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06
너의 초식이 보여 106화
하운평의 초대(1)
현주황은 다음날 정신을 차렸다.
처음에 가벼운 탈수 증상이 있었지만, 이틀 정도 굶은 터라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다리는 심각했다.
하운평의 예상대로 동굴 속에서 얼굴부터 떨어졌었고, 떨어지기 직전에 몸을 비틀었다. 그래서 얼굴은 보호했지만 다리뼈가 산산조각 났다.
특히 왼쪽 다리는 심각해서, 일 년을 넘게 치료해야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공을 제대로 익힐 수 없다는 뜻이다.
그것도 충격인데, 더 고통스러운 건 주변의 시선이었다.
먼저 진무강을 비롯한 문헌유물연구회 회원들에게 왜 폭포에 혼자 갔는지 추궁을 당했다. 심지어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리고 천학관 교관들에게 불려 다니며 잔소리를 들었고, 나중에는 무림맹 무사들에게도 끌려다니며 진을 뺐다. 또 그렇게 고생했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겹치면서 현주황에게 굉장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천약당에서 퇴원했는데도, 방 안에만 있었다. 사흘 동안 침상에 누워서 꼼짝 않지 않았고, 보다 못한 진무강과 경부수가 찾아왔다.
그들은 하운평의 초청을 들먹이며 현주황을 일으켜 세웠다.
“갑시다. 회주.”
“일단 일어나 봐요.”
“됐어. 나는 그냥 있을 테니까. 너희들끼리 다녀와.”
현주황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경부수가 한마디 했다.
“회주. 하운평이 작은 선물까지 준비했다고 합니다. 성의를 생각해서 선물은 받아야죠.”
“휴우. 그 선물, 너희들이 대신 받아주라. 부탁해.”
“도대체 왜 그래요? 다리 다친 것 때문에 그래요? 일 년 만 고생하면 괜찮다고 하잖아요. 영원히 불구가 되는 것도 아닌데, 기운 내세요.”
그러자 현주황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휴우. 솔직히 말하면……. 사실 며칠 전에 가주님의 연락을 받았어. 올해까지 천포가 안 되면 지원을 끊겠다고 하시더군. 다리가 이 모양이니 아무래도 천포는 힘들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그럼 일단 무림맹으로 가서 일을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천포로 승급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나도 그런 말은 들었지만, 쉽지 않을 거야. 선배 얘길 들어보니까 실제로 그렇게 승급하는 사람은 일 할도 안 된다더라. 나머지는 그냥 포기한대.”
그게 현실이었다.
실제로 절정고수가 되어 천포가 되는 학생은 전체의 삼 할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무림맹에서 일반 무사가 되든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다시 수련하여 천포가 되는 경우는 일 할에 불과했다.
“이 몸으로 집에 가기 싫고, 솔직히 난 무공도 좋아하지 않잖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고대 문헌이나 수수께끼, 이런 것들뿐이야.”
“자기 비하할 거면, 차라리 검이라도 한 번 더 휘두르는 게 낫습니다.”
진무강은 진지하게 말했다. 현주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알아. 알아. 내가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한심해. 그러니 좀 내버려 둬.”
“그럴 수야 없죠.”
“일단 일어나세요. 빨리요.”
진무강과 경부수는 억지로 현주황의 몸을 잡고 일으켰다. 결국 현주황은 일어서야만 했다.
그리고 생활관 밖에 있는 마차까지 끌려 나왔다. 그곳에는 진영과 공지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흥.”
진영은 현주황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현주황이 마차에 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진영아. 아직도 삐져 있는 거니? 몇 번이나 말했잖아. 처음에는 내 해석이 맞는지 확인만 하려고 폭포까지 갔다니까. 그러다가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리면서 설마설마하다가 동굴까지 들어간 거야. 정말 나 혼자 보물을 꿀꺽하려는 건 아니었어.”
진영은 대꾸하지 않았고, 진무강은 마차를 출발시켰다. 경부수는 공지운에게 물었다.
“사제 분은 괜찮으신가요? 같이 가면 좋을 텐데요.”
“네. 그 녀석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저희 사백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거든요. 당분간 외출 금지에요. 그래도 몸은 괜찮아요. 몇 군데 골절됐지만, 뼈가 바르게 붙었거든요. 전부 현주황 소협님 덕분입니다.”
“별말씀을요. 저 때문인데요, 뭘. 그 정도라서 천만다행입니다.”
현주황이 먼저 동굴 밑으로 떨어지고, 사제가 바로 떨어졌었다. 먼저 떨어진 현주황이 고통을 무릅쓰고, 밑에서 받아주었다. 그래서 부상이 적었다.
그렇게 다섯 사람은 하운평의 집으로 출발했다.
* * *
진무강은 첫날 하운평의 집에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마차를 직접 몰았고, 쉽게 찾아갔다. 네 사람은 하운평의 집을 보더니 동시에 소리쳤다.
“우와와.”
“여기가 정말 하운평의 집이야? 정말 크다.”
“우리 집보다 세 배, 아니, 다섯 배는 더 큰 것 같은데.”
특히 집을 감싸고 있는 담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진무강도 조금 놀랐다. 첫날 왔을 때는 담장이 없었는데, 지금은 관의촌의 외곽지역을 넘어서 크게 형성되었다.
경부수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집을 왜 크게 만들었지?”
사실 다른 사람들도 그 점이 궁금했다.
본인이 살 것도 아니고, 열흘마다 한 번씩 쉬러 오는 집인데, 이렇게까지 크게 지을 필요가 있을까?
과시욕이 있는 성격이면 이해하겠는데, 하운평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콰앙.
쿠르르. 콰쾅.
담장 안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지?”
“싸움이라도 난 건 아니야?”
“아니에요. 소리는 아까부터 들리고 있었어요.”
공지운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담장 안쪽에서 계속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커진 것이다.
쾅.
우르르르.
그러다 갑자기 돌담이 무너지면서 한 사람이 튕겨 나갔다. 다섯 사람은 놀라면서 소리쳤다.
“하운평!”
하운평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 왔구나?”
“괜찮아?”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거야?”
모두 하운평에게 달려갔고, 진무강은 자신의 검까지 뽑아 들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하하. 아니야. 아니야. 난 괜찮아. 싸우는 게 아니라 비무 중이었어.”
그러면서 안쪽으로 향해 소리쳤다.
“청아. 그만하자. 손님 왔어.”
“알았어.”
“그런데 힘 조절하라고 했잖아. 담장이 또 무너졌다.”
“까르르르. 미안해.”
담장 위로 여자가 한 명 올라왔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미녀였다. 다만 눈을 감고 있었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불편함 없이 반갑게 소리쳤다.
“꺄악. 드디어 운평의 친구들이 오셨네.”
그녀는 훌쩍 날아와서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워. 난 청아야.”
“으, 응. 난 진무강이라고.”
“아하. 네가 진소연의 동생이구나.”
진무강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누나를 알아?”
“당연히 알지. 내 친구야.”
청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실 하운평이 청아에게 부탁한 일이기도 했다.
청아는 남는 시간에 관의촌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리고 그 일을 잘해내고 있었다.
“진소연도 오늘 우리 집으로 놀러 오기로 했어.”
“정말?”
“자자.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
하운평이 말하면서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경부수는 그를 따라가면서 청아를 힐끔거렸다. 그리고 무너진 돌담을 보더니, 하운평에게 물었다.
“그런데 누구야? 누나야?
“아니야. 내 친구야. 이름은 청아. 너희들도 편하게 말하면 돼.”
“방금 전에 비무해서 네가 진 거야? 그럼 너보다 세다는 뜻?”
“그렇다고 봐야지.”
경부수는 잠깐 생각했고, 청아가 뒤따라오자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청아. 나하고도 비무를 해줄 수 있어?”
“좋아.”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가 사라졌다. 그리고 경부수의 바로 앞에 나타나더니, 대뜸 팔을 휘둘렀다.
콰쾅.
우르르르.
돌담이 다시 폭발하듯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경부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솔직히 청아의 초식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눈앞이 번쩍하더니 돌담이 무너져 내렸다. 만약 하운평이 중간에 끼어들어 경부수를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돌담이 아니라 경부수의 머리가 깨졌을 것이다.
“청아. 힘 조절을 하라니까.”
“조절한 건데.”
“이 친구들은 더 조절해야 돼.”
“아, 그래? 미안해. 난 네 친구라고 해서 비슷한 줄 알았어.”
그녀는 웃으며 사과했고, 하운평은 경부수에게 말했다.
“청아는 아직 자신의 무공을 조절 못 해서 비무는 힘들어. 다음에 나랑 하자.”
“어, 어, 그래.”
“자아. 안으로 들어가자. 음식은 준비됐어.”
하운평과 청아는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진무강이 그들을 따라가면서 물었다.
“무너진 돌담은? 저대로 두어도 괜찮아?”
“아, 바로 수리할 거야. 청아가 돌담을 무너뜨린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 사람이 멀리서 지켜보더니, 돌담이 무너진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 익숙한 것 같았다.
청아가 웃었다.
“까르르르. 우리 집이 너무 작아서 그래. 검을 휘두를 데가 없다니까. 운평. 더 크게 만들면 안 돼?”
“이제 안 돼. 이제 크게 지을 공간이 없어. 그리고 너도 힘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니까.”
“하지만 마음껏 휘둘러야 속이 시원한데.”
두 사람은 가볍게 대화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랄 일이었다.
집을 크게 만든 이유가 무공 수련 때문이라니.
그녀의 무공에 놀랐고, 그 이유 때문에 집을 크게 만든 하운평의 재력에 놀랐다.
그리고 다섯 사람은 집 안을 보고는 더욱 놀랐다. 넓은 크기에 비해 집안은 너무나 단출했다. 의자나 탁자도 거의 없었고, 횅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나마 딱 하나 있는 커다란 식탁 위에는 갖가지 음식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양이 굉장하여, 스무 명이 먹어도 될 법했다.
하운평이 청아에게 말했다.
“음식을 너무 많이 했다니까.”
“괜찮아. 남으면 아이들을 또 초대하면 되잖아.”
그녀는 관의촌의 아이들을 초대해서 공짜로 음식을 주곤 했었다. 하운평은 다섯 사람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이들을 줘야 하니까, 자신이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어 줘.”
그 말을 듣고, 다섯 명은 오히려 마음 편하게 먹었다. 그리고 하운평은 공지운에게 따로 말했다.
“참, 청해금서의 먹이는 저쪽 편에 준비해 뒀습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운평은 청해금서와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최고급 생닭고기의 다리 살만 준비해 두었다.
“넉넉하게 있으니까, 나중에 돌아갈 때도 가져가세요. 삼 일 정도는 먹일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친절하시네요. 아, 그리고 우리도 말을 놓으면 어떨까요?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나야 좋지.”
그때 청아가 끼어들었다.
“까르르. 그쪽이 공지운이지. 나와도 친하게 지내자.”
“그래.”
그런데 의외인 건 청해금서의 태도였다. 청해금서는 의외로 조용했다. 닭고기를 보면 바로 뭐라도 말할 줄 알았는데, 나오지도 않았다.
그저 공지운의 품속에 조용히 숨어 있었다.
“그런데 청해금서는 왜 안 나오지? 보고 싶은데.”
청아는 장난스럽게 입맛을 다셨고, 청해금서는 덜덜덜 떨면서 소리쳤다.
{아악. 청해금서 살려. 고양이 귀신이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청해금서 살려. 살려줘.}
하운평은 신기해서 물었다.
[청해금서. 너는 청아의 모습이 보이니?]{당연히 보이지. 내 눈이 너희 인간 같이 썩어빠진 눈인 줄 알아? 나는 저 신령의 모습은 물론이고, 냄새도 맡을 수 있다고. 으으으. 역겨운 고양이 냄새. 고양이는 잔인하고 쓸데없는 종족이야.}
[그 말을 그대로 청아한테 전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아, 안 돼. 미쳤어?}
청해금서는 영물이었다.
일반적인 고양이이라면 가지고 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아는 고양이 신령이었다. 거의 상극이나 다름없었고, 눈이 마주치는 것조차 피했다.
[아무튼 난 약속을 지켰다. 마음이 진정되면 나와서 먹어라.]{어어. 하여간 인간들이란, 하나같이 치사하다니까. 저런 고양이 신령이 있다는 얘기도 안 해주고. 알았으면 내가 여길 왔겠냐? 절대 안 오지.}
그는 계속해서 투덜거렸고, 그럼에도 청아의 눈치를 살폈다.
하운평은 그 모습이 은근히 즐거웠다.
그리고 다음으로 현주황에게 눈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은 즐겁게 음식을 먹는데, 현주황만은 힘들어 보였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통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운평의 그의 마음속을 살폈다. 그의 고민을 읽었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겠는데.’
하운평은 현주황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