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37
너의 초식이 보여 137화
빙백아와의 거래(1)
파파팟.
콰아앙.
갑자기 큰소리가 울리면서 비상 신호줄이 흔들거렸다.
차르르르르르.
빙백아는 깜짝 놀라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큰 소리는 지붕 위에 있던 함정이 터지는 소리고, 비상 신호줄은 누군가 자신의 비밀 창고에 침입했다는 소리였다.
둘 중 어느 것도 가벼운 것이 없었다.
그녀는 잠옷 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손에는 이화궁의 보물, 이화신검을 들었고, 지붕 위에는 벌써 이화궁의 호위무사들이 올라와 있었다.
빙백아는 긴장하면서 그녀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지붕에서 화탄을 터뜨린 흔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붕을 뚫고 아래로 내려간 것 같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살펴보겠습니다.”
호위무사들의 대답을 듣고, 빙백아는 긴장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붕 바로 아래는 자신의 비밀창고였고, 훔친 보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화궁의 호위무사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잠깐만요.”
빙백아는 황급히 소리쳤다. 무슨 핑계를 댈지 빠르게 고민했다.
“사, 사실 아래쪽에는 제 비밀 수련실이 있습니다. 문주님이 주신 비급도 있어서 여러분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이화궁의 규칙은 엄격했다.
일반 호위무사들이 문주의 비급을 쳐다보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호위무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빙백아가 그들에게 말했다.
“밑에는 저 혼자 내려가겠습니다. 한 분은 이곳을 지켜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주변을 돌면서 무슨 일이 없는지 살펴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소궁주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불러주십시오.”
호위무사들은 지붕에서 떠났고, 빙백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쳇. 그 생각을 못 했어. 이 집은 일반 벽이라서 힘으로 뚫고 내려갈 수 있는데.’
함정으로 준비한 화탄이 터졌지만, 핏자국은 없었다. 도둑은 도망갔을 수도 있고, 아직 저 안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생각에 빙백아는 지붕의 끝으로 달려갔다. 지붕 밑의 처마 쪽으로 내려갔고, 이화신공을 운공하면서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처마를 연결하는 나무 중 하나를 잡아당겼다.
덜컥.
처마 사이의 나무가 벌어지면서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비밀 창고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아아. 이렇게 들어가는 거였구나.”
그때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빙백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대신 반대쪽 처마에 한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하, 하운평?”
[쉿. 조용히 해. 호위무사한테 들키면 안 되잖아.]“무슨 헛소리야? 저 지금 무슨 짓을…….”
[저들은 천영신투를 모르는 것 같은데. 오늘 모든 걸 고백할 거야?]빙백아는 얼굴이 굳어졌다. 끝까지 잡아떼고 싶었지만, 하운평은 창고 안을 가리켰다.
[여차하면 여길 부수고 안으로 들어갈 거야. 그리고 네 비밀 창고에서 싸우게 될 테지.] [여긴 어떻게 알았지?]하운평은 품속에서 한빙옥 팔찌를 꺼내 흔들었다.
화탄이 터진 직후에 안으로 들어가서 한빙옥 팔찌만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안에 있는 수많은 보물도 확인했다. 모두 빙백아가 천학관에서 훔친 물건들이었다.
빙백아는 하운평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원하는 게 뭐야?] [이야기를 하고 싶어. 빙백아가 아닌 천영신투랑.]하운평은 웃었고, 빙백아는 반대로 싸늘해졌다.
* * *
빙백아는 호위무사들을 불러 아무 일도 없다고 알렸다. 내일 지붕을 고칠 목수를 부르기로 하고, 그녀들은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빙백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하운평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빙백아는 전음으로 물었다.
[내가 천영신투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게 중요한가?] [나에게는 중요해. 더 이상 들키면 안 되니까.]하운평은 적당한 핑계를 댔다.
[간단히 말하면, 동족을 알아본 거야.] [뭐?] [나도 도둑의 후예거든. 취미로 활동하고 있어.] [정말이야?] [혹시 내 발자국을 들었어? 아니면 내 기척을 느꼈나?]느끼지 못했다. 같은 도둑의 입장에서 그것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그럼 여기에 나타난 이유가 뭐지? 나를 놀라게 해주려고? 아니면 네 도둑 실력을 자랑하려고?]빙백아는 여전히 기분이 나빠 보였다. 실제로 마치 치부를 들킨 것처럼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리고 걱정도 되었다.
‘이런 식으로 다가와서 뭘 요구하려는 거지? 혹시, 내 몸을 요구하면 어떡하지?’
절대 그것만은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죽음을 각오했고, 하운평과 사생결단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하운평은 빙백아의 방을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방도 화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기자기하네. 오오. 저 장식은 귀엽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뭘 원해? 필요한 걸 얘기해!] [알았어. 알았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나랑 일하나 같이 하자.]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빙백아는 혹시 함정이 숨어 있는가 싶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도끼눈으로 하운평을 노려보면서 물었다.
[뭐 하자는 거야?] [보기보다 의심이 많구나. 하긴 도둑이니까 당연한 건가? 아무튼 내가 여기 온 이유는 간단해. 네가 천영신투인지 확인하고, 너에게 일거리를 제안하기 위해서야.] [어떤……, 일인데?] [어떤 곳을 들어가려고 하는데, 나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서.] [흥. 너도 별것 아니구나. 나는 천학관에서 안 들어가 본 곳이 없어.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천학관이 아니야.] [그럼?] [무림비동.]빙백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미쳤어? 거길 들어가겠다고?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그녀의 반응은 당연했다.
무림맹의 비동은 역사적으로 단 한 번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지금까지 난다긴다하는 수백 명의 도둑들이 들어갔지만, 전부 죽었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어려운 곳이지.] [어렵다고? 단순히 어려운 곳이 아니야. 삼백 년 전, 천하제일지자인 만뇌자가 직접 기관을 설계하고, 사십 년 끝에 완공된 요새야. 절대 들어갈 수 없어.] [호오. 그걸 알고 있는 걸 보니, 너도 조사는 했구나.]빙백아는 머뭇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녀도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려 했었다. 하지만 사전조사를 하는 중에 진이 다 빠졌고, 그 후로 다시는 생각도 않는 곳이었다.
하운평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맞아. 무림비동은 침입하기 어려운 곳이야. 나도 자료를 찾으면서 불가능을 느꼈어. 하지만 두 가지만 염두에 두면 가능성은 있어.]빙백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귀를 기울인다는 게 느껴졌다.
[첫째, 알겠지만 무림비동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 [갑지동, 병지동, 무지동.] [맞아. 그리고 우리가 갈 곳은 갑지동이야. 무림맹의 역사를 찾아봤는데, 실질적으로 만뇌자가 건축한 건물은 병지동과 무지동이었어. 백사십 년 전에 무림비동을 확장하면서 갑지동이 추가된 거야. 이름도 그때 다 바꿨어.]그런 내용은 빙백아도 몰랐었다.
[그럼, 갑지동은 만뇌자가 설계하지 않았다는 뜻이네.] [그렇지. 그리고 지금까지 무림비동에 침입한 도둑들은 대부분 제일 깊숙한 곳, 무지동을 노렸기 때문에 다 죽었어. 실제로 병지동까지는 무사히 들어간 도둑은 다섯 명이나 있고, 갑지동은 반 이상은 다 들어갔었대. 이건 무림비동을 지키는 무사의 회고록에서 읽었어.]빙백아는 관심이 생겼는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두 번째는 뭔데?] [갑지동은 다시 다섯 개의 호로 나뉘어져 있어. 우린 그중에서 입구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호위가 적은 일간호로 갈 거야.] [거기서 뭘 훔치려고?] [이것도 중요하지. 훔치려는 게 아니야. 내가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확인만 할 생각이야.]하운평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떤 비급이 어디에 있는지, 정리해 놓은 목록이 갑지동의 일간호에 있었다.
하운평은 들어가서 그것만 볼 생각이었다. 훔치지 않으니 아무도 모를 것이고, 쫓지도 않을 것이다.
빙백아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훔치지도 않을 걸 왜 들어간다는 거지?’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너는 그렇다 치고, 나는 얻는 게 뭐야?] [무림 최초로 무림비동을 뚫은 도둑이 되는 거지. 안에 너의 표식을 두고, 오로지 너의 공으로 해줄게.] [네 말대로라면, 갑지동 일간호는 아무나 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겨우 그 정도로 잘난 척하라는 거야?] [사람들이 그걸 알 것 같아? 그냥 무림비동을 뚫었다면, 그런 줄 아는 거지.]하운평의 말이 맞았다.
호사가들은 무림비동이 뚫렸다는 것에 관심을 두지, 구역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빙백아는 흥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흠흠. 하지만 무림비동이 털린 걸 알면, 무림맹에서 가만 있지 않을 텐데. 그들은 최상급 천포들까지 동원하여 나를 찾으려 할 거야. 가만……. 혹시 나를 미끼로 이용하겠다는 거야?]명성을 넘긴단 핑계로 무림맹의 추적을 피해 보자는 속셈인지 의심했다.
사실 하운평은 그런 의도도 살짝 있었지만, 모른 척 넘어갔다.
[그럼 표식을 안 남기면 되지. 나는 들어가서 자료만 보고 나올 거라 무림비동에 도둑이 든 것도 모를 거야. 천포들이 쫓을 이유도 없지.]빙백아는 그냥 나오기에는 뭔가 아까웠다. 그리고 하운평의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왠지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내가 손해인 것 같아. 겨우 갑지동엘 갔는데, 그냥 나온다면 재미도 없고 고생만 할 것 같아. 난 흥미가 떨어진다.] [알았어. 그럼 없던 일로 하자.]빙백아의 말에 하운평은 가볍게 일어섰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이도찬의 일로 도움을 받았으니까 네가 천영신투라고 떠들고 다니진 않을 거야.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줘. 네가 훔친 보물들을 전부 주인에게 돌려주는 거야.] [내가 왜?] [왜냐니? 남의 물건을 훔친 행동은 나쁜 짓이니까. 그렇지.]갑작스러운 태도에 빙백아는 놀라서 물었다.
[야아. 너도 도둑이라며?] [도둑이긴 한데, 아직 도둑질은 해본 적이 없어서. 그리고 도둑질을 하더라도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아주 성인군자 나셨네. 그게 무슨 도둑질이니?]빙백아는 표독스럽게 말했고, 하운평은 뻔뻔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억울하면 네 물건을 나한테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든지.]빙백아는 계속 고민했다. 훔친 물건을 돌려주기는 싫고, 그렇다고 하운평에게 끌려다니기는 더 싫었다.
하운평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아. 지금까지 채찍을 휘둘렀으니, 당근을 줘볼까?’
하운평은 나가는 척하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좋아. 이번 일로 네가 얻는 것도 있어야 열심히 하겠지. 이렇게 하자. 네가 나를 도와주면 네 비밀을 지켜주고, 내 보물을 하나 줄게.] [보물?] [그래. 이백 년 전 이화궁이 잃어버린 물건이 있지?] [이백 년 전이라면…… 설마 이향선을 말하는 거야?] [맞아.] [네가 어떻게 그걸……? 설마 너어, 비잔신투의 후손이니?]이향선은 이화궁의 보물로 봉황의 깃털로 만들어졌다는 부채였다. 이백 년 전, 비잔신투에게 도둑맞았고, 그 당시 이화궁이 비잔신투를 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쫓아다닌 이야기는 아주 유명했다.
빙백아는 몇 가지 단서를 조합하여 거기까지 유추해 냈고, 하운평은 부정하지 않았다.
[비잔신투가 이향선을 훔친 건 맞아. 하지만 그가 혼자 훔친 건 아니야. 이화궁 내에 동조자가 있었어.] [거짓말!]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비잔신투라도 이화궁의 비처에 있는 이향선을 훔치지 못했을 거야. 아마 당시 이화궁주도 그렇게 생각했을걸. 동조자가 있었을 거라고. 그리고 그 동조자를 찾으려고 노력했겠지.]사실이었다. 궁 안의 모든 이를 심문했었고, 결국 찾지 못했다. 당시의 이화궁주는 책임을 느끼고 궁주직을 내려놓았다.
이향선 도난사건은 그 정도로 큰일이었다.