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347
◈ 347. [Side Story] 새해 첫날 (3)
[가디스 블레싱]은 총 두 가지 카테고리로 이뤄져 있었다.한쪽은 단순 버프.
아군의 전반적인 스탯을 올리거나, 물리 방어나 마법 방어 같은 특정 스탯을 폭증시키거나 하는 쪽.
다른 쪽은 특수 버프. 버프라고 하기에도 좀 뭐한, 특수 능력에 가까운데.
특정 파티를 1시간 동안 지치지 않게 하거나, 아군의 대포 위력을 1.5배 올리거나, 획득 아이템 확률을 올리거나, 특정 괴수 종족에 대한 아군의 적개심을 증가시키거나…….
“별의별 게 다 있네.”
리스트를 훑던 나는 감탄 섞인 신음을 뱉어 냈다. 하나같이 먹음직스럽네. 한 번에 하나밖에 못 쓴다는 게 안타깝다.
“이런 좋은 기능을 이제야 추가해 주다니……! 이 게으른 디렉터놈!”
“흑흑. 저도 여신님도 열심히 애써서 만들었어요오……. 칭찬 부탁드려요오…….”
쩝. 그래. 이제라도 추가된 게 어디야. 지난 건 됐고 앞으로를 생각하자.
“그런데 이거, 발동 시점은 어떻게 돼?”
“그야 영주님 마음이지요.”
“방어전 중에도 쓸 수 있다는 거지?”
“그럼요. 한 스테이지당 한 번이라는 점만 명심하시면 됩니다아.”
그럼 상대의 수를 보고 조금 늦게 발동해도 된다는 거군. 성급하게 사용하지 말고, 비장의 수로 아껴 두자.
“그나저나 여신이라는 분. 진짜 존재하는 분인가 보다? 이런 축복도 내려 주시고.”
“당연히 진짜로 존재하시지요. 제 직장 동료이신걸요.”
뭔가 신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나온 거 같은데.
뭐? 직장 동료?
“일단은 인류의 수호신이신데, 이 세계에 힘을 쓸 통로가 없으셔서…… 저를 통해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계시지요.”
“일단은, 이라니?”
“그게…… 인류의 신으로 책봉되신지 얼마 안 되셨거든요오.”
“……?”
대체 뭔 소리야, 그게.
“이 세계에서는 한 종족을 대표하는 존재에게 신격(神格)을 얻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에이더가 태연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 케이스가 있지요. 보통은 그 종족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누군가를 자신들의 대표로 인정할 경우 지정됩니다. 해서 대부분 그 종족의 시조(始祖)들이 종족신으로 봉해집니다.”
그럼 내 아버지가 지금 영계에서 싸우고 있는 이종족의 신들은. 각 종족의 시조들인 건가.
“그리고 드물게…… 시조신이 없는 경우, 그 종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위대한 이가 사후에 종족신으로 봉해집니다. 역시 많은 종족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요.”
“여신님께서는 그럼……?”
“네. 이쪽 케이스십니다아. 수백 년 전에 인류를 구하셨다고 하네요오.”
뭔가 내가 모르는 역사적으로 대단한 일을 하신 모양이군. 그보다 수백 년이 신들 기준으로는 얼마 안 되는 거냐?
“……그리고 아주 드문 케이스로, 동족이 모두 죽어 세계에 남은 종족 구성원이 단 하나뿐일 경우.”
메마른 웃음과 함께 에이더가 마지막 케이스를 설명했다.
“그 최후의 존재에게도 신격을 얻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패자부활전이랄지, 멸종위기종 보호차원이랄지, 좀 괴팍한 개념입니다만…….”
“…….”
나는 말을 삼켰다.
그렇다면 에이더, 스스로를 신이라고 소개한 너는.
그 세 가지 케이스 중, 대체 어디에 속하는 거냐……?
“아무튼 여신님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아.”
에이더가 두 팔을 홱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이 분도 진엔딩을 바라시거든요. 어쩌면 우리만큼이나요오.”
“…….”
신이고 뭐고 저 하늘 위의 이야기는 모르겠고. 어쨌든 공략에 도움을 준다면야 감사히 받을 뿐이다.
“여신님께 전해 줘. 주신 축복, 세뱃돈이라 생각하고 잘 받겠다고.”
나는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 여신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던 에이더는 이윽고 배시시 마주 웃었다.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 제가 꼭 전해드리겠습니다아.”
우리는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특히 주가 된 것은 2황자 페르난데스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에 크로스로드에 특무대가 쳐들어왔다 보니.
“페르난데스는 대체 뭘 노리는 거지? 아는 거 없어?”
“페르난데스님은 제게도 미스테리한 분입니다. 항상 황제가 되기 위해 행동하시고, 또 역모를 일으키셨는데…… 이번은 조금 결이 다르다고 느껴져요.”
에이더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무수하게 이 세계를 리셋시키며 게임을 반복했지만, 페르난데스가 이렇게 특무대를 파견시켜 마왕에게 항복 의사를 전달하려 한 적은 처음이라는 모양이었다.
에이더는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괴고 으음- 소리를 냈다.
“이번 게임은 저도 겪어 보지 못한 변수들이 산사태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아. 무엇도 쉽게 확신할 수가 없네요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진엔딩으로 가는 길에, 언젠가 페르난데스와 결판을 내야 한다는 것.
라르크 선에서 페르난데스를 정리해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실제로도 두 황자의 내전은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고.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도시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마지막으로 나는 들고 온 테라리움을 에이더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에이더. 이거 내가 오늘 선물로 받은 푸른 산호인데.”
“오옷, 푸른 산호? 이거 귀한 걸 받아오셨군요오.”
“키우는 법 아냐? 내가 이쪽은 문외한이라…….”
“푸른 산호는 광합성만으로도 잘 사는 친구고, 이 테라리움에도 관리 마법이 걸려 있는 듯하지만.”
에이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끔 물도 갈아 주고 먹이도 주고 하겠습니다아. 맡겨 주세요오.”
먹이도 먹어?
산호의 생태(生態)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에이더가 잘 아는 듯하니 맡기기로 했다.
“그래. 내 방에 둘 테니까, 잘 부탁해.”
에이더가 하는 거 보고 배운 다음에, 그 뒤부터는 내가 물 갈고 먹이 주고 해봐야겠다.
세레나데에게 받은 선물이니까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좋겠지.
“아, 그리고.”
퍼뜩 생각난 게 있어서 나는 에이더에게 덧붙였다.
“아침에 먹은 새해 스튜, 남은 거 있으면 포장 좀 해 줄래?”
에이더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포장이요?”
***
점심이 지난 오후.
호수왕국 던전. 베이스캠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음식 꾸러미를 들고 방문한 내가 냅다 외쳤다.
베이스캠프 중앙의 모닥불 옆에 음식들을 내려 두자, 곧 베이스캠프에 머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코를 킁킁거리며 다가온 켈리베이가 냄비 뚜껑을 열어 보더니 감탄했다.
“오오! 이게 뭐냐, 어린 황자?”
“오늘이 인간 달력으로 새해 첫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새해 음식 좀 가져왔어요.”
“허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그리고 당연히 술도 가져왔습니다. 한 잔 하실?”
“좋지! 얼른 줘 봐.”
켈리베이를 시작으로 나는 사람들에게 술과 음식을 나눠 주었다.
내가 베이스캠프에 가져가서 나눠먹겠다고 하자, 에이더가 아예 스튜를 한 솥 새로 끓여 주었다. 덕분에 나눠먹을 양은 충분하다.
“애쉬님! 안녕하세요!”
베르단디와 성배탐사대가 인사하며 다가오기에, 나는 챙겨온 다른 것을 꺼내 주었다.
“자, 베르단디. 너희는…… 이것도 먹어.”
“어머, 이건 뭔가요?”
“해바라기씨랑 말린 과일을 넣은 파이. 릴리가 구운 거야.”
릴리가 갓핸드에게 구워 준 물건인데, 내가 베이스캠프에 간다고 하자 갓핸드가 하나 전해 달라며 주었다.
애초에 릴리가 성배탐사대 몫까지 넉넉하게 구운 거라고.
“우와아앗! 해바라기씨 파이라니!”
그저 해바라기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엘프 다섯은 신이 나서 귀를 파닥거리더니(!), 냉큼 파이를 받아 갔다.
“잘 먹고…… 대신이라고 하긴 뭣한데, 작은 부탁이 있어. 괜찮을까?”
그 새를 못 참고 파이를 우물거리던 베르단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이죠! 말씀만 하세요!”
“……이 호수왕국 안으로 한 인간이 들어왔어.”
나는 메이슨의 인상착의를 설명해 주었다.
“이 인간에게 현상금을 걸고 싶거든. 혹시 발견하거든 가능하면 생포하거나…… 정 안 되면 죽여서라도, 잡아 주면 좋겠어.”
Wanted : Dead or Alive.
내가 무겁게 말하자, 베르단디 역시 무거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가 가득 들어간 볼이 빵빵해진 채였지만. 다람쥐냐?
“알겠습니다. 한 번 저희 수색범위 안에서 찾아볼게요…… 우물우물.”
그 외에도 안면을 터둔 베이스캠프의 여러 주민들에게 음식과 술을 전달하고, 또 메이슨의 현상금 의뢰를 알렸다.
다들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절단의 코코 할멈에게도 새 술까지 한 병 건넨 뒤.
베이스캠프에서 할 일은 얼추 끝나서, 나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다시 탔다.
목적지는 제5구역, [불꽃 튀는 콜로세움].
번쩍!
도착하자 망치가 경쾌하게 돌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땅땅땅…….
무너져 내린 콜로세움 한쪽 벽 위에서 열심히 복구공사 중인 근육질 남성이 한 명 보였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쟈칼!”
놀란 남성이 나를 돌아보았다. 얼굴에 쓴 쟈칼 가면 아래로 그의 입이 반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전하!”
이곳 콜로세움의 NPC 보스였던 쟈칼이다.
한동안 베이스캠프 경비를 서다가, 얼마 전부터 콜로세움 복구공사를 시작해 이곳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이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훌쩍 뛰어 내려온 쟈칼에게 나는 들고 온 냄비를 열어 보였다.
“고생 많네. 새참 먹고 해. 밖에서는 새해라서, 새해 스튜 좀 끓여 왔어.”
“와, 이게 얼마 만에 먹는 물건인지…… 감사합니다, 전하! 잘 먹겠습니다.”
쟈칼은 배가 고팠는지 뜨거운 냄비 째로 받아서는 국자로 와구와구 스튜를 퍼먹기 시작했다. 잘 먹으니 보기 좋군.
“그런데 부하들은 어디 갔어?”
나는 텅 빈 공사장을 살피며 의아하게 중얼거렸다.
애초에 쟈칼이 다시 이곳에 돌아온 이유는 그의 몬스터 부하들이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복구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데,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고블린 수십 마리가 함께 망치질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성벽이 휑하다.
“그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쟈칼은 같이 가져온 빵을 북 찢어서 스튜에 적셔 한 입에 욱여넣더니,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고블린 신왕이 모든 고블린들에게 소집령을 내리는 바람에…… 돌아가 버렸습니다.”
“신왕? 그건 또 누구야?”
“고블린 신왕, 칼리-알렉산드르. 고블린들의 신이자 왕인 존재입니다.”
“아아, 킹갓고블린!”
기억이 난 나는 손가락을 딱 튕겼다.
‘신이자 왕’을 뜻하는 신왕(神王)은 영어로 ‘God King’.
그래서 고블린 신왕은 유저들에게 ‘킹갓고블린’이라며 놀림 받는 존재였다.
이름은 거창한데, 모든 보스 개체 중에서 가장 약한 놈이라서 더욱 놀림의 대상이었다.
오죽하면 보스 스테이지에서 이놈이 등장하면 계 탔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럼 이번 스테이지는 고블린인가? 이거 잘 됐네. 쉽게 깨겠어.’
보스도 약하고, 고블린 종족 특성이라 해봐야 물량전인데, 게임에서는 물량 구현에 한계가 있어서 끽해야 다른 군단의 두세 배 정도.
그런데 개체가 가장 약한 고블린이다 보니.
게임에서 고블린 군단은 사실상 쉬어 가는 스테이지나 다름없었다.
나도 모르게 안심하고 싱글벙글했다. 그러자 쟈칼이 얼굴을 굳혔다.
“전하. 혹시 고블린 신왕을 만만한 상대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지요?”
“으응?”
너무 티냈나. 나는 급히 얼굴을 바로 했다.
“결코 방심하셔서는 안 됩니다. 놈은 이곳의 전설적인 괴물들 중에서도 가장 인간에게 큰 피해를 입힌 존재니까요.”
쟈칼은 진지하게 고블린 신왕에 대해 설명했다.
“칼리-알렉산드르. 이름은 알렉산드르고, ‘칼리-’라는 접두사는 고블린들이 자신들이 모시는 신에게 붙이는 말입니다.”
으음, 여기서도 신이 나오는군.
“살아 있는 왕에게 이런 칭호를 붙일 정도니까, 고블린들에게는 얼마나 전설적인 존재인지 아시겠죠.”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대륙 서부 전체, 세계의 3분의 1을 집어삼킨 ‘고블린 대침공’을 지휘한 왕입니다. 그때 입은 피해가 너무 커서, 오죽하면 대륙 서부는 아직까지도 그때의 피해를 복구하지 못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