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03)
603화. 데뷔
파앗-
실시간으로 카메라가 두 1위 후보의 얼굴을 비춰주는 구조였다.
왼쪽 화면을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숨이 막혔다.
‘.. 유세은.’
솔직히 예상했던 연습생이었다.
왜냐고?
대략 10회가량의 방송에서 주연이를 포함한 연습생들의 순위는 매회 들쭉날쭉했다.
지금 데뷔를 확정 지은 연습생들도 마찬가지고.
단 한 명.
처음부터 끝까지 데뷔권을 벗어나지 않은 유일한 연습생이 있었다.
그게 바로 유세은이었다.
‘그럴 만도 해.’
우선 실력에 기복이 없었다.
첫 무대부터 뛰어난 춤 실력을 선보였고 보컬 능력도 우수한 편에 속했다.
주연이와 음악적으로 교류하며 성장하는 모습까지 보여줬고.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요소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주연이한테 그랬듯이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친화력부터, 꾸며내지 않은 밝음이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났다.
괜히 연두가 ‘세은이언니.. 착해여…’라고 했던 게 아니다.
게다가 외모도 예뻤다.
대중의 눈에 보여야 하는 직업인 만큼 외모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니까.
‘아이돌로서의 스탯이 육각형이라면.’
그 여섯 개의 항목을 모두 충족하는 연습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예상했다.
1위 후보 두 명 중 하나는 유세은일 거라고.
그렇다면 남은 한 자리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그게 문제였다.
섣불리 짐작할 수 없었다.
‘모두 쟁쟁한 연습생이니까.’
유세은 정도는 아니지만, 누구 하나 무시할 수 없었다.
그야, 여기까지 온 연습생들이다.
101명으로 시작한 서바이벌에서 22명 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누가 돼도 엄청난 이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
“하, 하하..”
그래서였다.
오른쪽 화면에 떠오른 주연이의 얼굴을 봤을 때 실소가 흘러나온 건.
‘.. 둔하긴.’
반응이 늦어도 너무 늦잖아.
뒤늦게 화면에 떠오른 게 자신의 얼굴이라는 걸 깨달은 주연이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린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야 우는구나.’
방송하는 동안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주연이였다.
어떠한 힘든 상황에도.
댄스 트레이너로부터 ‘가수가 하고 싶니?’라는 독설을 들었을 때도 눈물은커녕 약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지.
주연이가 이렇게 강한 애였나 하고.
‘.. 아니야.’
주연이는 또래와 마찬가지로 여린 아이였다.
그저 꾹 참았을 뿐이다.
지금 그렇게 억누른 모든 감정이 눈물로 나오는 거 같았다.
“.. 흑.”
이제는 연두도 참지 못했다.
“주, 주여니언니..”
이런 상황에 할 말은 아닌데 그만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어지는 연두의 한 마디에.
“데비한다… 흑.”
데뷔를 말하는 거겠지.
울컥한 건 비단 주연이와 연두뿐만이 아니었다.
무대 위 연습생들부터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까지 하나같이 감정이 복받친 상태였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미치겠네.’
원래 피도 눈물도 없던 이주원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고.
솔직히 그런 생각도 한 적 있다.
남들이 다 오열하는 슬픈 영화를 봐도 아무 감흥이 없는 나를 보며, 혹시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중이병 같은 생각.
…… 사이코패스는 무슨.
이제는 그 반대다.
‘멈춰!’
결국 나는 ‘멈춰’를 시전했다.
어떤 것도 멈추게 만든다는 마법 같은 멘트.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유세은 연습생과 하주연 연습생. 두 연습생은 순위 발표 무대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나란히 걸어나가는 둘.
이제는 마음 놓고 웃으며 볼 수 있었다.
주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유세은도 나랑 연두가 가장 좋아하는 연습생 중 하나였으니까.
‘운명의 장난 같네.’
프로그램 내내 가장 친해진 둘.
서로의 성장을 자기 일처럼 도와서 여기까지 온 두 사람이 1위를 놓고 경쟁하게 되다니.
대본을 써도 이렇게 쓰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런데 납득은 가.’
아까 말했듯 유세은은 육각형 인재였다.
그에 비해 주연이는 강점이 뚜렷하고 프로그램 내에서 단연 독보적인 성장스토리를 보여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첫 만남 때부터 쭉 끈끈한 우정을 보여줬던 두 연습생인데요.”
역시 장원석도 그 점을 언급한다.
“과연 이 둘 중 최후의 1등은 누가 될지, 그 결과를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장원석이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그러고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공개하는 건 재미없죠.”
이럴 줄 알았어.
어울리지 않게 바로 공개한다 했더니 역시는 역시였다.
“유세은 연습생?”
“네.”
“지금 느낌이 어떤가요?”
여전한 미소를 띠며 세은은 답했다.
“1위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 영광이고, 주연이언니와 함께라는 사실이 너무 기뻐요.”
여전한 듯하지만 벅차오르는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다.
다음 차례는 주연이였다.
“아직 울음이 그치지 않은 하주연 연습생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흑..”
“흑. 그리고 끝인가요?”
장원석의 애드리브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죄, 죄송해요. 지금 정신이 없어서.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좋습니다.”
적당한 타이밍에 장원석이 말을 끊었다.
“그럼 하주연 연습생의 소감은 잠시 후에 더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죠. 1등이 될지 2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네.”
“자, 그럼 이제 뜸 들이지 않고 발표하겠습니다. 프로젝트 101 1등 연습생입니다!”
종합 투표수는 무려 87만 명에 달한다.
1등의 주인공.
장원석의 멘트와 함께 마침내 그 얼굴이 화면에 떠올랐다.
***
“1등의 주인공은.. 유세은 연습생!”
결국 이렇게 됐구나.
화면에 떠오른 건 주연이가 아닌 유세은의 얼굴이었다.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짝. 짝.
주연이도 어느새 울음을 그친 채로 환하게 웃고 있다.
아쉬움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이 결과를 승복하고, 진심으로 유세은을 축하하는 눈빛이었다.
“아빠..”
그 모습을 보며 연두가 나를 부른다.
“응, 연두야.”
“헤..”
배시시 웃더니 연두는 자그맣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름다운 경쟁이에요…”
정말 그랬다.
이 상황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표현하는 말이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러네. 정말 아름다운 경쟁이네.”
“.. 네.”
언젠가는 연두도 이런 아름다운 경쟁을 하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쟁이라면, 그 안에 있는 연두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울 거 같다고.
먼저 마이크를 건네받은 건 유세은이었다.
“먼저 부족한 제게 투표해주신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감사 인사가 주를 이루는 내용.
그 끝은 주연이를 향했다.
“마지막으로 주연이언니. 이 프로그램에서 주연이언니를 만난 건 행운인 거 같아요. 옆에서 쭉 주연이언니를 지켜보면서……”
주연이에게 할애하는 시간만 봐도 얼마나 둘이 끈끈한지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찬사였다.
고비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걸 보며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그래도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뽑아주신 일등인 만큼, 센터 열심히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슴돠아!!”
진지한 모습이었지만 마지막은 유세은다운 포부를 밝히며 소감이 끝이 났다.
이어받은 마이크.
아까와 달리 주연이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국민 프로듀서님들, 엄마 아빠, 친구들, 그리고 저기 앉아계신 이사님……”
비슷한 소감이다.
하나하나 감사를 표한 다음에 주연이는 앞선 세은의 찬사에 화답했다.
“그리고 세은이가 되게 좋게 말해줬는데 저는 그 반대였어요. 세은이는 저한테 목표였거든요. 그런 세은이가 저한테 다가와 주고 알려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말끝을 늘인 주연이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센터는 세은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예쁘고 춤도 더 잘 추니까.. 아! 그렇다고 저를 뽑아주신 국민프로듀서님들의 안목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저도 하면 잘할 수는 있는데……”
또 나왔다.
첫 방송 때 나온 횡설수설 화법.
그 모습에 옆에 있는 유세은부터 MC 장원석, 그리고 프로듀서진까지 웃음을 터트린다.
하여간 조심성이 많다니까.
“마, 마지막으로……”
두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서 주연이가 말한다.
“그동안은 얘기 못 했는데 이 자리에 서면 꼭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저를 여기에 올 수 있게, 그리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게 만들어준 정말 고마운 사람이 있거든요.”
누굴까.
부모님은 이미 언급했고 친구들이랑 회사 대표님까지 언급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이어졌다.
“.. 주원오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연두야.”
연두까지 나왔으니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사라졌다.
하기야 투표가 끝났으니, 주연이 입장에서도 이제 거리낄 건 없겠지.
설마 마지막에 언급될 줄은 몰랐지만.
“정말 고마워.”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이 너무 예뻐서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
바로 섬찟해지긴 했지만.
“뭐야.”
“연두가 내가 아는 그 연두 말하는 건가?”
“대박. 친한가 봐.”
“여기도 온 거 아니야?”
괜히 한 번씩 주위를 둘러보는 관객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옆에 기자 유서영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연두랑 단둘이 있었으면 의심의 대상이 됐을 테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끝난 소감.
끝인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었다.
“여러분. 혹시 잊고 계신 건 아니겠죠?”
“…?”
“아직 11위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요. 데뷔 멤버는 아직 한 명이 남아있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전혀 생각 못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첫 발표가 11위가 아니라 10위였지.
‘데뷔는 11위까지고.’
이런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주다니.
만약 주연이가 1위 후보로 안 뽑혔으면 또 한 번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낄 뻔했다.
다행이다.
‘역시 방송국 놈들이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는 무대 위를 응시했다.
***
11등으로 합류한 건 최도혜였다.
그렇게 끝이 난 순위발표식.
“마지막으로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인사!”
1등인 세은의 선창으로 데뷔가 확정된 열한 명의 연습생이 고개를 숙였다.
주연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현실감이 없었다.
‘.. 진짜 데뷔하는 거야? 내가?’
물론 1년간의 프로젝트긴 하다.
프로미스로서 정해진 활동 기간이 끝나면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도 데뷔는 데뷔였다.
그 기간은 분명히 앞으로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줄 터였다.
83등에서 2등.
그게 연습생 하주연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였다.
얼떨떨함 속에서 시간이 지나가고, 주연의 앞에는 UNH 이사이자 대표인 김호섭과 엄마 아빠가 서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김호섭이었다.
“괜찮아, 주연아?”
“.. 네?”
“하하, 정신 차릴 때도 됐는데. 너 2등 했어. 101명 중에 2등. 이제 데뷔할 거고.”
그제야 현실감이 들었다.
시선을 돌리니 엄마 아빠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엄마, 아빠..”
“.. 주연아.”
“나 해냈어. 2등했다구. 이제 나 응원해주는 거지? 응?”
처음에는 가수의 꿈을 반대하던 부모님이었다.
곧바로 답이 돌아온다.
“장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응원하고 있었어, 우리 딸. 너희 아빠도 아닌 척 그렇게 하지만 방송 보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어허, 당신은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그때였다.
옆에서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온 건.
“야, 하주연! 또 우냐?”
고개를 돌린 주연이가 외마디 소리를 내뱉는다.
“우씨..”
오랜만에 보는데도 변함없는 얼굴이었다.
조동건.
옆에는 범재랑 예림이도 함께다.
“오오, 하주연!”
“꺄, 쭈여니! 우리 쭈여니 해낼 줄 알았다니까! 일루 와, 뽀뽀!”
예림이 품에 안긴 주연이.
그 모습을 본 동건이는 킥킥 웃으며 얘기했다.
“이거 완전 울보네, 울보. 내가 말했지. 하주연 너는 안 그래도 못생겼는데 울면 더 못생겼다니까?”
부글. 부글.
변함없는 모습에 혈압이 오른다.
소매를 걷어붙이려는 찰나,
“오호, 그렇군. 우리 딸이 그렇게 못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
흠칫한 동건이.
방금 멘트는 주연이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세상 당황한 동건이가 말한다.
“아뇨, 아버님! 그게 아니라 저는 울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거구요. 진심은 아닙니다! 기분 좋은 상황이니까 웃으라는 뜻에서 한 말이니까 오해 없으셨으면……”
“오호라.”
“하, 하하..”
“그럼 자네 진심은 뭔가?”
“예?”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니 진심이 뭔지 궁금한데. 진심으로 볼 때 우리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꿀꺽.
동건이가 침을 삼켰다.
완전히 답정너였다.
옆에서 세상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는 예림이와 범재.
그 속에서 동건이가 입을 뗐다.
“예..”
“예?”
“예.. 그러니까……”
얼굴이 붉어진 동건이가 허공을 응시하며 말한다.
“…… 예쁩니다.”
“허헛!”
대답이 마음에 든 건지 호탕하게 웃는 주연이 아버님.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연이가 메롱을 날린다.
발끈한 동건이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가, 아버님을 보고서 바로 표정을 풀고 바보처럼 웃는다.
“하하하, 아버님 웃음이 참 시원하시네요.”
“그런가?”
“예, 예. 진심으로요.”
“자네 참 진심을 좋아하는구먼.”
“그럼요. 제가 또 진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남자의 운명을 타고 태어나서……”
능청스레 주고받는 말에 주연이가 쿡쿡 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대로구나.
오랜만에 드는 편안한 감정이다.
그러고 나니 자연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저기 근데……”
“응?”
“연두랑 주원이오빠는?”
“아, 그게……”
조금 난처한 듯 예림이가 말했다.
“오겠다고는 했는데……”
“그런데?”
“처음에는 같이 오려다가 따로 오기로 했거든. 우리랑 같이 있으면 시선을 끌 거 같아서.”
옆에서 범재가 말을 받는다.
“근데 못 온 거 같기도?”
“.. 응?”
“아니, 그렇잖아. 연두랑 주원이형이 왔으면 우리 눈에 한 번은 보이지 않았을까? 관객이 많긴 했어도 소란이 일었을 텐데……”
동건이도 한마디를 더했다.
“그렇긴 하네. 아까 하주연이 소감에서 언급도 했는데 별일 없었잖아. 아마 급한 일이 있었던 거 아닐까? 단톡방도 안 보시던데.”
주연이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 못 온 거구나.
휙. 휙.
아냐, 실망하지 말자.
어쩌면 주원오빠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무대를 보러 왔으면 화면에 잡혔을 테고, 만약 그랬다면 우려하던 말들이 나왔을 수도 있으니.
아니면 정말 급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 알고 있으니까.’
두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진심으로 응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겨낼 수 있었고.
이 자리에 왔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구나.”
그렇게 태연히 넘기려 했다.
그때였다.
스치듯 들려오는 한 마디가 있었다.
“하긴, 분장이 무슨 소용이겠어.”
“.. 어?”
말을 꺼낸 범재를 향해 주연이는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장난 같기는 했는데 주원이형이 그랬거든.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분장을 하겠다고. 무슨 색안경이랑 매직 글래스를 쓸 거라나 뭐라나.”
낄낄 웃으며 덧붙인다.
“근데 그런 걸로 가려질 연두 미모가 아니잖아. 주원이형도 그렇고. 오히려 튀면 튀었지.”
“…… 하!”
전신에서 올라오는 소름을 주연이는 하나의 숨으로 내뱉었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떨림을 주체할 수 없던 무대 위에서 본 장면이 머릿속에 다시금 재생됐으니까.
“… 맞았어.”
그 중얼거림에 동건이가 반응했다.
“뭐가 맞아? 너 누구한테 맞았어?”
“맞았어!”
“그니까 뭐가……”
“맞았다구! 연두랑 주원오빠가 맞았다구!!”
“…”
그 모습을 보며 동건은 생각했다.
데뷔해서 기쁜 나머지 어디 부딪혀서 머리를 다친 게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