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연두티콘
시골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 외박한 건데도 엄청 오랜만에 귀가하는 느낌이다.
띠. 띠. 띠. 띠.
철컥.
도어록 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문을 여는 동시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냐아~”
다름아닌 누렁이의 울음소리였다.
녀석은 곧장 나와 연두의 다리 사이로 들어와 얼굴을 비볐다.
눈이 애잔해 보이는데 많이 외로웠던 걸까.
“누렁아..”
연두가 쪼그려앉아 누렁이를 양팔로 감쌌다.
이건 내가 자주 연두를 대상으로 취하는 자세인데.
지금도 그렇고 요즘 들어 종종 그 말을 체감할 때가 많았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
물론 거울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일지 모른다.
허나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이 하나 있었다.
내가 자주 쓰는 단어나 자주 하는 행동은 전부 연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거.
그걸 느낄 때마다 나는 다짐하곤 했다.
‘연두를 위해서라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아무튼 이런 애정표현이라면 충분히 배워도 좋은 표현법이었다.
보는 내가 흐뭇해지는 장면이니까.
물론 누렁이와 시은이 한정이긴 하지만.
“누렁아, 잘 이써써..?”
“냐아…”
한참 연두의 손등을 핥다가 벌렁 드러눕는 누렁이.
뒹굴. 뒹굴.
그리고선 배를 까고 좌우로 구르며 애교를 부린다.
그런 누렁이가 귀여운지 연두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아!”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어딘가로 와다다 달려가는 연두.
연두가 달려간 곳은 다름아닌 누렁이의 식사장소였다.
밥통과 물통, 그리고 간식통이 있는.
“으응..?”
“왜 그래, 연두야?”
“이써요, 아빠..!”
“뭐가?”
“밥이랑 물 이써요!”
텅 비었을 거라 생각해서 달려간 모양이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시은이랑 시은이 엄마가 와서 주고 간 거야.”
그제야 연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렁이가 아무것도 못 먹었을까 봐 걱정됐어?”
“네에..”
그러다 또 무언가 떠오른 듯 연두는 어딘가로 달려갔다.
이번에 도달한 곳은 바로 누렁이의 화장실이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배변을 가릴 줄 아는 동물이었다.
‘강아지와 달리 따로 훈련시킬 필요가 없지.’
허나 전혀 케어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화장실 톱밥의 배설물은 주기적으로 치워줘야 했다.
소변패드도 자주 갈아줘야 했고.
‘소망동물병원 의사가 당부했지.’
그렇지 않으면 악취가 날 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해롭다며.
왜 인간도 그렇지 않은가. 냄새가 심한 화장실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고양이도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냄새가 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심하면 병에 걸릴지도 모르고.’
따라서 주기적으로 케어해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도 그 타이밍이었다. 집을 비우고 돌아온 상황이니까.
스윽.
연두가 화장실로 달려온 이유도 그래서인 모양이다.
곧바로 화장실에 걸린 배변집게를 손에 들었으니까.
“연두야.”
“네에.”
“아빠가 치울게.”
그러자 연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연두가 치울께요..!”
이럴 때는 의외로 자기주장이 강한 연두였다.
더 얘기한다고 상황이 바뀔 거 같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뒤적. 뒤적.
연두는 집게로 톱밥 속을 꼼꼼히 휘저으며 왕건이들을 찾아냈다.
냄새가 날 텐데도 거침이 없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누렁이가 예뻐서 좋아하는 걸 넘어 정말 아낀다는 걸.’
그렇기에 이렇게 어찌 보면 궂은일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겠지.
어느새 옆에 온 누렁이가 연두를 보며 울기 시작했다.
“냐아~ 냐아~!”
꼭 배변을 치우고 있으면 이렇게 와서 울곤 했다.
내가 치우고 있을 때든, 연두가 치우고 있을 때든.
울음소리가 꼭 치우지 말란 뜻으로 들린단 말이지.
‘아닌가.’
그냥 고맙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마음은 편할 듯했다.
그나저나 정말 커다랗다. 연두가 통에 넣는 누렁이의 왕건이는.
작은 체구를 고려하면 더더욱 놀라운 수준이다.
‘양도 상당하고.’
뭐, 건강하다는 의미일 테니 좋은 일이겠지.
어느새 연두는 하나도 빠짐없이 왕건이를 통에 넣었다.
“돼따!”
“하하, 수고했어, 연두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변기에 너어서 내려야 대요..!
“정답.”
쏴아아!
그렇게 연두는 화장실 변기에 왕건이들을 떠나보냈다.
이후 세상 후련한 표정을 짓는 연두.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누렁이녀석을 바라봤다.
‘정말 복 받은 녀석이라니까.’
최고의 언니를 둔 녀석이었다.
***
“후우..”
편집에 몰입하던 나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연두튜브에 업로드할 영상을 완성했으니까.
김장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었다.
‘그 이후의 장면이라면.’
총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었다.
곶감을 먹는 연두의 모습과 선동이의 비밀장소에서 보낸 시간들.
언젠가부터 촬영이 습관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장면을 놓치고 후회하는 일이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아, 참.’
이번 영상에 선동이의 비밀장소에서 보낸 시간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전까지의 장면만으로 이미 10분가량의 영상이 완성돼 버렸으니까.
뭐,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다음 영상으로 만들면 되니까.’
충분히 그 장소에서 보낸 시간만으로도 10분가량의 영상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밤하늘의 배경이 워낙 예뻤던 데다가 보낸 시간도 알찼으니 말이다.
별자리에 관한 연두와의 대화부터, 선동이와 나눈 유쾌한 대화까지.
‘물론.’
김지아와 선동이는 영상이 올라갈 걸 알고 있었다.
김지아에게는 할머니와 셋이 대화를 나눌 때 연두튜브에 대해 알려줬고.
선동이와도 비밀장소에서 그에 관해 얘기를 나눴으니까.
아무튼 이번에 업로드할 영상은 완성됐다.
[연두의 김장 체험!(feat. 김장룩, 곶감!)]어느새 제목을 짓는 방식은 정형화된 상태였다.
오늘은 알짜 포인트가 두 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아, 여담이지만 편집 전에 진지하게 한 고민이 있었다.
‘프리미아 프로로 편집해 볼까 하는.’
허나 생각한 끝에 단념했다
아직 강좌의 초반부밖에 배우지 못한 상태니까.
기왕이면 전부 배우고 적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어설프게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역효과만 날 테니.’
그런고로 당분간은 상태를 고수할 생각이었다.
내가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편집 프로그램 ‘베어 믹스’를.
달칵.
이렇게 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김장 때문에 무려 사흘 만에 올리는 영상이었다.
아직 시골에서 자기 전에 봤던 댓글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내일이면 영상이 안 올라온 지 사흘 째네요, 초록님ㅎㅎ
┖4라.. 정말 좋은 숫자지요… 4….
┖4도 좋지만 저는 9도 참 좋아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흘만인 만큼 영상도 네 개 가져오시는 거죠? 아니면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야, 이 분들.. 무서워…. ㄷㄷ
숫자 활용이 뛰어난 구독자들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어제 간담이 서늘해 잠이 오지 않았다.
연두를 품에 안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지.
‘.. 부탁한다.’
부디 이 영상이 성난 민심을 돌려주길 바랄 뿐이었다.
***
업로드한 후 바로 유투브를 종료하지는 않았다.
쪽지함에 쪽지가 가득 쌓인 상태였으니까.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받을 만한 협찬 쪽지가 와 있을 수도 있고.’
그 밖에도 중요한 내용을 담은 쪽지가 있을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쪽지함을 확인한 건 시골에 가기 전이었다.
따라서 꽤 오랜만에 열어보는 쪽지함이었다.
‘전과 달리.’
풀잎컴퍼니와 계약한 이후로 MCN에서 보내오는 쪽지는 사라진 상태였다.
당연했다. 이미 계약한 크리에이터에게 계약 쪽지를 보내는 건 이상하니까.
허나 그만큼이나 많이 오는 쪽지가 있었다.
바로 연예기획사에서 보내오는 쪽지였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들부터.’
소위 말하는 3대 기획사까지 안 보내오는 회사가 없었다.
심지어 몇 번째 반복해서 보내오는 회사도 존재했다.
허나 전에 말했듯 나는 연두가 연예계에 진출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보내온다면 한 번쯤은 연두와 얘기를 나눠봐야 할 듯했다.
확인하는 건 나라고 해도 결국 연두를 향한 쪽지니까.
그렇게 나는 쪽지함을 넘겼다.
[초록님에게!]쪽지는 꼭 회사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다름아닌 구독자들이 보내오는 쪽지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쪽지 드립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인 간호학과 지망하는 서지혜라고 해요! 진짜 요즘 공부하느라 지치는데 ㅠㅠ 연두튜브 올라올 때마다 힐링하고 있습니당.. ㅎㅎ 저 우리학교 연두튜브 최초 전파자에요 ㅋ.ㅋ 앞으로도 연두랑 알콩달콩한 모습 마뉘마뉘 보여주세요! ^^
내가 잘 아는 사람과 동명이인인 고등학생이었다.
이렇게 응원의 내용을 담은 쪽지도 하루도 빠짐없이 날아왔다.
댓글창과 달리 히읗 아홉개도 보이지 않았다.
‘나한테는 힐링이지.’
이런 구독자들의 쪽지를 쌓아뒀다가 몰아보는 시간.
그 시간이 내게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연두튜브 구독자들이 영상을 보고 힐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답장은 안 하는 편인데.’
뭔가 이 친구에게는 답장을 해 주고 싶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답장 버튼을 누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좋은 얘기 고마워요.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좋은 간호사 되길 바라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전송]답장을 보내니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라 그런가.
앞으로도 자주 답장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나는 구독자들이 보낸 쪽지를 쭉 읽고 답장을 보냈다.
‘정말 다양하네.’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구독자가 쪽지를 보내왔다.
문체나 내용이 전부 달라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나는 읽고 답장하기를 반복했다.
“휴우…”
과장이 아니라 손이 뻐근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쪽지함 탐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느낌이다.
영상 업로드에 소통까지 마쳤으니 이제 용건은 없었다.
스윽.
그렇게 유투브 창을 닫으려는데,
‘어?’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쪽지 제목이 있었다.
가장 아래에 있어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쪽지였다.
[안녕하세요. 카카오톡입니다.]카카오톡은 내가 사용하는 메신저였다.
아니, 나만 사용하는 게 아니지.
‘안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도 사용하는 가장 유명한 메신저였다.
요즘은 기본 문자메시지보다도 훨씬 많이 이용하는 프로그램이니까.
쪽지 제목을 보고 드는 의문은 하나였다.
‘카카오톡에서 나한테 쪽지를 보낼 이유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감이 오지 않았다.
눌러서 내용을 봐야 알 수 있을 듯했다.
달칵.
나는 망설임 없이 쪽지를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직급을 비롯해 자신을 소개하는 첫 내용.
그 뒤로 바로 본론이 이어져있었다.
-쪽지를 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관해서 제의드릴 게 있어서입니다. 연두튜브를 전부터 시청해 온 애청자로서 연두는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진 아이라는 걸……
쪽지를 보낸 사람은 자신을 연두튜브의 애청자라고 명시했다.
특히 그는 팬미팅 준비영상을 언급하며 말했다.
-그런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이모티콘으로 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이모티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이외의 다른 팀원들도 동의했고요. 워낙 사랑스러운 아이니까요.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나로서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허나 아직 놀라기에는 늦었다.
뒤에는 더 예상치 못한 내용이 이어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동시에 초록님께도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바로 연두 이모티콘의 제작입니다. 물론 저희는 전적으로 제작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뒤의 내용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무려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제작자가 되라는 제안이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연두티콘’의 제작자를 맡아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