금, 나는 완전한 인간이다!”
루나레드는 자신의 깡마른 가슴팍을 손으로 툭툭 쳐보였다.
“이 속에서 뛰고 있는 ‘인간의 심장’이 그것을 증명한다.”
“…….”
“네가 괴물을 죽이고 사람을 지키는 이곳 전선의 사령관이라면! 네 옆의 저 괴물은 죽이고! 사람인 나는 지켜야 할 터!”
루나레드는 저쪽에 쓰러져 있는 괴물을…… 쿠레하를 턱짓하며 필사적으로 내뱉었다.
쿠레하를 끌어안고 있던 쿠일란이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였다.
“…….”
침묵하는 내게 루나레드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도 네가 지켜야 할 ‘인간’이라는 말이다! 플레이어! 나를 살려다오!”
“……일리가 있군.”
죽었다가 호수왕국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존재이긴 하지만.
확실히, 늑대의 저주가 빠져나간 이 노인은, 생물학적으로는 완전한 인간이다.
그러나.
“하지만 너는 괴물이다.”
나는 단언했다.
“내가 보증하지. 확신을 갖고 말해 주마. 루나레드. 네놈은 인간이 아니다. 네놈은 완벽한 괴물이다.”
“어째서냐?”
루나레드가 악을 썼다.
“이곳 전선에서 인간과 괴물을 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이기에?!”
“아주 명명백백한 기준이 있지.”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놈의 두 눈을 마주 노려보며.
나는 씹어 뱉었다.
“나다.”
“……?!”
“내가, 이곳 전선의 룰이다.”
오래 고민했다.
오래 망설였다.
하지만 이번 방어전을 겪으며 배운 것이 있다.
원리. 원칙. 기준. 룰.
나는 이미 정해진 그 라인을 따라 충실히 움직이는 착해빠진 플레이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합리적으로 원리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그 규격 안에 나를 맞추려 했다.
멍청하기도 하지.
순진한 병신 같으니.
“네 덕에 깨달았다, 루나레드. 룰을 우회해서 공격하는 너를 보고, 나는 이제야 이 게임의 본질을 깨달았다.”
어느 카드게임 바닥에 유명한 말이 있지.
게임에 룰이 필요한 이유는, 룰로 정하지 않은 것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룰의 위에 서겠다.”
“무슨……?”
“내가 원리다. 내가 원칙이다. 내가 기준이다. 내가 법도(法度)다.”
더 이상, 게임의 규칙에 연연하지 않겠다.
룰을 우회하고, 룰을 뒤틀고, 룰을 제정하고, 룰을 지배하겠다.
“내가 만든 룰에 맞추어 세계를 바꾸겠다. 그러니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지도, 내가 정한다.”
나는 차갑게 뇌까렸다.
“너는 괴물이다. 루나레드.”
“…….”
“너는 죽는다.”
직후,
“푸, 푸하하하하핫-!”
루나레드는 배를 잡고 웃었다.
몸을 미친 듯이 떨며 세상이 떠나가라 웃어젖혔다. 그 섬뜩한 광소에 주위의 영웅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미간을 찌푸린 내가 물었다.
“왜 웃지, 괴물?”
“스스로 말하고도 모르겠느냐, 인간?”
한참 쏟아내던 광소를 겨우 멈추고서,
늑대왕이었던 노인은 나를 노려보며 일갈했다.
“그것은 폭군의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
“너 자신이 기준이 되겠다고? 너 자신이 법(法)이 되겠다고? 숱한 지배자들이 그렇게 되고자 했지! 상황과 까닭은 다를지라도, 모두가 선의를 품고서 스스로 철인이 되어 세상을 다스리려 했다! 그러면 이상향이 도래하리라 믿고서!”
“…….”
“하지만 그 결말은 폭군이었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었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도!”
“…….”
“진실로 너 또한 그리 될 셈이냐, 인간?!”
“그래.”
나는 즉답했다.
“승리를 위해 룰 위에 서는, 그런 존재를 폭군이라고 부른다면…….”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다잡고,
나는, 말했다.
“기꺼이 폭군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