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55
◈ 755. [STAGE 45] 인지상정 (6)
디어뮈딘이 ‘작전’을 준비하는 동안,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신 그 전개는 괴수 멸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압, 혹은 시간 끌기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멸절이 가능했다면 그렇게 했겠으나.
수만에 달하는 괴수들을 먹어 치우고, 그 이능을 사방으로 뿜어내는 크롬웰을 척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아아! 아아아아아-!》
출력이 너무 높았다.
괴성과 함께 터져 나오는 흉폭한 마력의 기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촉수처럼 난잡하게 엉켜 사방으로 튕겨 오른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크롬웰 머리 위의 거대한 뿔이 연속적으로 마력광을 토해내며, 연달아 사방을 초토화시켰다.
번쩍거리는 적 괴수의 머리 위 뿔을 살피며 나는 치를 떨었다.
“아주 뭔 크리스마스트리 같네……!”
그러고 보니 연말이구나! 이 세계에 크리스마스는 없지만, 시기상 얼추 맞다!
제 한 몸 바쳐 전구에 휘감긴 크리스마스트리마냥 온 사방으로 빛과 마력을 뿜어내는 괴수. 놈을 제압하고 제자리에 붙들어두기 위해 우리는 안간힘을 썼다.
쿵! 쿠과과광!
온갖 이능을 품고 쏟아진 마력 다발이 도로와 건물을 박살 내며 마구잡이로 퍼부어졌고, 그쪽에 있던 백병전 영웅들이 날렵한 동작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피해냈다.
“시간 끌기도 슬슬 한계입니다, 주군!”
루카스는 꿈틀거리며 쇄도해오는 촉수 같은 마력 다발을 빛의 검격으로 휘둘러 잘라낸 뒤, 다급하게 외쳤다.
“괴수가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크로스로드 전체가 저 마력의 영역권에 들어설 겁니다!”
수만의 괴수를 먹어 치운 크롬웰은 분별없이 그 마력을 휘둘러댔는데, 점차 그 범위가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공격은 곧 방어도 겸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마력장이 놈의 주위에서 포화되고 응축되어, 뚫어낼 수 없는 겹겹의 방어막처럼 변하고 있었다.
우리 측의 원거리 공격은 상쇄 당하고, 근접 영웅들은 저 미친 마력의 파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차 뒤로 밀려나고 있으니.
이렇게 내버려 뒀다간 루카스의 걱정대로 크롬웰이 크로스로드 전체를 작살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놈의 마력은 극히 불안정해.’
지금 크롬웰은 먹어치운 마력원을 아낌없이 토해내는 상태다. 어떤 설계나 전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반사적으로, 발악적으로, 잔뜩 화난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처럼 휘둘러대기만 할 뿐.
그 마력 파장은 불안정하고, 출력은 믿을 수 없는 고점에 달했다가 훅 꺼지듯 저점을 내려찍기를 반복했다.
‘놈의 마력 패턴이 고점을 찍었다가 사라지는 순간, 이 순간을 노려야 한다!’
그때였다.
“애쉬 황자!”
상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게 그쪽을 보자, 마법 로브 [늙은 불사조]를 전개해 하늘에 날아오른 디어뮈딘. 그리고…….
“나는 왜 또 이런 역할이야아아아!”
그 옆구리에 붙들린 채 버둥거리는 환영술사 바이올렛이 보였다.
그런 바이올렛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디어뮈딘이 소리쳤다.
“우리는 준비됐네!”
옆구리의 환영술사는 준비가 덜 된 것 같았지만, 막상 실전 들어가면 언제나 제 몫을 해내는 바이올렛이었기에 믿기로 했다.
“모두 들어라! 아까 전 지시한 작전대로다!”
디어뮈딘이 작전 준비에 들어간 동안, 나는 현장의 영웅들에게 미리 작전을 지시해두었다.
이제 그 작전을 실행할 때였다.
“타이밍은 내가 지시하겠다! 그때, 일시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크롬웰에게서 무시무시한 마력의 격류가 솟구쳐올랐다.
《이겨야 해…….》
피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내며 크롬웰이 포효했다.
《이렇게 많이 먹었으니까 나는 이겨야 한다고오오오오오!》
뿔이 눈부신 연녹색으로 달아오르더니, 다음 순간 괴수의 마력이 분별없이 터져 나왔다.
절약이나 운용이라는 개념이 일절 없는 듯 쏟아져 나온 마력의 격류는 거대한 촉수- 아니, 마치 삽시간에 생장하는 나뭇가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주위의 살아 있는 인간을 향해 쏟아졌다.
앞서 루카스가 한 경고대로, 능히 크로스로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이었다.
“백병부대, 전원-!”
그러자 에반젤린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막아요-!”
방패를 든 모든 백병전 영웅 수십 명이 일제히 겁 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휩쓸렸다간 뼈도 못 추릴 게 분명한 마력의 격류 속으로.
영웅들의 몸 위에는 사제들이 둘러쳐 준 신성력 갑옷이 있었고, 나 또한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마력 요새를 실시간으로 생성해 앞에 둘러주었다.
“흐으으읍!”
타이밍에 맞추어 에반젤린이 방패를 땅에 내리찍었고,
번쩍-!
마력의 격류에 맞서 앞으로 달려든 모든 영웅들의 몸 위에 직사각형 형태의 마력 방패가 맺혔다.
에반젤린의 궁극기, [최후의 요새].
콰과과과광!
크롬웰을 멀리서 둥글게 포위하듯 둘러선 모든 방패기사들의 온몸이 적의 공격을 상쇄하며 눈부시게 빛났다.
각자 방어 기술을 발휘하는 그들의 몸 앞에서 내 마력 성벽이 증발해 사라지고, 신성력 갑옷마저 녹아 없어졌다.
하지만 에반젤린의 [최후의 요새]는 마지막까지 남아 버텼다.
“진짜…… 엄청…… 아프기는 한데……!”
[최후의 요새] 효과로 아군 백병부대 영웅들의 부담을 함께 받아내며, 코피를 쏟아내던 에반젤린이 입가를 히죽 올렸다.“네 공격은…… 너무 적의(敵意)가 옅어……!”
그렇다.
파리대왕이나 흑룡과는 다르다. 그 두 괴수는 반드시 인간을 멸절시키고야 말겠다는 순연한 적의를 품고서, 우리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크롬웰은…… 좀비가 되었기 때문일까?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하지만. 그뿐.
첨예하게 깎인 적의가 없다.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살의가 부족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버텨낼 만하다고, 좀비 자식아-!”
투학-!
끝내 백병부대 전원이 버텨냈고,
“우랴아아아아아!”
에반젤린이 특유의 기합성을 내지르며 방패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최후의 요새]는 일대 아군에게 광역 [대미지 세이브] 효과를 부여한다.즉, 아군에게 가해진 대미지를 모두 에반젤린이 모아서…….
투콰아아아악-!
거의 불타오르듯 빛을 뿜어내는 방패검 칼날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에반젤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크롬웰의 마력 출력이 뚝 떨어졌다. 일순 미친 듯한 출력을 냈으니, 그 여파로 마력 패턴이 저점까지 내리꽂힌 것이다.
“지금이다! 쥬니어-!”
내가 소리치자, 후열에서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진을 그리고 대기하던 쥬니어가 꽥 외쳤다.
“오늘 최후의 한 방입니다-!”
쥬니어의 마법 시전을 도울 마법 아티팩트들이 일제히 빛을 발했고, 마법사들 또한 쥬니어에게 각자의 마력을 모았다.
오직 이 한 방을 위해 괴수전선 거의 모든 마법사들의 이후 마법 행사를 포기한, 뒤 없는 한 방이었다. 이걸로 끝장내야 한다!
쥬니어는 그 모든 보조를 그러모아서 [원소 해체]를 사용했다.
“이거나…… 먹어라아아아!”
쩌어어어엉-!
허공에 헤일로가 떠오르고, 공간이 부서져 내리며, [원소 해체]가 크롬웰에게 작렬했다.
일순 저점까지 떨어진 출력의 틈을 놓치지 않고 쥬니어의 궁극기가 파고들었고, 크롬웰의 주위에 일렁이던 끔찍하게 짙은 마력장 농도가 단숨에 옅어졌다.
“지금! 모조리 퍼부어-!”
내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에반젤린이 가까스로 손에 들고 있던 방패검을 냅다 투척했다.
[대미지 페이백]을 한가득 머금고 있던 방패검이 크롬웰을 향해 미사일처럼 날아들었고, 마력장에 닿는 순간 미사일처럼 폭발했다.쩌적, 쩌적……!
크롬웰의 주위를 메우고 있던 마력장 중 한 겹에 금이 벌어지더니,
퍼버버버벙!
폭발과 함께 깨어졌다.
하지만, 괴수의 주위에 둘러쳐진 수많은 마력장 중 고작 한 겹의 마력장이 벗겨진 것뿐.
아직도 괴수의 주위에는 마력장이 겹겹이 남아 있다.
‘하지만 금은 벌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마력장을 돌파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지금뿐이다!
에반젤린이 날린 방패검이 마력장 위에 흠집을 냈고, 명확한 포인트가 정해지자 단숨에 그곳이 공격 표적지가 되었다.
“쏴라!”
“모조리 쏟아부어-!”
베르단디가 [이사금]을 베어냈고, 쿠일란이 자신의 오의를 쏟아냈다. 미하일 또한 쉬지 않고 주홍빛 마력 투창을 이어갔다.
모든 영웅들이 각자의 성명절기를 쏟아냈다.
쩍! 쩍! 쩌어어어억!
버티지 못하고 마력장이 겹겹이 부서지며 소실되었다.
“켈리베이!”
나는 [옥새 반지]를 이용해 내가 모을 수 있는 모든 인류의 ‘의지’를 모아, 거대한 모습의 대못으로 제련했다.
허공에 의지의 대못을 홱 튕겨 올린 내가 소리쳤다.
“날려버려요!”
“맡겨둬!”
뛰어오른 켈리베이가 종족신의 권능을 불러일으키자, 그의 손에 들린 전쟁망치가 일순 금색 마력을 머금고 수백 배는 거대해졌다.
켈리베이는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그대로 횡축으로 망치를 휘둘러 대못의 머리 부위를 후려쳤다.
투학-!
빛살처럼 날아든 의지의 대못이 크롬웰의 마력장 위로- 모두가 집중공격을 퍼붓는 그 포인트에 내리꽂혔다.
쩌저저저저적!
눈부신 불꽃을 사방으로 튀기며 대못이 마력장을 뭉개고 들어갔다.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단숨에 수십 겹의 마력장이 뭉개졌다.
“루카스!”
나는 돌아보고 외쳤다.
“마무리-!”
이미 루카스는 달리고 있었다.
앞으로 쏘아진 루카스는 순식간에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쌍검을 X자 모양으로 힘차게 베어냈다.
츠카아아아악!
쏘아진 원거리 빛의 참격이 대못을 밀어넣으며 작렬했고, 마지막 마력장 수십 겹을 단숨에 쪼개버렸다.
《아아…….》
하지만, 이때 이미 크롬웰의 마력 패턴은 회복세에 들어가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
괴수의 들끓는 마력이 다시금 뿜어져 나오며, 새로운 마력장을 형성하려 했고-
그 순간.
“-보였다.”
투콰아아앙!
첨탑 위에서 대기하던 데미안이 저격했다.
마력장이 모두 소실되고, 새로운 마력장이 생성되기까지의 찰나 같은 순간.
정확하게 쏘아진 저격이 그 일순의 간극을 꿰뚫고 크롬웰의 이마에 들이박혔다.
푹……!
《……?!》
공격 탄환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농축 치료제를 모조리 모아 떄려박은, 최후의 치유 탄환이었다.
《아……?!》
크롬웰은 좀비 기생충을 퍼뜨린 본체라 할 수 있다. 이 치료제 탄환으로 쓰러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좀비화 기전- 죽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그 작용을 방해할 수는 있다.
《아아, 아아아아……?!》
거짓말처럼 들끓던 마력이 멎고, 크롬웰이 휘청거리는 사이…….
쐐애애애액!
허공에서 디어뮈딘과 바이올렛이 강하.
“제발 먹혀라-!”
바이올렛은 두 눈을 꽉 감고 소리쳤다.
“[백일몽(白日夢)]-!”
그리고 연보랏빛 마력을 머금은 바이올렛의 손끝이, 크롬웰의 이마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