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269)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273화
62. 에필로그인 것 같다(2)
5초 후의 게시판이 사라졌다.
사라진 건지, 그냥 나타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나타나지 않다가 결국은 아예 안 보이게 됐으니, 사라졌다고 봐야겠지.’
5년 전, 이경훈이 정점에 선 뒤로 시작된 현상이다.
일주일에 두세 타석쯤 먹통이 되어 버리는 식이었다가.
마지막 시즌에는 전반기에만 손으 로 겨우 꼽을 빈도로 나타나곤, 후 반기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거다.
그 대신…….
‘더 큰 미래가 더 자주, 더 적절한 상황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5초 후의 게시판이 코칭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된 거다.
5초 후의 게시판을 볼 수 없고, 내 일모레 마흔 살이 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계 최고의 포수였던 이 경훈이 현역에서 은퇴한 이유였다.
‘때가 된 거다. 이 능력으로 하고 싶었고, 해야 하는 일을 할 때가.’
그런데, 막상 ‘더 큰 미래’로 코치 역할을 해보니…….
“ 멋쩍구만.”
“네? 뭐가요?”
“아냐. 가서 박승중이나 막아. 감독 님께는 내가 말씀드릴 테니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선 실내 연습 장으로 달려가는 카스가를 바라보 며, 이경훈이 생각했다.
‘지금의 더 큰 미래는…… 마치 5 초 후의 게시판이라는 능력의 에필 로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멋지게 해내고 싶다.
해내야 한다.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변 진석까지 놓친 이후로 박창화는…… 감독님은 전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버펄로스를 이끌어왔다. 내가 버펄 로스로 돌아와서 버펄로스를 맡을
것을 준비한 거다.’
이경훈이 버펄로스로 돌아와야 했 던 이유 중 하나였고.
‘이경훈 코치’가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나의 화살받이가 되기로 자청한 감독님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라도, 기꺼이 화살받이로 삼아드리겠다. 그리고……
박창화 감독을 위해서도, ‘이경훈 감독’을 위해서도 박창화 감독을 그 저 화살받이로만 남게 하지 않겠다 고 이경훈은 다짐했다.
이경훈에게 있어 버펄로스 마무리 캠프는 익숙하지만 낯선 구면과, 그 저 낯설기만 한 초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고.
그보다 더 낯선 자신…… ‘이경훈 코치’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선배님. 저, 오늘 괜찮았습니까. 코치로서 말입니다.”
“좋았다. 타이탄스에서도 말년에는 플레잉 코치처럼 했다며? 괜히 걱정 하지 말고 계속 그렇게만 해라. 그 런데…… 은퇴하고도 계속 선배님이
라고 할 거냐? 한근이 형이라고 해, 그냥.”
“예, 한근이 형.”
이렇게.
“코칭이 딱히 필요 없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코칭을 부 탁할 때는 어떻게 하냐, 제이콥?”
“솔직하게 말해야지. Keep going 하라고. 진실이 답이야, 경훈. 코치 가 먼저 선수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선수도 코치에게 솔직하지 않더라 고. 하하……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길 서슴지 않으며 ‘이경훈 코치’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이경훈이었다.
“……우종이는 다음 주까지 체력 훈련을, 아니. 체력 훈련만 시키자. 불펜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해라. 아 예 글러브를 압수해서…… 아니다. 내가 직접 말할 테니까 가서 일 봐, 카스가.”
그렇게.
“오후 연습 경기 2루수는 경식이로 가죠. 오전 훈련에 움직임도 괜찮았 었고, 2안타를 칠 거, 큼. 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전지훈련 가기 전에 주전 2루수로서 자신감을 되찾게 해 야……
버펄로스의 수석 코치로서 열심히 배우며 열심히 일했고.
눈 깜짝할 새에, 버펄로스 마무리 캠프가 종료됐다.
자신을 위해서 규정까지 바꿔버린 명예의 전당 헌액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4주 만에 미국으로 온 이경훈 에게 에프라인 발디리스 샌프란시스 코 타이탄스 단장이 찾아와 이런 말 을 꺼냈다.
“다음 시즌 개막전을 한국의 돔에 서 하게 됐습니다. 경훈의 은퇴식을 한국에서 열 수 있게 된 거죠.”
이미 몇 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사 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메이 저리그 개막전을 세계 각지에서 개 최하고 있다.
“다음 시즌 개막전을 한국에서 한 다는 건 알았는데……
“타이탄스의 경기는 아니었죠. 타 이탄스의 경기로 바꾼 거예요. 이경 훈 씨의 스케줄을 방해하지 않고 타 이탄스의 경기에 은퇴식을 열어드리 기 위해서요.”
그렇지 않아도 은퇴식을 못 한 것 이 못내 아쉬웠던 이경훈이다.
‘기습적으로 은퇴하고서 바로 버펄 로스의 코치가 됐으니, 메이저리그 에서의 은퇴식은 어렵겠다 싶었는 데……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스의 경기가 한국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버펄로 스의 코치이면서도 샌프란시스코 타 이탄스에서의 은퇴식을 치를 수 있 게 된 거다.
그래도 괜찮겠냐고 묻는 이경훈의 표정에 에프라인 발디리스 단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야구의 역사를 바꾼 선수의 은퇴 식인데, 시즌 일정 정도는 열 번도 더 바꾸죠. 그로 인해 볼 손해는 이 경훈 씨의 헌신에 비하면 손해도 아 닙니다. 오히려, 이경훈 씨를 만난 선수들의 사기가 오를 거예요. 그러 니 부디 이경훈 씨의 은퇴식을 열어 드리는 걸 허락해 주세요.”
이경훈이 에프라인 발디리스 단장 과 굳게 악수하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고마워요, 발디리스.”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하죠. 그 럼, 멋진 헌액 수락 연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경훈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대답 했다.
“이런……. 대본도 안 썼는데……
“은퇴식 연설은 걱정 마세요. 베스 트셀러 작가 세 명을 라이팅 룸에 가둬놨으니까요. 하하!”
이경훈은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 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명예의 전당에다 자신의 동판을 걸 어두고 온 이경훈을 기다리고 있었
던 건 헌액 수락 연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 다.
“Where Dad goes, I don’t care! Go! Go away!”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 삐질 대 로 삐진 민아를 달래야 한다.
자기 방의 문 너머에서 민아가 악 을 쓰듯 외쳤다.
“I couldn’t even say good-bye to Ella! And Cindy! It’s all because of you.
“이민아!”
“히끅!”
엄마의 호통에 대경해서 딸꾹질한 민아가 이내 훌쩍이기 시작했다.
누나가 울자, 찬빈이 더 서럽게 울 어대기 시작했다.
“누나! 울지 마! 흑, 아빠도, 흑…… 가지 마세요! 찬빈이랑 있어 요……
“히 끄으윽……
“으아아앙!”
안팎에서 서라운드로 울리는 울음 소리에, 이경훈이 탄식을 참아내면 서 민아의 방으로 향했다.
“민아야. 이민아.”
문고리를 잡으려다가 손을 거둔 이 경훈이 문 너머로 말을 건넸다.
“한창 예민할 시기에 이렇게 돼서 미안해. 전학만 가도 적응하기 어려 웠을 건데, 아예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으니…
이경훈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민아랑, 찬빈이랑 엄마랑 아빠랑 계속 같이 살려면 이럴 수밖 에 없었어. 이해하지, 딸? 똑똑하니 까.”
“네가 정 힘들고, 그쪽에서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거 찾아서,
가족 곁을 떠날 수 있게 되면, 그때 는 그쪽에서 잘, 누구보다도 잘 지 낼 수 있게 해줄게. 그런 생각이 들 기 전까지는 여기서……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 안 되겠니?”
이경훈이 덩그러니 선 채, 하나뿐 인 딸의 대답을 기다렸다.
십수 초가 지나고.
“……알았어요.”
“이해해 줘서 고맙다, 민아야.”
이경훈이 쓰게 미소하곤, 민아 방 의 문을 등졌을 때.
“안녕히 다녀오세요……
“ O ” “O”.
기어코 문은 안 열렸지만, 민아의 마음이 조금은 열렸음에 이경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해해야지……. 사춘기니까.’
이경훈이 찬빈이의 등을 토닥이는 아내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무책임하게 떠넘겨버리는 것 같아 서 미안하네……
이경훈의 말에 아내가 부드럽게 미 소하곤 대답하길.
“민아, 쟤. 저러긴 해도 괜찮아요. 어제는 분식집 쫄면 먹을 수 있는
건 좋다고, 잔뜩 신나서……
“쫄면? 누나가 좋아해요!”
“아! 진짜! 그 얘기는 왜 하냐고!”
“으이구, 저거. 한국말 잘 나오면 서, 괜히 영어나 쓰고……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슬며시 웃는 이경훈이었다.
2027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버펄 로스의 전지훈련이 시작됐다.
전지훈련에 참가한 버펄로스의 선 수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
“와……. 이경훈이다……
“실존 인물이었슴다. 개쩐다……
“이경훈 선배님, 아니. 이경훈 코치 님께서 우리 수석 코치라니!”
“저요, 이번 시즌은 무조건 1군 그 라운드 밟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경훈이 형한…… 이경훈 코치님께 직접 지도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 까?”
“이젠 타 팀 새끼들도 뭐라도 여쭤
보려고 얼씬거리겠네……
‘선수 이경훈’을 직접 겪어보지 못 한 선수들.
둘.
“이경훈 선배님과 다시 야구하게 되다니! 정말 좋습니다! 하하!”
“딱 1년만 더 하셨으면 거기서 만 났는데, 아……
“진석이 형 티라노스로 옮긴 거 후 회하고 있어요……. 경훈이 형 진짜 로 돌아오실 줄 몰랐대요.”
“저 던질 때만 포수 봐주시면 안 됩니까? 제 연봉 다 드릴…… 조족 지혈이겠구나. 못 들은 거로 해주십
쇼. 큭큭..
박승중, 김진수, 박경식, 최우종을 비롯한 ‘버펄로스의 이경훈’을 직접 겪어본 선수들.
셋.
“오, 경훈! 이게 얼마 만이에 요…….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요!”
“당신의 팀에 속할 수 있어서 영광 입니다, 이경훈 씨. 실례가 안 된다 면 코치님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습니 까?”
토니 필라, 워릭 프랭클린 같은, ‘타이탄스의 이경훈’을 직접 겪어본 선수들.
특히, 2027 시즌 버펄로스의 에이 스가 될 채드윅 윌리엄스는…….
“그때는 내가 경훈의 타이탄스에게 무자책을 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지 만, 이제는 복잡하게 생각 안 해도 되겠어요! 나, 채드윅의 승리가 곧 경훈의 승리가 될 테니까! 하하! 하 하하!”
은근히 과거의 이력을 과시하는 너 스레를 떨어대면서 자신이 가장 별 종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실력만큼은 확실했지만 말이다.
“흐읍, 하앗!”
펑!
채드윅 윌리엄스가 특유의 기합을 지르며 전지훈련 합류 이후 첫 투구 로 154km/h를 찍었다.
피네스 피처인 워릭 프랭클린은 안 정적인 폼으로 불펜 포수가 미트를 대는 대로 족족 투구를 꽂아 넣으면 서 특출난 컨트롤을 자랑했다.
토니 필라는.
딱! 딱! 딱!
“와아, 역시 2021 시즌 타이탄스 멤버네. 스윙이 달라, 스윙이.”
“쟤, 한창 잘 칠 때가 2년 찬가? 그때 쟤 폼 많이 참고했는데……. 그 폼을 눈앞에서 보게 되네.”
“또 넘겼습니다. 지타만 하기로 했 다고요, 저 친구? 전 경기 출전하면 40개는 우습게 칠 것 같은데……
클래스가 다른 타격을 선보이며 타 자들의 교본이 되었다.
메이저리그 레벨 외국인 선수들의 합류를 연료 삼아, 그 열기를 더해 가는 버펄로스의 전지훈련이었다.
8승 1패.
새로운 전력, 외국인 선수들을 필
두로 한 버펄로스가 전지훈련 연습 경기에서 거둬낸 결과였다.
1승 8패.
그 기세를 몰아치며 2027 시즌을 개시한 버펄로스가 시즌 첫 아홉 경 기 동안 거둬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