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확정
‘베어 믹스’ 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낼 시점이었다.
벌써 연두튜브에는 이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영상 수십 개가 올라가 있었다.
그만큼 내 편집실력도 처음에 비해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였다.
이제는 ‘베어 믹스’에 들어 있는 모든 기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무료프로그램이라 기능이 얼마 안 된다는 게 함정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기능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편집 감각이 물이 올랐다는 게 중요했다.
특히 ‘베어 믹스’를 통한 영상편집은 웬만하면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나는 조금 고민하기도 했다.
‘기존 영상을 다시 편집해서 대체할까 하고.’
정확히 말하면 연두튜브 초창기 영상들이었다.
‘리얼 꿀마시’로 알려진 첫 영상이나 김치볶음밥을 먹는 영상 등.
퀄리티가 엄청 낮다고는 못하겠지만, 편집실력이 상승한 만큼 다시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했다.
‘이런 식으로 편집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부분들도 여러 군데 보였고.
‘하지만.’
고민끝에 나는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의심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귀찮아서는 아니다.
당시의 미숙함도 결국은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똥폰으로 찍어서 화질도 구리고 편집에 있어서도 미숙함이 보이는 영상이지만.
구독자들이 사랑해준 영상 역시 그 미숙한 영상 속 연두의 모습이었으니까.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 해야 하나.’
원본 영상은 그대로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재편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분명히 더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 수 있을 테고.
길이도 길지 않으니 시간적으로 부담이 가는 작업도 아니었다.
그걸 잘 아는데도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올릴 영상을 그렇게 편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영상 퀄리티 무엇?’, ‘초록님, 해명하시죠.’ 등의 댓글이 쏟아지지 않을까.
과거의 미숙함은 그대로 남겨두고, 지금은 할 수 있는 최고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눈앞에는 내 소울메이트 ‘베어 믹스’가 떠올라 있었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본격적인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물론 오글거리기에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틱.
마우스를 쥔 내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툭.
영상편집을 끝낸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워낙 집중해서인지 빠르게 편집을 끝낼 수 있었다.
‘평소 영상보다 편집 난도가 좀 높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편집이 어렵지는 않았다.
손이 다치는 장면은 잘라내고,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게 포인트였다.
물론 감쪽같이 부상 사실을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밴드를 붙인 내 손이 등장하기도 하고, 연두가 바람을 불어주는 장면도 있으니까.
‘뭐, 그 정도는 괜찮겠지.’
바보같이 내 손을 썰어버리는 장면은 완벽히 제거했으니까 말이다.
아마 구독자들도 ‘다쳤나 보네?’ 정도로 넘기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편집보다도 곤혹을 느낀 건 따로 있었다.
‘.. 손이 아팠지.’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왼손에 통증이 느껴지는 게 문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깊게 파인 상처니까.
아무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
다시금 드는 생각이지만, 오른손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하마터면 학습지 작화 마감 일자도 못 맞출 뻔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다친 손을 바라보는데,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아..”
아무래도 공주님이 기상한 모양이었다.
나는 미소를 띠며 시선을 돌렸다.
“일어났어, 연두야?”
“네에..”
표정을 보니 아직 비몽사몽한 거 같은데.
하긴, 내가 편집할 동안 계속 잤으니까 꽤 오랜 시간을 잔 셈이었다.
눈을 비비던 연두의 시선이 내 손을 향했다.
“안 아파여, 아빠?”
일어나자마자 내 손 걱정을 하는 게 연두다웠다.
“그럼. 하나도 안 아프지.”
“진짜요..?”
“응.”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연두가 속상해하는 것보다는 내 양심이 아픈 게 나으니까.
“구럼.. 연두가 호 안 해도 대여?”
“아니.”
“으응..?”
연두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안 아프다면서 아니라고 대답하니 의아한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의아한 건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응이라고 대답하려고 생각했는데.’
입이 제멋대로 ‘아니.’라고 대답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했으니까.
게다가 왼손도 어느새 연두를 향해 뻗은 상태였다.
어디선가 본 속담이 생각났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던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려면 그 속담을 조금 변형시켜야 할 듯하다.
왼손이 하는 일을 머리가 모르는 느낌이었다.
호오. 호.
결국 원하는 걸 얻어내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꼬리가 컨트롤이 안 된다.
결국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연두야.”
왜인지 연두는 나를 따라 배시시 웃음 지었다.
그러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아빠. 연두튜브 만드러요..?”
굳이 무슨 뜻이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영상편집을 하고 있냐고 묻는 게 분명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연두 자는 동안 만들었어. 같이 카레 먹는 거.”
“우아.. 연두도 바도 대여…?”
“당연하지.”
나는 곧바로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 속에는 귀여운 연두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잠이 덜 깬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연두가 더 귀여운 게 함정이지만.
역시 연두를 이길 수 있는 건 연두뿐인 모양이다.
‘편집은 잘됐네.’
검수할 겸 나도 집중한 채로 영상을 감상했다. 의도한 느낌대로 편집이 잘 된 거 같았다.
연두의 구독자 사랑이 느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번 영상에는 팬미팅이 언급된 대화 장면도 존재했다.
‘업로드하면 구독자들의 관심이 쏠리겠지.’
따라서 업로드 전에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팬미팅을 진행할지의 여부에 대해.
이번에도 내 질문에 대한 연두의 답은 동일했다.
“하고 시퍼요.. 팸미팅..!”
“하하, 그래.”
“.. 아빠도 가치할 꺼죠?”
“그야 당연하지.”
보디가드인 내가 빠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팬미팅이 확정됐다.
애초에 연두가 원하는 방향대로 결정할 생각이었으니까.
“근데 연두야.”
“네에.”
“괜찮겠어? 너무 오래 자서 잠 안 오는 거 아니야?”
어느새 말똥말똥해진 눈빛을 바라보니 걱정이 일었다.
취침시간에 잠이 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이게 다 내가 다쳐서 울려버린 탓이다.
연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 잘 수 이써요!”
“그래?”
“네! 아빠랑 가치 누으면 잘 수 이써요!”
“아빠랑 누우면 잠이 잘 와?”
내 물음에 연두는 방금과는 반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한마디를 내뱉었다.
“따뜨타니까…”
***
다음날 오후, 나는 풀잎컴퍼니 대표 윤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달칵.
통화가 연결되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초록 님이시죠..?”
처음 카페에서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나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연두튜브 구독자들이 나를 부르는 것처럼.
오글거리는 호칭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였다.
나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계약한 뒤로 먼저 전화 주신 건 처음이네요. 왠지 기분 되게 좋은데요?”
그러고 보니 항상 전화를 받는 입장이었지.
범재한테도 똑같은 말을 들었는데, 개선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대충 대답해서 넘긴 후, 나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대표님한테 드릴 얘기가 있어서요.”
“네, 말씀해 주세요!”
“어제 얘기를 나눈 팬미팅에 관한 건데요. 연두랑 얘기를 나눠 봤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어제 윤수아와의 통화에서 얘기해 둔 상태였다.
팬미팅 여부는 연두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생각이라고.
‘연두는 좋다고 했고.’
어제 편집을 마친 영상에도 팬미팅이 언급되어 있었다.
내가 팬미팅에 관해 의사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해 대답하는 연두의 모습이.
따라서 영상 업로드 전에 윤수아에게 팬미팅에 관한 의사를 전달해야 했다.
그야, 회사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이벤트였으니까.
“바로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팬미팅.”
예상한 대답이 아니었는지 조금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말요?”
“네. 제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 붙긴 하지만.”
“그거야 당연하죠! 연두랑 초록 님을 어떻게 떼어놓겠어요.”
왜인지 그녀의 말에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지 몰라도 기분이 좋았다.
연두랑 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말은.
이후에는 팬미팅에 관한 상세한 대화가 이어졌다.
“팬미팅 인원은 어느 정도로 하고 싶으세요, 초록 님?”
“잘은 모르지만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너무 복잡할 거 같아서.”
“오, 제 생각도 같아요! 저도 그 정도 인원을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의견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팬미팅에 관한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는 건 윤수아였다.
나는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하면 되니 편했다.
“그럼.. 날짜는 8월 초 정도 어떠세요?”
잠깐 핸드폰을 보며 날짜를 계산했다.
8월 초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시기였다.
“좋은 거 같네요.”
팬미팅의 인원과 날짜 외에도 우리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윤수아가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 정도면 될 거 같아요. 장소는 저희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러모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
회사와 말이 잘 통하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서로 의사전달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풀잎컴퍼니와 계약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사를 밝히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뿐더러 대표인 윤수아가 유능했다.
그녀가 하는 제안이나 내는 의견 대부분은 합리적이었으니까.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 처리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었고.
“아, 참. 초록 님!”
“네.”
“오늘 저희 사이트 소속 크리에이터에 연두튜브를 추가할 생각인데. 괜찮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전에도 그녀가 말한 사안이라 딱히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야 사람들이 알게 되겠네.
‘MCN 구하라고 그렇게나 구박을 들었는데.’
사이트에 연두튜브가 올라가면 구독자들도 알게 될 테니, 나 역시도 좋은 일이었다.
풀잎컴퍼니에는 더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그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초록 님이 영상 업로드하는 시간에 맞춰 공지는 저희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방금 의논한 내용을 토대로 공지를 작성할 계획이라는 모양이었다.
나로서는 수고를 더는 일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끝으로 윤수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또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길었던 통화가 종료됐다.
팬미팅이 확정된 셈이니 수확이 있었던 통화였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연두튜브의 팬미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