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17
너의 초식이 보여 117화
하운평의 반격(2)
강용상은 정말 천학관주 이창국에게 하운평이 준 자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모산파 수업에 대해 건의했다.
이창국은 강용상이 준 자료를 보고 고민에 빠졌고, 결국 회의를 소집했다.
여러 당주가 참여한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졌고, 늦은 저녁에 끝났다.
하운평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강용상을 만났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설명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네. 먼저 좋은 소식은 모산파 술법 수업의 폐기를 철회했어. 그리고 무적문에서 후원금을 정말로 줘야 한다네. 금 오십 냥은 너무 많고, 은 이백 냥 정도만 주면 될 것 같아.”
“네. 돈은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요?”
“술법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최소 열 명으로 늘어야 한다네.”
“으음. 알겠습니다. 학생은 제가 모집해 보겠습니다.”
하운평에게 은 이백 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가진 돈으로 지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술법 수업의 학생 수를 열 명으로 늘려라?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쉽지 않았다. 특히 칠급 이상의 학생들은 오후의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쓸데없는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
‘아무래도 천포가 될 생각이 없는 학생들을 알아봐야 할까?’
만약 현주황 같은 학생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뭘까?
‘일단 무인들이니, 아무래도 내공을 올릴 수 있는 단약을 걸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무작정 제안했다가 잘못된 소문이라도 퍼지면 곤란했다. 만약 교관들 귀에 들어가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듣게 만들 수는 있어도 수업 분위기를 너무 흐리는 것도 곤란했다.
하운평은 한동안 고민했고, 좋은 해결책을 찾았다.
먼저 생각보다 천포가 되는 것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많았다.
현주황이 그런 학생들을 몇 명 알고 있었고, 그 학생들도 아는 친구들을 소개했다.
그렇게 알음알음 찾다 보니, 어느새 스무 명이나 모았다. 그중에서 믿을 수 있는 녀석들만 선별했고, 십 년짜리 단약 두 개씩 준다고 약속했다.
물론 손안 진인에게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하운평은 술법의 좋은 점에 대해 말했더니, 친구들이 온 거라고 둘러댔다. 손안 진인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하운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녹안석과 진음구법, 그리고 다른 술법을 이용해서 지원한 학생들의 귀안을 뜨게 만들었다.
나처럼 갑자기 귀신이 보이진 않겠지만, 술법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그러자 처음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든 학생들도 재미를 붙였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손안 진인 역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수업은 굉장히 활발해졌고, 더 이상 술법 수업을 폐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 *
나는 ‘우연은 없다.’라고 믿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 발생했으면,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다. 특히 이번 술법 폐강 사건에는 작위적인 냄새가 진하게 났다.
나는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무영문에게 연락했고, 오랜만에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청아와 초류한에게 낭인으로 짐작되는 오십 명의 사람들이 난입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놈들은 지금 어디 있는데?”
“다 죽였는데.”
청아의 간단한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들이 너를 죽이려 했어?”
“응. 칼과 검을 들고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왔지.”
“그럼 잘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하는데, 만약 무기 없이 몰래 들어오는 도둑이 있으면?”
“알아. 잡아놓으면 되지?”
“그래.”
이번에는 초류한이 물었다.
“혹시 집에 호위무사가 없는 건, 함정 비슷한 건가요?”
“그런 것도 있죠.”
“제가 만약 똑똑한 도둑이라면, 호위무사가 없는 곳은 오히려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상해서요.”
“흐음. 그런가요? 그럼 호위무사를 몇 명 고용하죠.”
“누가요? 제가요?”
“네. 총관이 할 일이잖아요.”
“끄응.”
초류한은 한숨을 쉬더니, 알아본다고 나갔다.
사실 우리 집에 보물이 숨겨져 있고, 단약을 쌓아놓는다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은 나였다. 어떤 도둑을 잡기 위한 함정이었는데, 엉뚱한 놈들이 걸려 버린 것이다. 아니, 정말 그놈들이 보물을 노리고 다가왔을까?
내가 소문을 퍼뜨린 곳은 천학관 내부였는데, 그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확실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 날 저녁 무영문에서 초유서가 찾아왔다.
그에게 낭인들이 난입한 일을 설명하면서 근처에서 낭인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을 물었다.
“두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강한 마을의 강한 도박장이 유력할 것 같은데요. 며칠 전에 도박장의 장주를 포함하여 낭인들이 많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그는 무영문 소속답게 근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 도박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장주가 되었다는 범어진을 만났다.
“크하하. 걱정 마십시오. 어떤 일이든 맡겨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다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를 협박할지, 회유할지 잠깐 망설였다.
그는 욕심이 많고 겁도 많은 자였다. 나는 회유를 선택했다. 일단 품속에서 은 열 냥을 꺼냈다. 그의 눈은 탐욕에 번들거렸다.
“나는 내년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고, 할 일도 많습니다. 이번에 저와 관계를 잘 형성해 놓으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맡겨만 주십시오. 저, 범어진.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나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냈다.
“며칠 전, 내 집에 한 무리가 난입했는데요. 도와 검을 들고 들어왔고, 무공이 강한 내 친구가 그들을 다 죽여 버렸습니다. 이곳 낭인들로 짐작되는데, 혹시 할 말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범어진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저어, 늦은 감이 있는데, 실례지만 공자님의 성함이…….”
“하운평입니다.”
“허억.”
범어진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길. 이름부터 물어볼걸. 그럼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낭인 육십 명이 죽은 사건 때문에 도박장은 큰 피해가 입었다. 그래서 일이 들어왔다고,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든 것이 문제였다.
하운평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쪽에게 죄를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쪽도 의뢰를 받은 것뿐일 테니까요.”
“맞습니다. 공자님. 저희는 그저, 의뢰를 받고 행했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의뢰자가 누굽니까? 그것만 말해주세요.”
“그, 그게…… 본래 저희 같은 사람들은 신용이 생명이라, 의뢰인의 이름은 함부로 발설할 수가…….”
“이 돈이 필요 없나 보군요.”
나는 돈을 품속에 넣으면서 일어섰다. 그러자 범어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쳤다.
“패, 팽단원입니다. 그놈이 의뢰했고, 형님께서 직접 가신 겁니다.”
“호오. 팽단원이라. 확실합니까?”
“네. 형님이 가기 전에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장부에도 적혀 있고요. 그리고 팽단원이 의뢰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장부가 있습니까? 의뢰인을 적은 장부인가요?”
“……네. 그런 셈이죠.”
본래 장부가 있는 것조차 비밀이었다. 얼떨결에 말했지만, 범어진은 곧 크게 후회했다.
나는 품속에서 은 스무 냥을 꺼냈다.
“장부를 다 달라는 게 아닙니다. 팽단원이 언제, 무슨 의뢰를 했는지만, 알려주세요. 그럼 이 돈은 모두 당신 겁니다.”
“한 시진, 아니, 반 시진만 기다려주십시오.”
범어진은 하운평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확히 반 시진 후, 그는 자료를 잔뜩 들고 왔다.
“허억. 헉. 죄송합니다. 너무 많아서, 일단 눈에 보이는 것만 챙겨왔는데요. 여기서 보고 계시면…….”
“네. 천천히 보고 있을 테니까, 나머지도 천천히 찾아보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범어진이 준 것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자료를 읽으면서 중얼거렸다.
“팽단원.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쓰레기였네.”
그는 낭인을 고용해서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학생들을 폭행하고, 괴롭혔다. 그런 일이 스무 번을 넘겼다.
그러다 제일 마지막 것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최고 낭인을 데려와서 나를 잡고, 그전에 우리 집을 습격해서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려 했다?”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놈을 어떻게 혼내줄까? 무작정 직접 나서는 건 곤란했다. 그는 하북팽가의 적자였고, 괜히 무적문과 부딪칠 수 있었다.
뒤탈 없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러다가 문득 이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그래. 너도 똑같이 당해보면 알겠지?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 * *
낭인을 고용한 건 팽단원이었다. 그런데 술법 수업을 없애려고 한 것도 팽단원일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팽단원을 직접 만날 때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제일 빠르고 확실할 것이다.
다음 날, 팽단원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하지만 바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를 쫓으면서, 그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 친구로 짐작되는 다섯 명을 만나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제야 다가갔다.
그 앞을 우연인 척 지나갔다. 팽단원이 나를 먼저 봤지만, 모른 척한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정신을 통째로 뺏어오기 위해 녹안석의 능력을 오랜만에 사용했다.
“여어. 팽단원. 몸은 괜찮아?”
“그, 그래.”
팽단원은 어색하게 대답했고, 서둘러 떠나려 했다.
안 되지. 이대로 보내 줄 순 없지. 나는 교묘하게 그의 앞을 막아서면 계속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때는 내가 너무 심한 것 같았어. 너도 승급 시험을 못 쳐서 화가 많이 났을 텐데. 미안했다.”
내가 먼저 사과를 하니, 팽당원은 놀라면서 대꾸했다.
“그, 그래. 알겠다.”
“사과를 받아 주는 거지?”
“알았다고 했잖아.”
“하하. 고맙다.”
팽단원의 친구들도 팽단원이 나에게 맞은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사과한 것을 봤고, 들었다. 나중에 팽단원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훌륭한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친구들과도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팽단원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런데 팽단원. 내가 요즘 술법 수업에 푹 빠져 있는데, 갑자기 그 술법 수업이 폐강될 뻔했어. 혹시 너와 관련 있는 거야?] [아, 아니야. 난 아니야.]그는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아니었다.
‘제길.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까 무조건 모른다고 발뺌하면 돼. 그리고 만약에 걸리면, 당수협이 조언했다고 뒤집어씌우면 되고.’
당수협?
그가 연관 있었나?
하긴,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교묘하게 없애는 건, 팽단원의 방식이 아니었다. 낭인을 고용해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혀야 만족하는 놈이었다.
[그래? 알겠다.]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다. 역시 팽단원이 술법 수업을 폐강시키려 했었고, 당수협이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의 세 가지 질문에 팽단원은 대답을 했다. 나는 팽단원의 의식 속으로 들어갔고, 간단한 암시를 심어놓는 데 성공했다. 확실히 술법을 익히고 나서는, 녹안석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멀어져가는 나를 보면서 안심하는 팽단원이 느껴진다.
하지만 팽단원.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나는 빚진 게 있으면, 갚아주는 성격이거든.
이제부터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