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21)
621화. 거리
음악실 내부.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으헤헤, 끝났다!”
제일 신이 난 건 민우였다.
동아리 활동이 끝나서가 아니라, 집에 가서 만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새롭게 빠진 만화가 있었으니까.
냅다 음악실을 뛰쳐나가려던 민우는 아차 하고 등을 돌려 말했다.
“야, 윤지우!”
아직 앉아있는 지우가 대상이었다.
“교실 안 가?”
“머, 먼저 가.. 난 천천히 갈게.”
“엉? 그러든지.”
같은 반이기도 하고 연두가 징검다리가 돼서 부쩍 친해진 둘이었다.
동아리 활동으로 인해 더더욱 가까워졌고.
거의 대부분의 소통이 민우가 먼저 말을 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후우..”
민우가 쿨하게 자리를 뜨고 나서, 지우는 짐을 챙기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돼서였다.
아직도 아까의 장면이 내심 마음에 걸렸으니까.
‘.. 너무 좋아했어.’
아무리 곱씹어봐도 너무 좋아한 거 같았다.
선재오빠의 가사에.
그리고 엄마가 그걸 못 봤을 리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께 전해 듣기로, 엄마는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고.
“지우야.”
이번에 지우를 부른 건 연두였다.
시은이와 레나도 함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셋만 붙어있는 걸 보는 게 꽤 오랜만인 거 같다고.
뒤이어 시은이가 손을 내민다.
“같이 가자.”
아냐, 착각이겠지.
괜히 초조해서 드는 생각일 거다.
셋의 사이를 생각해 볼 때, 우스울 정도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따로 있다.
“.. 으, 응.”
지우는 손을 잡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걱정이 된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엄마를 피하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고.
‘괜찮아 보였어.’
무엇보다도 엄마의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바로 나무랄 줄 알았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어쩌면 별다른 이야기 없이 넘어갈지도 몰라.
“가, 가자..”
“응.”
복도는 길었다.
걸어가는 과정에서 지우는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말이 없어.’
이번에는 착각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엄마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소보다 복도가 더 길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다.
아예 오가는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긴 하는데, 그 대화 속에는 이상하리만치 어색한 공기가 맴돈다.
…… 꽁깃꽁깃한 분위기.
‘다툰 걸까?’
그런 거라면 믿기지가 않는다.
이 셋이 싸움이라니.
연두와 시은이가 싸울 리는 없고, 연두랑 레나가 싸울 리도 없고, 시은이랑 레나가 싸울 리도 없다.
‘.. 그럼 없는 거잖아!’
수학적으로 생각할 때 또 다른 경우의 수는 없었다.
셋이서 동시에 싸운 게 아니라면.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니, 더더욱 혼란이 가증되는 기분이다.
무슨 일 있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지우야?”
그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깜짝 놀라 돌아보니 셋이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으, 응?”
“무슨 일 있서, 지우야?”
레나의 말에 고개를 드니 눈에 들어오는 숫자.
1과 5.
그러니까, 여기는 1학년 5반 교실 앞이었다.
“우리 반 도착했어. 지우는 더 가야 하잖아.”
“.. 으, 응.”
시은이의 말에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들어가 볼게.”
그 말에 연두와 레나가 잇따라 인사한다.
“잘 가, 지우야..!”
“내일 봐!”
그러다 레나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한다.
“히히. 지우가 예쁘다고 한 지우개.. 레나도 샀서!”
“진짜?”
“응! 진짜 예쁘고 연필도 잘 지워져.”
생긋 웃는 레나를 보며 지우는 대답했다.
“다, 다행이다..”
그렇게 인사하고 연시레는 나란히 교실로 들어갔다.
잠깐 동안 지우는 그 앞에 서 있었다.
‘.. 착각인 걸까.’
만약에 싸운 거라면 레나가 저렇게 밝게 웃지는 않을 거 같았다.
연두와 시은이 앞에서.
아니, 애초에 같이 다니지도 않지 않을까.
‘그래도.. 이상했는데.’
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지우가 느끼기에 셋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진짜 싸우기라도 한 거라면, 물어보고 나서 수습할 자신이 없었다.
‘어떡하지…’
머리가 아파왔다.
만약 연시레가 싸운 게 정말 맞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먼저 다가와 준 소중한 친구들이 싸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패닉에 빠질 것만 같았다.
사실 연시레가 그 정도의 모션을 보인 건 아니다.
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던 건, 사소한 것도 잘 포착하는 지우의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복잡해진 머릿속.
“.. 아!”
그런 와중 떠올랐다.
교실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게.
아직 셋이 다툰 건 확실하지 않았고, 지금으로서 지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개를 돌린 지우는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1학년 1반 교실 앞.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
담임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지우는 집으로 향했다.
엄마와 함께.
얼마간의 침묵 속에 먼저 입을 뗀 건 지우였다.
“어, 엄마.”
그 부름에 이희영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있잖아…”
그렇다.
제 발이 저린 지우는 아까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하려는 참이었다.
지우는 생각했다.
지금의 침묵이 엄마가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실상은 전혀 달랐지만.
‘.. 오늘 저녁은 뭘 먹는 게 좋으려나.’
‘브로콜리가 두뇌에 좋다고 했지.’
‘요즘 지우가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좋을 텐데.’
그런 사소한 고민을 하고 있던 이희영이었다.
그녀는 물었다.
“엄마한테 할 말 있니?”
“그, 그게……”
망설이던 지우는 눈을 꾹 감았다 뜨고서 말했다.
“아, 아까 봤지?”
“.. 아까?”
지우는 속으로 아차 했다.
이렇게 말을 꺼내려는 게 아니었는데.
먼저 잘못했다고 할 생각이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오히려 추궁하는 듯한 물음이 나가버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횡설수설 말이 이어졌다.
“서, 선재오빠가 랩 했을 때!”
“아하.”
“.. 들었지?”
“들었지.”
“뭐, 뭐라고 하는지도?”
“응.”
망했다.
하기야 못 들을 수가 없는 가사 전달력이긴 했다.
사색이 된 지우는 말했다.
“지, 진심은 아니야.”
“응?”
“차, 착한 오빠야..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장난으로 그렇게 한 거야.”
어쩌다 보니 지우는 자기 일처럼 선재오빠를 변호하고 있었다.
본래 말을 꺼낸 의도와는 달리.
“히, 힙합은.. 옛날에 차별받던 흑인들이 자유와 저항을 외치다 탄생한 거래.”
“.. 그러니?”
“으, 응. 그래서 본토 힙합은 저항정신을 가사에 담아야 한대. 그래서 선재오빠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
“어쩔 수 없이 엄마에 대한 저항정신을 담았다?”
“…”
말문이 막혔다.
귀에 딱지가 일 정도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어떻게든 변호해보려 했지만 되려 상황이 악화된 거 같다.
그때였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게 걱정됐니?”
“.. 으, 응?”
“엄마가 그거 때문에 뭐라 할까 봐.”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했다.
“걱정 말렴.”
“… 어?”
“그 애가 지우 너는 아니잖니. 네가 그 힙합을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엄마는 뭐라 할 생각은 없어.”
지우는 눈을 끔뻑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는 그 일로 나무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 봤을 텐데.
피아노를 치며 더 좋아하던 자신의 모습을.
“.. 그, 그럼, 선재오빠는?”
“뭐?”
이제 문제는 자신이 아니었다.
“서, 선재오빠 엄청 착해. 나 3학년 되면 영어도 가르쳐주기로 했어. 선재오빠 영어 엄청 잘하거든. 그러니까……”
엄마가 선재오빠를 미워하지 않길 바랐다.
동아리 안에 있는 친구와 언니오빠들은 전부 소중한 사람이다.
그런 만큼 엄마도 싫어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 나쁜 아이 같지는 않더라.”
“…!”
지우의 입가에 번지는 웃음.
그 웃음을 본 이희영이 실소를 뱉으며 얘기했다.
“그런데 너무 웃는 거 같긴 했어.”
“.. 으, 응?”
“그 선재라는 아이가 힙합? 아니, 랩이라는 걸 할 때.”
순식간에 사라지는 웃음.
…… 역시 봤구나.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반응해서 선재오빠만 본 건 줄 알았는데.
다시 지우의 눈이 동공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우 너는……”
이번에야말로 혼나겠구나 했다.
그런데,
“음악동아리에서는 항상 그렇게 웃는 거니?”
“.. 어?”
“그냥 궁금해서. 그 안에서는 항상 그렇게.. 해맑게 웃는 건가 하고.”
알 수 없었다.
엄마가 무슨 의도로 이렇게 묻는 건지.
확실한 건, 실소를 머금은 엄마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
이어지는 한 마디.
“가끔은 엄마 앞에서도 그렇게 웃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고개를 돌린 이희영은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 멈춰있던 지우.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 어, 엄마.”
“응.”
“엄마는.. 내가 웃는 게 좋아?”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태연하기 그지없는 한 마디가 귀에 들려왔을 뿐이다.
“딸이 웃는 걸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있겠니?”
“…”
지우의 입가에 엷게 번지는 미소.
살며시 손을 뻗는다.
톡.
맞닿은 크기가 서로 다른 손.
그만큼 조금은 가까워진 거 같은 모녀의 거리였다.
***
여느 때와 같은 하굣길.
“오늘 동아리 활동 있었던 날이지, 연두야?”
“네에.”
“어땠어?”
작화팀을 개설했다.
그와는 별개다.
다른 건 몰라도 유일하게 조금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게 연두와의 일상이다.
이 하굣길도 마찬가지다.
지금 마주 잡은 손을 타인에게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연두만을 위해서가 아니야.’
나를 위해서였다.
이 시간은 내게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니까.
“재밌었어요..!”
그렇게 답한 연두는 무언가 떠오른 듯 덧붙인다.
“아빠..”
“응, 연두야.”
“오늘.. 음악실에 지우 엄마가 왔어여!”
“지우 엄마가?”
“네.”
사소한 것도 빼놓지 않고 얘기해주는 연두 특성상 확실히 꺼낼 만한 사건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지우 엄마라면 더더욱 그렇고.
“복도에서 만났는데.. 연두가 음악실에 데려다줬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인지 살짝 표정이 굳는다.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이.
“음악실 문 열었는데.. 선재오빠가 랩 하고 있었어요..”
선재라면 잘 알고 있다.
선화초 콩쿠르에서 유준이와 엄청난 힙합 듀오 무대를 선보였던 3학년 아이.
그런데 이상하네.
‘그게 심각한 문제인가?’
왜 그렇지 않은가.
단지 랩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면 그렇게 문제가 될 건 없다.
다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고는 해도, 랩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딸이 아닌 아이를 나무랄 사람은 아니니까.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그랬다.
“그런데?”
“선재오빠가 막 안 해! 안 들어! 이래서…… 지우 엄마 화날까 봐 걱정했어요..”
“하하…”
이게 무슨 말일까.
가끔 연두는 흥분하거나 심각한 말을 하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안 해! 안 들어!
내가 볼 때 이 키워드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그랬구나. 선재오빠가 랩으로 뭐라고 했길래? 뭘 안 한다고 했는지, 뭔 안 듣는다고 한 건지 궁금한데.”
됐다.
이쯤 얘기하면 다음에는 정확한 답이 온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그야, 내 머릿속에는 연두와 대화하며 생긴 데이터베이스가 확립되어 있으니까.
“선재오빠가 그랬어여!”
“오호, 뭐라고?”
“숙제 안 해! 엄마 말 안 들을 꺼야! 나는 못됐어! 버릇없어! 막 이러케요!”
이거 봐라.
여전히 흥분하긴 했지만 전달력은 확실하지 않은가.
그와 별개로 웃음이 나온다.
“.. 프흣.”
선재가 한 건 했구나.
지우 엄마 앞에서 그런 가사의 랩을 뱉었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잔뜩 걱정한 연두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 그래서? 지우 어머니가 어떻게 하셨는데?”
“반갑다고요.”
“응?”
“선재오빠한테.. 반갑다고 했어여..!”
“정말?”
“네, 정말이여.”
이건 의외다.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반갑다고 먼저 인사까지 했다니.
못 본 사이에 뭔가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지우 엄마, 많이 웃었어요..”
“웃었다고?”
“네. 유준이오빠랑 예은이가 지우한테 수학 가르쳐줬는데.. 옆에서 많이 웃어서……”
“.. 그랬구나.”
궁금하네.
웃는 걸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본 웃음과는 느낌이 다를 거 같다.
연두가 많이 웃었다고 표현할 정도면.
“그래서.. 연두는 그 웃음을 보니까 어땠어?”
“기분 좋았어요…”
그래 보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배시시 미소 짓고 있는 걸 보면.
안 되겠네.
한 번 음악동아리에서 학부모 면담 좀 해야겠다.
***
작화팀 개설 후 프로젝트 첫날.
시작은 순조로웠다.
여태껏 확인한 건 러프한 스케치 정도였지만, 양쪽 모두 개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톡톡 튀는 느낌, 섬세한 느낌.
전자는 한경우와 선우영, 후자는 최표식과 서도연 팀이다.
스케치만 봐도 파악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자세한 건 더 봐야 알겠지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누구 하나도 뽑은 걸 후회하게 될 거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완벽하지 않을지도 몰라.’
이제 첫 프로젝트다.
그리는 과정에서 성에 안 차거나,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허나 괜찮았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팀원들에게 있다는 걸 아니까.
‘가감 없이 얘기할 생각이야.’
있는 그대로의 피드백.
작화팀에 있어서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없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 그림이라고 문제가 없다는 법은 없고, 합리적인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개인이 아닌 팀이니까.
슥.
그 바탕이 되는 게 있다.
피드백도 작업물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늦은 저녁.
연두가 잠든 걸 확인하고 손에 펜을 쥐었다.
“후.. 시작해 볼까.”
이른 퇴근은 불가피하다.
아까 말했듯 내게는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 있으니까.
팀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자세한 사정을 말한 건 아니지만, 납득이 가능한 선에서 거짓 없이 이야기했다.
고맙게도 다들 이해해줬고.
허나 여기서 중요한 건, 일찍 퇴근한다는 게 팀원들보다 조금 일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아까 말했듯 연두와의 일상은 조금도 포기할 수 없다.
반드시 지킨다.
그러나 그 외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내게 달려있다.
사각. 사각.
그리고, 이게 내 선택이었다.
나름 작화팀의 수장인 만큼, 팀원들에게 결코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펜을 쥐고 있는 시간에서만큼은.
‘.. 괜찮아.’
이제는 익숙했다.
나는 이주원이기도 하고, 연두튜브 속 초록이기도 하고, 연두튜브의 편집자이기도 하고, 이든의 사진작가이기도 하고, 작화가이기도 하니까.
하나가 막 추가됐을 뿐이다.
작화팀 ‘스튜디오 초록’의 작화가이자 수장.
내가 원했던 일상이고, 나는 이 시간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밤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