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연두의 선택
윤수아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는 곧바로 영상을 업로드했다.
‘슬슬 들어가 볼까.’
일에 열중하다 보니 업로드하고 꽤나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지금쯤이면 엄청나게 많은 댓글들이 달렸을 터였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연두의 카레 먹기!(feat. 연두튜브 팬미팅?)]팬미팅을 넣을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결정한 제목이었다.
어차피 공지로 알게 될 텐데, 굳이 숨길 이유는 없다는 판단하에.
그래서일까. 얼핏 보기에도 엄청난 수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거 같은데.’
조회수 역시 수십만 단위가 찍혀 있었다. 문득 신기함을 느꼈다.
이제는 이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는 나 자신에.
툭.
영상 반응을 확인하는 이 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
역시 제목에 관해 언급하는 댓글이 가장 먼저 보였다.
-제목 보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팬미팅이라고? 오우 쉣!!
└젠장! 믿고 있었다고!!
└50만 넘었는데 아무 말 없길래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ㅠㅠ 역시 초록님… ♥
└후아… 드디어 고대하던 팬미팅이… 언니가 갈게, 기다려 연두야!!!
└님드라. 지원 어떻게 하는 거예요?
└연두튜브 공지 보셈. 거기에 나와있음.
댓글을 보니 풀잎컴퍼니에서 공지도 올린 모양이었다.
바로 영상을 클릭하느라 공지는 확인 못 했는데.
‘들어가 봐야겠네.’
의논한 내용대로 공지가 잘 작성됐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물론 당장 들어가려는 건 아니었다.
영상 반응을 확인하고 차근차근 들어가서 봐도 늦지 않으니까.
멀쩡한 공지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 말이다.
‘뭐, 윤수아라면 잘 썼을 거라 생각하고.’
처음에 쪽지로 계약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느낀 사실이었다.
그녀가 깔끔하게 글을 잘 쓴다는 건.
핵심적인 부분이 전부 들어가 있으면서도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쪽지였으니까.
그걸 알기에 딱히 공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이번 영상도 연두는 졸귀네.. 따뜨태진다…
└근데 연두 초록님 다쳐서 울었나봐.. 밥 먹을 때 눈이 탱탱 부었네 ㅠㅠ
└ㅇㅇ 야채썰다 베인듯. 처음에는 손에 밴드 없는데 요리 도중에 밴드 붙여져있음.
└초록님 실수도 하시는구나. 인간미까지.. 속상하니까 다치지 마세요 ㅠㅠ
└아, 팬미팅 당첨되면 조케따.. 난 초록님도 엄청 궁금… ㅎㅎ
나에 대한 언급에 자연스레 멋쩍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실수도 하시는구나, 라니. 인간미는 또 뭐고.
정말이지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이미지가 생겨버린 건지 모르겠다.
가식적인 모습을 의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말이다.
‘충격받을지도 모르겠네.’
실제의 내가 얼마나 덤벙대는지 안다면 이런 말 못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팬미팅에 관한 댓글만큼이나 영상에서의 연두에 관한 댓글도 많았다.
-연두가 우리 얘기하는 부분 ㄹㅇ 심쿵이다…
└인정 ㅋㅋ 좋아하니까 만나고 싶다고 말할 때 고백받는 기분이었음 ㅋㅋㅋ
└아 그러시구나. 고백받아본 적은 있고?
└시비충 꺼져라.
-계속 아빠 걱정하는 표정 짓다가 카레 먹고 웃을 때. 진짜 녹아내렸다…
└나는 초록님 손에 대고 호 해줄 때.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비의학적 치료법. 연두의 호.
└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
└연두야! 오빠도 다쳤는데 호 해 주라!
└제가 해드림. 호오! 호! 호오!
└ㅅㅂ 뒤질래? 입냄새나니까 꺼져.
└미쳤네 ㅋㅋㅋㅋ 온도차이 보소.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유쾌한 친구들은 존재했다.
어쨌거나 댓글을 쭉 둘러본 결과, 이번 영상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특히.’
팬미팅에 관한 댓글이 생각 이상으로 핫했다.
영상에서 이 정도라면 팬미팅 공지의 반응은 어떨까.
스윽.
나는 영상을 닫고 공지란에 들어갔다.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지의 내용이었다.
초반 문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윤수아가 직접 쓴 공지라는 걸.
스르륵.
예상대로 공지 내용은 무척 깔끔했다.
팬미팅의 인원, 방식, 일자, 그리고 지원 방법까지.
핵심적인 내용들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으니까.
‘선정 방식은 얘기를 나눈 대로 랜덤이라 적혀있고.’
지원자를 받고 랜덤으로 뽑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방식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니까.
어떤 부작용이냐고? 선착순을 예로 들면 편하다.
‘선착순으로 20명을 뽑는다고 치면.’
이 방식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 생각할 것도 없이 20명이다.
달리 얘기하면 20명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해진다는 뜻이었다.
나라도 그럴 거 같다. 늦었다는 이유로 못 뽑힌다고 생각하면.
‘하지만 랜덤추첨은.’
지원만 하면 뽑힐 확률은 모든 사람이 전부 동일한 방식이었다.
따라서 뽑히지 않는다고 해도 억울할 일이 없었다.
단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니까.
그나저나 첫 댓글부터 피식 웃게 만드는 댓글이었다.
-뽑힌다. 반드시 뽑힌다. 나는 행운아다. 초 럭키 가이.
이메일주소와 함께 강한 자기암시를 적어 놓은 구독자였다.
사실 이런 내용은 당첨 여부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이메일과 지원 양식을 써서 댓글을 달면, 누구나 지원한 걸로 여겨지니까.
내용을 적는다고 뽑힐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용을 적어도 확률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어쨌거나 뽑히고 싶은 강한 열망이 느껴지는 댓글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슬쩍 뽑아주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런 부조리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뽑혔으면 좋겠네.’
이 정도로 행운을 빌어주고 넘기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 댓글뿐만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댓글이 상당히 많았다.
내용을 쓴다고 뽑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메일만 남겨둔 댓글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열 줄이 넘어가는 장문의 댓글도 여럿 보였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괜히 마음이 아파지는 기분이다.
이런 댓글을 남기고 못 뽑혀서 속상해할 구독자들을 생각하면.
댓글창을 닫으며 나는 생각했다.
‘다음에는 광범위 이벤트를 생각해 봐야겠어.’
그런 이벤트를 생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무려 50만이 넘는 구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를 떠올릴 수 있을지.
그래도 언젠가는 제대로 보답하고 싶었다.
연두를 향해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연두튜브 구독자들에게.
***
“그럼 가 볼까, 연두야?”
“네에!”
밝게 웃으며 대답하는 연두를 보니 덩달아 미소가 번졌다.
화창한 아침. 간만에 제대로 준비하고 하는 외출이었다.
‘가까운 곳은 자주 나가긴 하지만.’
근처에 있는 놀이터나 산책로는 이제 안마당이나 다름없었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연두와 함께 나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으니까.
혼자일 때의 나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시간이 남든 말든 집구석에 박혀있었지.’
이제는 과거의 그 시간들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우스운 일이었다. 그리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생각해 보면 이유는 짐작이 갔다.
연두와 오기 전과 후의 시간은 농도가 비교가 되지 않았으니까.
‘같이 걷기만 해도 즐거웠고.’
특별한 걸 하려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 전과 달라진 건 단 하나였다.
“아빠! 준비 다 해써요..!”
옆을 바라보면 항상 연두가 있다는 거.
나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래, 연두야.”
끼익.
문을 열고 나가니 따사로운 햇살이 비쳤다.
7월 한여름이라 그런지 꽤 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연두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 입어도 안 덥겠어, 연두야?”
연두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연두 갠차나요!”
“하하, 그래.”
사실 안 괜찮다고 했어도 딱히 방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 연두가 입은 옷은 엄청 가벼운 재질의 옷이니까.
‘이든에서 산 여름 블라우스.’
색상도 하늘색이라 겉보기에도 시원해 보이는 옷이었다.
딱히 이거보다 시원할 거 같은 옷은 떠오르지 않았다.
자연히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 어떻게 이렇게 하늘하늘하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이든’의 옷은 하나같이 이렇게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연두가 입으면 그 매력이 배가 되는 느낌이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연두가 내 셔츠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빠는 안 더어요..?”
걱정할 만도 했다. 내가 입은 셔츠는 긴팔이었으니까.
여름옷이라 재질은 가벼웠지만.
“아직은. 이따가 아빠 더우면 연두가 소매 좀 걷어줄래?”
“네!”
이렇게 사심을 채우기 위한 약속까지 마쳤고.
이제는 진짜 출발할 시간이었다.
***
역에 도착한 나는 지도를 확인했다.
처음 오는 곳이라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얼마 안 걸리네.’
확인한 결과 십 분 정도만 걸어가면 될 거 같았다.
이래서야 연두한테 소매를 걷어달라 할 타이밍도 없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어디 간다고 했지, 연두야?”
연두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 풀리컴퍼니!”
“하하, 그렇지.”
연두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풀잎컴퍼니에 가고 있었다.
윤수아가 여러 번 초대하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방문할 생각이었다.
몸담은 회사인 만큼 한 번쯤은 구경하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게 오늘인 거고.’
하지만 구경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다. 팬미팅에 관한 문제도 있었다.
공지에 쓰인 내용 말고도 팬미팅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으니까.
자세한 사항들은 회사에 가서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오늘은 주인공인 연두도 있으니까 말이다.
‘윤수아가 엄청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그녀가 장난스레 푸념 섞인 말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계약했는데 정작 연두를 본 적은 없다며 억울해하는 식의 말이었지.
앞으로 그 말을 안 듣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들러야 했다.
‘그나저나.’
조금 문제가 있었다. 처음 가는 회사인 만큼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데.
이제 곧 도착인데 아직까지 마트가 보이지 않았다.
번화가라 마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한 건가?
불안감이 든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 찾았다!’
다행히 눈에 들어오는 마트가 있었다.
역시 없을 리가 없지.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
나는 미소를 띠며 연두에게 말했다.
“잠깐 들어가자, 연두야.”
“왜여..?”
“풀잎컴퍼니에 줄 선물 사려고. 연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그것도 하나 사고.”
내 말에 연두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한 말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아무렴 어때. 이제 간식 정도는 부담 없이 사 줄 수 있었다.
끼익.
대형마트만큼은 아니지만 꽤 크기가 큰 마트였다.
나는 선물로 살 만한 게 있나 여기저기 둘러봤다.
그러던 와중, 내 시선이 어떤 글자를 향했다.
‘선물세트.’
뭘 사도 무난한 선물세트들이 모여있는 칸이었다.
선택에 골머리를 앓는 나였기에 자연스레 발이 움직였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문제가 생겼다.
‘.. 뭐 사지?’
막상 또 선택지가 많아지니 혼란이 왔다.
이것도 괜찮을 거 같고, 저것도 괜찮을 거 같고.
내가 필요한 걸 구매하는 거라면 선택하기 편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더 골치였다.
결국 나는 옆에 있는 연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연두야.”
“네에.”
“혹시 연두는 풀잎컴퍼니 대표님한테 선물하고 싶은 거 있어? 이 중에서.”
연두에게는 이미 윤수아에 대해 얘기해 둔 상태였다.
연두를 엄청 좋아하는 언니, 연두튜브 운영을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설명하는 게 최선이긴 했지만.
‘계약상으로 얽힌 사이니까.’
그런 걸 연두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차차 알게 될 일이었다. 그것보다 지금은 선물을 고르는 게 더 중요했다.
어떤 선물이 좋을지 묻는 내 말에 연두는 쭉 나열된 선물세트를 바라봤다.
“으음..”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
이어서 자그마한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거요..!”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연두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