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41
형님네 식구.
복장들이 다들 편해보였다.
오늘 이곳에서 고구마를 심기로 한 것에 대해 미리 장흥수에게 말을 꺼내놓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장흥수도 그렇지만 형님네 식구들의 차림새도 격식을 갖춘 정장 같은 것이 아니라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처럼 편한 차림새였다.
장남 장기현.
나의 형님이 될 사람.
올해 40살인 그는 명성그룹의 사장직을 맡고 있다.
체격이나 생김새는 크게 튀지는 않았지만 장흥수와 비슷한 온화한 인상이었고, 특히 눈빛이 맑고 선해 보여 마음에 든다.
장기현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혹시라도 갑자기 등장한 아우인 나에 대해 경쟁 심리를 갖게 된다거나 견제를 하면 어쩌나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동안 장흥수를 아버지로 모시고 이제까지 살아온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굴러 들어온 돌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나를 순수하게 아우로 대하는 분위기임을 엿볼 수 있었다.
“강산입니다.”
“장기현입니다.”
“형님이신데 말을 놓으시죠.”
“흠흠. 그래도 될까?”
“네. 그러세요.”
나는 장기현과 웃으며 악수를 주고받았다.
내 이름 강산.
보육원 원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어릴 때의 기억이나.
원장이 무엇을 좋아하냐고 묻자.
나는 대뜸 산이 좋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보육원 원장의 ‘강’ 씨 성에다 ‘산’이라는 내 이름이 만들어진 셈이다.
나는 장흥수 회장의 아들로 밝혀지긴 했지만 개명은 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던 이름을 쓰기로 했고, 그걸 장흥수도 수긍했다.
나는 만조금융의 대표였다.
장흥수의 재산보다 더욱 많은 재산을 보유한 상태였기에 굳이 개명까지 해가면서 그곳의 재산에 눈독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
평화롭게 이곳에서 사는 것이다.
솔직히 만조금융의 대표가 된 것보다 영약 보고나 다름없는 이곳을 소유한 것이 나로서는 더욱 의미가 컸다.
형님 아내인 한해숙.
올해 38살인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에 맑고 선한 눈빛을 하고 있어 첫인상이 좋았다.
참고로 백한성이 전해준 정보로는 한해숙의 부친은 장흥수 회장과 오래된 지우로, 현재 명성그룹의 계열사인 명성화장품에서 사장을 맡고 있다.
장기현과 한해숙은 부부 사이 애정도 돈독한 편이었고, 자식으로 초등학생인 딸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데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였다.
한해숙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
나에 대해 그녀도 장기현처럼 경계심보다는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환골탈태한 내 외모를 감탄한 눈으로 쳐다봤다.
“강산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해숙이라고 해요. 실은 여기 오면서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와보니 너무 좋네요. 도련님도 너무 근사하고요.”
“좋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차분한 목소리에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 이런 여자가 형수라니 다행이긴 했다.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많이 곤란했을 텐데.
“안녕하세요, 삼촌! 저는 장송이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조카 장송이.
초등학교 3학년.
송이는 엄마를 닮아서 아주 예쁘게 생겼고, 부부의 맑고 선한 눈빛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티셔츠에 청 멜빵 차림새.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송이가 나를 향해 배꼽손 인사를 하고는 수줍은지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송이 머리 위에 뜬 단어들.
지금 송이의 마음이 어떤지 익히 짐작이 되었다.
솔직히 생각지도 못한 조카였다.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깜찍한 조카를 갖게 되다니.
나는 형님과 형수를 대할 때에 비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조카가 생겨서 기분 좋은데. 말 놔도 되겠지?”
“네! 삼촌 진짜 존잘이에요!”
존잘이란 존나 잘생김을 뜻했다.
환골탈태한 덕분에 이런 말도 들어본다.
전의 외모였다면 송이는 뭐라고 했을까.
착한 아이이니 그래도 삼촌을 좋아하긴 했을 터.
아이의 티 없는 맑은 눈빛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멋지게 봐줘서 고맙다. 우리 송이도 아주 예쁜데?”
“히히히!”
송이가 수줍게 웃었다.
형님네 가족과 인사가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버지. 소고기는요?”
“오! 트렁크에 있다.”
“제가 꺼낼 테니 차키 주세요.”
장흥수에게 차키를 받아서 트렁크에 실린 소고기를 꺼냈다.
한번 인사를 나누고 나자 신기하게도 가족을 대하는 것에 어색함이 덜해졌다.
“아버지. 무슨 고기가 이렇게 많아요?”
“허허허! 남으면 뒀다가 먹어.”
“절반만 구워도 충분하겠네요.”
장흥수는 내가 살갑게 아버지라 불러주자 아주 흡족한 기색이었다.
“산아. 나는 뭘 도와주면 될까?”
장기현도 피로 이어진 형제는 아니지만 나를 아우로 받아들여서 그런지 표정이 밝아보였다.
“도련님! 평상에서 점심을 먹을 거죠? 그럼 제가 주방에 들어가서 좀 거들어 드릴게요.”
한해숙도 스스럼없이 나왔다.
어차피 점심 먹을 준비는 모두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고기만 구우면 뚝딱이었다.
그 전에 나는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을 소개하기로 했다.
까미와 누리였다.
닭들은 나중에 식사를 하고 나서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 소개할 생각이었기에 지금은 생략했다.
안 그래도 손님이 찾아온 것에 까미와 누리가 관심을 갖고 이곳으로 달려온 상태였다.
“제가 이곳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인데요. 까만 녀석은 까미라고 하고, 누런 녀석은 누리라고 해요. 둘 다 인사해야지?”
내 말에 까미가 장흥수부터 시작하여 장기현, 한해숙, 조카 송이의 순대로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녀석이 악수를 청하듯이 발을 내밀어 보여 모두를 깜놀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누리 역시 까미의 차례가 끝나자 모두에게 다가가 살짝 꾹꾹이를 해주는 동작을 취해보였다.
“와! 대박! 강아지랑 고양이가 삼촌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진짜 너무 귀엽다! 히히히!”
어른들도 까미와 누리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조카 송이가 녀석들을 더욱 좋아했다. 송이가 털을 쓸어주자 까미와 누리는 싫지 않은지 얌전히 받아들였다.
다행히 장흥수도 그렇고 형님네 가족도 까미의 눈알이 선홍색인 것을 별로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독특한 강아지라며 매력적으로 받아들였다.
“자! 그럼 고기 굽겠습니다!”
형수 한해숙이 주방에서 퍼온 밥과 된장찌개를 평상에 펴놓은 상에 날랐고, 나는 화덕의 불을 지펴서 장흥수가 사온 소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호! 이건 자연산 송이 아니냐?”
“네. 향이 좋으니 많이 드세요.”
장흥수는 송이버섯을 준비한 것에 입이 흐뭇하게 벌어졌다. 소고기보다 버섯이 더 입맛에 맞는지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
조카 송이는 버섯 이름이 송이라는 것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히히. 내 이름도 송이인데.”
“그렇네? 하하. 송이도 많이 먹어. 점심 먹고 이따 고구마도 심고 산딸기도 딸 거니까.”
“산딸기도 있어요?”
“응. 아주 빨갛게 익었더라.”
송이는 산딸기에 관심을 보였다.
장기현과 한해숙도 이곳에서의 식사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찾아왔던 모양인데 자연산 송이버섯의 맛과 향에 크게 만족해했다.
까미와 누리도 소고기를 맛봤다.
적당히 먹고 나서 녀석들은 다시 텃밭으로 달려갔다. 영리한 녀석들이 내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다.
“군고구마 대령입니다!”
“와아! 군고구마다!”
모두 평상에 둘러앉아서 소고기에 자연산 송이버섯을 실컷 구워 먹고 막판으로 호일에 싸서 구운 고구마까지 다들 아주 입이 호강을 했다.
정리를 하는 것도 수월했다.
장흥수와 송이는 텃밭에 나가 구경을 하도록 했고 남은 셋이서 정리를 하니 금방 끝났다. 장기현도 그렇고 한해숙도 성격이 좋아서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였다.
“그럼 소화도 시킬 겸 고구마 모종을 심어볼까요?”
이곳에서 와서 고구마 심기 체험학습을 하게 된 것에 조카 송이는 완전 신난 기색이고, 어른들도 제법 관심을 보였다.
그 전에 나는 장흥수 회장과 형님네 가족에게 만년화리 비늘로 만든 목걸이를 하나씩 건넸다.
“모기를 쫒아주는 효과가 있는 목걸이거든요.”
“그래요? 신기한 재질이네요?”
확실히 형수 한해숙은 여자답게 장신구에 관심이 있는지 목걸이를 목에 걸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영롱한 비늘의 재질에서 흘러나온 향기가 아주 좋았기에 말이다.
다들 목걸이를 목에 걸자 나는 다음에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닭들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저기 보이는 닭들과 병아리는 제가 이곳에서 키우는 녀석들이거든요. 덕분에 아침에 신선한 계란을 제공해주기도 하죠.”
내 말을 들은 탓인지 먹이활동을 하던 닭들이 일제히 이곳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내가 손짓을 보내자 다시 먹이활동에 들어갔다.
“와! 병아리도 있다! 나 병아리 완전 좋아하는데. 히히!”
조카 송이가 암탉을 따라서 삐약거리며 움직이는 병아리를 발견하곤 크게 환호를 했다.
닭들과 병아리 소개도 끝났고.
이제 나는 모두에게 고구마 모종 심는 기구를 나눠주었다. 실은 모종 심는 기구는 이장에게 좀 더 부탁해서 모두의 머릿수에 맞출 수 있었다.
“이걸로 고구마 모종을 심으면 쉽게 심을 수 있거든요.”
먼저 고구마 모종 심기 시범을 보여주었다.
농사 일이 처음이지만 다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라 즐겁게 받아들였다. 내가 열 일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럿이 움직이니 고구마 심기도 금방 끝이 났다.
“나중에 수확할 때 오셔서 고구마를 직접 캐 가세요.”
“허허허! 그것도 아주 재미있겠구나.”
장흥수는 고구마 모종을 심는 일에 아주 재미가 들린 기색이다. 집에 돌아가면 지금 살고 있는 평창동 저택 후원에 고구마 모종을 심어봐야겠다고 했다.
그런 장흥수 모습에 장기현은 나중에 손이 필요하면 말하라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부자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리고 형수가 중간 역할을 잘 해줘서 그런지 다들 평온해보였다.
“이제 산딸기를 따러 가볼까?”
모두를 데리고 산기슭 쪽으로 움직였다. 그곳에 열린 새빨간 산딸기를 발견한 송이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산딸기를 직접 따서 먹어보더니 방긋 웃었다. 맛은 신 맛이 강하지만 산에서 열매를 따서 먹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어른들도 산딸기를 몇 개 따서 맛을 보더니 흐뭇하게 웃었다. 재벌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나 이곳에서 보인 모습엔 가식이 없이 자연스러웠다.
산딸기를 따보고 나서 다시 앞마당 평상에 모였다.
“이건 제가 산에서 채집한 도라지로 만든 차거든요.”
나는 100년산 장생도라지로 만든 차를 모두에게 돌렸다. 도라지차를 맛본 장흥수 눈빛이 이채를 발했다.
“이건 장생도라지로구나.”
“맞아요. 운 좋게 산에서 발견한 것으로 꿀 절임을 해봤거든요. 이따 가실 때 드릴 테니 틈틈이 타서 드세요.”
“허허! 고맙구나. 이제까지 마셔본 장생도라지 중에서 최고다. 목이 아주 편해졌어.”
“다행이네요. 입맛에 맞으셔서.”
나는 장흥수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장기현과 한해숙도 도라지 차의 쌉쌀 하면서도 향긋한 여운이 기분 좋은지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조카 송이는 어려서 그런지 쌉싸름한 도라지 차보다는 산기슭에서 따온 산딸기가 더 마음에 드는 기색이다. 송이는 작은 통에 담긴 산딸기를 들여다보며 배시시 웃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삼촌. 오늘 하루 완전 꿀잼이었어요. 나중에 여기 또 놀러 와도 돼요?”
나는 대답 대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