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39
◈ 739. [STAGE 45] 플라잉 데드
「미하일, 거기 있어……?」
왕비 중 하나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수화기를 받은 미하일이 애써 부드럽게 대답했다.
”응, 나 여기 있어.“
「미안해, 아까 갑판에 나갔다가…… 몰래 올라탄 좀비 괴수를 만났고, 그 괴수는 비공함 바깥으로 떨어뜨렸지만, 그 과정에서 언니들이 물려서.」
”…….“
「순식간에 감염이 퍼졌어. 그리고, 조금 전에 나도 물렸어…….」
미하일은 창백한 안색과는 달리,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괜찮아.”
「하지만, 미하일……!」
“우리는 우리 고향의 그 지옥도 이겨냈잖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도 길은 있었어.”
미하일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나를 믿어. 내가 구해줄게.”
수화기 너머의 왕비가 울먹거렸다.
「사랑해, 미하이일…….」
“나도. 그러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
뚝-
통신이 끊겼다.
“…….”
수화기를 내려두고 호흡을 가다듬은 미하일이 나를 돌아보았다.
“애쉬 황자.”
“…….”
“말해줄 수 있어? 방법은 있다고.”
미하일의 두 눈에서는 간절함이 일렁이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예전 동료에 이어 다른 형제와 아내들까지 잃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내게 방법이 있으니까.”
뒤이어 나는 맥밀란에게 외쳤다.
“맥밀란 경! 크로스로드와는 언제부터 통신이 연결 가능하지?”
“조금 전에 통신 가능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언제든 가능합니다.”
“바로 연결해.”
크로스로드와 통신이 연결되었고, 나는 사제장 로제타를 호출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로제타가 달려와 통신을 받았다. 이미 전시(戰時)였기에 영웅들은 모두 동원이 끝나 있는 상황이었다.
「로제타입니다, 애쉬 황태자 전하.」
“로제타 사제장.”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좀비 역병의 ‘치료’ 방법에 대해 말해주겠나?”
이번 상대는 좀비 괴수.
당연히, 아군에 부상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좀비 감염 대책 또한 강구하고 있었다.
이 세계는 마법이라는 체계 위에 견고히 쌓아 올려진 마법 문명을 이룩했다. 인류를 괴롭히는 온갖 요소- 괴수, 역병, 천재지변에 대해 국가 단위의 대책이 수립되어 있다.
좀비 역병 또한 예외는 아니다.
「교단에서 정립해둔 좀비 역병 치료제 조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로제타는 사무적인 어조로 예전에 들었던 말을 한 번 더 해주었다.
「좀비 역병이라는 것이 창궐할 때마다 증상과 병변이 상이하기에, 변이가 얼마나 일어났는지에 따라 치료제 또한 추가적으로 조정이 필요합니다.」
“환자를 직접 봐야 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환자’를 데리고 와서 병에 대해 연구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죄다 좀비화가 끝난 상태의 괴수들뿐이었으니.
시체 샘플을 몇 개 구해다 신전에 가져다주었지만, 완전히 죽은 개체에서는 유의미한 연구 데이터를 도출할 수가 없었다.
감염자든, 감염자가 죽고 되살아난 좀비든, 살아 움직이는 샘플이 필요했다.
“잘 됐군. 마침 지금 환자를 한 아름 데리고 돌아가는 중이거든.”
「감염 상태의 생존자가 있습니까? 신전으로 이송해오시면, 즉시 증상을 파악하고 약을 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환자의 숫자가 일백여 명이 넘는다.”
라 만차의 승무원과, 창공기사단.
도합 일백여 명이 감염된 상태다.
순간 로제타가 말이 없어졌다. 나는 힘주어 물었다.
“치료 가능하겠나?”
《……저희 사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언제나 하나뿐입니다, 전하.》
로제타는 차갑고 기능적으로 내뱉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이송해오십시오.》
“곧 가지.”
뚝.
통신을 종료하고, 나는 옆에 선 미하일을 보았다.
“크로스로드에만 도착하면 방법이 생길 거야. 조금만 기다려.”
여신교 교단장인 로제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치유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제국 수도보다 크로스로드가 이런 종류의 치료에는 훨씬 통달해있을 것이다.
“……그럴게, 애쉬 황자.”
숨을 들이켠 미하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이제 왕이니. 의젓해져야겠지. 마음을 추스르고 기다릴게.”
그렇게, 로제타와의 통신 이후 잠시 함교의 분위기가 온건하게 풀리려는 때였다.
“방법이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만.”
맥밀란이 식은땀 범벅인 얼굴을 손수건으로 훔쳐내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무사히 크로스로드로 돌아갈 수 있을지부터 염려하시는 게 어떨지요?”
“뭐?”
느닷없는 소리에 내가 되묻는 것과 동시에,
쿵!
콰직-!
함교의 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모두가 기겁해서 돌아보자, 함교 바깥에 몰려든 감염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문을 두들기는 장면이 보였다.
콰앙!
우드드득……!
거듭된 충격에 철문이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함교 문 쪽에 서 있던 이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대로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이 부서질 것이다.
“함교 문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마법 패널을 조작해 함내 상황을 살피며 맥밀란이 말했다. 나는 이를 갈며 물었다.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하게, 맥밀란 경. 그럼 뭐가 진짜 문제지?”
“……엔진실이 점거당했습니다.”
맥밀란은 마법 패널에 라 만차의 엔진실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서로 감염이 끝난 승무원들이 멍한 상태로 주저앉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마력로를 전담 관리하는 상주 연금술사도 감염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 얼른 말해.”
“메인 마력로 출력이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일순 서늘한 침묵이 함교를 메웠다.
맥밀란이 계속했다.
“엔진실에서 감염자와 다투던 와중 스위치가 내려간 모양입니다. 계속해서 출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현재 보조 마력로로 버티고 있습니다만, 이대로라면 비행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원격 제어는?”
“시도해봤습니다만 먹통입니다. 직접 가서 재설정을 해야 합니다.”
쿵! 쿵! 쿵!
이 와중에도 복도를 가득 메운 감염자들이 불규칙적으로 괴성을 토해내며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을 통해 잔뜩 충혈된 눈동자들이 깜빡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쪽을 흘깃 본 맥밀란이 말을 이었다.
“크로스로드에 도달하기까지 남은 예상 비행 시간은 1시간이었습니다만, 이대로라면 30분 안에 메인 마력로가 완전히 작동을 정지하고, 비상 착륙을 해야 합니다.”
“…….”
침묵하는 내게 맥밀란이 제안했다.
“전하. 제가 드리고픈 말씀은, 어차피 비상착륙을 해야 한다면 안전하게 미리 착륙하는 것은 어떠냐는 것입니다.”
“뭐?”
“한계 시간까지 비행하다 착륙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 전에 마력로가 완전히 꺼질 우려도 큽니다. 차라리 미리 안전하게…… 직접적으로 말씀드려서, 지금 당장 착륙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래서야 크로스로드에 도착하지 못하지 않나? 게다가 거리도 아주 멀어질 테고.”
“대신 이 비공함과 안에 탄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착륙 지점을 확정하고 크로스로드에 알려주면 그곳으로 지원군이 올 테고요.”
맥밀란의 제안은 굉장히 안전지향적이었다.
괜히 위험을 감수하지 말자는 뜻이었다. 안전하게 착륙하고, 그곳으로 크로스로드 지원군을 호출한 뒤, 함교 문을 굳게 지키며 버티면. 그러면 더 이상의 손실 없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비공함 비행으로 1시간 거리라는 말은, 다른 교통수단으로는 훨씬 더 오래 걸리는 어마어마한 거리라는 뜻이다.
크로스로드에서 갑자기 지원군을 꾸려 출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게 출병한 병력이 착륙 지점까지 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크로스로드까지 돌아가는 데에도 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야 늦다.
“지금 상황은 시간 싸움이다. 1초라도 시간을 더 벌어야 해.”
우선 가장 대전제.
남쪽에서 괴수 무리가 북상해오고 있다.
앞으로 사흘도 걸리지 않아 이 괴물들이 밀고 올라올 것이다. 이놈들을 물리치는 데에 쓸 시간도 부족한데, 우리의 크로스로드 귀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
‘감염 상태가 길어질수록 환자들에게 좋지 않다.’
지금은 감염자지만, 몇 시간 뒤면 진짜 좀비가 될 수도 있다.
바로 데려갔으면 낫게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연되어 치료가 불가해질 수도 있고.
괴수 저지도, 환자 치료도, 모두 시간 싸움이다. 속전속결로 해치워야 한다.
“그러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한계까지 보조 마력로로 비행을 지속하시는 겁니까?”
맥밀란이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은 뒤…….
함교의 문 쪽으로 돌아섰다.
“엔진실만 정상화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예?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럼 쉬운 이야기지.”
쿵! 쿵! 쿵!
나는 복도를 가득 메운 채 연신 함교 문을 두들기는 감염자들을 보며…… 씩 웃었다.
“감염자들을 제압하면서, 엔진실로 간다.”
“……!”
함교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설마 감염자로 우글거리는 바깥으로 자진해서 나간다는 생각은 못 해본 모양이었다.
“많은 인원이 나설 필요는 없겠지. 소수 정예로 밀고 나간다.”
나는 함교의 인원 중 전투가 가능한 이들을 추려 보았다.
“나, 디어뮈딘님, 그리고 미하일. 셋으로 충분하겠지.”
“물론이오.”
“좋아, 최대한 완력 조절을 해보도록 하지.”
몸을 푸는 디어뮈딘과 미하일의 뒤로.
맥밀란이 다급하게 손을 들며 따라붙었다.
“전하, 저도 가겠습니다.”
나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맥밀란 경. 그러면 항행에 지장이…….”
“비공함 조종은 어차피 이 파일럿 친구들이 하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비상착륙도 잘 해줄 거고.”
맥밀란은 입가를 파르르 떨며 웃었다.
“무엇보다, 엔진실 설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
맥밀란은 전투 인원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나서야 할 때, 그리고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아는 군인이었다.
“어쨌든 저도 장교입니다. 전투 훈련은 매년 받고 있습니다. 최소한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겁니다.”
장갑을 고쳐 끼는 그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좋아, 그럼 같이 가지.”
쾅! 쿠득! 콰과광!
이미 함교의 문은 감염자들의 연이은 육탄돌격 앞에서 반쯤 허물어진 상태였다.
엔진실로 향할 결사대 4인은 일제히 후-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차라리 복도를 메운 것이 괴수라면, 처죽이면서 가면 되니 훨씬 쉬운 일일 테지만.
좀비 역병에 감염되었을 뿐인 아군이다. 어디까지나 제압만 하면서 가야 한다.
그래서 훨씬 어려운 여정이 될 터였다.
“선두는 미하일. 육탄으로 길을 내고. 그 뒤에 나. 상황을 살피고 지시하겠다. 내 뒤에 맥밀란. 엔진실로 가는 길을 안내하도록. 최후미에 디어뮈딘님. 마법 살살 쓰세요.”
내 오더를 듣고 있던 디어뮈딘이 수염을 쓸며 허허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사람들 많이 안 다치게 적당히 힘조절 하겠네.”
아니, 감염자들 다치는 것도 문제지만.
‘할아버지가 힘 너무 냈다간 비공함 자체가 위험하니까…….’
뒷말은 삼켜야 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기 시작했기에.
콰직-!
크아아아아!
함교 문이 뜯겨나가는 것과 동시에, 괴성과 함께 함교 안으로 감염자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퍼어어억!
그대로 다시 반대 방향, 복도 쪽으로 일제히 나가떨어졌다.
두 주먹을 쥐고 달려든 미하일이 감염자들의 명치에 정확하게 펀치를 꽂아 넣었다.
아직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인지, 명치를 아주 세게 맞은 감염자들은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게거품을 물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진짜 엄청 아파 보인다…….’
함교 문 앞에 몰려와 있던 감염자의 숫자는 십여 명이었다. 미하일은 순식간에 복도의 정리를 끝내고 두 손을 털었다.
결사대 4인이 함교 밖으로 빠져나온 뒤, 함교 내부의 인원에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마력을 일으켰다.
부서진 함교 문에 내 마력 성벽을 대신 설치하고, 나는 뒤돌아섰다.
“갑시다!”
비공함이 추락하기까지 앞으로 30분도 남지 않았다.
그 전에 감염자들로 가득한 비공함 내부를 뚫고, 엔진실에 도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