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529
◈ 529. [STAGE 26] 해피 투게더
감사 인사를 하는 미하일을 향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서로 돕고 살아야지. 괴수를 맞아 함께 싸우는 사람끼리.”
“나는 네 지휘권에 도전했어. 그 말은 즉, 나중에 또 언제든지 너에게 반항할 수 있는…… 네 입장에서는 전선의 안정적 지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야.”
미하일은 주홍색 눈을 굴려서 나를 빤히 보았다.
“하지만 너는 나와 내 기사들을 살려주었어. 그게 네 자비인지, 아니면 네 지휘권에 대한 공고한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느 쪽이든 내 완패야.”
강제로 마법을 걸어 복종시킨 괴수와는 다르게, 눈앞의 이 소년기사는…… 스스로 고개를 숙일 줄 알았다. 자신의 실수와 타인의 공을 인정하고서.
그 점이 조금 기특했다.
“의외로 자기객관화를 잘 하는구만?”
“저지른 후에는 반성을 하는 편이야. 앞으로 실수를 줄여야 하니까. 문제는 저지르기 전에 앞뒤를 못 잰다는 건데…….”
미하일은 한숨을 폭 뱉었다.
“확실히 이번 전투에서 나는 천둥벌거숭이처럼 주제도 모르고 나섰지만, 그 결과까지 인정하지 못할 만큼 못난 놈은 아니거든.”
그 인정하는 일이 대단한 것이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미래를 본다.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미하일은 영웅의 자질을 증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 내뱉자 후련해진 것인지 미하일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곳에 출몰하는 괴수 자체의 강함도 물론 우리 왕국에 출몰하는 놈들과 비교도 안 되게 강력하지만…… 그 괴수를 상대하는 전투교리의 완성도 또한, 이곳 괴수전선이 압도적이네.”
“칭찬 고마워.”
“사실, 본래 남부에 나타나는 괴수들에 대한 보고서를 읽었거든. 그런데 이 정도로 위협적이진 않았단 말이지. 근래 몇 년간 갑자기 이렇게 된 거겠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하일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애쉬 황자, 당신은 이런 괴수들에 맞서 계속해서 전선을 유지해 온 거고.”
“피차 각자 자리에서 고생한 건 마찬가지지.”
“겸손할 필요 없어. 당신과 당신의 군대는 대단한 일을 해온 거야.”
미하일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신의 가슴팍 앞에 손을 올렸다.
“내기의 결과대로, 세계수호전선이 존속하는 동안, 창공기사단은 당신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겠어.”
“기대하도록 하지.”
“다만, 하나만 조건을 더 걸고 싶어.”
나는 눈썹을 치켰다. 미하일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가장 험하고 높은 곳으로 보내줘.”
“호오.”
“오늘은 추태를 보였지만, 알맞은 지휘를 내려준다면, 우리 창공기사단은 그 어떤 영웅들보다도 높이 날 수 있으니까.”
그 말대로, 미하일과 창공기사단은 스탯상으로는 이미 충분히 1군감 전력이다.
중요한 것은 경험. 그리고 알맞은 전술.
이만한 수의, 그리고 이만큼 억센 괴수들을 적절한 지시 아래에서 계속해서 쓰러뜨려 나가다 보면, 창공기사단은 내 휘하의 다른 파티들 이상으로 활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피식 웃은 나는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미하일.”
“나도 잘 부탁해. 애쉬 황자.”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자, 반성회는 이쯤 하면 됐고! 승리 연회를 가지러 가자!”
나는 미하일의 어깨를 두들기며 성벽 아래로 이끌었다.
“우리 크로스로드의 다른 특산품이지! 이겼으면, 먹고 마시고 즐기자고!”
***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무사히 귀환했다.
괴수들의 등을 타며 공중전을 치른 직후라 피곤할 텐데, 루카스는 태연하게 전장을 정리하고 전과를 보고했다.
에반젤린은? 바로 연회 준비하러 달려갔다. ‘노는 게 제일 좋아~’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이번 전투에서는…… 몇몇 부상자가 발생했고, 몇 문의 대포가 고장 났습니다만.”
보고서를 훑은 루카스가 내게 싱긋 웃어 보였다.
“그 외에 피해는 없습니다. 훌륭한 전투였습니다, 주군.”
“다들 각자 해야 할 일을 잘 해줘서 얻은 결과지.”
우리 전선의 기존 병력들은 물론이고, 새로 합류한 창공기사단 또한 미끼 역할을 잘 수행해주었다.
각자 할 일을 알맞게 척척 해주니 어려운 괴수 군단도 이렇게 별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사체 소각 및 전리품 회수도 끝났습니다. 오늘 업무는 이것으로 종료군요.”
“장사 접고 들어가자~ 다들 고생했으니 배에 기름칠 좀 시켜주자고.”
루카스와 함께 전장 정리를 마무리하고 도시 중앙광장으로 향하자, 이미 술판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기존 크로스로드의 병력과 새로 합류한 병력 사이에는 그동안 어색하고 미묘한 기류가 흘렀지만, 오늘 함께 전투를 치른 데다 술과 고기가 돌자 금세 서로 친밀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가 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세계의 어디에서 어떤 적과 싸우는 이들이건 간에, 군인들이 느끼는 애환은 엇비슷한 모양새다.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다 보니 병사들은 금방 주거니 받거니 어울렸다.
그리고…….
“개수쩐션의 슐은 싱겁네에에~”
미하일은 그새 꽐라가 되어 있었다!
“너무 싱겨워서 물 같다, 물. 더 줘~”
꼬인 혀로 무어라 옹알거리며 미하일은 계속 술잔을 기울였다. 나는 기겁해서 그 손에서 술잔을 홱 빼앗았다.
“아니, 너 미성년 아니야?! 뭔 술을 퍼먹어! 가서 쥬스나 마셔!”
“아앙? 우리나라에서는 열두 살부터 성인이거든? 나는 약혼녀만 다섯 명이 있다고?”
아니 너네 누나도 남편 다섯이라더니, 왜 이렇게 배우자를 많이 들이는 거야! 정조관념이 어떻게 된 거야 버밀리온 왕국!
잔뜩 취한 미하일이 무어라 흥얼거리며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창공기사단 기사 중 하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거 추태를 보여 죄송합니다. 왕세자님께서 술에 약하셔서…….”
“그럼 못 마시게 너희가 말려야 할 거 아냐!”
“이번에는 정말 괜찮다고 하셔서 딱 한 잔만 드린 건데…….”
뒤이어 미하일은 두 손을 제 머리 위에 올리고는 깡총깡총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는 병사들이 배를 잡고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괜찮긴 개뿔, 완전히 맛이 갔구만!
‘이것도 부정특성 ‘만용’의 결과인가……?’
불현듯 앞으로 이 꼬맹이를 잘 컨트롤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으음.
“하하하! 이 정도 술은 아아무렇지도 않아! 우리 버밀리온 왕국 사람들의 몸에는 그리폰의 피가 흐르거든!”
미하일이 제 가슴을 두들기며 호언했다.
그때 언제 온 것인지, 내 옆에 앉아 루카스와 쥬스잔을 주고받던 에반젤린이 의아해하며 미하일에게 물었다.
“그럼 그리폰과 버밀리온 왕국 사람들은 형제라는 거예요?”
“그러치! 친형제나 다름없지!”
“그런데 어떻게 그리폰을 타고 다녀요?”
“어?”
“친형제인데? 안장 채우고 고삐 묶어서 엉덩이로 깔고 타고 다니는 거예요? 어떻게 그래요? 친형제인데?”
“어……?”
미하일은 바로 뒤에 묶어둔 자신의 그리폰을 멍하니 보더니 작게 입을 벌렸다.
“……듣고 보니 그러네?”
말을 알아듣는 건지, 그리폰도 눈을 땡그랗게 뜨고 부리를 쩍 벌린 채, 충격받은 듯한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미하일은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그런 그리폰의 목을 끌어안았다.
“미안해, 동생아, 미안해! 앞으로는 네가 나를 타고 다녀……!”
그러고 한참을 더 그리폰에 매달린 채 꺼이꺼이 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상태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창공기사단 기사들이 그런 왕세자를 수습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쪽을 보며 에반젤린이 혀를 쯧쯧 찼다.
“그렇게 안 봤는데, 버밀리온의 왕세자님, 영 캐릭터가 망가졌는걸요…….”
“네가 망가뜨렸잖아…….”
네가 버밀리온 왕국 사람들과 그리폰 사이의 관계에 불편한 진실을 깨우치게 해버렸다고. 네가 범인이야.
아무튼 맛이 가버린 미하일은 숙소로 가버렸지만, 남은 창공기사단 기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더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주위에는 늘 그렇듯 내 휘하의 영웅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모여 앉아 있었다. 나는 문득 그런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쥬니어는 휘하의 어린 마법사들을 동생처럼 챙기며 요리를 먹였고, 데미안은 사제들과 함께 둘러앉아 오늘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쿠일란과 윤, 토르켈과 노바디 등…… 오늘 백병전에 참가한 전위 영웅들은 제각각 오늘 누가 더 활약했는지 서로 공을 겨뤘다.
베르단디와 성배탐사대, 그리고 번아웃과 바디백 등의 엘프들은 아니나 다를까 견과류 과자와 꿀술을 가득 챙겨서 서로 입에 넣어주고 있고.
…….
마지막으로.
품에 아기- 시드를 안은 릴리가 나타나자 광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수염이 수북한 아저씨 용병들이 시드가 귀엽다며 손발을 떨었고, 여성 용병들은 이모랑 뽀뽀 한 번만 하자며 고성을 질러댔다. 너희 다들 좀 무섭다…….
“저번 파티도 좋았지만 말이다.”
이 광란의 연회와는 살짝 동떨어진 채. 내 옆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던 더스크 브링어가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
“역시 이렇게 병사들이랑 다 같이 왁자지껄하게 마시는 술이 과인은 더 좋노라.”
“…….”
나는 마주 피식 웃으며 내 술잔을 내밀었다. 우리는 조용히 서로 술잔을 부딪혀 건배했다.
그때였다.
“흠. 승리 연회 중인가?”
새로운 이들이 나타났다.
인파를 가르며 백마에 탄 로브 차림의 마법사들이 우르르 중앙광장에 도착했다.
그중 선두에 선 노마법사가 로브를 걷더니 긴 수염을 손으로 쓸었다.
“괴수 침공이 임박했다기에 밤낮 가리지 않고 말을 달려서 급하게 온 건데. 이미 상황이 끝났나 보군?”
예전에 왕들이 모인 회의에서 꼬장을 부렸던 상아탑주, 대마법사 디어뮈딘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뒤따라서 제각각의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와 전사들이 속속 광장에 들어섰다.
“뭐야, 딱 저녁 때에 맞춰 도착했더니, 연회인가!”
“우리도 딱히 한 건 없지만 끼워주겠지?”
나는 누가 누군지 한눈에 못 알아봤는데, 주위에서 병사들이 술렁이며 그들에 대한 소개를 읊어주었다.
“‘상아탑’이다……!”
“유목민족 ‘신기루’에서도 최정예라고 하는 강습병단이야!”
“저 붉은 베레모…… 정글의 최강자라는 ‘레드 베레’인가!”
“드워프 군대도 왔다!”
“저건 엘프 여왕과 친위대……?!”
“이종족들도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건가!”
“정말 세계의 명망 높은 전사들이 다 모이고 있는데?”
새로 온 병력 모두 각 지역에서 한 어깨 하는 이들인지라, 또 기존 병력과 기싸움을 하며 광장 곳곳에 자리 잡았다.
각 무력집단의 장들이 또 살벌한 얼굴을 하고서 내가 마시고 있는 자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면면을 살피며 나는 에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참, 겨우 골치 아픈 녀석 하나 휘어잡고 나니까, 차례차례 더한 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군.
‘뭐 좋다. 다 들어와라.’
하나씩 기강을 잡고 전부 내 부하로 만들어 줄 테니까!
“자, 괴수들 따위, 얼마든지 몰려오라고 해!”
새로 온 이들에게 새 술잔을 돌린 뒤.
연회 2부의 시작을 알리며 나는 손에 들린 술잔을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그깟 괴수 놈들 따위 오늘처럼 박살을 내버릴 수 있으니까!”
오오오오-!
영웅들도, 병사들도, 모두 환하게 웃으며 각자의 술잔을 들어 올렸다. 새로 온 이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며 연회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밤이 새도록 신나게 웃고 떠들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
……이때는 몰랐다.
이 전투가 전사자가 나오지 않은 마지막 전투가 되리라는 것을.
세계수호전선의 모두가 함께 웃으며 행복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이때의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STAGE 26 – CLEAR!] [STAGE MVP – 애쉬(EX)] [레벨업 캐릭터]– 애쉬(EX) 외 50인
[사망 캐릭터]– 없음
[부상 캐릭터]– 미하일(SSR) 외 25인
[획득 아이템]– 엘리트 딱정벌레 마력핵(SR) : 20개
– 딱정벌레 군단 마석 : 372개
– 딱정벌레 고급 갑피 : 150개
[포획 괴수]– 딱정벌레 군주 헤라클레스(SSR)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여 주십시오.]– SR등급 보상 상자 : 3개
– R등급 보상 상자 :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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