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87
◈ 087. [STAGE 4] 서브 파티
서브 파티 ‘그림자 부대’의 구성은 극단적이다.
마법사 2인. 궁수 3인.
게임에서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을 조합이다. 너무도 극단적으로 화력 투사에 치우친 조합이니까.
탱커도 힐러도 없이, 적에게 노출되었다간 끔살당할 조합이니까.
하지만 그 마법사가 둘 다 퓨어 딜러가 아닌 유틸 서포터라면.
아군을 보호하고 보조할 기능이 있다면.
이 조합은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
‘게다가…….’
나는 흘깃 시스템 창을 보았다.
> (마법사2) 더블 메이지 : 파티원 전원의 마법 공격력이 20퍼센트 증가합니다.
> (궁수3) 모잠비크 드릴 : 파티원 전원의 크리티컬률이 30퍼센트 증가합니다.
극단적인 직업 조합이기에 얻을 수 있는, 압도적인 딜버프.
이 파티가 정말 제대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화력으로 적을 찍어 누르는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다.
선두에 선 갓핸드가 부하들에게 짧게 명령을 내렸다.
“대(對) 괴수전 진형으로 간다.”
갓핸드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가고일들의 시체 위에 손을 올렸다.
“내가 방어선을 형성한다.”
촤르르륵!
갓핸드의 손이 닿은 강철 가고일의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바닥에 설치된 방벽의 형태로 변했다.
순식간에 높이 1m 정도의 강철 방벽이 세 겹으로 바닥에 돋아났다.
금속술사이기에, 갓핸드의 손에 닿는 금속은 마음대로 변형이 가능한 것.
“바디백, 중열에서 적 저지와 타게팅을 맡아라.”
“넵!”
“나머지 셋은…….”
갓핸드는 심플하게 명령했다.
“쏴라.”
나머지 세 파티원- 올드걸, 스컬, 번아웃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올드걸은 쌍수 석궁을, 스컬은 자신의 몸 정도 크기의 대궁(大弓)을, 그리고 번아웃은…….
철컥! 철그렁, 철컹!
자기 몸보다 다섯 배는 거대해 보이는…… 거대한 조립형 발리스타를 설치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발리스타보다도 크기가 두 배는 되어 보인다.
아니, 발리스타라기보다는 화차(火車)에 가까운 형태다. 저런 게 궁수의 장비라니.
크르르……!
크라라라!
성벽 끝에 내려선 가고일들이 흉포한 괴성을 내질렀다.
일반적인 어린아이들이라면 긴장할 법도 한데, 그림자 부대 5인은 태연했다.
과연 현장에서 먹은 짬밥은 어디 안 가는 건가.
푸슛! 푸슛-!
성벽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선두의 가고일을 향해 세 궁수가 동시에 화살을 쏘아 냈다.
팅! 티티팅!
하지만 모조리 튕겨 나왔다.
가고일의 단단한 몸에 평범한 화살은 생채기도 내기 힘들었다.
“역시 안 먹히는군.”
갓핸드가 손을 휘저었다.
“스킬 사용 허가. 스컬, 중거리. 올드걸, 근거리. 번아웃, 최대범위로. 실시.”
“실시.”
“오케이~!”
“…….”
세 궁수가 각자 대답했고, 먼저 스컬이 자신의 대궁을 힘껏 당겼다.
촤아아아-
시위에 걸린 화살의 촉에 마법의 빛이 어리더니, 단숨에 화살이 쏘아졌다.
푸칵-!
파란 마력을 머금은 화살은 선두 가고일의 머리 중앙을 깨끗하게 꿰뚫었다.
정확한 헤드샷.
위력도 위력이지만 조준이 꽤 정확하다.
‘저래서 코드네임이 스컬인가?’
스컬이 다음 화살을 시위에 매기는 사이, 그 뒤의 가고일들이 재빠르게 접근해 왔다.
쿵! 쿵! 쿠궁!
갓핸드가 설치한 방벽을 거침없이 부수며 전진해 오는 가고일들을 향해, 방벽 위를 밟으며 올드걸이 달려갔다.
“이 친구들, 얼마나 튼튼한지 시험해볼게~!”
올드걸의 양손에 들린 두 석궁에서 볼트가 샷건처럼 쏟아져 나왔다.
퍼억!
마력광을 흩뿌리며 쏘아진 볼트 다발은 가고일의 상반신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고일은 안광을 번뜩이며 쓰러지지 않고 버텨 냈다. 저지력은 있어도 치명타는 안 들어간 모양이다.
“으음, 꽤 튼튼하네. 나는 저지가 한계인가.”
구시렁댄 올드걸이 뒤를 보고 외쳤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번아웃! 부탁할게~!”
그러자 조립형 발리스타 앞에서 조준 중이던 번아웃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엎드려, 전원.”
투쾅-!
다음 순간, 발리스타에서 일시에 수백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어째 생긴 게 화차 같더라니, 진짜 신기전처럼 동시에 화살을 쏘아 내는 흉악한 기구였다. 워우.
쿠과과광!
폭격하듯 떨어진 화살들은 가고일의 몸에 닿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화살의 비에 휩쓸린 가고일들은 비명도 못 지르고 산산조각 났다.
이것이 번아웃의 패시브 스킬. 자신이 발사한 투사체에 폭파 마법 속성을 담는 것.
내가 처음에 번아웃을 눈여겨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키우면 잡몹 사냥에 최적화시킬 수 있다!’
펑! 퍼버벙…….
후두둑……!
융단폭격에 박살 난 가고일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그 와중에 휩쓸리지 않은 소수의 가고일들이 어떻게든 궁수진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덥석!
염동술사인 바디백이 중열에서 그런 가고일들을 마법으로 낚아채 허공에 들어 올리더니, 뒤로 집어던졌다.
콰직! 콰득!
던져져 돌풍 아티팩트에 휩쓸린 가고일들은 그대로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크라아아!
4진의 마지막 가고일은 흉성을 내지르며 돌진.
방벽 사이에 버티고 선 갓핸드를 향해 손에 들린 메이스를 향해 내리쳤다.
“흡!”
옆으로 스텝을 밟아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갓핸드는 가고일의 옆구리에 두 손을 올렸다.
촤르르르-!
직후 가고일의 옆구리가 마구 뒤틀리더니,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크라……아아…….
상반신이 반쯤 날아간 가고일은 비틀거리다가 옆으로 꼴사납게 자빠졌다.
가고일의 몸은 금속.
금속술사인 갓핸드가 손만 댈 수 있으면, 그대로 원킬이 가능한 것이다.
세 궁수가 일방적으로 화력을 투사하고, 두 마법사가 각종 유틸 스킬로 적들의 접근을 막는다.
이것이 서브 파티 ‘그림자 부대’의 대 괴수전 전술이었다.
단숨에 4진의 가고일들이 궤멸했다. 입을 작게 벌리고 이 모습을 보던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 궁수의 싸움, 인가요……?”
화살에 마력을 담아 쏘고, 폭파 속성을 부여하고, 각자 자신 있는 사거리에 맞춰서 사선(射線) 분담을 한다.
궁술 수련도, 관련 스킬도 없이, 오로지 타고난 특성 하나만으로 저격수 역할을 수행 중인 데미안에게는 낯선 풍경일지도 모른다.
“대단하네요. 저도…… 저격 관련 스킬을 배운다면, 더 황자님께 도움이 될 텐데…….”
중얼거리는 데미안의 어깨를 나는 탁! 쳤다.
“괴물 죽이는 데에 진짜 가짜가 어디 있냐.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거야.”
나는 씩 웃어 주었다.
“너는 대체 불가야, 데미안. 이미 엄청나게 도움이 되고 있고. 괜한 고민 하지 마.”
“황자님…….”
아니, 이건 진심이다. 어차피 데미안은 궁수 스킬은 배울 수 없으니까.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개화시키는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게 더 효율적일 터.
아무튼 그림자 부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방어전을 수행했다.
그 결과, 세 번째 돌풍 아티팩트가 가동을 시작할 무렵, 가고일 놈들의 5진까지 전멸시킬 수 있었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는 가고일들을 보며, 이대로라면 여유 있게 방어전을 마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띠링!
불길한 시스템 알림음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망할, 또 뭔-”
안일한 생각을 한 스스로를 탓하며 나는 시스템 창을 열었다. 뭐야!
[적 정보 – STAGE 4]– Lv.35 가고일 치프틴 : 2체
– Lv.15 바위 가고일 : 58체 (Kill Counts : 302)
– Lv.20 강철 가고일 : 40체 (Kill Counts : 202)
다름 아니라, 적의 보스 정보가 갱신되어 있었다.
“어?”
직후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적 보스가 필드에 등장해야 이게 갱신되는데.
하지만 아직, 어디에도 놈은 보이지 않는-
“……!”
등골이 섬뜩해졌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퍼뜩 생각이 미쳐서 고개를 위로 홱 들었다.
“이런 젠장.”
아니나 다를까.
저 아득히 높은 상공에서, 무언가가…… 무지막지한 기세로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 위다! 위!”
나는 머리 위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위에서 보스몹이 온다! 다들 대비해-!”
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등장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다들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특히 서브 파티원들은 당장 일선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중이다 보니 대응하는 게 더 굼떴다.
그리고,
쐐애애애액-
투콰아앙!
무언가가 성벽 위로 추락하듯 강하했다.
일순 성벽 전체가 충격에 잘게 흔들렸다. 놈이 떨어진 주위의 벽돌이 산산조각 나서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쿠궁, 쿠구궁…….
그것은 거대한 조각상이었다.
분명히 강철로 이뤄진 몸인데도, 꿈틀거리는 전신이 마치 잘 단련된 근육질 육체 같다.
금속으로 이뤄진 몸 위에 다시 금속으로 이뤄진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그리고 네 개의 팔에는 각각 다른 길이의 철퇴를 쥐고 있다.
크르르……!
가고일 군단의 군단장.
흉악하기로는 지금까지의 가고일들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강력한 보스 몬스터.
“가고일 치프틴……!”
놈은 정확히 그림자 부대 궁수들이 있던 지점으로 떨어져 내렸고, 미처 피하지 못한 서브 파티원들은 속절없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크헉?!”
가고일 치프틴이 짓밟은 조립식 발리스타는 흔적도 못 남기고 박살이 났고, 번아웃은 저 멀리 피를 토하며 굴러갔다.
그 옆에 있던 스컬은 비명도 못 지르고 튕겨 나갔다.
“뭐, 뭐야 이 자식은…….”
당황하던 올드걸이 가고일 치프틴을 향해 반사적으로 쌍수 석궁을 쏘아 냈다. 투학!
하지만 가고일 치프틴은 두꺼운 팔을 뻗어 아무렇지도 않게 볼트 다발을 막아 내더니, 올드걸을 향해 수중의 철퇴를 휘둘렀다.
퍼억!
“아아악!”
두꺼운 철퇴에 옆구리를 맞은 올드걸이 물수제비처럼 성벽 위를 튕겨 날아갔다. 이런!
기겁한 루카스와 에반젤린이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려 했다.
“즉시 지원하러 가겠습니다!”
“잠깐만!”
다급히 제지한 나는 급히 하늘을 보았다.
“한 마리 더 있어!”
“예?!”
이번 보스 몬스터는 다크 이벤트로 인해 두 마리.
그렇다는 건, 남은 한 마리도 근처에 있다는 뜻인데-
쐐애애애액-!
“……!”
이윽고 발견.
먹구름을 헤치고, 까마득한 상공에서부터 거의 직각으로 강하해 오는 두 번째 가고일 치프틴이 보였다.
“저 놈이 노리는 건…….”
두 번째 놈의 궤적을 빠르게 읽어 낸 나는 바로 놈이 노리는 지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런 망할, 아티팩트다!”
놈은 정확하게 돌풍 아티팩트가 모인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릴리!”
릴리에게 나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거기서 피해! 어서!”
“네?”
릴리가 얼떨떨하게 되물은 것과 동시에,
쿠과과과광!
벼락처럼 떨어져 내린 두 번째 가고일 치프틴이 아티팩트들을 단숨에 박살 냈다.
“아……?”
그 바로 옆에 있던 릴리는 박살 난 아티팩트와 함께, 휠체어 째로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그런 릴리를 향해 가고일 치프틴이 눈을 번뜩이며 수중의 철퇴를 치켜들고는,
쾅-!
정직하게, 내려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