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61
161
집에 도착했다.
놀이방에서 놀고 있었던 까미, 누리, 화이가 차 소리를 듣고 앞마당으로 달려 나왔다.
[사과나무 그림 가져왔다냥.]새끼 고양이 화이가 백한성이 들고 온 그림을 발견하자 반색하여 반응을 보였다.
케이스에 들어 있는 그림의 상태였기에 겉으로 보기엔 무슨 그림인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화이는 그걸 용케 눈치챈 기색이다.
‘확실히 신기한 녀석이지?’
하긴 화이는 메시지가 발현되기 전부터 첫눈에 백설 화가가 그린 황금 사과나무 그림에 화수분이 숨어 있는 것을 꿰뚫어 보았고, 심지어 그림을 불에 태워 버리라고 했다.
쓰담쓰담.
나는 바닥에 몸을 낮추어 화이의 털을 쓸어 주며 말했다.
“그래, 화이 말대로 이 그림은 황금 사과나무 그림이 맞아. 화수분이 숨겨져 있는 그림 말이지. 그리고 이제 이 그림을 불에 태워 버릴 생각이야.”
내 말을 들은 화이의 하늘색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내가 자신의 말을 들어 준 것이 기쁜 모양이다.
그때 케이스에 들어 있던 그림을 꺼내 앞마당 평상에 내려놓은 백한성이 황금 사과나무 그림에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화수분이 숨을 정도의 그림이라 그런지 선기가 느껴지긴 하네요.”
백한성의 말에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평상에 놓아둔 황금 사과나무 그림을 살펴봤다.
호텔에서는 라이언을 상대하느라 그림을 찬찬히 살펴볼 여유가 없긴 했다.
“확실히 보통 그림과는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긴 하는군요.”
인터넷상에 올라온 황금 사과나무 그림을 볼 때도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직접 그림을 대하자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요상한 기분을 자아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금빛이 감도는 사과들이 반짝반짝 빛을 뿜어내며 나를 유혹하는 느낌이었다.
이 그림을 손에 넣었던 라이언의 심신이 피폐해진 것도 이해가 되었다.
‘황금 사과들이 뿜어내는 기운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랬기에 비록 그림에 불과한 사과들이지만 화수분이 숨은 그림답게 인간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그림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림에 홀려 목숨까지 내놓는 것도 모르고 계속 기가 빨려 나가 죽게 될 터.
그러자 황금 사과나무 그림을 가만히 주시하고 있는 나를 향해 백한성이 물었다.
“혹시 대표님 눈에는 화수분이 보이십니까?”
“화수분…….”
백한성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은 그는 그림 속에 숨겨진 화수분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일 터.
그의 물음에 나는 다시 찬찬히 황금 사과나무 그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순간.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과를 발견하게 되었다.
‘저것이 화수분?’
사과나무에 매달린 황금 사과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사과이기도 했다.
그림 제목이 황금 사과나무답게 가지에 달린 사과들은 반짝반짝 금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과 중에서도 가장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사과가 하나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사과는 그 사과 뒤에 숨은 사과였다.
마치 빛나는 사과의 그림자처럼.
아름다운 금빛을 유혹적으로 흘리고 있는 사과의 뒤에 거무튀튀한 둥그런 물체가 보였다.
‘아마도 저 사과는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과일 테지.’
그것이 아니라면 황금 사과나무에 저렇게 이상한 거무튀튀한 사과가 달려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백 팀장님도 저 사과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군.’
저렇게 눈에 띄는 사과인데 그걸 지적하지 않고 있는 백한성이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또 있다.
그림 속에서 가장 초라한 사과임에도.
‘내 눈에는 저 거무튀튀한 사과가 가장 빛이 나는 느낌이 든다.’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실 지경.
이 세상의 사과가 아니란 느낌.
사과를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이 일렁인다.
스윽!
나도 모르게 사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림 속의 사과였기에 딸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허어!”
내 손에 둥그런 물체가 들려 있다.
마치 황금으로 빚어진 물체처럼 금빛이 감돌고 있었고, 너무도 강렬한 유혹적인 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손바닥에 놓인 황금 물체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곁의 백한성을 쳐다봤다.
“백 팀장님 눈에도 이게 보이나요?”
“하아! 보입니다! 그것이 그림에 숨어 있던 화수분인 모양입니다.”
선계의 해결사였던 백한성은 화수분을 실제로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인지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그때였다.
[화수분을 찾아냈다냥.]새끼 고양이 화이가 눈을 빛내며 흥분된 목소리를 흘렸다.
[빛나는 사과당.]까미도 내 손에 들린 물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단 기색으로 쳐다봤다.
[……모르겠다냥.]유일하게 누리만이 내 손에 들어온 물체를 확인할 수가 없었던지 고갤 갸웃거렸다.
준영물에 해당하는 누리였지만 화이나 까미와는 아무래도 타고난 기운 자체가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화수분을 찾아냈으니 이젠 어쩌죠? 그림에서 화수분을 떼어 냈으니 굳이 그림을 태우지 않아도 될 듯싶긴 한데 말이죠.”
“그렇긴 하지만 화수분을 선계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모르고 계실 테니 그림에 다시 집어넣고 태우는 방법이 좋을 겁니다.”
“흐음, 왠지 다른 방법이 있을 듯싶네요.”
“다른 방법이라고요?”
나는 손바닥에 놓인 물체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몰라도 나는 화수분을 선계로 돌아가게 만들 방법을 알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신력이 40으로 늘어난 이유.
자색 환상초와 노란 달빛초로 사라진 선계의 기억을 되찾는 것은 실패했지만, 화수분을 선계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신력이 필요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안개와도 뿌연 기억 속에.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라 버렸다.
-명하노라. 화수분을 원위치로 복귀시킬 것!
나도 모르게 손바닥에 놓인 금빛이 감도는 물체를 바라보며 의지 발현을 시도했다.
그러자 그런 나의 행동으로 인하여 갑자기 주위로 오색찬란한 빛이 폭사되기 시작했다.
차라라락!
그러면서 손바닥에 놓였던 금빛이 감돌던 둥그런 물체가 꼬리가 길쭉하게 늘어진 아름다운 황금 비조로 변하여 쏜살같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더는 황금 비조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자 주위로 폭사된 오색찬란한 빛도 사라져 버렸다.
“허어! 지금 현상은 화수분이 선계로 복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대체 화수분을 어떻게 선계로 복귀를 시킨 겁니까?”
백한성의 경악한 시선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글쎄요. 저도 모르게 행한 일이라.”
그런데 화수분이 그림에서 사라진 것에 백설이 그린 황금 사과나무 그림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혼을 빨아들이던 유혹적인 느낌이 사라졌다. 그저 금빛이 감도는 사과들이 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그림에 불과했다.
‘거무튀튀한 사과도 사라졌다.’
화수분이 숨어 있던 가지에 달려있던 거무튀튀한 사과는 더는 그림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수분을 선계로 돌려놓는 것을 성공했음.] [화수분에 기생하던 마령 5호를 자동적으로 처리가 되었음.]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반투명의 막에 글자가 아른거리는 메시지가 아니라 머릿속을 청아하게 울리는 메시지였다.
‘마령 5호를 처리했다고?’
나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정의 샘물을 이곳 세상에 유출시킨 것으로 마령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이번 샘물은 화수분이 숨은 그림을 손에 넣는 바람에 심신이 피폐해진 라이언을 구하는데 사용되었기에 그걸로 계산이 끝났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화수분을 이곳 세상에 유출시킨 범인이 바로 마령 5호?’
거무튀튀한 사과.
그렇다면 화수분을 둘러싼 그 기운이 바로 마령 5호의 기운이었다는 의미일 터.
마령 5호는 이제까지 상대했던 마령들에 비해서 능력이 강한 마령이기에 얼마든지 화수분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황금 사과나무 그림을 손에 넣은 라이언의 생기가 그리 심하게 빨려 나간 것도 결국은 화수분 때문이 아니라 마령 5호의 농간이었음이 밝혀졌다.
‘나로선 완전 땡잡았네.’
이렇게 되자 선계에서 유출된 화수분 문제도 처리하고, 거기에 덤으로 마령 5호까지 처리를 하다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나는 이 기쁜 소식을 백한성에게 알려 주고자 그에게로 고갤 돌렸는데.
폴짝.
화이가 평상에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녀석은 그림을 직접 확인하더니 하늘색 눈동자가 기분 좋게 반달로 휘어졌다.
[화수분이 돌아갔다냥.]그림 속에 숨어 있던 화수분을 발견한 화이답게 그림에서 화수분이 사라진 것도 간파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령 5호에 대해서는 화이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듯싶다.
“화수분이 사라진 이상 그림을 태울 필요는 없으니 이 그림은 그냥 거실에 거는 것이 좋겠네요.”
“하긴 100억에 거래된 그림이니만큼 소장 가치는 있을 겁니다.”
백한성이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나 역시 환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화수분이 숨을 정도의 선기가 느껴지는 백설 화가의 황금 사과나무 그림이었는데 그걸 태우지 않고 소장하게 되었으니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쁜 소식이 있어요. 저도 미처 몰랐는데 화수분을 처리하는 과정 중에 마령 5호도 함께 처리된 모양입니다.”
“마령 5호를 처리하셨다고요?”
“네, 화수분을 이곳 세상에 유출시킨 마령 5호가 계속 화수분 주위에 맴돌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 백설 화가의 그림 속에 몰래 위장을 하게 되었고요.”
“허어! 놀라운 소식이로군요. 아무튼 잘되었습니다. 이제 그림의 처리도 끝났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번 주말을 보내셔도 되겠군요.”
“네에, 주말에 아버지와 형님네 가족들을 이곳에서 초대해서 밥이나 함께 먹을 생각이에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백 팀장님이 곁에 계신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습니다.”
“하하하!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 좋군요.”
백한성이 활짝 웃어 보였다.
나는 그를 배웅하고 나자 그림을 갖고 집으로 들어와 거실 벽에 걸어 놓았다.
화수분과 마령 5호가 사라진 탓에 유혹적인 느낌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선기가 스민 그림답게 멋졌다.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아버지, 이번 주말에 저희 집에서 형님네 식구들과 함께 점심 식사나 하시죠. 이번에 재배한 상추 맛이 아주 기가 막히게 좋거든요.”
-오냐, 허허허. 나야 언제든지 불러만 주면 땡큐지. 기현이에겐 내가 연락을 하마. 고기는 우리가 준비해 갈 테니 너는 상추만 준비해.
“네, 그럴게요. 하하! 그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아버지 장흥수와 통화가 끝나자 나는 거실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토옥.
벽에 걸린 그림에서 금빛이 감도는 뭔가 떨어져 내렸다.
황금 사과에 칠해진 물감이 벗겨진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건 뭐지?’
해바라기 씨앗만 한 금빛 물체.
그걸 손에 넣은 순간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지더니 눈앞에 무릉도원이 펼쳐지는 기분이 일었다.
“저 여인은 선계의 무릉도원을 관리하는 화족장의 막내 여식인 설화입니다. 이번에 선주님 화원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죠.”
아름다운 여자였다.
눈처럼 뽀얀 피부색에 선한 기운이 가득한 하늘색 눈망울이 나를 수줍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모습에서 문득 새끼 고양이 화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수상한 야산을 사버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