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72
◈ 772. [STAGE 48] 파죽지세 (8)
임시 마력요새 전진기지.
《크으으……!》
온몸에서 독액을 뿜어내며 백기사 대장이 연신 뒤로 물러섰다.
그 얼굴에 눈코입은 없고, 있는 것이라곤 검게 썩은 채 꿈틀거리는 악의뿐이지만.
나는 놈들이 나를 보며 발산하는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당혹.
그리고 공포.
“왜 그래?”
나는 파리대왕 갑옷 [높은 탑의 주인]을 장비한 상태로, 놈들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다가서는 중이었다.
“너희 공격수단이 아예 통하지 않는 상대는 처음인가?”
마력요새에서 내 자동포탑들이 원거리 포격을 쏟아내는 동안.
나는 더 이상 백기사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직접 출격해서 몸으로 놈들을 막아섰다.
놈들은 가까이 접근한 나에게 가진 모든 오탁을 쏟아부었지만…….
나는 만독불침. 그 역병주 레이븐도 정공법으로는 오염시키지 못한 존재다.
‘먹히겠냐고. 너희 독이.’
쾅! 콰과과과광!
요새 쪽에서 다시 한번 쏟아진 내 자동 포탑의 포격이 일대를 휩쓸었다.
당연히 나도 범위에 휘말렸지만, [높은 탑의 주인]의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너끈하게 버텨냈다.
반면 함께 범위에 휩쓸린 백기사들은 버텨내지 못하고 독액을 쏟으며 쓰러졌다.
《크으으으……!》
이제 수가 얼마 남지 않은 부하들과 함께 백기사 대장이 치를 떨었다.
역병은 내가 무위로 돌리고, 그렇다고 다른 수단으로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회하자니 이미 작살이 난 지형 위로 켈리베이가 회수한 [발걸음분쇄기]를 다시금 쏟아붓는다.
그리고 자동 포탑이 칼같이 화망을 퍼붓는다.
사실상 이곳 마력요새 전진기지가 공략 불가라는 사실을 백기사 대장은 뒤늦게 깨달았고…….
타앗-!
발굽으로 땅을 차고, 뒤로 훌쩍 물러섰다.
그리고 살아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삽시간에 도주하기 시작했다.
“우왓, 뭐야! 놈들이 도망치잖느냐, 애쉬!”
기겁한 켈리베이가 성벽 위에서 연신 [발걸음분쇄기]를 쏘아냈다.
무너지는 지반과 함께 포격에 휘말린 백기사들이 몇 더 쓰러졌지만, 백기사 대장과 그 부하 십여 기는 기어코 도주하는 데에 성공했다.
“괜찮아요, 켈리베이. 무리해서 추격할 필요 없어요.”
날듯이 달려 금세 멀어지는 적을 살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전진기지를 전개한 이유는 놈들의 예봉을 꺾기 위함이지, 전멸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놈들을 추살하고 완전히 전멸시키는 것은 또 다른 부대의 일이다.
“일단, 백기사 놈들은 이만큼 수를 줄였으면 됐고…….”
훌쩍 뛰어 마력 요새 위에 올라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전진기지에 지원을 가죠. 다들 고생 중일 테니.”
“좋아! 그런데, 그러면 이 마력 요새는 해체하고 가는 게냐?”
켈리베이가 자동 방어 포탑 일백 문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조금 아깝긴 하네. 이 포탑 친구들도 사라진다는 거잖아…….”
켈리베이의 말에 나는 씩 웃어 보였다.
“누가 사라지게 둔대요?”
“응?”
“아무리 그래도 마력핵 100개나 쏟아부어서 만들었는데, 한번 쓰고 버리긴 너무 아깝지.”
나는 깃발을 마력 성벽 위에 탁! 꽂았다.
그러자 요새의 형태로 조립되어 있던 마력 성벽들이 차례로 분해되더니, 다시금 저들끼리 엉겨 붙으며 조립되었고…….
이윽고 거대한 기차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자동 방어 포탑이 덕지덕지 붙은 상태의.
“오오, 세상에 골든 맙소사…….”
켈리베이는 커다란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기차에 들러붙었다. 다른 드워프들도 마찬가지로 침을 질질 흘리며 얼른 기차의 빈자리에 탑승했다.
“나이트 브링어 놈도 기차였다가 요새였다가 변형하는데, 내가 질 순 없죠.”
룰을 벗어나서 생각하면, 내 능력을 응용할 수 있는 수단은 끝없이 많다.
이동성벽 [나이트 브링어]가 움직이는 원리와 양식을 파악한 뒤, 내 마력 요새에도 적용해 보았고, 이렇게 그럴싸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기차의 머리 칸 지붕에 올라앉은 내가 히죽 웃었다.
“자, 얼른 갑시다! 다들 탑승! 다른 전진기지에 구원을 간다-!”
쿠르르릉!
우리는 포탑 기차를 타고 제1 전진기지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제1 전진기지의 전투는 거의 종료된 상황이었다.
적기사들은 쥬니어와 마법사들의 합동 마법 폭격에 두들겨 맞아 대부분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고, 적기사 대장은 몇 안 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저항하고 있었지만…….
“빵빵! 망할 새끼야!”
투쾅-!
두두두두두!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내 마력 기차가 그대로 들이받고, 이 기차에 붙은 자동 방어 포탑이 영거리에서 포격을 쏟아붓자 버티지 못했다.
《크아아-!》
적기사 대장이 짧게 호령하자, 살아남은 적기사들은 앞서 백기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재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
“됐어, 보내줘! 지금 저놈들 쫓을 때가 아니야!”
다급하게 놈들을 쫓으려는 토르켈과 쿠일란, 쥬니어 등을 제지한 뒤.
나는 제2 전진기지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즉시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이쪽에 탑승! 제2 전진기지로 구원을 간다! 나머지 인력은 전진기지 정리하고 기차 형태로 성벽 변형시켜서 크로스로드로 복귀한다! 실시!”
“예-!”
부하들은 일언반구도 토를 달지 않고 즉시 내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현장인원인 토르켈, 쿠일란, 쥬니어, 그외 영웅과 병사와 마법사들이 추가로 합류했고, 우리는 제2 전진기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다들 잘해줬어. 조금만 더 힘내자.”
기차 위에서 부하들을 다독인 나는 토르켈에게 눈짓했다.
“그리고, 토르켈. 어때? 지휘관 역할은 맡을 만해?”
그러자 토르켈이 쓰게 웃었다.
“……끽해야 부하 다섯, 열 명 정도는 다룬 적이 있었지만, 이만한 규모는 확실히 어렵군요.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자 쿠일란이 낄낄 웃으며 토르켈의 어깨를 퍽 쳤다.
“겸손하기는, 잘 하던데!”
쥬니어도 덧붙였다.
“나쁘지 않으시던데요? 다만…….”
“다만?”
내가 궁금해서 묻자, 쥬니어가 어깨를 으쓱였다.
“혼자 말없이 적진에 들어가거나 적 지휘관과 1대1 대결을 펼치는 건 좀 위험하다 싶었어요. 대체 누굴 보고 배웠나 몰라…….”
뜨끔.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없이 뭉근한 시선으로 나를 보기에 크흠! 헛기침한 나는 기차의 진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자자, 전투평가는 다 끝나고 마저 하고! 이쪽 처리를 마저 하자!”
제2 전진기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쪽은 성벽 가까이 달라붙은 흑기사들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우리보다 앞서 투입된 지원군이 흑기사들의 머리를 으깨고 있었다.
펄럭! 펄럭!
거대한 독수리 날개를 펄럭이는 사자 몸통의 짐승- 그리폰.
그리고 그 그리폰에 탄 창공기사단.
미하일이 이끄는 우리 크로스로드의 공중기병이 라 만차에서 출격, 흑기사에게 강하 기습을 가한 것이었다.
《키이익……!》
흑기사들이 연신 저울을 치켜올리며 창공기사단에게 저주를 걸려고 했지만,
“회피-!”
그때마다 귀신 같은 타이밍에 미하일이 지시를 내렸고, 창공기사단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저주를 회피해 냈다.
“진형 재정비-!”
앞장서 창공기사단을 이끄는 미하일의 머리에는 이번 전투에 처음 착용하고 나온 왕관 형태의 투구가 있었다.
순록의 뿔처럼 멋들어지게 치솟은 이 투구는 바로 새로운 나이트메어 슬레이어- [모든 책임 내게 있나니(The buck stops here)].
크롬웰을 쓰러뜨리고 그 마력핵으로 제조한 장비다.
그 효과는 ‘피가 이어진 동족과의 의식 공명’.
이 능력을 통해 미하일은 창공기사단원뿐만 아니라, 그의 심장에 같은 피가 흐르는 그리폰들과도 뜻을 나누는 것이 가능해졌다.
모든 그리폰과 라이더가 문자 그대로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쐐애애애액-!
1초의 빈틈도 없이, 공중에 뜬 그리폰 라이더들이 일제히 곡예비행을 하며 적들을 유린하는 장면은 아름다웠다.
이미 전세가 기운 이곳에, 또다시 나의 마력 포탑 기차가 난입했다.
“싹 다 쓸어버려-!”
내 호령과 동시에 자동 포탑이 불을 뿜었고, 일제히 기차에서 뛰어내린 영웅들이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강인하게 버티는 제2 전진기지와 창공기사단의 공중 공습, 그리고 우리의 후방 기습까지 이어지자 흑기사 부대 또한 더는 버티지 못했다.
놈들은 빈 방위로 재빠르게 도주를 시작했다.
“선배님! 그리고 다들!”
제3 전진기지 성벽에서 방방 뛰는 에반젤린에게 마주 손짓해주는데, 내 옆으로 미하일과 창공기사단원들이 차례로 내려앉았다.
“애쉬. 적절할 때 와주었군.”
“미하일!”
“이곳 제2 전진기지가 가장 먼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기에, 우선 구원을 왔다.”
믿음직하게 말하는 소년왕의 새 장비를 향해 나는 턱짓했다.
“새 투구는 어때?”
내 질문에 미하일은 만족스레 웃으며 자신의 투구, [모든 책임 내게 있나니]를 톡톡 쳐 보였다.
“아주 좋아. 모두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싸울 수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효율적이기도 하네.”
참고로 미하일은 이 나이트메어 슬레이어를 받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장비에 깃든 어둠을 몰아내고 정화해 버렸다.
딱히 킬카운트 옵션이 없는 장비긴 했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대체 그동안 멘탈이 얼마나 튼튼해진 거야? 한때는 유리멘탈의 대표 같은 녀석이었는데.
내가 슬쩍 비법을 묻자, 미하일은 조금 슬퍼진 얼굴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후후, 다섯 명과 결혼하면 멘탈이 강해질 수밖에 없더라고…….”
“아.”
그때 살벌한 눈빛을 빛내며 미하일의 주위로 다가오는 다섯 왕비가 보였다.
“미하일?”
“그 투구의 마법으로 지금 우리 의식, 공명 중인데…….”
“그런 생각을 대놓고 하며언!”
“혼이 나, 안 나!”
“으아아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아아아아!”
쥐어뜯기는 미하일의 비명을 뒤로 하고 얼른 뒤돌아섰다. 아무튼 행복해보이니 오케입니다…….
나는 제2 전진기지에서 바로 다음 전장으로 떠날 수 있는 인력을 추슬렀다.
“제3 전진기지로 구원을 가야 한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강한 적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니, 충분히 힘이 남은 이들만 따라오도록!”
제3 전진기지의 지휘를 맡은 이는 내 오른팔 루카스.
잘 버티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시라도 빨리 구원을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앞선 전투로 지친 부하들을 독려하는데…….
쾅! 퍼버벙……!
멀리서 폭음이 울렸다.
당황한 모두가 그쪽을 보았다. 나도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머잖은 하늘에서 폭음과 함께 추락하는 해적선 형태의 비공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3 전진기지에 퇴각용으로 배치했던 우리 크로스로드의 신규 비공함.
“블루 펄……?!”
롬펠러 해적단의 기함이 힘없이 지면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급보-!”
뒤이어 제3 전진기지 방면에서 기병 하나가 달려왔다.
온몸이 얼어붙은 그 기병은 그럼에도 우리 앞까지 필사적으로 달려오더니, 거의 낙마하듯 말에서 내리며 내 앞에 무릎 꿇었다.
얼어붙어 덜덜 떨리는 입을 열어 그가 보고했다.
“보, 보고드립니다, 전하!”
“무슨 일이냐!”
“제3 전진기지가 함락되었습니다!”
모두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만, 적의 대장이 갑자기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발휘했고…… 사상자가 발생하자 놈들이 갑자기 강해졌습니다. 그러자 전세가 급격히 기울어…….”
“이런……!”
“지휘관 루카스 경께서는 남은 생존자들만이라도 다급히 후퇴시키신 뒤…….”
병사가 숨을 들이쉬며 보고를 멈췄다.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했다.
“후퇴시킨 뒤에, 루카스는?!”
그러자 병사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겨우 대답했다.
“시간을 벌겠다며, 전진기지에 남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