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74)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74화
45장 인과의 탑(14)
자신이 밀린다는 것을 알자마자 서리 여왕의 잔재는 움츠렸고 오직 방어에 모든 힘을 쏟았다.
빠르게 전투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시온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온이 한 일은 간단했다.
힘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그런 것처럼 연기하여 서리 여왕이 수세에서 공세로 변환하는 것을 유도했고 더불어 다른 참가자들에게 몰래 지시를 전했다.
시온 자신 때문에 마지막 시련의 보스가 바뀌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 혼자 상대하라는 규칙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무력 대신 지능은 그다지 높지 않았는지 잔재는 곧바로 걸려들었고 그렇기에, 콰드드드득!
지금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검붉은 불꽃에 휩싸인 시온의 주먹이 은발의 여인과 투르잔에 의해 고정된 잔재의 심장을 단숨에 꿰뚫는다.
아무리 반정령이라고 하더라도 심장이 부서지는 것은 치명적인 타격이었던 것일까.
쩌저저적!
부서진 심장을 중심으로부터 생겨난 수십 개의 금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더니, 그 금을 따라 잔재의 몸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키이아아아악!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터뜨린 잔재가 몸을 휘저으며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터뜨렸다.
그 반탄력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은발의 여인과 투르잔.
하지만,
투화하학!
그 짧은 순간 무스펠하임의 불꽃을 격발시켜 충격파를 상쇄시킨 시온이 근접 거리를 유지한 채 반대쪽 주먹을 뻗어 내었다.
마치 울부짖듯 그런 시온의 주먹을 감싼 채 폭발적으로 타오르는 흑염.
저 주먹과 그대로 부딪친다는 것은 자살 행위였기에 잔재가 곧바로 신형을 뒤쪽으로 튕겼다.
아니, 정확히는 튕기려 했던 게 맞았다.
그 전에,
스가가각!
어느새 다시 거리를 좁힌 은발의 여인과 투르잔이 공격을 퍼부으며 잔재의 퇴로를 봉쇄했으니까.
그에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 잔재의 명치로, 콰아아아앙!
시온의 주먹이 정확히 작렬한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뒤쪽까지 꿰뚫리는 잔재의 복부와 그 여파로 인해 완전히 박살 나는 얼어붙은 호수의 표면.
끄으으!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신음과 함께 겨우 시온에게서 몸을 빼낸 잔재가 한 손을 휘저었다.
쩌저저저적!
거슬리는 것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은발 여인의 주변으로 수천 개의 얼음 창이 생성되었다.
그 모든 창이 여인을 향해 떨어져 내리려는 찰나,
“그렇게는 둘 수 없지.”
콰아앙!
한 손에 거대한 방패를 든 투르잔이 옆쪽에서 황소처럼 잔재를 들이받았다.
얼음벽으로 돌진을 방어했음에도 비틀거리는 잔재의 신형.
그로 인해 생겨난 찰나의 틈에 여인의 신형이 사라지며 뒤늦게 그 자리에 얼음 창들이 박혀 들었다.
그때,
타다다닷!
숨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어느새 전투에 합류한 레인이 바닥에 꽂힌 얼음 창들의 끝부분을 밟으며 잔재를 향해 쇄도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레인의 창에 벼락이 깃들고,
“이번에는 뚫는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잔재의 빙결 결계를 그대로 강타했다.
우지지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안쪽으로 파고드는 창과 금이 가며 갈라지는 결계.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공중에서 한 바퀴 몸을 돌려 추진력을 얻은 레인이 그대로 박힌 창의 끝부분을 한 번 더 발등으로 찍어 눌렀다.
투콰아아앙!
그로 인해 완전히 박살 나는 결계.
그것은 아까보다 잔재가 약해진 탓도 있었지만, 레인이 정확히 결계의 약점을 향해 창을 꽂아 넣은 덕도 있었다.
그렇게 결계를 부수고 착지하는 레인의 뒤편에서 사라졌던 은발의 여인이 새하얗게 백열 하는 검을 최대치로 당긴 채 나타났다.
여섯 하늘을 부수는 검.
꽈드드드득!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쏘아진 여인의 검이 노출된 잔재의 한쪽 팔을 박살 낸다.
그에 서리 여왕의 잔재가 고통 어린 울부짖음을 토해내기 전, 화르르륵!
검붉은 불꽃과 함께 위쪽에서 나타난 시온이 아예 끝장을 보려는 듯 그런 잔재의 머리를 향해 무스펠하임의 권능이 깃든 일격을 때려 넣었다.
그 충격에 의해 호수의 표면을 뚫고 밑으로 파고드는 잔재의 신형과 그 뒤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용사 일행의 연계.
콰과가가가각!
그로 인해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얻어맞는 잔재의 전신이 더욱 빠르게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미 그것은 전투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그저 처형식에 불과할 뿐.
이대로 가다간 그 끝에 존재하는 건 허무한 죽음뿐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끄아아아악!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괴한 비명을 터뜨린 잔재의 신형이 얼음 조각으로 변해 그 자리에서 흩어졌다.
다시 잔재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공동의 끝부분이었다.
그곳에서 시온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를 시야에 담은 잔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을 앞으로 뻗어 내었다.
그 순간,
화아아아아악!
공동 전체를 뒤덮은 채 시온의 불꽃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모든 냉기가 잔재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건……!”
그 모습에서 불길함을 느낀 용사 일행이 동시에 잔재를 향해 짓쳐 들었지만, 그것보다 냉기가 빨려 들어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마침내 그런 냉기의 응집이 최대치에 달하고.
거기에 더해 잔재가 자신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힘마저 포함한 모든 권능을 담아내는 순간이었다.
후웅!
응집된 냉기로부터 일어나 공동 전체로 퍼져나가는 하나의 파동과 이어지는 잠시의 정적.
그리고,
그그그그그그!
그러한 파동으로부터 파생된 거대한 냉기의 파도가 시야 전체를 뒤덮으며 참가자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잔재의 마지막 발악.
그리고 시련에 참가한 자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본능에 따라 만들어낸 최후의 일격이었다.
잔재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일까.
그로부터 느껴지는 격과 힘은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은발의 여인이 막아낼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었다.
‘대체 어디로…….’
냉기의 파도는 공동 전체를 뒤덮은 채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그에 여인이 공간과 시간마저 얼려내며 다가오는 냉기의 파도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저벅.
가라앉은 걸음 소리와 함께 여인의 옆을 누군가 지나쳤다.
전신에서 불꽃을 피워 올리며 정확히 다가오는 파도를 향해 마주 걷는 한 명의 사내.
바로 시온이었다.
“설마 저걸 혼자서……!”
그런 시온의 등을 바라보며 여인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투화하하학!
조금 전 서리 여왕의 잔재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 전체를 메우고 있던 불꽃이 시온의 오른 주먹을 향해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스펠하임의 고유 권능인 염세(炎世)를 한곳으로 그러모은 것.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일어난 흑성하로부터 발동된 부분 월식이 그러한 불꽃을 검게 물들이며 증폭시키기 시작한다.
타오르듯 일렁이며 소멸하는 주위의 공간.
‘상성은 이쪽이 우위지만 기본적인 힘의 차이가 커서 정면으로 부딪치면 불리해.’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한 점으로 때려 부순다.’
그 생각과 함께 더욱 강하게 움켜쥔 시온의 주먹 안에서 응집을 거듭하는 흑염.
그사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여왕의 파도가 시온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리고.
“안……!”
뒤쪽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인을 비롯한 참가자들의 눈이 강하게 요동치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극한까지 압축된 신화의 불꽃.
저벅.
앞으로 한 발자국 더 크게 내디딤과 동시에, 멸격화(滅擊火).
그 불꽃을 움켜쥔 채 휘둘러진 시온의 주먹이,
——————–!
그대로 권능의 파도를 박살 내었다.
* * *
더 이상의 전투는 없었다.
시온의 주먹과 격돌한 파도가 완벽하게 파괴됨과 동시에 공동을 뒤덮고 있던 얼음이 일제히 사라져 간다.
그리고,
스스스-
그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는 악에 물든 서리 여왕의 잔재 또한 서서히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이미 핵의 기능을 하던 심장이 파괴되었고 모든 힘을 소모했기에 더는 생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런 잔재의 육신이 완전히 흩어지는 순간,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참가자에게 시련 도우미의 음성이 들려왔다.
-기여도에 따라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지금까지 획득하신 점수와 합산되어 순위를 집계합니다.
-순위에 따른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통과했어.”
“하…….”
털썩!
그와 함께 안도감으로 인해 다리가 풀린 몇몇 참가자들이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한다.
그리고,
-총점 223점으로 당신의 순위는 2위입니다.
시온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은발 여인의 귓가에 추가로 울리는 인공 정령의 음성.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렇기에 여인은 좌절하는 대신 1위로 추정되는 인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불의 왕.
아니, 지온 하네스.
“당신…….”
그렇게 무스펠하임의 불꽃으로 모습을 가린 시온 앞까지 다가간 여인이 곧바로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정산이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울리는 시련 도우미의 음성과 함께 처음 탑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어둠이 그녀를 덮쳤다.
* * *
인과의 탑 주변.
“왜 나오지 않는 거지?”
그곳에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모여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의 성향은 저번과는 크게 달랐다.
그들은 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닌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 모인 자들이었으니까.
그런 사람들의 눈동자는 불안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탑 안으로 들어갔던 수많은 사람 중 단 한 명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 그 이유였다.
“벌써 첫 번째 원정대가 들어간 지 2주일이 지났는데…….”
그야말로 죽음의 탑이라고 해도 될 지경이었다.
그 때문에 점점 들어가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었고 곧 제국 측에서 탑의 입장을 통제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실 저 탑은 던전이 아니라 함정이 아닐까?”
“허, 이 사람이! 그런 말 하지 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어떻게 한 명조차…….”
그렇게 불안을 표출하는 사람들 속에서,
“후…….”
달의 눈의 최고위 간부 중 하나이자 휴브리스의 지부장인 아일린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녀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시온 황자 때문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전해야 할 정보가 있었고 그 때문에 시온 황자가 탑 안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인 그녀가 직접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어째서 나오지 않는 건지.”
그런 아일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사실 시온 황자의 무력과 심계를 익히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들어갔음에도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것 자체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여기에서 더는 시간을 지체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 생각과 함께 아일린이 눈썹을 슬쩍 찌푸릴 때였다.
“저, 저기!”
모여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커다란 외침과 함께 손가락으로 인과의 탑의 입구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파아앗!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다른 환한 빛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빛 안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사람들.
“네 번째…… 네 번째 날에 들어갔던 사람들이다!”
들어갈 때와 비교해 무척이나 숫자가 줄어들어 있었지만, 틀림없었다.
입장했을 당시 기억에 남았던 몇몇 얼굴들이 빛 속에서 나온 사람들 사이에 존재했으니까.
“탑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동시에 사람들이 커다랗게 외치며 참가자들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온 하네스는 어디 있지? 같이 빠져나온 게 아니었나?’
그렇게 밖으로 나온 참가자 중 한 명인 은발의 여인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인지하며 주위를 훑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온의 모습.
조금 전 갑작스러운 정산으로 인하여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건만 도저히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에 여인의 눈이 아쉬움과 실망으로 물들 때,
‘시온 전하께서는 나오지 않은 건가?’
아일린 또한 여인과 비슷한 눈을 하고 있었다.
‘분명 네 번째 날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일이 꼬이거나 다른 무언가가 있기라도 한 걸까?
톡톡.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
그에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확인한 아일린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그곳에는 여느 때와 같이 나른한 눈을 한 시온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 있었다.
“……언제부터 계셨던 거예요?”
곧이어 침착함을 되찾은 아일린이 시온을 향해 물었다.
원래라면 인사를 하는 게 맞았지만, 지금은 시온이 신분을 감추고 있었기에 일부러 생략하는 그녀였다.
“방금. 그것보다 이곳까지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그에 짧게 대답한 시온이 아일린의 눈을 바라보며 곧바로 되물었다.
그녀가 직접 여기로 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신속하게 전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런 시온의 질문에,
“……수도에서 일이 터졌어요.”
표정이 굳어진 아일린의 입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