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577
◈ 577. [STAGE 35] Find The Way (5)
이 자살작전에, 전원이 지원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모두의 마음이 고맙다고 해야 할지, 좀 더 자기 목숨을 신경 쓰라고 혼을 내야 할지…… 앞뒤가 안 맞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모두가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된 거 가장 침투작전에 걸맞는 스쿼드를 꾸려야겠지.
“모두 손 내려. 눈 떠도 돼.”
조심스럽게 눈을 뜬 영웅들은 손을 든 서로를 보며 멋쩍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쓰게 웃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지원해주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다 같이 쳐들어가서 적들을 갈아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디펜스 게임의 본분은 방어다.
결국 성벽 위 방어조가 튼튼하게 버텨줘야, 침투조든 교란조든 공격조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법.
적절하게 인원을 분배해야 하고, 방어조 또한 정예로 편성해야 한다. 나는 먼저 이 점을 확실하게 인지시켰다.
“……그래서, 저 괴수의 배로 잡혀들어갈 편성은 다음과 같다.”
나는 호명했다.
“쿠일란 및 형벌부대.”
쿠일란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형벌부대원들도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강력한 딜탱 역할군의 전위 영웅일 뿐 아니라, 괴수의 뱃속에 갇혔다가 탈출했던 경험까지 있다.
‘걱정되는 점이라면, 지금 수인 모드가 아니라 인간 모드라는 점인데…….’
그래도 그간 쌓아온 숙련도와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해서 이들을 가장 먼저 뽑았다.
“다음. 루카스 및 루카스 파티.”
루카스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앞으로 나섰고, 그 뒤를 토르켈, 제니스, 노바디가 따라 섰다.
내 전선에서 명실상부 단독전투력은 가장 높은 영웅이 루카스고, 나머지 파티원 또한 조합 완성도가 높다.
특히 힐러인 제니스 또한 편성되어 있다. 침투조 전체의 안정성을 올려줄 것이다.
‘한 자리가 비어 있긴 하지만, 일단 넘기고…….’
체인이 실종된 상태라 4인뿐이지만, 공석은 이따가 채우기로 하고. 다음.
“베르단디 및 성배탐사대.”
어째선지 베르단디와 엘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 왜 안도하는 거야?
어느 작전이든 원거리 화력조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성배탐사대는 모두 궁술 및 단검 투척술의 대가일 뿐만 아니라, 여차할 때는 근접전을 펼칠 수 있는 이들이다.
‘지구력이 좀 부족하지만…….’
백병전 및 원거리 화력전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귀한 인재들이다. 데려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나, 그림자부대 2인, 그리고…… 켈리손의 호위 전사 두 명.”
내가 참전한다는 말에 아니나 다를까 다들 기겁했지만, 반론은 받지 않았다. 이 작전에 내가 빠질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적의 뱃속에서 가장 난장판을 벌일 수 있는 게 나이기 때문.
마찬가지로 적의 뱃속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번아웃, 그리고 여러 유틸 스킬을 갖춘 바디백은 변수 상황에서 유용하고.
드워프 2인은…… 일단 내 파티에 전위가 필요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현재 실종된 이들 중에 드워프가 많기에 뽑았다.
아무래도 동족이 동족을 잘 수색할 가능성이 높으니.
“여기까지다.”
내가 리스트 호명을 끝내자 영웅들이 술렁거렸다. 특히 에반젤린과 데미안이 가장 앞에서 무어라 항의하려 했지만, 나는 손을 저었다.
“나도 더 데려가고 싶지만, 탈출 스크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이건 핑계다. 탈출 텔레포트 스크롤은 그간 쌓아두기만 하고 거의 쓰지 않아서 넉넉하게 있다.
하지만 이 이상 데려가면 크로스로드의 수성이 흔들린다.
에반젤린의 백병전 부대는 크로스로드 본성 수성에 반드시 필요하고, 데미안과 데미안 휘하의 저격수 파티 또한 침투전이 아니라 방어전에서 가장 빛난다.
둘 다 내가 가진 최강의 패 중 하나고, 이번 침투전에서도 분명 유용하겠지만…… 더 요긴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최악의 경우, 침투조가 전멸한다면…….’
에반젤린이 전선을 지휘해야 하고, 데미안이 천리안으로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나는 그 외 다른 영웅들도 쭉 살폈다.
처음부터 전선에서 함께 해온, 혹은 아주 최근에 합류해온, 그리고 이런 시기에 상관없이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주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도록 하지. 그때까지 전선 총괄 지휘는 에반젤린에게 일임한다.”
“맡겨주세요, 선배님.”
에반젤린이 씩 웃으며 자신의 방패를 쿵쿵 두들겼다. 나도 마주 씩 웃었다.
어차피 자세한 수성전 전술은 모두와 공유해두었고 훈련도 진행했다. 다들 숙련되었으니만큼 각자 맡은 바대로 잘 싸울 것이다.
***
몇 가지 더 전달사항을 전파하고, 간단한 회의를 가진 뒤.
자리가 파하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내 앞을 어린 마법사들이 가로막았다.
“전하!”
“저희도 데려가주세요!”
“…….”
나는 말문이 막혔다.
쥬니어와 함께 공부하고 수련해온 마법사들이었다.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렸다.
“쥬니어 언니를 구하는 데에는 마법사도 필요할 거예요!”
“저희도 누나를 돕고 싶어요!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잖아요! 저희를 데려가시면……!”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어째서인가요?!”
“저희가 어려서 그런가요?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그런 문제가 아니야. 너희가 마법사이기 때문이야.”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은 파리대왕의 뱃속이다.
아마도 모든 공간에서 파리 괴수들이 덮쳐오겠지. 머리 위, 발 아래, 사방팔방에서 놈들은 공격해올 테고, 물리적 육체적 전투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난전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클래스가 클래식한 마법사다. 천옷을 입고, 마법 캐스팅에 시간이 걸리는…… 기본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유리대포.
“이번 침투전에서는 마법사여도 어느 정도 백병전 상황 숙련도가 필요해. 그렇기 때문에 너희는 데려가지 못하는 거야.”
어린 마법사들이 일제히 침울해했다. 그때였다.
“그럼 나라도 데려가 주시오.”
모두가 그쪽을 돌아보자, 긴 흰수염을 쓰다듬으며 노마법사가 등장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디어뮈딘님.”
“사지(死地)인 것은 그만 말해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그렇기에 마법사 전력이 필요할 거요.”
확실히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경험이 많은 디어뮈딘이라면 백병전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면 뭐요, 나 같은 늙은이는 필요 없다는 건가?”
디어뮈딘이 불만스럽게 미간을 꼬았다.
“나더러 오늘이 가장 젊다고 말해준 건 애쉬 황자, 그대지 않소?”
결국 나는 두 손 들었다.
“루카스의 파티에 합류해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디어뮈딘님.”
“그래야지. 나를 데려가는 걸 두고두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회고하게 될 거요.”
그제야 만족스레 웃은 디어뮈딘이 복도 저쪽에 선 루카스 쪽으로 합류했다.
그쪽을 보며 숨을 뱉은 내가 뒤돌아서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아, 그, 저…….”
머리를 산발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선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내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게…….”
나는 오래지 않아 그녀가 누군지 알아챘다.
캔들러.
블랙리스트 소속이었다가 고르곤 전 이후 은퇴한 골렘술사. 이후로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골렘으로 일을 돕고 있다던…….
그리고 쥬니어와 체인이 실종되는 데에 가장 큰 책임을 느끼고 있을 사람.
“캔들러. 예전과는 모습이 좀 달라져서 알아보는 게 늦었네.”
나는 빙긋 웃었다.
“예전처럼 머리에 촛불 묶어두거나 하지는 않는 거야?”
“아, 그건…… 골렘을 잘 컨트롤하기 위한 의식 같은 건데, 이제는 은퇴했기 때문에, 더는…….”
무어라 횡설수설하던 캔들러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촛불 왕관도, 사이비 교주 같던 옷차림새도 없어진 그녀는 정말로 더 이상 용병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고르곤 자매와의 싸움 때 부딪혀서 부러진 이가 훤히 보였다. 그녀는 다리를 절며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저, 저는……. 저도…… 데려…….”
“…….”
“저도, 구출대에…… 포함…….”
“캔들러.”
덜덜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내가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우리 모두가 전사일 필요는 없어.”
“……!”
캔들러가 맥이 탁 풀린 듯한 얼굴로 나를 마주 보았다. 나는 그녀의 거동이 불편한 다리를 보았다.
“너는 할 만큼 해준 뒤 은퇴했잖아. 더 이상 네가 이 전선에 갚아야 할 채무(債務)는 없어.”
“하지만…….”
“이제 너는 병사가 아니야. 시민이지. 더 이상 너는 싸우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고.”
캔들러가 얼굴을 푹 숙였다.
“하지만, 저 때문에…… 제가 겁쟁이라서, 그래서 두 사람이…….”
“네가 겁쟁이라서 두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게 아니야.”
이어진 내 말에 캔들러의 눈이 크게 뜨였다.
“두 사람이 각자의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 용감해서, 너를 구한 거지.”
“……!”
“우리 모두 사실은 두려워. 사실은 겁쟁이지. 그게 당연해. 그러니 네 두려움을 부끄러워하지 마.”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출격을 준비하는 모든 영웅들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가득했다. 나 또한 속이 저릿저릿하다.
“사람인 이상 당연한 거야.”
“…….”
불가해한 적을 상대로 꽁지 빠지게 도망치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다.
그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싸울 수 있는 자는 병사로 남고. 결국 한계에 다다른 자는 퇴역한다.
이것은 더 낫거나 못한 문제가 아니다. 옳거나 그른 문제 또한 결코 아니다.
그냥, 그런 일일 뿐이다.
이 미친 세상에서 발버둥치는 우리 모두가 겪는, 그냥 그런 일.
“쥬니어도, 체인도, 우리가 꼭 구출해올 테니까…… 그때 두 사람에게 사과하지 말고, 감사하다고 해.”
나는 캔들러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너를 구해준 건 그 두 사람이니까.”
“…….”
“그러니까 꼭 살아 있어 줘. 이번 전투가 끝나면, 또 복구 공사가 필요할 테니까. 그때 네가 필요해. 알겠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는 그녀에게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고마워. 도망치지 않고 여기 있어줘서.”
“……!”
“또 보자고, 캔들러.”
나는 캔들러를 지나쳐서 앞으로 걸었다. 그런 내 뒤를 출정하는 영웅들이 우르르 따랐다.
우리의 뒤에서 캔들러가 숨을 억누르고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시련을 잘 이겨내기를 빌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우리 각자의 시련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빌었다.
***
“작전명, 충중충(蟲中蟲).”
나는 각 파티장에게 마비독 해독제를 다섯 개씩, 던전 탈출 텔레포트 스크롤을 다섯 개씩 건넸다.
파티장들은 그것을 각자 파티원들에게 분배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벌레 배 속의 기생충이 된다.”
영웅들이 히죽히죽 웃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살다 보니 초거대 파리 뱃속에 들어가서 깽판을 놓는 경험도 하고…… 이곳 괴수전선은 아주 다채로운 액티비티가 가득한 관광명소라니까.
“현재 파리대왕이 정박해 있는 포인트까지 이동 후, 적당히 교전하다가 사로잡힌다.”
나는 손에 들린 마비독 해독제를 흔들었다.
“해독제는 가능한 잡히기 직전에 복용하도록. 기존 마비 해독제를 개량한 물건이라 안전은 보장되지만, 반대로 놈들의 마비독이 얼마나 흉악해져 있을지 모르기에 약효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수 없으면 전원 못 깨어나고 그대로 파리 먹이가 되는 결말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을 거다. 일단 내가 예전에 먹어둔 선도(仙桃) 덕분에 만병불침 상태거든. 새삼 고맙구나, 레이븐.
내가 후딱 정신 차리자마자 나머지 다들 후려쳐서 깨울 생각이었다.
“주요 장비는 각자 몸에 단단히 고정하도록. 벌레 놈들 뱃속에서 눈을 떴을 때 무기가 없으면 곤란하겠지?”
나야 인벤토리에 쏙쏙 집어넣으면 그만이지만, 다른 영웅들은 이런 편리한 시스템 권능이 없으니.
다들 열심히 몸 곳곳에 무기며 장비를 가죽끈으로 묶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번 작전의 전술을 설명했다.
“작전 개요는 간단하다. 의식을 차린 후 가까운 인원과 합류, 벌레의 배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간결하게 지시했다.
“개박살을 내준다.”
이 대목에서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었다. 나도 손에 힘이 불끈 실렸다.
보여주마, 파리 새끼야.
이 김애쉬가 제국 제일의 트롤러라고 불린 이유를, 네놈의 뱃속에서 아주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