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207)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210화
51. 계속 쳐도 되는 거다!(1)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이벤트 부스를 진행한 CIT 학생들 을 위한 사인회가 시작됐다.
사인회에 참여하는 선수는 이경훈 과 시저 스타와 제럴드 포지와 잭 블레이크, 엔리케 파라였다.
이경훈, 시저 스타, 그리고 제럴드 포지는 사인회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 측과 일찍이 협의가 되어 있었지만, 잭 블레이크와 엔리케 파 라는 갑작스레 사인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디슨 가드너가 사인회를 거부하 고 바로 퇴근했기 때문이다.
‘등판 결과도 좋았는데 기분 좋게 해주고 가지……
CIT의 날이 싫었던 건지, 홈런 하 나 맞은 게 분했던 건지, 퇴근하는 매디슨 가드너의 표정은 굳어져 있 었다.
어쨌든, 이경훈은 샌프란시스코 타 이탄스 선수들과 사인회에 임했다.
경기 직후라 피곤하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많지는 않았기에 부담은 적었다.
사인 한 번에 걸리는 시간이 꽤 길었지만 말이다.
“오늘도 끝내줬어요, 이경훈! 홈런 치면서 도루도 하는 5할 타율 포수 라니…… 비디오 게임에서도 안 나 오는 스펙이라고요, 젠장!”
“하하……. 고마워요. 이제 다음 학 생에게 사인해야 하는데……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주면 안
되나요? 여기, 제 버니어 캘리퍼스 에……
다음 학생은 애리조나 스네이크스 셔츠를 입은 학생이었다.
“……승리 축하해요, 이경훈 선수.”
“고마워요.”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드려요. 한 국에서는 몇 번의 도핑 테스트를 받 으셨나요?”
애리조나 스네이크스의 팬인 듯한 학생의 악의적 질문에, 이경훈이 쓰 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한국 프로 야구 리그의 도핑이 다 섯 번. 세 번은 불시 검사였고요.
올림픽에서는 세 번. 결승전 1시간 전에 받은 건 제외하고요. 내가 도 핑 테스트로 뺀 애먼 피만 생각하면 빈혈 증세가 오는 것 같다니까요. 하하……. 아, 메이저리그에서도 두 번 정도 받았어요. 결과도 나왔고요. ……대답이 됐나요?”
이경훈의 대답에, 애리조나 스네이 크스의 팬인 듯한 학생이 민망한 기 색을 내비치곤, 도망치듯 사라졌다.
조예리와 친구들은 사인회가 끝나 갈 무렵 나타났다.
“경훈이 형! 고생하셨어요.”
“그래. 바쁠 텐데 멀리서 와서 응
원해 줘서 고맙고.”
이경훈의 대답에 조예리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사인해 주세요!”
“그래야지. 그러고 보니, 사인회에 서 보는 건 두 번째인가?”
작년, 한국 프로 야구 리그 올스타 전에서 열렸던 사인회를 말하는 거 다.
그때, 조예리는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채로 이경훈에게 사인을 받으며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조예리가 부끄러운 듯 말까지 더듬 거리며 대답했다.
“네! 그, 그때 처음 뵀네요……
‘아니.’
조예리는 이경훈을 그때 처음 만났 을지도 몰라도, 이경훈은 그 전부터 조예리를 알고 있었다.
‘경훈버펄로스’라는, 조금 성가신 팬으로서 말이다.
조예리가 이경훈에게 내민 건 메이 저리그 공인구였다.
“어……. 무슨 볼이지?”
“경훈이 형이 치셨던 스플래시 히 트 홈런 볼이에요.”
프로핏 파크의 외야 관중석마저 넘
기면서 윌리 코브에 빠졌던 이 볼을 조예리가 직접 건졌을 리는 없으 니…….
“경매로 샀어요.”
볼을 획득했었던 사람이 기증을 거 부하고 처분해 버렸다고 하더니, 그 게 조예리에게 간 모양이다.
조예리가 신나게 떠들었다.
“1호 홈런 볼이 제일 갖고 싶었는 데 그건 구단에서 회수했다고 하더 라고요. 그래서 이 볼을 구해봤어요. 경훈이 형 사인받으려고요. 히 히……
“그, 그래……
얼마에 구했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기로 하는 이경훈이었다.
이경훈이 조예리에게 건네받은 볼 을 보며 생각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나온 우 타자의 스플래시 히트 홈런 볼에, 당사자의 사인이 들어간다면, 과연 이 홈런 볼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 니게 될까, 라는 호기심이 치미는 생각을 말이다.
이경훈이 스플래시 홈런 볼에 사인 하고서 조예리에게 내밀었다.
조예리가 볼을 이래저래 살펴보며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평생 간직할게요!”
조예리의 미소를 보면서, 저 볼에 가격이 매겨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경훈이었다.
조예리의 친구들 역시 이경훈에게 사인을 받았다.
“멋진 경기였어요.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는 특별히 세인트루이스 레 이븐즈와 내셔널 리그 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구단으로서 인정해드릴게 요.”
세인트루이스 레이븐즈의 팬이라는 캐서린의 말에, 이경훈이 옅게 웃었 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레이븐즈는 중 부 지구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야구는 하나도 모른다던 제니도 즐 거웠던 모양이다.
“야구는 할아버지들이나 보는 스포 츠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재 밌네요. 다음에도 예리 따라서 오려 고요.”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이번에 구매한 듯한 제니의 샌프란 시스코 타이탄스의 티셔츠에 사인한 이경훈이 문득 말했다.
“시뮬레이터 진짜 정확하더라! 처 음 했던 결과대로 됐어!”
“우, 우연이에요……
민망해하는 조예리에게 이경훈이 격려하듯 말했다.
“우연이라니. 네가 잘 만들어서 정 확했던 거지. 대단해!”
“히, 히히……
“어떻게, 진로도 이쪽으로 생각하 고 있는 거야‘?”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프런트 직원에게 제안 비슷한 걸 들었다는 걸 굳이 말하지는 않는 조예리였다.
조예리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 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빅 데이터 마 이닝은 취미? 같은 거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있어 보이는 단 어라고 이경훈은 생각했다.
이경훈이 고개를 끄덕거리고선 조 예리에게 말했다.
“잘하는 걸 하는 것도 좋지만, 역 시 하고 싶은 걸 해야 해. 그런 걸 찾았으면 좋겠다. ……너무 꼰대 같 았나?”
사인회를 마친 뒤 클럽 하우스로 돌아갈 때, 제럴드 포지가 굉장히 즐거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봐, 경훈! 별 꼬맹이 녀석이 들
고 있는 걸 봐!”
“제럴드! 좀!”
뭔가 했더니 전화번호가 적힌 조그 만 쪽지였다.
보기 드물게, 시저 스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 제니라는 애가 주더라고요. 연 락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이내 흥분한 시저 스타가 안절부절 못하며 말하길.
“아빠의 하드웨어와 엄마의 소프트 웨어가 합쳐지면 진짜 개쩌는 천재 하나 나오는 거 아니에요?”
바보들은 여자가 인사만 건네와도 말년에 손자 돌보는 상상까지 한다 더니, 지금 시저 스타가 딱 그 꼴이 었다.
이경훈이 시저 스타의 머리를 두드 리면서 웃었다.
하고 싶은 걸 해야 해.
라는 이경훈의 조언은 조예리의 머 릿속을 맴돌았다.
CIT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해서 말이다.
“얘 좀 봐……. 예리! 정신 차려, 예리!”
“……어, 응.”
옆자리에 앉은 캐서린의 외침에 조 예리가 정신을 차렸다.
뒷자리에 홀로 앉아 있는 제니는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 다.
캐서린이 조예리를 놀리듯 말했다.
“이경훈 선수한테 사인받은 게 그 리 좋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하, 하하……
캐서린은 눈치가 좋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던 조예리가 사실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거라는 걸 알고, 먼저 조예리에게 다가갔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캐서린이, 조예리가 왜 이러 는 건지 모를 리가 없다.
“이경훈 선수가 한 말 때문이지? 네 진로 얘기이기도 한.”
u o ” …흐.
조예리의 배경을 어렴풋이 짐작하 고 있는 캐서린이기에, 어떤 조언도 섣불리 했던 적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늘만큼은 이렇게 말 해주고 싶었다.
“해야 하는 게 사실은 안 해도 되 는 거고 하고 싶은 게 할 수 있는 거라면 더 고민할 필요 없잖니.”
조예리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깊은 고민이 해결되었다.
해도 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
캐서린이 조예리에게 물었다.
“너는 뭐가 하고 싶니, 예리.”
조예리가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프런트 직원의 명함을 꺼냈다.
“……나는 내가 프런트 직원이 되 고 싶은 줄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내가 좋아하는 팀을 내 가 직접 도와주고 싶은 줄 알았어.”
“아니었구나.”
“나는 선수들의 도우미가 되고 싶 지 않아. 나는……
조예리가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프런트 직원의 명함을 버리며 말했 다.
“선수들의 주인이 될 거야.”
비로소, 조예리의 진로가 확실해지 는 순간이었다.
* * *
다음 날.
[좌플 TTmTrirTT-mrirTriT-mr / oo (175.223)]
[괜 찮 아 괜 찮 아]
[첫 번째 타석인데 아웃당할 수도 있지 / OO (110.70)]
[두 번째 타석부터는 치실 거다 o o]
[경훈이 형 스윙이 어제부터 되게 커지고 있음 / OO (123.12)]
[이거 아무래도 올스타 게임 투표 때문에 홈런 노리는 것 같은데…….]
[솔직히 계속 저렇게 휘두르셨으면 좋겠는 거 나뿐이냐? / oo (39.7)]
[까놓고 말해서 출루해서 득점해 봤 자 팀만 좋잖아]
[저거 20 크긔긔그긔긔거거거거 / oo (12.123)]
[팀 성적도 좋으니까 이제는 본인 기록도 좀 챙겼으면 좋겠음]
‘좌익수 플라이 아웃! 그렇다 면….
붕!
“스윙! 아웃!”
첫 번째 타석부터, 이경훈이 헛스 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
[경훈이 형 이번에도 헛스윙 삼진 아웃 / oo (39.7)] [메이저리그에서는 처음 아 님?????][떨어지는 볼 골라내다가 저 볼에 나왔네 Tm-n-rrTriTTr / o o (123.12)]
[투수가 잘 던지긴 했는데 아쉬움은 어쩔 수 없군]
[경훈이 형 10연타석 삼진 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못 함 / OO (12.123)]
[그런 새끼 있으면 한국으로 와라 대가리 박살 내줄 테니까]
[다음 타석에서는 넘겨주실 거임 / oo (175.223)]
[경훈이 형 못 믿냐?????]
[o^ 아침 뭐 먹지 / OO (110.70)] [어제 남은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 까]‘헛스윙 삼진 아웃! 억지로 갖다 맞추느니 차라리 한 번 더……!’
붕!
“스윙! 아웃!”
두 번째 타석에도, 이경훈이 헛스 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 더그아웃에 돌아온 이경훈을 향해, 오토 로렌츠
감독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홈런을 노리니 이 정도 삼진은 괜 찮다는 거다. 그럼……
오토 로렌츠 감독의 견고한 믿음에 부응할 일만 남았다.
부응하기 위해, 부웅 휘둘렀고.
딱!
……텅!
세 번째 타석에서, 이경훈이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애리조나 스네이크스와의 3연전, 2 차전의 결승타가 된 홈런이었다.
애리조나 스네이크스와의 3연전에 서 삼진 다섯 개를 제물로 홈런 다 섯 개를 추가해낸 이경훈.
홈런 17개로 단숨에 내셔널 리그 의 홈런 선두로 올라섰다.
이경훈이 유일하게 선두가 아니었 던 타격 기록인 홈런마저도 선두를 차지해 버리고 만 거다.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가 애리조나 스네이크스와의 3연전을 스윕했다는 건, 이경훈의 기록 독식에 비하면 사소한, 이제는 일상이 된 이슈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 출전 선 수 투표 시작!]별들의 전쟁에 출전할 전사들이 추 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