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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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콕
“쇼미더 댄스!!”
본격적인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느낌.
‘댄스라.’
장소가 클럽인 만큼 뜬금없지는 않았다.
이미 몇몇은 혼자 리듬을 타며 텐션을 올리고 있다.
물론 내 자세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정확히 어떤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종목이 댄스인 이상 참가할 생각은 없었다.
그야, 나는 3대 ‘치’ 타이틀을 가진 녀석이니까.
음치, 길치, 그리고 몸치.
‘음치라는 건 조금 억울한 면이 있지만.’
길치와 몸치는 딱히 해명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몸치.
단순히 몸이 뻣뻣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노래방에서 랩을 하는 영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나는 타고난 박자감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엄청난 박자감.
‘그래.’
한 마디로 나는 유일무이한 박치였다.
고로 한 발자국 물러나 게임을 즐길 생각이었다.
꼭 참여해야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우리 끼와 흥이 넘치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 않습니까? 그래서 준비한 게임! 쇼미더 댄스!!”
댄스왕을 뽑아라 어쩌고, 엄청난 상품이 저쩌고.
여러 설명이 이어지긴 했지만 나를 들썩하게 만든 부분은 하나.
바로 게임 방식에 대한 설명이었다.
“…… 지목입니다!”
“…?”
다음에 댄스를 뽐낼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이라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지목되면 춤을 춰야 한다는 것.
완전히 마른하늘에 날벼락,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슥. 슥.
고개를 좌우로 돌려 주위를 훑었다.
혹시나 나를 뽑을 사람이 있을지.
‘주연이, 아름이, 고래 서동한, 근육맨 천인덕…’
우선 이 넷은 전부 위험인물이다. 보통 지인을 호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또 한 명. 연두도 예외는 아니었다.
‘.. 연두는 지목된다.’
내 생각에 100% 확률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껏 파티를 즐기며 깨달은 사실.
이 곳에서도 연두의 인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보는 사람마다 족족 눈이 하트로 변하는 걸 실시간으로 옆에서 지켜봤으니.
‘시간문제일 뿐.’
누군가에 의해 연두는 지목될 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펼쳐질 상황.
또다시 100% 확률로 펼쳐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 아빠!’
안 돼. 그건 안 된다.
위기감을 감지한 이상 해야 할 건 하나.
빠르게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저기, 연두야.”
“네에.”
“혹시 이따가 누군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오면…… 골라줘.”
그다음 내 말은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을 골라줘.’였다.
허나 문제가 있었다.
“헤이! 비제이 말고 디제이! 췌킷! 드랍 더 비트!!”
난데없는 장현의 요란한 비트콜에 내 목소리가 묻혀버린 것.
그게 끝이 아니었다.
둔! 두둔!
디제이의 현란한 손놀림.
그에 따라 신나는 음악이 커다랗게 파티장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제는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상황.
망연자실하며 연두를 바라보는데,
‘응?’
왜인지 연두가 세상 해맑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리고선 뭐라 뭐라 말한다.
음악에 묻혀 들리지는 않지만 입모양은 분명히 보였다.
“네, 아빠..!”
동시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들었구나, 우리 연두!
내 간절한 요청이 전해진 게 틀림없었다.
‘좋아.’
나머지 지인은 손짓으로, 아니면 발짓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다른 사람을 뽑게 만들면 된다.
이제 조금은 마음 놓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듯했다.
파앗!
그때 앞으로 뛰쳐나가는 한 남자.
“와아!!”
엄청난 호응이 쏟아지고.
사람들이 둘러싼 원형의 무대 위에서 댄스가 시작됐다.
***
첫 주자의 현란한 댄스.
이제 보니 아까 인사를 나눴던 남자였다.
“안녕하세여..!”
“흐어어… 너무 귀여워어……”
연두를 보고 눈이 하트로 변했던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었다.
뭐만 해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겉모습은 인덕이만큼은 아니지만 덩치가 상당한 남자였다.
두둠. 칫.
박자에 맞춰 요리조리 팔다리를 뻗고 구부린다.
박치인 내가 보건대 나름 괜찮게 박자를 타긴 하지만 프로의 느낌은 아니다.
그와 별개로 끼와 흥은 대단해 보였다.
그 정도로 충분했다.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엔.
“우오!!”
“댄싱머신 진기훈!!”
“킹기훈! 킹기훈! 킹기훈!”
이런 게 무대 활용이라는 건가.
원형의 무대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댄스를 펼친다.
그러다 나와 연두의 앞에 멈춘 진기훈.
토통. 통.
그 자리에 멈춰서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표정연기를 펼친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제스처와 표정.
뭐지? 뭘 하려는 거지?
“으응..?”
꺄르르 웃으며 즐기던 연두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코앞에서 춤을 추는 진기훈을 바라본다.
진기훈의 춤은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연기하며 춤을 추다가,
“…?”
왜인지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꼼지락. 꼼지락.
슈욱.
혼신의 연기 끝에 찾았다는 표정과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낸 손.
“푸하하!”
“뭐야, 저거? 하트야?”
“킥킥, 역시 킹기훈! 센스 미쳤다!”
진기훈이 안주머니에서 꺼낸 건 다름아닌 손 하트였다.
손이 커다래서인지 손 하트도 커다랗다.
물론 하트가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연두가 서 있었다.
“하, 하트…”
연두는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손 하트에 화답했다.
그 포즈에 진기한은 물론이고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입가에도 세상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나 역시 미소를 띄우는 동시에 드는 생각.
‘.. 세다.’
춤 실력과는 별개로 센스가 넘치는 퍼포먼스였다.
첫 주자부터 장난이 아닌데, 이거.
그렇게 임팩트 넘치는 스타트를 끊은 진기훈은 고민하는 듯 연두를 바라봤다.
‘아, 연두를 뽑으려는 건가?’
분위기상 충분히 그럴 만했다.
하트도 날린 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분위기였으니까.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진기훈은 씩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뭔가 그 의도를 알 거 같았다.
‘아직은 아니란 건가.’
벌써 연두를 고르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보였다.
미소에서 그게 느껴졌다.
의외로 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나 보군.
흠칫.
살짝 마주친 시선에 어깨를 들썩했다.
설마 나를 뽑는 건가 하고.
“휴우…”
다행히 아니었다.
진기훈은 다른 크리에이터를 뽑았다.
“나나!”
“우오오!!”
걸그룹 출신인 걸까.
나나라는 두 번째 주자는 비트에 맞춰 수준급의 댄스를 선보였다.
자연스레 연두의 입도 벌어졌다.
이어지는 세 번째 댄스와 네 번째 댄스.
‘왜 이렇게 다들 잘 춰?’
진기훈부터 시작해서 다른 세 명까지.
각자 모두 느낌은 다르지만 임팩트 있는 댄스를 선보였다.
춤 실력보다도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진짜 잘 논다.’
하나같이 ‘잘 노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흥을 주저 없이 발산하면서도 센스 있게 분위기를 띄우는 댄스.
얼핏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맞다.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대단하네.’
나로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이 특출난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니.
그때였다.
‘뭐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함성소리.
만화로 치면 주인공이 나올 때 나올 법한 호응이었다.
지목된 사람을 보고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이름이 하준이였지.’
여덟 살짜리 남자아이였다.
원더하준(Wonder Hajun)이라는 채널의 주인공인 유하준.
파티에 참가한 사람 중에는 그나마 연두와 가장 비슷한 나이대였다.
채널의 구독자는 무려 300만을 넘어갔다.
나이를 보면 연두튜브와 같은 키즈튜브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채널의 주 콘텐츠는 정해져 있었다.
‘춤.’
하준이는 댄스 신동이었다.
네 살 때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기로 유명해진 아이.
나중에 알게 돼서 얼마나 잘 출까 하고 영상을 몇 개 찾아봤는데.
다 보고 나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천재구나 하고.
생각해 보니 이거 완전히 저 아이 맞춤 게임이었네.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툭.
지목된 하준이가 무대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과장이 아니라 그 스텝부터 달랐다.
이후 시작됐다.
여덟살배기 신동이 펼치는 댄스쇼가.
***
눈앞에 펼쳐지는 여덟살배기 신동의 댄스.
직관하고 있는 소감은 간단했다.
‘.. 미쳤구나.’
괜히 천재라 하는 게 아니었다.
나와는 다른 의미로 진짜 박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둠.
비트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몸이 움직였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흘러가듯 유려하게.
보고 있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여덟살이 추는 거라니.’
심지어 그 몸짓에 맞춰 내 어깨가 들썩일 정도였다.
대단한 일이었다.
지독한 박치인 내 어깨가 박자를 타게 만들었다는 건.
“우아…”
연두도 눈이 동그래져서는 춤을 바라본다.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영상으로나마 봤지만, 연두는 난생처음 보는 퍼포먼스일 테니.
“아빠..”
“하하, 오빠 춤 잘 추지?”
“네. 이러케 요로케……”
동작을 따라하려는 듯 허공에 손을 어색하게 휘젓는 연두.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진짜 말 그대로의 제스처다. 이러케 요로케.
그때였다.
불쑥.
어느새 앞에 다가온 꼬마 신사.
첫 번째 진기훈에 이어 두 번째였다.
우리 앞에 멈춰 선 댄서는.
스윽.
행동은 더 적극적이었다.
리듬에 맞춰 뻗은 손이 연두의 눈앞을 향한다.
그에 맞춰 가볍게 무릎을 구부리는 하준이.
“오오! 손 내밀었어!”
“대박! 귀여워…”
“하준이도 어쩔 수 없는 남잔가 보네, 으하하!”
그제야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이거 연두랑 같이 추자는 제스처구나.
연두가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뭐, 이 정도야.’
뽀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춤추는 정도야 귀엽게 지켜볼 수 있었다.
나는 쿨한 아빠니까.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은 터라 연두가 혼자 나가면 겁을 먹을 수도 있고.
빙긋 웃으며 나는 말했다.
“오빠랑 같이 추고 와, 연두야.”
그제야 연두가 조심스럽게 하준이의 손을 잡는다.
기다렸다는 듯 무대 중앙으로 연두를 데려가는 꼬마 녀석.
‘.. 보통이 아닌데?’
데려가는 동작이 무척 능숙하다.
이후 시작된 두 아이의 합동 댄스.
합동 댄스에서도 하준이의 실력은 빛을 발했다.
스윽.
음악에 따라 아까와는 바뀐 댄스 분위기.
하준이는 능숙하게 리드했다.
다시 한번 드는 생각.
‘진짜 천재구나.’
연두의 동작을 이끌어내는 모습에서 진심 어린 감탄이 나왔다.
막상 연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움직이는 거 같은데.
아니, 그럴 게 분명한데.
‘잘 춰 보여.’
그 동작이 그리 어설퍼 보이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다정한 느낌이라, 보면 질투할 사람이 몇 있을 듯하다.
감자소년 선동이도 그렇고 호랑이사냥꾼 민우도 그렇고.
너는 질투 안 하냐고?
‘당연히 안 하지.’
즐거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데 질투가 왜 나겠는가.
여기서 갑자기 뽀뽀만 안 하면 된다.
그건 진짜 선 넘는 거다, 하준아. 아무리 300만 구독자에 초딩이라도 안 참는다.
카메라로 눈앞의 모습을 담으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내 중얼거림이 전해진 걸까.
툭.
하준이가 생긋 웃으며 뒤로 발을 뺐다.
춤을 추라는 제스처와 함께.
적절한 타이밍에 자리 양보까지, 정말 프로다운 녀석이었다.
스윽.
자연히 나를 향하는 연두의 시선.
이 타이밍에 내가 해 줄 건 하나뿐이었다.
“파이팅!!”
소리는 안 들렸을지 모르지만 입모양은 분명히 전해졌을 터.
연두가 찡긋 눈웃음을 짓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시작됐다.
학부모 참관수업과 유투브를 뒤집어 놨던.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과는 1도 상관없는 연두의 솔로 댄스.
상어가족 댄스가.
***
“아기 상어 뚜루 루 뚜루~ ♪”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아니었다.
클럽 내부에 난데없는 아기상어 떼창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연두의 댄스로 인해.
“푸흡.”
미치겠네. 지금은 그렇다 쳐도 아까는 진짜.
전혀 상관없는 노래에 꿋꿋이 전에 연습한 아기상어 율동을 하는 연두의 모습이 떠올라 계속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리를 양보해 준 댄스신동 꼬마신사도 헤벌레 웃으며 떼창을 함께하고 있다.
‘장난 아니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분위기.
음악이 끝날 때까지 연두는 집중을 놓지 않았다.
대망의 엔딩 부분.
나를 포함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쳤다.
“상어다! 도망쳐!!”
그에 따라 연두가 뛰어난 피난처.
그곳은 다름아닌 내 품이었다.
“아빠!”
“잘했어, 연두야.”
“헤헤…”
함성과 함께 느껴지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들.
연두의 아빠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런 와중 들려오는 장현의 목소리.
“자, 이렇게 연두양의 귀엽고 깜찍한 댄스가 끝났습니다! 그럼 연두양!”
“네!”
힘찬 대답.
장현이 무슨 말을 할지 알았지만 딱히 긴장감은 없었다.
그야, 아니까. 연두가 나를 뽑지 않을 거라는 걸.
“연두양 다음에 춤을 출 사람을 콕! 찝어 줄래요?”
한 번도 연두는 나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었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콕’의 대상은 내가 아닐 거라는….
콕.
‘.. 응?’
착각인가? 무언가 내 옆구리를 콕 찌른 거 같은데.
쿡도 아니고 콕.
심지어 아직도 찌르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뭐지.
좋지 않은 예감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
눈에 보이는 연두의 얼굴.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손을 뻗고 있다. 다름 아닌 내 옆구리를 향해.
뒤이어 귀에 들어오는 말.
“연두 아빠 찝어써요.. 콕…”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이 상황,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