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36
너의 초식이 보여 136화
초혼술(3)
빙백아는 이도찬 혼령에게 가르치듯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녀의 본심이 들어있었다.
“그래요. 당신은 잘생겼어요. 솔직히 내가 본 남자 중에서는 제일 미남이에요.”
{그렇죠?}
“하지만 당신을 좋아하거나, 관심을 두진 않았어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죠.”
{그, 그런가요?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요.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가지고 싶죠. 정복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자는 달라요. 외모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저를 좋아하는 여자도 많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쪽하고 사귀세요. 나는, 내가 예쁘기 때문에 외모에 집착하지 않아요. 내가 끌리는 남자는 무공이 강하고, 뚝심 있는 남자예요. 최소한 나보다는 강해야 하고, 치사하게 여자한테 뭘 뜯어가진 않는다고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나요?”
빙백아는 자신의 이상형을 말해주면서 깔끔하게 끝냈다.
이도찬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빙백아보다 약했고, 경해민을 이용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충격을 받았는지, 더 이상 빙백아에게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생각 외로 가만히 있었고, 빙백아가 제단 밖으로 나갈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했다.
{하나의 구결이었어.}
“뭐?”
{백선회의 부회주가 원한 것 말이야. ‘동선백건’이라고 화산파의 직전제자들에게만 알려주는 구결이 있다더군. 그걸 구해오라고 했어.}
“그래서 그걸 경해민에게 얻은 건가?”
{그래. 그 바보 같은 여자는 정말 나를 좋아했거든.}
“후회하는 것 같군.”
{사실 너무 귀찮게 굴어서 싫어했다. 그런데…… 막상 빙백아와 얘길 해보니 그녀가 보고 싶어졌어.}
이도찬이 빙백아를 쉽게 보내준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그는 경해민을 그리워했다. 이도찬은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경해민은 좋은 곳으로 갔겠지? 반면 나는 나쁜 곳으로 갈 테고.}
“먼 훗날, 운이 좋으면 만날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러길 바라야지. 아, 내가 부회주를 잡을 단서를 준다고 했지?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그가 원한 건 동선백건의 전체구결이 아니었어.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이었고, 특히 앞쪽 구결이었어. 왜냐면 내가 구결을 말하는 중에 다 듣지도 않고 가버렸거든.}
“알았어. 그쪽을 조사해 보지.”
{그리고 하나 더 있다. 그는 이번 천포지전에서 뭔가를 노리고 있어.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백선회 소속원을 우승시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 것 같았어.}
“알았다.”
이도찬은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그는 성불을 원했고, 손안진인이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들은 사실들을 제갈소미와 구운룡과 공유했다.
구운룡도 ‘동선백건’ 구결에 대해 알고 있었다.
“동선백건은 엄밀히 말하면 화산파의 무공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모은 심법이나 구결들을 단편적으로 잘라서 모은 거니까. 좋은 깨달음을 주기 위해 직전 제자들한테만 가르쳐 주고 있지.”
“백선회 부회주는 그중 초반의 구결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무공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
“나는 모르지만, 화산파에 연락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구운룡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관의촌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 있는 전서구를 이용해서 화산파에 문의할 생각이었다.
그사이 나와 제갈소미는 천학관주 이창국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도찬에게 들은 내용을 전해주었다.
“허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이번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천학관의 학생들이 무공을 높이기 위해, 정체도 모르는 집단에게서 약을 받다니.”
잠시 정리할 시간을 준 뒤, 그에게 말했다.
“이도찬과 비슷한 학생들이 더 있을 겁니다.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일단 교관님들에게 문의해 보면 단서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삼 년간, 학생들 중에서 갑자기 강해지거나, 성적이 오른 학생들부터 조사해 보는 거지요.”
“그래. 그런 방법이 있겠군. 참고하겠네.”
그리고 내가 먼저 이런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천학관주님. 그와 관련하여 저도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내가 심각하게 얘기하자, 그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딱 필요한 부분만.
“저희 무적문에서 보내준 단약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친한 학생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요. 그것 때문에 성적이 오른 학생들이 있습니다. 혹시 이번 일로 오해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린 겁니다.”
“아, 그랬군.”
“천학관에서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멋대로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천학관주는 이렇게 예의 바른 학생을 좋아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학생을 좋아한다.
내 얘기를 듣자마자 이창국은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 정도는 괜찮다네. 나중에 명단만 작성해 주게. 그리고 앞으로는 주의해 주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착하고 정직한 학생으로 천학관주의 뇌리에 남았다.
천학관주는 곧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상황을 심각성을 깨닫고, 모든 교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곧바로 모든 수업을 중지하고, 십급부터 십이급까지 모든 학생들을 천학관으로 소집하였다.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으며, 특히 갑자기 성적이 오른 학생들을 집중 조사했다. 그리고 무려 예순아홉 명이나 찾아냈다.
그들은 따로 격리하였다.
당수협이 고독의 치료법을 찾아낼 때까지 천학관 밖으로 내보냈다. 또 혹여나 부회주가 고독을 활성화시킬까 봐,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방에 가두어 두었다.
마지막으로 각 문파들에게도 전서구를 보내 협조를 구했다. 무림맹에서도 보고했으며, 모두가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협조의 뜻을 알려왔다.
그렇게 며칠 동안 바쁘게 지냈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때, 천학관의 간부들만 모여 있는 회의 석상에서 누군가 제안했다.
“지금 천학관의 분위기가 흉흉합니다. 살인에 살인교사, 불법단약 유포,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법 모임까지……. 이런 상황에 꼭 천포지전을 진행해야 할까요? 저는 금년은 중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천포지전은 특별히 준비한 것이 많았고, 문파들도 올해 천포지전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취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취소되면 무척 곤란해진다.
나는 이곳에 특별 관계자로 참석했는데, 발언 권한은 없었다. 그래서 손을 먼저 들었다.
“제가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마디 해도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하운평 학생. 편하게 말씀하세요.”
“어떤 걱정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도찬의 증언에 따르면, 백선회는 이번 천포지전에 뭔가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에 천포지전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릴까 두렵습니다. 이번에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 합니다.”
내 말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학관주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나와 같이 참석한 제갈소미도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치 못한 주장을 펼쳤다.
“저도 하운평의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굳이 백선회의 의도대로 따라갈 필요 있을까요? 우리들은 이미 그들이 무언가를 꾸민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대로 진행하면 방비를 해도 당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뭔가요?”
“천포지전을 예정보다 빨리 진행하는 거죠.”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제갈소미는 계속 설명했다.
“백선회는 정해진 날짜에 맞추어 준비할 겁니다. 하지만 날짜가 갑작스레 변경되면 계획을 변경해야 하고, 실수를 하게 될 겁니다. 그걸 노리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다른 학생들도 피해를 입게 됩니다. 모두 그 날짜를 염두에 두고, 무공을 익히고 있을 테니까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지요. 그리고 천포지전은 목적은 강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친목을 도모하고, 사기를 고양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또한 대회의 우승에는 운이 많이 따라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것 역시 하나의 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것 외에도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되었지만, 제갈 소미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는 천학관주의 마음을 읽었고, 그는 이미 제갈소미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말을 해봤자, 의미 없었다.
휴우. 할 수 없지. 그를 설득하기보다는 내 계획을 당기는 게 낫겠어.
그렇게 다짐했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회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숙소로 향하거나, 다시 모여서 또 다른 회의를 벌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천학관을 벗어났다. 그리고 곧장 빙백아의 집으로 달려갔다.
* * *
내가 세운 계획 중 세 번째 단계는 천음신공을 얻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히 생각했다. 천음신공은 무림맹의 무림비동에 있었고, 천포지전을 통해서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조사하다 보니, 무림비동은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천포지전의 성적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제일 깊숙한 무지동은 천포지전 우승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준우승부터 사위까지는 병지동까지 입장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갑지동은 천포 졸업생은 전부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즉 천음신공이 어느 비동에 있는지에 따라 내 계획이 달라진다. 무지동에 있으면 무조건 우승해야 하고, 갑지동에 있으면 참가할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천음신공이 위치였다. 어떤 비동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걸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천학관이나 무림맹에서는 그런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분명 무림비동 내에는 온갖 비급과 영약, 무기와 보물들이 쌓여 있고, 그것을 정리한 목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안 때문에 노출을 금지시켰다.
결국 그걸 보기 위해서는 몰래 침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림비동은 나 혼자서는 침입하기 힘든 곳이었다.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중 한 명이 천영신투인 빙백아였다.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고, 방법은 이미 준비해 두었다.
마침 새벽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집 앞에서 술법을 사용했다.
‘추종지술’
표식을 한 물건을 추적하는 술법이었다.
얇은 길쭉한 풀을 하나 뽑아서 손에 쥐었다. 술법이 완성되자, 그 풀은 살아 있는 뱀처럼 머리를 빳빳이 들었다.
그리고 좌우로 흔들리더니 한곳을 집중적으로 가리켰다.
내가 미리 표시해 둔 물건은 한빙옥이었다. 그리고 빙백아는 한빙옥을 자신의 보물창고에 두었으니, 이것으로 그녀의 보물창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절정의 경공을 사용하여 담을 넘었다.
휘이익.
지금까지 몰래 들어간 적이 몇 번 있지만, 아직 들킨 적은 없었다. 비잔신투의 만잠경신보 중에서 특히 은신술은 최상급이었다. 마음먹고 침입하면 웬만한 고수들도 눈치채기 어려웠다.
이곳에도 이화궁의 절정고수들이 다섯 명이나 있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층에 빙백아의 방이 있었고, 그 위쪽으로 더 올라갔다. 내가 들고 있는 잎사귀가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술법을 걸어놓은 거라 한빙옥에 가까워질수록 크게 흔들렸다.
삼 층까지 올라갔는데, 서재 같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잎사귀의 끝은 아직도 위를 향했다.
밖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위쪽에 비밀 방이 하나 더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러웠다.
도둑질에 익숙한 사람은 보안에 더 신경을 쓰는 법이다. 비잔신투의 비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과연 함정이 있는지,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 천천히 살폈다.
먼저 잔념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하지만 잔념은커녕, 바닥에는 먼지도 거의 없었다. 청소를 매일 한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혈교 때처럼 바람이 불지도 않았고, 벌어진 틈도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관도 신경 써서 만들었나 본데.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한빙옥을 넣고 돌아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생각났다.
옷도 갈아입고, 늑장을 부렸지만, 바로 위에 있는 장소치고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설마, 들어가는 곳이 안쪽이 아닌가?
나는 혹시나 싶어 창문 쪽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창이 하나 있었고, 안쪽에는 깨끗했다. 역시 먼지 하나 없었다. 그런데 창밖에는 달랐다.
안력을 높여 창밖을 꼼꼼히 둘러본 결과, 지붕 위로 향하는 곳에 흙이 뭉개져 있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 밟은 흔적이었고, 제일 유력한 사람은 빙백아였다.
나는 창문을 살짝 열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흔적을 쫓아 지붕 위로 올라갔다.
마침 지붕 한가운데 기와 하나가 살짝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나는 옳다구나 싶어 그것을 붙잡았다. 그 순간 하나의 잔념이 스며들었다.
‘호호. 이걸 잡는 도둑놈은 이곳에 온 걸 후회하고 될 거야.’
함정이었다.
나는 즉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확실히 빙백아는 도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단서를 찾는 순간이 제일 방심할 때였다.
휴우. 이 여우 같은 계집애.
나는 다시 주의 깊게 살폈고, 지붕 위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잠깐 생각했고, 결정을 내렸다.
좋아. 빙백아. 머리 좋은 늑대가 있다는 것도 가르쳐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