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소통
영상과 사과공지를 올리면서 내가 예상한 구독자들의 반응이 있었다.
우선은 평소와 같이 영상의 내용에 대한 반응이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다.
그에 더해 5일간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은 나에 대한 질타가 있을 거라 예상했고.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영상을 올렸지.’
무수히 많은 지건과 히읗이 쏟아질 걸 각오하고 업로드 버튼을 클릭했다.
미리 공지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반응을 확인하니 예상치 못한 부분에 포커스가 향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예상한 반응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반응은 비율적으로 보면 극히 소수의 반응이었다.
영상과 공지의 댓글창은 거의 한 가지 내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
-연두야 아프지 마 ㅠㅠ
처음에는 버그로 인한 건가 싶을 정도로 이 문장이 쭉 이어져 있었다.
‘항상 좋은 댓글을 달아주는 구독자들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단합력이 느껴지는 댓글창을 보는 건 나도 처음이었다.
짧게 작성한 공지의 파급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하기야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반응도 아니었다.
‘연두를 무척 아끼는 구독자들이니까.’
단순히 연두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것만을 좋아하는 게 아닐 터였다.
그동안의 영상에는 연두의 단편적인 모습만이 아닌 많은 것들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연두가 어떤 아이인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 어떨 때 즐거워하는지 등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대감이 형성될 정도로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했다.
‘그런 연두가 아프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걱정일 게 분명했다.
즉, 구독자와 내가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구독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이렇게 걱정할 줄 알았다면 공지의 말미에 지금은 좋아졌다는 말을 덧붙였을 텐데.
영상을 올리지 못한 이유와 그에 대한 사과만 작성해 버렸으니까.
‘아직 미숙하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주머니 속 핸드폰이 몸을 떨었다.
꺼내서 확인하니 외할머니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쥐방울은 괜찮냐.]평소와 같이 까칠함이 묻어나는 텍스트 말투.
허나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보내지 않았을 문자 메시지였다.
분명히 외할머니도 공지를 보고 걱정이 돼서 보내신 거겠지.
‘외할머니도 엄연히 연두튜브 구독자 중 한 명이니까.’
어떤 마음으로 문자를 보내셨을지가 상상돼 웃음이 나왔다.
가만 보면 연두를 무척이나 아끼는 외할머니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네. 지금은 거의 다 나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은 무슨. 나중에 쥐방울 덕 좀 보려고 그러지.]-에이, 또 마음에 없는 소리 하신다.
희한한 기분이다. 분명히 텍스트인데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어찌 됐든 나는 외할머니와 몇 차례 더 문자를 주고받았다.
타자를 치기 힘들다는 할머니의 말에 끝내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티는 안 내지만 연두가 거의 다 나았다는 소식에 안심하시는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이건 어쩐다.’
댓글창에는 아프지 말라는 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지에 언급하지 않은 탓에, 현재 연두의 상태를 걱정하는 댓글도 엄청 많았다.
-연두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초록님 ㅠㅠ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
└연두 아파할 거 생각하니까 마음 아파서 일이 손에 안 잡혀… 아악!
└연두가 아파서 못 올리셨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나은 거 아닐까요.. 물론 제 개인적인 희망입니당 ㅠㅠ
└여름 감기몸살 오래 가는데.. 하아…
구독자들은 한마음으로 연두를 향한 걱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가능한 한 빨리 연두의 현 상태를 알려줄 필요가 있을 듯했다.
‘댓글을 쓰는 걸로는 부족할 거 같고.’
이미 베스트 댓글들이 정해져서 올려도 묻힐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다음 영상까지 미루기에는 늦는 감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와중 연두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아빠!”
“아, 연두야.”
“모 해요..?”
“외할머니랑 얘기하다가 지금은 아까 올린 연두 영상 댓글 보고 있어.”
“.. 할모니랑요?”
“응, 연두가 아팠다니까 할머니가 걱정돼서 메시지를 보내셨거든. 연두 괜찮냐고.”
“아! 헤헤…”
할머니가 걱정해줬다는 사실이 기쁜지 연두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런 연두를 향해 나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연두튜브 구독자분들도 마찬가지야.”
“으응..?”
“연두가 아팠다니까 엄청 걱정하고 있어. 한 번 봐 볼래?”
“네에!”
연두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핸드폰에 시선을 옮겼다.
사실 어떤 댓글란도 비슷한 반응이라 굳이 선별할 필요가 없었다.
“연두야 아푸지 마, 유유..”
“크크.”
연두가 읽은 댓글은 ‘연두야 아프지 마 ㅠㅠ’였다.
모음을 발음하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지혜 씨랑 모음을 배운 티를 내는구나.
‘.. 응?’
그러던 와중 내 눈에 들어오는 댓글이 있었다.
여느 댓글과 전혀 다를 거 없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연두야 아프지 말렴 ㅠㅠ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렴’이 들어갔다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게 내 시선이 향한 이유는 아니었다.
내 눈이 향한 건 다름 아닌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 때문이었다.
[홍수찬]‘여기서 이 이름을 다 보네.’
베스트 댓글의 답 댓글에 적혀진 댓글 작성자의 이름.
다름 아닌 내 학창시절 미술 선생님과 동일한 이름이었다.
‘뭐,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이름도 아니니까.’
동명이인일 건 알고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홍수찬 선생님의 이미지와 댓글의 내용이 너무 매치가 안 돼서 그런가.
그러는 사이 연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연두 이제 안 아푼데…”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댓글창을 보는 연두.
걱정하는 구독자들의 댓글에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연두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얘기해주고 시퍼요.. 연두 이제 안 아푸다고…”
연두의 말을 듣는 동시에 별안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그 생각을 곧바로 이야기했다.
“그럼 연두가 얘기해 줄래?”
***
유투브 영상을 꼭 길게 올려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윤을 추구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영상 길이는 전혀 상관없었으니까.
그 점에서 생각난 아이디어였다.
‘보여주는 거지.’
짧은 영상을 통해 직접 보여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공지의 텍스트보다는 건강한 연두의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더 안심이 될 테니까.
내 제안을 들은 연두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조아요! 연두가 얘기할래여..!”
“하하, 괜찮겠어?”
“네! 얘기해주고 시퍼요…”
다행히 연두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즉석으로 촬영이 결정됐다. 이건 딱히 콘텐츠를 짜서 찍는 영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연두튜브 영상은 그런 식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나는 서랍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스윽.
“그럼 바로 찍을게, 연두야.”
“네에.”
촬영을 결정했으니 미룰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곧바로 초점을 맞춘 후 영상촬영 버튼을 눌렀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연두는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이런 건 처음이니까.’
이렇게 구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의 영상을 찍는 건 처음이었다.
어색함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는 미소를 띠며 연두에게 말했다.
“연두야. 먼저 구독자분들한테 인사할까?”
그제야 연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공손한 배꼽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여, 구독자분들..!”
“푸흣.”
구독자들을 부르는 연두의 호칭에 웃음이 터졌다.
나는 가까스로 웃음기를 떨쳐내고 말했다.
“수영장에 갔다 와서 많이 아팠지, 연두야?”
구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대상이 연두라고는 하지만, 모든 걸 맡기는 건 무리가 있었다.
얘기하기 편하도록 내가 질문을 던져서 도와주는 역할을 할 생각이었다.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에, 마니 아파써요.. 구래서 아빠가 토끼가 여를 내려주는 약도 먹여주고 옆에서 계속 손 잡아줘써요..”
이런 대답을 의도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는데, 괜히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재빨리 다음 질문으로 들어갔다.
“그랬구나. 그럼 지금은 어때?”
“이제 다 나아써요!“
연두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병원에서 어.. 엉덩이에 주사 맞고 약 잘 머그니까 빨리 나아써요..”
“하하, 다행이다. 그치.”
“네에.”
“연두가 아파서 구독자분들이 많이 걱정하시던데. 하고 싶은 말 있어, 연두야?”
이로써 질문은 끝났고 남은 건 연두의 몫이었다.
연두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두 이제 안 아푸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구리고..”
“그리고?”
“안 아파쓰면 조케써요..”
“응? 연두가?”
연두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구독자분들.. 주사는 아푸니까…”
구독자들의 건강까지 생각해주는 연두였다.
나는 미소를 띠며 촬영종료 버튼을 눌렀다.
‘편집은 할 필요도 없을 거 같고.’
짧은 영상인 데다가 딱히 뺄 부분도 없었다.
연두가 구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전부 담긴 영상이니까.
달칵.
나는 곧바로 데스크톱을 통해 영상을 업로드했다.
지금까지의 연두튜브 영상 중에 가장 짧은 영상이었다.
***
-진짜 다행이다.. 아직도 아플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초록님!! 영상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ㅠㅠㅠ
└연두 웃는 거 보니까 힐링된다.. 근데 토끼가 열을 내려주는 약은 뭐지 ㅋㅋㅋ
└아마 부러펜 시럽 말하는 걸 거예요. 거기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거든요. 표현하는 게 연두답네요. 귀여워… ♥
└연두 말하는 거 보면 초록님이 계속 간호해준 거 같은데. 상상만 해도 스윗하당…
└왜 영상 안 올리냐고 초록님 조른 거 죄책감 느껴진다 ㅠㅠ 연두 아파서 간호하느라 그런 건데…
영상을 올린 후 구독자들의 반응이었다.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 잘못이니까.’
어떻게 봐도 아무 말 없이 영상을 올리지 않은 건 내 잘못이었다.
워낙 착한 구독자들이라 이해해주고 있긴 하지만.
-마지막에 진짜 심쿵.. 우리 안 아팠으면 좋겠대.. 연두 말 너무 예쁘게 해… ♥
└ㅇㅈ 근데 연두 주사 아팠겠다 ㅠㅠ 나는 성인 됐는데도 무서워하는데.
└저도 그럼 ㅋㅋ 근데 새로운 주사 개발되면 바로 맞을 수 있음.
└어떤 주사요?
└연두성분 주입시키는 주사요.
└와, 그건 저도 바로 맞으러 감 ㅋㅋㅋㅋㅋ
이제는 주사로도 주접을 보여주는 구독자들이었다.
어쨌든 영상을 올리기로 한 건 잘한 선택 같았다.
건강한 연두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으니까.
‘연두도 어린이집에 정상적으로 등원했고.’
나 역시 다시 편의점에 출근한 상태였다.
사장님의 배려 덕에 어제까지는 집에서 쉴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매일같이 출근하던 이 공간이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얼마 남지 않았네.’
학습지 작화를 통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익은 발생할 테고, 2권 작화에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겠지.
미리 계획한 대로 수익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편의점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그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묘하네.’
편의점 일을 좋아했던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만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나름 연두와 함께 보낸 시간을 비롯해서 좋은 기억도 있었으니까.
끼익.
“어서 오세요.”
“에쎄 클래식 하나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네, 안녕히 가세요.”
그러니 그만두기 전까지는 열심히 일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었다.
그게 여러모로 신경 써 주신 사장님께 보답하는 길이었으니까.
위이잉.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진동이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전화가 온 거 같았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우영이였다.
“여보세요.”
“주원이 형. 다음 주에 갈 수 있어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이 녀석의 통화 방식에는 완전히 적응한 상태니까.
나는 태연하게 되물었다.
“어딜?”
“학교요. 저 다음 주에 개학이거든요.”
“아, 벌써 개학이야?”
“네.”
방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벌써 개학이라니.
방학이 짧아지긴 확실히 짧아진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우영이에게 물었다.
“아직 아무 얘기도 안 한 거야?”
“어떤 얘기요?”
“홍수찬 선생님한테.”
“네. 사실 얼마 전에도 봤는데 일부러 진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럼 재미없으니까.”
“하하, 그래.”
나라면 못 참고 얘기했을 거 같은데.
의외로 이런 면에서 인내력이 대단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언제 가면 되는데?”
“다음 주에 형 편할 요일에 아무 때나요. 어차피 개학하면 언제 와도 똑같거든요.”
“알겠어. 그럼 내가 연락할게.”
“네.”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그나저나 드디어 홍수찬 선생님을 보러 가는구나.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6년 만에 만난 나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벌써부터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