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9)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59화
17장 아그네스 국정 회의(1)
달칵!
“후…….”
막 방으로 돌아온 티르안은 방문을 닫으며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아직 자격이 없다라…….”
그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씁쓸한 목소리.
어젯밤 함정에 걸려 제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될 뻔했다가 겨우 벗어난 상태였지만, 지금 티르안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것은 그 일이 아니었다.
시온 아그네스.
단 하루 사이에 티르안 자신에게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자의 이름이었다.
물론 대마법사인 오즈리마의 강함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대단했지만, 시온 황자에게는 대단하다는 말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나조차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이론의 해답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악스러울 정도였지만, 그의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된 것은 살인이 일어난 강의실에서 시온 황자가 보여준 압도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분명 처음부터 프로우드 교수가 범인인지 알고 있었어.’
등장하자마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프로우드 교수의 목을 쳐 날리던 시온 황자의 모습.
그것은 처음부터 프로우드 교수가 범인이자 마족이라는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대체 마탑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처음 방문하기까지 한 시온 황자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던 마족과 시온 황자의 접전.
그것은 지금의 티르안 자신으로서는 도와주기는커녕 끼어들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전투였다.
그 전투를 바라보며 티르안은 환생한 후 처음으로 무력감이란 감정을 느꼈다.
‘다음에도 이렇게 운이 좋을 리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티르안.
-묻는 것은 자격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거야.
그와 함께 조금 전 머릿속을 가득 메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시온 황자를 찾아갔을 때 그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티르안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 말이 맞을지도.”
힘을 길러야 했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이번처럼 무력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다음에는 당당하게 시온 황자를 찾아가 답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일단 7레벨에 오르는 것부터.’
천천히 티르안 프리하르덴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빛.
과거 마법의 끝이라 불리는 9레벨마저 초월하여 10레벨에 도달한 최초의 마법사이자, 진리의 심연 그 너머까지 발을 디딘 최강의 대마도사가 서서히 그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 * *
밝은 보름달이 뜬 황성 인근의 갓길.
“음흠흠~”
그곳을 달리는 고급스러운 마력차 안에서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배불뚝이 중년 남자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클레온 하바스.
지방의 대귀족이자, 황족 다음으로 제국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광성(光星) 의회에 속한 백 명의 의원 중 한 명이었다.
제국을 수십 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그중 한 지역을 대표하는 귀족이 바로 의원이었으니 그 위세가 막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클레온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이제 곧 국정 회의 기간인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아그네스 국정 회의 때문.
아그네스 국정 회의.
백성궁에서 열리는, 제국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회의로서 직계 황족.
그리고 의원들을 비롯한 온갖 권력자들이 모여 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중심에 다가섰느냐 아니냐까지 판가름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 힘과 상징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제의들이 들어올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클레온의 눈에 짙은 기대가 어렸다.
아그네스 제국 회의는 대부분 참석한 직계 황족들 위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황족들의 발언권은 얼마나 그들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은지에 따라 갈리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 시기가 되면 어느 황족도 지지하지 않는 중립파인 클레온에게 수많은 황족의 러브콜이 좋은 조건과 함께 쏟아지고는 했다.
클레온은 그것을 이용해 몇 년째 이 시기에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 회의 때만 지지하고 다시 중립으로 돌아가면 될 테니까.’
정말로 정치적인 중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그저 간을 보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박쥐 같은 의원, 그게 바로 클레온 하바스였다.
그래도 그가 기본적으로 중립을 고수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안전.
클레온은 지독한 안전 주의자였다.
항상 자신의 안위를 다른 모든 것의 위에 두었고 어느 때든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시했다.
만약 그가 황족 중 한 명의 휘하에 들어간다면 그 황족이 황제가 되지 못하는 즉시 숙청을 당할 확률이 있었고, 그 전에 다른 황족에 의해 견제를 당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클레온은 중립을 선호했다.
‘이번에는 4황자나 5황녀 쪽에서 좋은 조건을 걸 거 같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이번 회의 때 어느 황족을 지지할지 고민하는 클레온.
하지만 그런 그의 고민 대상에 시온 아그네스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참석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
아무리 요즘 들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 이름값이 치솟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직계 황족이 국정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최소 열 명 이상이 되는 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클레온 자신이 알기로 시온 황자는 아직 한 명의 의원의 지지조차 얻지 못한 상태였다.
“뭐, 그게 세력 하나 없는 황족의 한계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자에 깊이 몸을 파묻은 클레온은 창밖에 보이는 수도의 야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달이 완연하게 떠오른 한밤중이 되었음에도 제국의 수도 휴브리스는 수많은 건물이 만들어낸 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언제까지고 지속될 제국의 미래처럼.
그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황성의 모습.
“……어?”
그때 그런 황성을 바라보던 클레온의 눈동자가 의문으로 물들었다.
그의 집은 황성 바로 근처에 존재하는 대저택.
황성이 저렇게 멀리서 보일 리가 없었으니까.
“뭐냐!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이냐!”
그때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챈 클레온이 마력차를 운전하는 기사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을 듣지 못했다는 듯 묵묵히 운전을 이어가는 기사.
“세워라, 당장 세우란 말이다!”
클레온의 입에서 다시 한번 당혹스러운 외침이 튀어나오는 순간.
끼익!
마력차가 그 자리에 갑자기 멈춰 섰다.
밝은 수도의 중심가와는 달리 불빛 하나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공터.
덜컥!
그와 함께 정체 모를 운전기사가 곧바로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 운전기사의 행동에서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
클레온이 다급하게 차 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콰지지지지직!
위쪽에서 떨어져 내린 무언가가 방금까지 클레온이 타고 있던 마력차를 본래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내었다.
“으으…… 이게 무슨!”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그대로 죽을 뻔했기에 질린 얼굴로 박살 난 마력차에서 멀어지는 클레온.
그때.
저벅, 저벅.
공터의 끝 오직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부터 조용한 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감각을 불길하게 자극하는 걸음 소리.
그와 함께 저절로 걸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돌아간 클레온의 눈에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드러나는 사람의 형체가 비쳤다.
“저건……!”
저것이 절대로 여기까지 오게 하면 안 된다.
그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클레온이 품속에서 자그마한 보석 하나를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깨뜨렸다.
그 순간.
화아아아악!
눈이 멀 정도의 빛과 함께 그의 주변으로 소환되는 다섯 명의 호위.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구한 일회용 공간 소환 마법이었지만, 클레온의 눈에 망설임은 없었다.
원래부터 이럴 때 쓰려고 구해 놓은 데다가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목숨이었으니까.
“저, 저것을 막아라!”
타다닷!
복면을 쓴 채 소환된 호위들이 클레온의 명에 따라 단숨에 다가오는 검은 형체를 향해 치달았다.
그에 비로소 안도의 빛이 깃드는 그의 눈빛.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심혈을 기울여 뽑은 저 호위들의 무력은 한 명 한 명이 황성 정예 기사를 상회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콰드드득!
그런 클레온의 눈빛은 당황으로 뒤바뀌었다.
한 번.
검은 형체가 휘저은 한 번의 손놀림에 맨 앞에서 달려가던 호위의 머리가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머리가 사라진 호위의 몸이 채 바닥에 닿기도 전.
콰직!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파육음과 함께 뒤따라 달려들던 호위의 머리도 그대로 사라졌다.
그 일련의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일까?
“……!”
동료 두 명의 머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소리 없는 경악성을 토해낸 호위들이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검은 형체를 향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스가가가가각!
정확히 검은 형체의 급소만을 노리고 쏘아지는 세 방향의 검격.
마침내 그러한 검격들이 검은 형체의 급소들을 꿰뚫으려는 찰나.
저벅.
검은 형체가 천천히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 순간.
푸화하하하학!
그런 검은 형체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온 소름 끼치는 어둠.
그러한 어둠이 쏘아지던 검과 호위 전부를 집어삼키며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그에 형체조차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이 끊어지는 호위들.
저벅, 저벅.
그렇게 순식간에 모든 호위를 처리한 검은 형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클레온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 너는 누구냐! 대, 대체 뭐 때문에 이런 짓을!”
회심의 수가 단숨에 박살 났기 때문일까.
두려움에 물든 얼굴로 뒷걸음질 치며 다가오는 검은 형체를 향해 발악하듯 외치는 클레온.
그때.
“뭐 때문에 이러는 것 같은데?”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비치며 다가오던 검은 형체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멍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클레온의 눈동자.
그는 분명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시온…… 전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떨리는 목소리.
몇 년 전에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지만, 저 얼굴은 분명 그가 알던 시온 아그네스 황자였다.
마치 밤 그 자체가 된 것처럼 새카만 흑의를 입은 채 다가오는 시온의 모습은 무척이나 섬뜩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 어째서 저에게 이런 짓을…….”
“그거 알아?”
지금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짙은 의문이 담긴 클레온의 말을 끊으며 시온이 입을 열었다.
“제국이 생기기 전에 있었던 고대 국가들에도 의회와 의원이 존재했다는 걸.”
저벅, 저벅.
“그 시대에 의원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처음에는 눈과 혀를 뽑았어. 부정을 보고도 못 본 척한 죄와 온갖 감언이설로 부패를 만들어낸 죄의 값을 치르도록. 그다음에는 상처 부위에 소금을 뿌리고 죽을 때까지 천천히 온몸의 가죽을 벗겼지.”
마침내 클레온의 앞까지 다가온 시온이 나른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그 모든 것은 가족들 앞에서 이뤄졌어. 그 끔찍한 모습을 보고 교훈을 얻어 부정을 저지르지 말라는 의미였지.”
검은 별이 휘도는 시온의 눈에 압도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부르르 몸을 떠는 클레온.
“셀 수조차 없을 정도의 매관(賣官)과 부정 재물 축적. 거기에 이미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음에도 변태적인 취미를 충족하기 위해 수십 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가…… 정적 살인까지. 이 중 몇 개만 밝혀져도 참형을 면치 못할 거야.”
그를 향해 시온이 영겁의 그림자와 달의 눈이 알아낸 정보들을 천천히 읊었다.
“대, 대체 그것을 어떻게…….”
시온의 입에서 하나하나 흘러나오는 자신의 부정에 클레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입을 벌린다.
“너에게 기회를 줄게.”
그런 그를 바라보는 시온의 눈에 짙게 그려지는 호선.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는 기회.”
그 모습은 마치 제물이 될 인간에게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하는 악마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