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136)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137화
34. 폐관 수련도 아니고…… (3)
에릭 강의 코디네이트 프로그램의 두 번째 단계는 실내에서 이뤄졌다.
피트니스 센터도, 실내 연습장도 아닌…… 버펄로스 필드의 전력 분 석실에서 말이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전력 분 석실에서 하는 게 최고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네요.”
에릭 강이 이경훈에게 커다란 안경 을 건네며 말했다.
“최신 기술로 제작된 최고의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이에요. 비싼 거지 만, 가져왔어요. 이경훈 선수의 눈은 소중하니까요.”
“이걸…… 쓰라는 겁니까?”
“네. 이걸 쓰시고 영상을 보시면 되는데……
에릭 강이 전력 분석실의 장비들을 능숙하게 조작하더니 가장 큰 화면 에 어떤 영상을 띄웠다.
이경훈이 ‘실패한’ 경기의 영상이
었다.
“너무 오래된 영상은 효과가 반감 이 되죠. 최근 세 시즌 간, 이경훈 선수가 좋지 못한 결과를 거두셨던 플레이의 시작과 끝을 모아봤습니 다.”
이경훈이 황당하게 물었다.
“직접 하신 겁니까? 전부?”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 프런트의 도움을 받았죠. 영상을 추리고 정리 한 건 저지만요. 꽤 힘든 작업이었 다는 걸 굳이 말씀드리지는 않겠습 니다.”
에릭 강의 말에, 이경훈이 더욱 황
당하게 생각했다.
‘방금 말한 거 아닌가……?’
에릭 강이 박수를 짝, 치더니 정리 하듯이 말했다.
“화장실도 다녀오셨겠다, 논스톱으 로 달려보죠. 사실, 영상의 길이가 꽤 됩니다. 몸이 근질거린다고 호소 하신 차에 정말로 죄송한 말씀이지 만……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 깊게 봐주세요.”
“ o ” M…•
이경훈이 미간을 좁히며 에릭 강의 지시에 대해서 생각했다.
‘세컨드 스텝이라고 했나……? 뭘
하자는 거고, 뭘 원하는 건지 모르 는 건 아니다.’
지나간 경기의 영상을 보면서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생각 하고 반성하자는 거다.
다시 말하면, 한국 프로 야구 리그 에서의 이경훈에 대해서 되짚어보자 는 거다.
“퍼스트 스텝과는 달리 이제부터는 우리의 목적을 명확하게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러실 필요가 있으며, 그러 실 권리가 있어요.”
에릭 강이 말을 이었다.
“어제 말씀드렸던 동기부여이론 말
인데요. 계기를 아주 비중 있게 다 루는 이론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동 기와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 더라도, 그 방아쇠를 당겨줄 계기가 없다면 동기는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없다. 라는 거죠.”
이번에는 한 문장으로 요약해 주는 에릭 강이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이로운 자극을 받으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 영상들이 말씀하신 이로운 자 극이라는 거고요.”
“예. 약속드리겠습니다. 이 단계 이 후로는 신나게, 그리고 신물 나게
훈련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바라던 바다.
‘안 그래도, 조만간 예전 플레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5초 후의 게시판과 함께 선전하며 자신의 기량까지 끌어올린 이경훈이 다.
그 이전과 그 과정에서 겪은 실패 를 다시 돌아보는 건 이경훈에게 아 주 큰 도움이 될 거다.
‘그게 코디네이트 프로그램의 과정 이라면 꺼릴 필요는 없다. 이왕 하 게 된 거 제대로 하는 거다.’
라는 각오를 다진 이경훈이, 에릭 강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따라줘서 고맙다는 듯, 에릭 강이 고개를 슬쩍 숙였다.
“버펄로스의 프런트 측에는 에이전 트 김이 잘 말해놨다고 하니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 다는 괴로울지도 모르니, 멘탈 꽉 잡으십시오. 탑 클래스 플레이어인 이경훈 선수시니, 그리 걱정은 안 됩니다만. 그럼, 모쪼록 농도 짙은 시간 되시길……
라고 말하더니, 에릭 강이 전력 분 석실을 나섰다.
이경훈이 에릭 강에 대해서 생각했 다.
‘저 사람, 한국어는 정말 잘하는데 표현이 조금 미묘할 때가 있단 말이 지……
자신도 영어를 하게 되면 저럴 때 가 종종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경 훈이 쓰게 웃었다.
이경훈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돕기 위해서 온 코디네이터니 언어 부분 에서도 가르침을 줄 터다.
어쨌든.
‘어디, 내 과오들을 감상해 볼
까-.J
에릭 강이 건네준 안경을 쓰며, 이 경훈이 영상을 재생했다.
에릭 강의 말대로, 그렇게 쉽지만 은 않은 일이었다.
3년 전.
‘아니, 저 타구를 놓쳤다고? 넥스 트 플레이는 왜 저런데……! 저런 플레이를 하면 당장 2군으로…… 갔 었구나. 다음 날 바로 가서 11일 있 다가 올라왔지.’
‘이건……. 기억이 난다. 1, 2루 더 블 스틸이었는데 2루 베이스로 송구 한 게 빠지면서 1실점에 3루가 됐 지. 관중석에서 걸진 욕이…… 들리
네. 음소거 해줬으면 참 좋았을 텐 데.’
‘헛스윙? 놓쳤다고? 저 한가운데 실투를? 네가 사람이냐? 내가 쳐도 너보다는 잘 칠…… 나구나.’
2년 전.
‘표정부터 나 병살 치겠습니다, 라 고 하고 있네. 여기서 체인지업 하 나 떨어뜨려 주면 귀신같이…… 병 살이다. 헬멧은 왜 집어 던진 건데? 네가 못 친 거잖아, 새끼야!’
‘민한근 선배가 개같이 던진 것도 있지만 내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볼이었다. 그래도 몸은 착실하게 따
라갔군. 흘리지만 않았어도 어떻게 든 막았을 거다.’
‘한 경기에 병살타를 두 개나 쳤는 데 용케 교체가 안 됐군. 문창준 쉬 는 날이었나……. 그래도 타구 질 자체는 좋았다. 하필 유격수 정면으 로 가서 문제였지.’
1년 전.
‘박승중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된 다음 날이다. 이날 박 창화 코치님이 그렇게 꼽을 줬는 데……. 희생 플라이 노려 친답시고 때렸는데 너무 얕았군. 팀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여기서는 포심 패스트볼도 좋았지 만 커브를 한 번 보여주고 가는 게 더 안전했을 텐데. ……아웃이군. 결 과적으로는 잘됐는데도 아쉬운 플레 이였다고 영상에 넣은 건가? 대단한 데, 에릭 강.’
‘손목에 염좌가 왔는데 참고 뛴 날 이었다. 홈런은 쳤지만 팀은 졌지. 이 이후로 8연패 수렁에 빠졌고.’
그리고…… 버펄로스의 백업 포수 이경훈이 5초 후의 미래를 읽기 시 작했다.
‘커브가 맞는다길래 슬라이더 사인 을 냈던 때다. 이 경기에서 유일한
실점을 홈런으로 내줬지. 이 홈런이 없었다면 최우종은 계속 선발 투수 로 버텼을 수도 있겠군. 괜히 미안 한데……
‘경펄이의 도배 때문에 5초 후의 게시판을 못 읽은 날이었다. 이제 보니까 투수가 좋은 볼을 던졌었군. 원만하게 해결돼서 천만다행이 다……
‘2루타를 쳤군. 홈런을 쳤어야 했 다는 건가? 5초 후의 게시판에서는 2루타였었는데. 미래 취사 선택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겠군. 에릭 강 은 모르고 넣은 거겠지만…… 한 번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그리하여, 장장 몇 시간에 걸쳐 모 든 영상을 탐닉한 이경훈이었다.
“폐관 수련도 아니고……
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만만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이 로운 자극이 되는 일이었다.
‘예전의 플레이는 물론이고, 최근 에 플레이에서도 고칠 점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지금 당장이라도 훈련 하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훈련 의욕에 불타던 이경훈이 더욱 불타게 되었다.
이경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훈련하면 효율이 정말 최고 일 거다. 조금 분하긴 하지만……. 에릭 강의 방식이 옳았다는 거다.’
이경훈은 그런 에릭 강의 코디네이 트 프로그램을 착실하게 따르기로 결심했다.
에릭 강이 말한 ‘믿음의 공유’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끝난 줄 알았던 영상이 타이 밍 좋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상이자…… 에릭 강의 깜 짝 선물이었다.
[9회 초. 투 아웃. 2020 시즌의 챔 피언이 결정되기까지 남은 아웃 카 운트는 단 한 개. 버펄로스의 팬들 은…… 버펄로스의 선수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연호하며 그 순간만을 기 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선수의 이름을 연호한 뒤에 도, 버펄로스의 팬들은 한 선수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이경훈. 이경훈. 이경훈. 그 선수가 버펄로스를 정점으로 올려내기 일보 직전.] [최우종, 5구…… 스트라이크! 삼 진 아웃! 경기 종료! 버펄로스! 2020 시즌 한국 프로 야구 리그 챔피언! 10년 만에 오른 포스트 시즌 에서! 버펄로스가 왕좌를 탈환합니 다!]
“마지막 스트라이크요, 정말로 스 트라이 크였나요?”
불쑥 나타난 에릭 강의 물음에, 이 경훈이 전율로 떨려오는 자신의 왼 손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스트라이크였어요. 내가 이 손으 로 직접 받았습니다. 확실해요.”
“2021 시즌 월드 시리즈 7차전에 도 받을 거죠? 마지막 스트라이크.”
“7차전이라니……. 못해도 5차전에
서 끝낼 겁니다. 가급적이면 4차전 에서 끝낼 거고요. 상대가 누가 되 든.”
이경훈의 대답에, 에릭 강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그러기 위한 훈련을 시작합시다. 이틀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는 몸이 고생할 땝니다.”
이경훈의 봉인이 해제됐다.
피트니스 센터.
“뇌척수액! 외부 충격에서 뇌를 보 호하고 호르몬을 공급하며 뇌를 최 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해 주는 고마 운 녀석입니다! 뇌는 신체의 컨트롤 타워! 즉, 뇌척수액을 원활하게 하 는 것은 신체를 원활하게 하는 것! 그리고 지금 이경훈 선수께서 하고 계신 운동은 뇌척수액을 순환시키는 운동입니다! 계속! 자세 유지하세 요!”
“으극, 끄으그극……
버펄로스 필드.
“동체 시력! 그거 필요 없다 하는 코치는 멱살 잡고 흠씬 패도 합법입
니다! 오늘부터 매일 하루 1시간 동 안 지금 하고 계신 동체 시력 강화 프로그램을 루틴처럼 하겠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안구 운동 다섯 세트 씩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우. 위. 비행기. 좌. 우산. 좌……. 아래! 위! 아래! 아래! 위! 좌! 자동 차!”
다시 피트니스 센터.
“하드웨어! 허벅지 두껍다고 방심 하면 안 됩니다! 아메리칸 풋볼 하 다가 배트 글러브 잡은 괴물 같은 놈들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이 메이 저리그입니다! 뼈 위에 근육을, 근 육 위에 근육을 겹겹이 쌓아 올려야
만 합니다! 그렇다고 근육 돼지가 되라는 건 아니에요! 근육은 부풀리 는 게 아닌 다지는 것! 내근육 없는 외근육은 단백질로 된 풍선! 그런 의미에서 한 세트, 아니. 세 세트 더!”
“후욱! 후우……. 후욱! 후우••••••. 훅, 후욱……
에릭 강이 장담했던 대로, 신나고 도 신물 나는 트레이닝이었다.
일찍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울트라 하드코어 트레이닝에, 이경훈이 혀 를 내두르며 생각했다.
‘저 사람, 아니. 저 자식은 정말 미
친놈이다…
그렇다면 그 미친놈의 트레이닝을 어떻게 꾸역꾸역 따라가는 자신은 어떤 놈인지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 하는 것을 그만두는 이경훈이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는, 엄청난 트레이닝이었다.
코디네이트 프로그램이라고 쓰고 6 주간의 자기 고문이라고 읽는, 수라 나찰 고행이 끝났을 때.
“후……
이경훈은 메인터넌스로 업데이트됐 던 5초 후의 게시판만큼이나 진화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