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418
◈ 418. [Side Story] 드랍십
《맞았냐-?!》
하지만, 뻗어 나가던 포탄들은 성벽에 닿지도 못하고 지면에 처박혀 폭발했다. 콰과광!
《…….》
입을 벌리고 그 몰골을 구경하는 부하들에게 포커가 혀를 쯧쯧 찼다.
《저 등신들은 우리 대포 사거리도 가늠을 못하나…… 야. 우리 뒤지고 몇 백 년은 지났어. 그동안 포술(砲術)이 얼마나 발전을 했겠니. 쉬벌, 이제 그냥 우리 대포는 팔도 짧고 위력도 꽝인 골동품이 된 거야.》
유령선들이 좌초당한 지점은 정확하게 크로스로드 대포의 최대사거리 부근이었다.
인세 측 방어자들은 일부러 이곳에 함정을 판 것이다.
수 세대는 업그레이드 된 크로스로드측 대포들에 비해, 이쪽 해적들이 생전에 쓰던 대포의 사거리가 열악한 것은 당연지사.
저쪽 사격을 이쪽도 사격으로 맞대응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 함대가 포격전을 했다고 응사를 한대, 응사를…… 정신 차려, 등신들아. 우리는 뒤지기 전이나 뒤진 지금이나 충각-백병전뿐이야.》
포커가 혀를 끌끌 차는 것과 동시에,
퍼벙! 퍼버버벙!
크로스로드 성벽에서 일제히 쏘아진 포탄들이 1번함과 12번함을 두들겼다.
대포를 쏘기 위해 두 배는 넓은 측면을 드러내고 정렬한 상태였고, 훤히 드러난 그 옆구리에 크로스로드의 질 좋은 포탄세례가 쏟아졌다.
콰과과과광……!
두 배는 버티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 폭발했다.
솟구치는 불기둥을 보며 두 부하 해적은 입을 떡 벌렸다. 포커는 구시렁대며 다음 술병을 땄다.
《저 머저리들은 우리 배들의 방어 흑마법이 뱃머리 위주로 걸려 있는 걸 잊었나 보다. 에휴, 배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측면을 노출당하면 당연히 저짝이 나지…….》
《1번함, 12번함, 겨, 격침입니다아아앗!》
《아따…… 잘 탄다, 잘 타.》
형체도 못 남기고 타오르는 두 배를 보며 포커가 제 두툼한 배를 두들겼다.
《기동성이 봉쇄당한 지금, 방어 흑마법이 떡칠된 선수(船首)를 앞으로 딱! 내밀고! 배에 힘 딱! 주고! 바닷물이 다시 차오르길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
《선장님 말씀만 들으면 자다가도 술안주가 떨어지는데 이 씹새들은 꼭 말 안 처먹다가 뒤져나가지. 하이고, 뒤지기 전이나 뒤진 후나 등신 새끼들…….》
열불이 나는지 포커는 손에 든 술병을 한 번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때였다.
《선장니이이이임!》
《뭐야, 뭐. 또 뭔데.》
세번째 부하 해적이 네 발로 기어서 달려왔다. 그 해적이 외쳤다.
《3번함, 10번함이 반란입니다! 이제 선장님 잘난 척 듣기 싫답니다!》
《아주 돌아가며 귀엽게 지랄병이 나는구나. 나처럼 겸손한 해적이 어딨다고…… 그래서 어쩐대? 앞선 두 배처럼 응사라도 하겠대?》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부하 해적이 그 배들을 가리켰다.
《뛴답니다!》
그쪽을 보자, 가관이었다.
《하선하라! 달려서 성벽으로!》
《하선하라-!》
3번함과 10번함에서 내린 해적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크로스로드의 성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거대한 문어와 오징어가 하나씩 꿈틀거리며 그 뒤를 쫓았다.
《성벽을 먼저 점령하는 놈이 함대의 새 대장이다!》
《내가 새 대장이 되면, 꼼짝도 못하고 오줌만 지리는 겁쟁이 포커놈은 추방이다!》
《그 알코올 중독자 새끼, 처음부터 밥맛이었어!》
《반란 최고! 약탈 최고!》
《끼얏호~!》
배를 버리고 성벽을 향해 뛰어가는 멍청한 부하들을 보며 포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저 등신 오합지졸 새끼들. 대체 뇌는 어디에 갖다 팔아먹은 거야?》
유령해적 군단의 강력함은 유령함대에서 나오는 것이다.
배에서 내려서 달려오는 해적 따위를, 대체 어느 요새가 두려워한단 말인가?
그리고 포커의 예상대로 되었다.
쾅!
콰지직!
유령해적들은 지뢰를 밟아 터지고,
푸슛! 푸슛!
후두두둑……!
화살세례에 고슴도치 꼴이 되고,
펑! 펑!
화르르륵…….
해골 아티팩트가 쏟아낸 화염에 맞아 까맣게 타 버렸다.
성벽은커녕 근처도 가지 못하고 3번함과 10번함의 해적들이 전멸해 버렸다.
포커는 진득한 한숨을 뱉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 너네는 차라리 여기서 뒤지는 게 낫겠다, 야. 앞으로 펼쳐질 나의 위대한 항로에 너네같은 빡대가리가 뭔 수로 따라오겠냐…….》
반란을 일으키고 제멋대로 움직이려던 유령선 네 척과 그 배의 해적들이 끝장나 버렸다.
나머지 함대와 해적들은 얌전히 포커의 눈치를 살피며 그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버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이 유령선들은 충각전술을 집착적으로 숭배했기에, 선수에 내구도를 모조리 집중시킨 배들이었다.
머리부터 들이받으면 성벽조차 뭉개버리는 미친 단단함을 자랑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뱃머리에 좋은 재료와 각종 흑마법, 그리고 망령의 저주 따위를 아낌없이 들이부은 탓도 있었지만.
생전에 무패였던 그들의 충각전술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하나의 신앙이자 마법으로 승화된 까닭이었다.
‘우리 배는 머리만큼은 파괴당하지 않는다.’
그들 해적들 모두가 진심으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믿기 때문에.
사후에 실제 배가 아니라 초대형 괴수로서 ‘되살아난’ 이 유령선은 뱃머리만큼은 초월적인 방어력을 얻을 수 있었다.
크로스로드의 성벽에서 날아드는 포격 대부분은 이 뱃머리가 막아내었고, 빗겨간 일부의 포탄만이 함선 본체를 건드렸다.
배의 곳곳에 납작 엎드린 채, 가만히 버티던 해적들은 점점 생각하기 시작했다.
‘진짜 버틸 만한데?’
이대로라면 선장의 말대로, 바닷물이 길을 열어 줄 때까지 버텨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할 만하다!
해적들이 서로를 보며 씩 웃는 그때였다.
투투투투투-
커다란 기계음이 먼 상공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의아해하며 하늘을 보았다.
《잉?》
눈부신 태양을 등지고, 쏟아지는 폭풍우 속으로.
투박한 쇳덩어리 같은 무언가가 날아들고 있었다.
《저건…….》
눈살을 찌푸리고 그쪽을 살피던 포커가 눈을 부릅떴다.
《하늘을 나는 배잖아……?!》
이 유령선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유물이지만, 현대식으로 완벽하게 개보수가 끝난 비공함.
‘제로니모’가 멀찍이 선회하며 유령함대에 접근해 왔다.
두 개의 프로펠러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바람소리를 내며, 제로니모는 먼저 유령함대의 2번함에 가까이 붙었다.
1번함은 완파되었고, 3번함은 전멸한 상태. 그 사이에 고립된 2번함은 좌우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고립 상태였다.
어쩔 줄 몰라하는 해적들의 머리 위에서,
치이익-!
비공함의 해치가 열리더니, 다섯 명의 인영이 차례로 떨어져 내렸다.
“얏호! 날뛸 시간이다!”
“저, 저기…… 호, 혹시 제가 고소공포증 있다고 말한 적 있습니으아아악?!”
“시끄럽구나, 아해야!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얼른 가거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발로 차다니…… 이래서 용종은…….”
에반젤린.
쿠일란.
더스크 브링어.
베르단디.
이렇게 넷이 먼저 내려섰고, 마지막으로.
타앗!
“……후.”
금발을 휘날리며 사뿐하게 내려선 루카스가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했다.
모조리 파티 리더급으로만 편성된 크로스로드 최강의 전위 5인이 차례로 배 위로 강하했다.
각자 무기를 꺼내든 5인은 여유롭게 자신들을 포위한 유령해적들을 노려보았다.
“오퍼레이션 드랍십.”
촤르륵!
허리춤의 칼집에서 빛의 칼날- [하사받은 검]을 뽑아든 루카스가 무덤덤하게 명령했다.
“시작합시다.”
동시에, 온 사방에서 해적들이 각자의 무기를 꼬나 쥐고 쏟아져 들어왔다.
와아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기사 놈들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우리 뱃속에 뛰어들다니 겁도 없구나, 산 놈들아아!》
《목숨 붙어 있으니 귀한 줄도 모르지?! 엉?!》
《이 지옥 아가리까지 행차해 주셨으니, 우리랑 같이 지옥으로 들어가…….》
하지만 해적들은 이 5인 파티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타앙! 타앙! 타아아앙!
비공함 제로니모의 열린 해치.
비스듬히 앉은 저격수가 손에 들린 장총으로 사격을 개시했기 때문이었다.
데미안이었다. 마구 흔들리는, 게다가 하늘을 나는 중인 비공함에 탄 상태인데도, 데미안의 사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들의 영핵을 산산조각 냈다.
투타타타타타-!
비공함의 총열 또한 불을 뿜었다.
해적들은 5인 파티에게 접근하기는커녕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그 틈에 5인의 특공대는 거침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키를 점령하라-!”
배를 조종하는 키의 앞에는 이 2번함의 선장과 그 직속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거대한 갑각을 갑옷처럼 두른 대게와, 수많은 망령들이 소용돌이치며 이들 다섯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내 배를 빼앗으려 하다니 겁도 없구나, 이놈들! 이 몸은 유령사략함대 2번 대장…….》
무어라 자기소개를 하려던 커다란 덩치의 여해적은 말을 잇지 못했다.
타앙-!
어느새 데미안이 쏜 마탄이 그녀의 목을 꿰뚫은 뒤였기 때문이다.
붉은 피 대신 하얀 엑토플라즘을 쏟아 내던 그녀는 ‘치사하잖…….’ 이라는 말만 남기고 고꾸라졌다.
타앙! 타아앙!
뒤이은 데미안의 저격지원에 망령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다섯 영웅은 여유롭게 앞으로 쇄도했다.
쿵! 쿠구궁!
그런 5인에게 거대한 대게가 집게발을 철퇴처럼 휘두르며 접근해 왔다.
하지만,
“어림없지!”
콰앙-!
에반젤린이 방패를 들어 공격을 받아 냈고,
“이놈도 해산물인가?! 요리하면 맛있을까?!”
“그럼, 별미지! 전투가 끝나면 과인이 손수 쪄 주마!”
퍼억! 콰직!
쿠일란의 주먹과 더스크 브링어의 날아차기가 관절을 부쉈다.
“아니, 괴수를 먹기는 왜 먹어요-!”
번쩍!
베르단디가 점멸단검 투척-순간이동 횡베기로 눈을 찔렀고,
마지막으로.
“흐으으읍!”
츠카아아악!
루카스가 휘두른 빛의 검에, 거대 대게는 세로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아주 박살이 나버린 대게의 앞에 서서,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먹을 수 있는 줄 알았으면 좀 세심하게 썰 걸 그랬군요.”
“아이고, 아까워라. 이거 아주 맛있는 놈인데…….”
더스크 브링어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고, 에반젤린과 쿠일란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베르단디만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괴수 먹지 말라고…….”
“식사는 주군께서 떠주신다는 회를 기대하기로 하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합시다.”
루카스가 멤버들을 다독였고, 고개를 끄덕인 모두는 유령선의 키 쪽을 보았다.
《…….》
《…….》
그쪽에 엉거주춤 선 채, 인간 영웅들의 무시무시한 활약상을 보고 있던 해적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물었다.
《저, 혹시, 항복하면 봐줍니까?》
더스크 브링어가 살벌하게 웃으며 입 밖으로 불꽃을 한 줄기 훅 뿜었다.
“봐줄 것 같아 보이니?”
《아뇨, 시발…….》
《에휴. 이래서 엄마가 착하게 살라고 한 건가봐.》
《근데 우린 이미 뒤졌잖어…….》
《이번에 다시 뒤지면 엄마 보러 갈 수 있냐?》
《글쎄, 잘 모르겠는디…….》
저들끼리 투덜거리던 해적들은 다음 순간 고함을 내지르며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지금 확인하러 가볼까?!》
《엄마아아아! 불효자가 만나러 가요오오오오!》
“미친놈들뿐이군…….”
그들에 맞서, 5인의 전위는 각자의 무기를 앞으로 내리그었다.
***
2번함의 점령이 완료되었다.
키를 잡은 루카스는 강제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 유령선의 키는 실제 배의 작동원리와는 달리 마법으로 배의 방향을 지정하는 장치였다.
전진하기에는 바닷물이 부족하지만, 배의 손상을 무시하고 방향을 돌리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카가각, 카가가각……!
배의 바닥이 마른 땅에 갈리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울렸다.
배의 측면을 크로스로드의 조준선에 훤히 노출되게 한 뒤, 강습부대 5인은 비공함 제로니모에 올라타 탈출했다.
“작전 완료.”
펑! 퍼버버벙!
콰과과광……!
크로스로드에서 쏟아진 일제사격에, 측면을 노출당한 2번함이 잿더미가 되었다.
무심하게 그 모습을 보던 루카스는 고개를 들어 다음 타깃을 보았다.
“다음 배로 이동한다.”
투투투투투-!
비공함의 해치에 앉은 영웅 캐릭터들의 머리칼이 바람에 거세게 휘날렸고, 그 사이로 두 눈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아직 해치워야 할 적은 한참 남아 있었다.
그리고,
쏴아아아아……!
하늘에서 폭풍우는 여전히 거세게 바닷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
그 폭풍우를 올려다보던 루카스는 아래로 시선을 내린 뒤, 흐릿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씩 평야에 물이 고이고 있었다.
곧 배수 시설이 한계에 도달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